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추천 명소 ②대전 대동하늘공원

풍차가 빛나는 언덕 위 벽화마을

▲ 대동하늘공원의 밤을 밝히는 풍차

대전에서 웬만한 곳을 다 둘러봤다면, 명소보다 작고 알찬 여행지를 찾는다면, 동구 대동의 하늘공원을 추천한다. 대전역에서 멀지않은 ‘대동하늘공원’은 낮에는 알록달록한 벽화를 구경하고, 밤에는 반짝이는 풍차와 대전 시내 야경에 빠지는 감성 충만한 여행지다. 대전 시민도 알음알음 찾아올 정도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즘 일몰과 야경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발걸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 동네 담벼락에 그려진 예쁜 벽화

‘대동하늘공원’이 자리한 동구 대동에는 한국전쟁 때 피난민이 모여 살던 달동네가 있다. 비탈진 마을의 좁은 골목을 따라 오래된 집이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어, 어렵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달동네 하면 왠지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지만, 이곳은 오히려 밝고 화사한 분위기다. 동네 담벼락에 그려진 예쁜 벽화 덕분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음까지 환해진다.

▲ 2007년 공공 미술 프로그램이 실시되면서 달동네 풍경이 달라졌다.

‘벽화마을’ 달동네

달동네 풍경이 달라진 건 2007년 공공미술 프로그램이 실시되면서부터다. 지역 미술인과 동네 주민이 함께 벽화 작업을 하고 마을을 꾸미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그 사이 벽화가 덧칠 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이후 벽화를 재정비하고 축제를 개최하며 대전의 대표적인 벽화마을로 자리매김했다.

입체적인 벽화도 있어 더욱 재미나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어보자. 주민이 거주하는 공간이므로 소란스럽게 관람하거나 늦은 시간에 방문하는 것은 피한다.

▲ 언덕 가장자리에 있는 풍차는 대동하늘공원의 상징이다.

벽화를 둘러본 뒤에는 대동하늘공원에 올라가자. 대동에서 가장 높은 언덕마루에 위치한 공원으로, 이름처럼 하늘 아래 펼쳐진 작은 쉼터다. 벤치와 정자, 나무 그네가 있어 조용히 쉬었다 가기 좋다. 언덕 가장자리에 있는 풍차는 대동하늘공원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원래 목재로 지었지만, 외관에 타일을 붙이고 야간 조명을 강화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밤하늘 아래 찬란히 불을 밝힌 풍차는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토존이다.

▲ 대동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대전시 전경

풍차 앞에 서면 도심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동하늘공원이 자리한 언덕은 해발고도 약 127m에 이르지만, 작은 건물이 오밀조밀한 도시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보문산과 계룡산 등 겹겹이 이어진 산자락이 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싸 더욱 신비로운 느낌이다.

▲ 대동하늘공원에서 감상하는 일몰

해가 질 무렵이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일몰을 기다린다. 이곳에서 처음 맞는 일몰과 야경은 숨은 보물이라도 찾은 듯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붉은 태양이 쌍둥이처럼 생긴 한국철도공사 빌딩 사이로 사라져갈 때면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나온다.

찰나의 순간을 잡으려는 카메라 셔터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노을이 지나간 자리에 어둠이 깔리면 도시는 하나둘 불을 밝힌다. 이곳 야경은 화려함보다 소박하고 은은한 멋이 배어난다. 마치 바쁜 하루를 보낸 이들을 위로하는 따스한 불빛처럼 느껴진다.

▲ 대동하늘공원의 숨은 명소, 연애바위

연인과 여행한다면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를 준비해보자. 풍차 옆에 자물쇠를 걸어두는 거치대가 있다. 풍차가 있는 반대쪽 오솔길을 따라가면 대동하늘공원의 또 다른 명소 연애바위(혹은 사랑바위)에 닿는다. 바위 사이가 움푹 파여, 연인들이 이곳에 숨어 사랑을 속삭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일몰과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카페 ‘대동단결’

빈티지한 카페와 소품 숍은 대동하늘공원을 여행하는 또 다른 재미다. 지역 작가들이 만든 책과 소품이 눈길을 끄는 ‘머물다가게’는 대전 토박이 가이드가 동행하는 도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소개된 ‘대동단결’은 전망 좋은 카페로 유명하다. 촬영 당시 유재석과 조세호가 앉은 자리는 일몰을 감상하는 명당으로 꼽힌다.

▲ 시간이 멈춘 듯한 소제동

대전역 뒤쪽에 있는 소제동은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소제동에 형성된 철도관사촌은 1920~1930년대에 철도 직원을 위해 조성됐다. 한때 대전에서 손꼽히는 부촌이었지만, 집과 건물이 오랜 세월 방치되며 쇠락한 동네로 전락했다.


