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김용빈 대한카누연맹 회장

‘20일의 기적’ 역사의 기록이 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반도기와 국가로 아리랑을 사용한 남북단일팀의 정식 명칭은 코리아(KOREA). 코리아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용선 종목서 금메달 1, 동메달 2개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기적의 이면엔 김용빈 대한카누연맹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그날의 기적이 추억보다는 기록으로 남길 바랐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김용빈 대한카누연맹 회장

카누 용선 종목은 뱃머리에 용의 모형을 장식한 배, 드래곤보트를 다수의 인원이 함께 노를 저어 기록을 겨루는 경기다. 개인의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단체의 일사불란한 단합이 요구되는 팀스포츠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남측과 북측 선수들이 절반씩 올라탄 남북단일팀, 코리아의 여자팀 용선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500m 결선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국제종합스포츠대회 사상 처음으로 남북단일팀이 금메달을 따낸 순간이었다.

미미한 시작

시작은 미미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서 불기 시작한 남북 간의 훈풍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식어가는 중이었다. 카누 용선 남북단일팀을 구상했던 김용빈 대한카누연맹 회장의 도전은 공허한 외침으로 남는 듯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북측이 남측의 러브콜에 화답하면서 기적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다. 북측서 출전 선수 명단을 팩스로 보낸 시점부터 상황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북측 선수단이 입국하고 대회까지 남은 훈련 시간은 20.


카누 용선 종목은 찰나가 순위를 가른다. 선수 개개인의 노를 북재비의 북소리에 맞춰 하나의 거대한 노로 만드는 게 관건이다. 훈련은 용선을 본 적도 없다는 북측 선수들에게 노 젓는 법을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됐다.

훈련이 거듭될수록 호흡은 맞아가고 기록도 점차 나아졌지만, 이미 몇 년씩 함께 노를 저은 다른 나라 출전팀과 비교했을 땐 턱없이 모자랐다. ‘창피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스멀스멀 새나왔다.

모두가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기적은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자양분 삼아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었다. 선수들이 충주호서 함께 본 무지개는 좋은 징조였다. 그리고 대회 당일 여자팀과 남자팀의 노가 물살을 갈랐다.
 

▲ 시상대에 올라간 남자 단일팀

여자 200m1, 여자 500m3, 남자 1000m5분 남짓이면 승부가 결정된다. 메달 소식은 팔렘방의 더운 공기와 함께 전해졌다. 코리아팀은 여자 500m 금메달을 비롯해 여자 200m와 남자 1000m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냈다. 팔렘방에 울려 퍼진 아리랑은 ‘20일의 드라마’ OST였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으로 금메달 따내

지난 5일 오후 대한카누연맹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빈 회장은 기적’ ‘감개무량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201745세 나이로 제11대 대한카누연맹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종교를 가진 분들이 가끔 신을 만났다고 하잖아요. 그것처럼 사업에만 열중하다가 갑자기 기적을 만나고 나니까 도전과 열정이 있으면 가능하구나, 패배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제가 20년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지치기도 했는데, 앞으로 새로운 20년을 달릴 수 있는 원동력과 희망,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정말 감개무량했습니다.”


김 회장은 젊은 회장답게 선수단을 호령하고 군림하기보다는 함께 이뤄내고 같이 걷기를 바랐다. 포탈사이트서 카누를 검색하면 스포츠가 아니라 유명 연예인이 광고하는 제품이 나올 만큼 낮은 인지도는 김 회장에게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할 카누를 좀더 널리 알리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구상은 평창올림픽서 시작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기점으로 평창올림픽까지 이어진 남북의 평화모드에 착안, 김 회장은 아시안게임 카누 종목 남북단일팀 구성에 돌입했다. 공정성과 선수들의 인권을 고려해 백지 상태나 다름없는 카누 용선을 남북단일팀 종목으로 정했다.
 

▲ 도명숙 선수와 김현희 선수

문제는 김 회장의 생각을 우리나라와 북한, 전 세계에 관철시키는 일이었다. 김 회장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페루레나 로페즈 국제카누연맹 회장 등을 만나 카누 용선 남북단일팀의 필요성과 파급력에 대해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 배를 탄다는 말은 화합을 의미한다. 남북한 선수들이 한 배를 타고 같은 목표를 향해 노를 젓는 것, 그 자체가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남북단일팀 구상과 추진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자칫하면 양치기 소년’ ‘새빨간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는 상황서 김 회장은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직접 만나 대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됐기 때문에 언론보도가 북한에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실제 북측 관계자들은 기사를 통해 카누 남북단일팀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짧은 훈련기간에도
메달 3개 쾌거 이뤄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했던 김 회장은 극적으로 남북단일팀이 구성된 이후 서포터의 역할로 돌아갔다. 선수와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칫 외부서 불어 닥칠 수 있는 외풍을 막아내는 것도 김 회장의 몫이었다. 그는 남북단일팀이 어렵게 구성된 만큼 주어진 시간동안 후회 없이 훈련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가 할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언젠가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수 있도록 남북단일팀 구성 과정과 훈련, 경기, 시상식 등을 영상에 담았다. 김 회장은 영상에는 메달과 상관없이 선수들과 감독, 연맹 등 우리 모두의 숭고한 노력이 담겼다“2018년 여름 한때의 추억보다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지난달 14일 발간한 책 <20일의 기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이슈가 이슈를 잡아먹는 시대라 숭고한 노력과 성과가 쉽게 잊히고 있다꿈같았고, 기적 같았던 그날의 일들을 좀 더 오래 남겨두기 위해 책을 기획하고 썼다고 계기를 언급했다.

<20일의 기적>에는 남북한 선수들이 마음을 모으는 과정, 대회에 임하는 각오, 헤어질 때의 슬픔 등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담겼다.

김 회장은 아시안게임의 여세를 몰아 미국서 열린 카누 용선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노렸지만 북측 선수들의 비자 발급 문제로 무산됐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남북단일팀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벤트로만 남았다.


창대한 끝

그럼에도 김 회장은 피겨 종목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국민들이 김연아라는 존재를 통해 피겨를 접하고 사랑하게 됐다카누 역시 선수들이 여러 대회서 좋은 성과를 내고 그 성과들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인기 스포츠로 발돋움할 것이라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이어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카누 용선 경기를 통해 스포츠가 국제 평화를 진척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앞으로도 대한카누연맹은 우리나라의 발전과 평화에 대한 진전을 이뤄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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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