<아트&아트인> ‘나뭇잎 일기’ 허윤희

나뭇잎에 써내려간 하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롯데갤러리 청량리점서 허윤희 작가의 개인전 내가 숲에 갔을 때 Forest of Time’을 준비했다. 허윤희는 한국과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지서 개인적인 경험과 자연에 대한 고찰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 허윤희,야생의 숲 3,2019,charcoalonpaper,76x57cm

허윤희 작가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지난해 4월에는 <나뭇잎 일기>라는 책도 냈다. 매일 나뭇잎 한 장과 함께 삶을 돌아본다. 200855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한 일이다. 그렇게 써내려간 나뭇잎 일기는 1000여장이 넘는다. 그중 20082009, 20112012년 일기 380여편을 묶어 책으로 냈다.

나뭇잎 일기

허윤희는 <나뭇잎 일기>나뭇잎을 들여다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흐트러진 마음이 어느새 고요해진다. 나는 그 시간이 참 좋다날마다 나뭇잎 일기를 쓰는 행위는 나에게 하나의 의식과도 같다고 적었다.

이어 오늘 하루를 진실하고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기도이며 삶에 대한 간절하고도 뜨거운 사랑의 노래가 아닐까라며 나뭇잎 일기가 쌓여 하루가, 한 계절이, 1년이, 세월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렇게 우리의 시간과 만남, 삶을 뒤돌아본다고 표현했다.

허윤희는 매일 산책하면서 자연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나무 사이를 걸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졌고 몸과 마음을 쉴 수 있었다. 언제나 건강한 생기를 얻었다. 허윤희에게 산책은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었다.


2008년 5월부터 시작
11년 넘게 매일 기록

그는 산책을 하면서 삶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했다매일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삶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숲은 생기뿐만 아니라 시듦도 있는 곳이다. 발아하는 생명과 썩고 거름이 되는 순환이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허윤희의 작품에선 이 같은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작품에는 새파랗고 싱그러운 잎도 있는 반면 단풍이 들거나 벌레가 먹은 잎도 있다. 저마다 다른 양태로 계절을 따라서 혹은 그것에 반해서 여러 모습을 선보인다.

그림과 함께 자리하는 매일의 감상과 사유는 조용히 공명한다. 나뭇잎 일기를 쓰기 시작하고 11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허윤희가 쓴 글들은 짧은 시구서 긴 산문으로 발전했다. 힘줘 쓰지 않았지만 글씨에는 긴장감이 어려 있다. 나뭇잎 일기 하나하나는 저마다의 빛깔을 가진다.
 

▲ 허윤희,꿈,2002,charcoalonpaper,21x27.9cm

나뭇잎 일기 작업이 조우하는 것을 기록해 남기는 과정이라면, 목탄 드로잉은 일시적인 상황을 작가 스스로 받아들이는 흐름을 담은 작업이다. 목탄은 재료 특성상 벽에 그어지면 쉽게 부러지고 또 먼지로 바스러진다. 허윤희가 목탄으로 벽에 그리는 드로잉은 전시가 끝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탄생하는 시점부터 끝을 갖는 한시적인 속성을 품고 있다.

벽이라는 큰 공간을 채워나가면서 목탄을 휘두르고 그어내는 과정엔 신체의 궤적이 반영된다. 벽과 목탄이 닿는 직접적인 접촉서 허윤희의 수행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목탄가루가 얹힌 허윤희의 손은 어떤 상황에선 선을 흐리게 지워내기도 하고, 여백을 채우는 자취가 된다.

탄생과 동시에 끝이 있는 목탄
드로잉 통해 삶의 초연함 표현


언뜻 모순적으로 보이는 상황서 과감함과 망설임은 서로 역할을 바꾸곤 한다. 드로잉서도 작업중 부분적으로 지워진 부분은 안개처럼 흐릿하지만 도리어 그 존재를 확실히 드러낸다.

결국 사라질 운명의 벽화는 파편적으로 봤을 때는 갈등이나 모순으로 보이지만 전체로 보면 하나의 대류로 받아들여진다. 허윤희의 목탄 드로잉은 어떤 개념이라도 입장에 따라 언제든 양가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선 허윤희가 독일 유학 시절 겪었던 어려움을 그린 작품 윤희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아크릴 물감, 잉크, 목탄, 연필 등 다양한 매체로 시도한 작품은 공간상 초입에 있지만 관람 순서로는 마지막에 위치한다. 해당 작품이 허윤희의 시작점이면서 근간임을 드러내는 연출이다.

목탄 드로잉

롯데갤러리 관계자는 허윤희의 목탄 드로잉과 나뭇잎 일기를 보면 상반된 제작방식과 미감, 스케일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매일 조금씩 변하는 나뭇잎과 그것을 보며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담아내는 마음,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그려낸 목탄 드로잉의 수행이 어딘가 맞닿아 있음을 관객들이 알아차릴 수 있길 바란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이어 이번 전시는 윤희 그림작업서 출발한 두 갈래의 줄기를 통해서 자연과 시간에 대한 허윤희의 소박한 시선이 담긴 숲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24일까지.


<jsjang@ilyosisa.co.kr>

 

[허윤희는?]

학력

이화여대 서양화과 졸업
독일 브레멘예술대학교 마이스터쉴러 취득

개인전

내가 숲에 갔을 때롯데갤러리(2019)
마음 채집실디스위켄드룸, 서울(2018)
시간의 빛깔갤러리 밈(2017)
‘4
월의 정원갤러리 토스트(2017)
윤희 그림디스위켄드룸(2016)
새의 말을 듣다’ LIG Art Space(2016)
어둠은 환히 빛나고길담서원 한뼘미술관(2015)
길 위의 노래카이스트 리서치앤아트(2014)
먼지의 노래한신갤러리(2014)
나무의 말’ 63스카이아트 미술관(2013)
, 지다담 갤러리(2012)
배추, , 후쿠시마갤러리 소소(2012)
보리수나무 아래쿨투어팔라스트 베딩(2012)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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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