낮에는 벽화, 밤에는 야경
입소문난 감성 충만 여행지

최근 2~3년 사이 이곳에 빈집과 낡은 건물을 젊은 감각으로 채운 카페, 식당이 들어서며 사람들 발걸음이 이어진다. 소제동은 시간 탐험 여행지이기도 하다. 이곳만 시간이 멈춘 듯, 비좁은 골목 사이로 낡은 대문과 허름한 담벼락, 노란 관사촌 건물이 옛 모습 그대로 있다. 최근 재개발이 확정돼 이런 풍경도 곧 사라지리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 소제동에 감각적인 공간이 들어서며 사람들 발걸음이 이어진다. ▲ 꽃밭과 아담한 숲길, 연못, 열대식물원 등 볼거리가 많은 한밭수목원

‘한밭수목원’은 중부권 최대 규모의 도심 수목원으로 꼽힌다. 가운데 엑스포시민광장을 두고 서원과 동원이 있다.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이 인접해 대전 시민이 즐겨 찾는다. 수목원은 꽃밭과 아담한 숲길, 연못과 열대식물원 등 볼거리가 많아 둘러보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단풍이 곱게 물든 숲길을 따라 걷는 동안 가을 정취에 물씬 젖어든다.

▲ 남북한의 다양한 천연기념물 표본과 명승을 소개하는 천연기념물센터

한밭수목원과 이어진 ‘천연기념물센터’도 가볼 만하다. 천연기념물을 이해하고 배우기 쉽게 꾸몄다. 남북한의 다양한 천연기념물 표본과 명승을 소개하며, 특히 한반도에 살았던 거대한 털매머드 화석 표본이 눈길을 끈다. 아이들과 방문한다면 탐험 활동지나 해설사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훨씬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 된다.

▲ ‘효’를 테마로 꾸민 뿌리공원에는 244개 성씨별 조형물이 있다.

뿌리공원

조금 다른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뿌리공원’을 추천한다. 중구 유등천 인근에 자리한 뿌리공원은 ‘효’를 테마로 1997년 개원했다. 성씨별 조형물과 산책로, 한국족보박물관, 캠핑장, 잔디광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공원에는 244개 성씨별 조형물이 있다. 성씨마다 서로 다른 조형물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야간 조명으로 밤에는 또 다른 분위기가 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한밭수목원→천연기념물센터→소제동→대동하늘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한밭수목원→천연기념물센터→소제동→대동하늘공원
둘째 날: 뿌리공원→유성온천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대전관광 www.daejeon.go.kr/tou/index.do
- 대전광역시 동구 관광문화축제 http://tour.donggu.go.kr/html/tour
- 한밭수목원 www.daejeon.go.kr/gar/index.do
- 천연기념물센터 www.nhc.go.kr
- 뿌리공원 http://djjunggu.go.kr/html/hyo/bburi/bburi_030101.html  

문의 전화
- 대전광역시청 관광마케팅과 042)270-3982
- 한밭수목원 042) 270-8452
- 천연기념물센터 042)610-7610
- 뿌리공원 042)288-8310
- 머물다가게 070-8098-6634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대전복합,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5~20분 간격(06:00~다음 날 00:10) 운행, 약 2시간 소요.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0~22:10) 운행, 약 2시간 소요. 복합터미널 정류장에서 102번 버스 이용, 우송정보대학 정류장 하차, 대동하늘공원까지 도보 약 12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대전복합터미널 1577-2259, www.djbusterminal.co.kr 대전교통정보센터 http://traffic.daejeon.go.kr
기차: 서울역-대전역, KTX 10~20분 간격(05:05~23:30) 운행, 약 1시간 소요. 대전역(경부선)에서 대전지하철 1호선 이용, 대동역 하차. 7번 출구로 나와 대동하늘공원까지 도보 약 16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대전도시철도공사 042)539-3114, www.djet.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대전 IC→동부네거리에서 금산·옥천 방면 좌회전→동대전로→용운로 방면 좌회전→백룡로 따라 463m 이동 후 우회전→백룡로48번길 따라 286m 이동 후 좌회전→이화로35번길 따라 58m 이동 후 좌회전→동대전로110번길→대동하늘공원

숙박 정보
- 롯데시티호텔 대전: 유성구 엑스포로123번길, 042)333-1000, www.lottehotel.com/daejeon-city
- 호텔ICC: 유성구 엑스포로123번길, 042)866-5000, www.hotelicc.com
- 호텔인터시티: 유성구 온천로, 042)600-6000, www.hotelinterciti.com
- 라마다대전호텔: 유성구 계룡로, 042)540-1000, www.ramadadaejeon.com

식당 정보
- 온천집(1인 샤부샤부·트러플초새우비빔밥): 동구 수향길, 042)625-0906
- 솔트(스테이크·까르보나라): 동구 수향길, 042)673-1230
- 볕(수플레팬케이크·통팥라떼): 동구 수향2길, 042)382-2999
- 대동단결(아메리카노·카푸치노): 동구 백룡로48번길, 042)222-3103

주변 볼거리
이응노미술관, 지질박물관, 화폐박물관, 장태산자연휴양림, 대청호, 대전 회덕 동춘당, 엑스포과학공원, 유성온천, 으능정이문화의거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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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