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김용빈 대한카누연맹 회장

‘20일의 기적’ 역사의 기록이 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반도기와 국가로 아리랑을 사용한 남북단일팀의 정식 명칭은 코리아(KOREA). 코리아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용선 종목서 금메달 1, 동메달 2개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기적의 이면엔 김용빈 대한카누연맹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그날의 기적이 추억보다는 기록으로 남길 바랐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김용빈 대한카누연맹 회장

카누 용선 종목은 뱃머리에 용의 모형을 장식한 배, 드래곤보트를 다수의 인원이 함께 노를 저어 기록을 겨루는 경기다. 개인의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단체의 일사불란한 단합이 요구되는 팀스포츠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남측과 북측 선수들이 절반씩 올라탄 남북단일팀, 코리아의 여자팀 용선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500m 결선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국제종합스포츠대회 사상 처음으로 남북단일팀이 금메달을 따낸 순간이었다.

미미한 시작

시작은 미미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서 불기 시작한 남북 간의 훈풍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식어가는 중이었다. 카누 용선 남북단일팀을 구상했던 김용빈 대한카누연맹 회장의 도전은 공허한 외침으로 남는 듯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북측이 남측의 러브콜에 화답하면서 기적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다. 북측서 출전 선수 명단을 팩스로 보낸 시점부터 상황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북측 선수단이 입국하고 대회까지 남은 훈련 시간은 20.


카누 용선 종목은 찰나가 순위를 가른다. 선수 개개인의 노를 북재비의 북소리에 맞춰 하나의 거대한 노로 만드는 게 관건이다. 훈련은 용선을 본 적도 없다는 북측 선수들에게 노 젓는 법을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됐다.

훈련이 거듭될수록 호흡은 맞아가고 기록도 점차 나아졌지만, 이미 몇 년씩 함께 노를 저은 다른 나라 출전팀과 비교했을 땐 턱없이 모자랐다. ‘창피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스멀스멀 새나왔다.

모두가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기적은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자양분 삼아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었다. 선수들이 충주호서 함께 본 무지개는 좋은 징조였다. 그리고 대회 당일 여자팀과 남자팀의 노가 물살을 갈랐다.
 

▲ 시상대에 올라간 남자 단일팀

여자 200m1, 여자 500m3, 남자 1000m5분 남짓이면 승부가 결정된다. 메달 소식은 팔렘방의 더운 공기와 함께 전해졌다. 코리아팀은 여자 500m 금메달을 비롯해 여자 200m와 남자 1000m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냈다. 팔렘방에 울려 퍼진 아리랑은 ‘20일의 드라마’ OST였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으로 금메달 따내

지난 5일 오후 대한카누연맹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빈 회장은 기적’ ‘감개무량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201745세 나이로 제11대 대한카누연맹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종교를 가진 분들이 가끔 신을 만났다고 하잖아요. 그것처럼 사업에만 열중하다가 갑자기 기적을 만나고 나니까 도전과 열정이 있으면 가능하구나, 패배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제가 20년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지치기도 했는데, 앞으로 새로운 20년을 달릴 수 있는 원동력과 희망,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정말 감개무량했습니다.”


김 회장은 젊은 회장답게 선수단을 호령하고 군림하기보다는 함께 이뤄내고 같이 걷기를 바랐다. 포탈사이트서 카누를 검색하면 스포츠가 아니라 유명 연예인이 광고하는 제품이 나올 만큼 낮은 인지도는 김 회장에게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할 카누를 좀더 널리 알리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구상은 평창올림픽서 시작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기점으로 평창올림픽까지 이어진 남북의 평화모드에 착안, 김 회장은 아시안게임 카누 종목 남북단일팀 구성에 돌입했다. 공정성과 선수들의 인권을 고려해 백지 상태나 다름없는 카누 용선을 남북단일팀 종목으로 정했다.
 

▲ 도명숙 선수와 김현희 선수

문제는 김 회장의 생각을 우리나라와 북한, 전 세계에 관철시키는 일이었다. 김 회장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페루레나 로페즈 국제카누연맹 회장 등을 만나 카누 용선 남북단일팀의 필요성과 파급력에 대해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 배를 탄다는 말은 화합을 의미한다. 남북한 선수들이 한 배를 타고 같은 목표를 향해 노를 젓는 것, 그 자체가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남북단일팀 구상과 추진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자칫하면 양치기 소년’ ‘새빨간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는 상황서 김 회장은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직접 만나 대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됐기 때문에 언론보도가 북한에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실제 북측 관계자들은 기사를 통해 카누 남북단일팀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짧은 훈련기간에도
메달 3개 쾌거 이뤄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했던 김 회장은 극적으로 남북단일팀이 구성된 이후 서포터의 역할로 돌아갔다. 선수와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칫 외부서 불어 닥칠 수 있는 외풍을 막아내는 것도 김 회장의 몫이었다. 그는 남북단일팀이 어렵게 구성된 만큼 주어진 시간동안 후회 없이 훈련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가 할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언젠가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수 있도록 남북단일팀 구성 과정과 훈련, 경기, 시상식 등을 영상에 담았다. 김 회장은 영상에는 메달과 상관없이 선수들과 감독, 연맹 등 우리 모두의 숭고한 노력이 담겼다“2018년 여름 한때의 추억보다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지난달 14일 발간한 책 <20일의 기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이슈가 이슈를 잡아먹는 시대라 숭고한 노력과 성과가 쉽게 잊히고 있다꿈같았고, 기적 같았던 그날의 일들을 좀 더 오래 남겨두기 위해 책을 기획하고 썼다고 계기를 언급했다.

<20일의 기적>에는 남북한 선수들이 마음을 모으는 과정, 대회에 임하는 각오, 헤어질 때의 슬픔 등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담겼다.

김 회장은 아시안게임의 여세를 몰아 미국서 열린 카누 용선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노렸지만 북측 선수들의 비자 발급 문제로 무산됐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남북단일팀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벤트로만 남았다.


창대한 끝

그럼에도 김 회장은 피겨 종목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국민들이 김연아라는 존재를 통해 피겨를 접하고 사랑하게 됐다카누 역시 선수들이 여러 대회서 좋은 성과를 내고 그 성과들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인기 스포츠로 발돋움할 것이라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이어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카누 용선 경기를 통해 스포츠가 국제 평화를 진척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앞으로도 대한카누연맹은 우리나라의 발전과 평화에 대한 진전을 이뤄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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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