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추천 명소 ②대전 대동하늘공원

풍차가 빛나는 언덕 위 벽화마을

▲ 대동하늘공원의 밤을 밝히는 풍차

대전에서 웬만한 곳을 다 둘러봤다면, 명소보다 작고 알찬 여행지를 찾는다면, 동구 대동의 하늘공원을 추천한다. 대전역에서 멀지않은 ‘대동하늘공원’은 낮에는 알록달록한 벽화를 구경하고, 밤에는 반짝이는 풍차와 대전 시내 야경에 빠지는 감성 충만한 여행지다. 대전 시민도 알음알음 찾아올 정도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즘 일몰과 야경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발걸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 동네 담벼락에 그려진 예쁜 벽화

‘대동하늘공원’이 자리한 동구 대동에는 한국전쟁 때 피난민이 모여 살던 달동네가 있다. 비탈진 마을의 좁은 골목을 따라 오래된 집이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어, 어렵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달동네 하면 왠지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지만, 이곳은 오히려 밝고 화사한 분위기다. 동네 담벼락에 그려진 예쁜 벽화 덕분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음까지 환해진다.

▲ 2007년 공공 미술 프로그램이 실시되면서 달동네 풍경이 달라졌다.

‘벽화마을’ 달동네

달동네 풍경이 달라진 건 2007년 공공미술 프로그램이 실시되면서부터다. 지역 미술인과 동네 주민이 함께 벽화 작업을 하고 마을을 꾸미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그 사이 벽화가 덧칠 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이후 벽화를 재정비하고 축제를 개최하며 대전의 대표적인 벽화마을로 자리매김했다.

입체적인 벽화도 있어 더욱 재미나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어보자. 주민이 거주하는 공간이므로 소란스럽게 관람하거나 늦은 시간에 방문하는 것은 피한다.

▲ 언덕 가장자리에 있는 풍차는 대동하늘공원의 상징이다.

벽화를 둘러본 뒤에는 대동하늘공원에 올라가자. 대동에서 가장 높은 언덕마루에 위치한 공원으로, 이름처럼 하늘 아래 펼쳐진 작은 쉼터다. 벤치와 정자, 나무 그네가 있어 조용히 쉬었다 가기 좋다. 언덕 가장자리에 있는 풍차는 대동하늘공원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원래 목재로 지었지만, 외관에 타일을 붙이고 야간 조명을 강화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밤하늘 아래 찬란히 불을 밝힌 풍차는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토존이다.

▲ 대동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대전시 전경

풍차 앞에 서면 도심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동하늘공원이 자리한 언덕은 해발고도 약 127m에 이르지만, 작은 건물이 오밀조밀한 도시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보문산과 계룡산 등 겹겹이 이어진 산자락이 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싸 더욱 신비로운 느낌이다.

▲ 대동하늘공원에서 감상하는 일몰

해가 질 무렵이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일몰을 기다린다. 이곳에서 처음 맞는 일몰과 야경은 숨은 보물이라도 찾은 듯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붉은 태양이 쌍둥이처럼 생긴 한국철도공사 빌딩 사이로 사라져갈 때면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나온다.

찰나의 순간을 잡으려는 카메라 셔터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노을이 지나간 자리에 어둠이 깔리면 도시는 하나둘 불을 밝힌다. 이곳 야경은 화려함보다 소박하고 은은한 멋이 배어난다. 마치 바쁜 하루를 보낸 이들을 위로하는 따스한 불빛처럼 느껴진다.

▲ 대동하늘공원의 숨은 명소, 연애바위

연인과 여행한다면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를 준비해보자. 풍차 옆에 자물쇠를 걸어두는 거치대가 있다. 풍차가 있는 반대쪽 오솔길을 따라가면 대동하늘공원의 또 다른 명소 연애바위(혹은 사랑바위)에 닿는다. 바위 사이가 움푹 파여, 연인들이 이곳에 숨어 사랑을 속삭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일몰과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카페 ‘대동단결’

빈티지한 카페와 소품 숍은 대동하늘공원을 여행하는 또 다른 재미다. 지역 작가들이 만든 책과 소품이 눈길을 끄는 ‘머물다가게’는 대전 토박이 가이드가 동행하는 도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소개된 ‘대동단결’은 전망 좋은 카페로 유명하다. 촬영 당시 유재석과 조세호가 앉은 자리는 일몰을 감상하는 명당으로 꼽힌다.

▲ 시간이 멈춘 듯한 소제동

대전역 뒤쪽에 있는 소제동은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소제동에 형성된 철도관사촌은 1920~1930년대에 철도 직원을 위해 조성됐다. 한때 대전에서 손꼽히는 부촌이었지만, 집과 건물이 오랜 세월 방치되며 쇠락한 동네로 전락했다.


낮에는 벽화, 밤에는 야경
입소문난 감성 충만 여행지

최근 2~3년 사이 이곳에 빈집과 낡은 건물을 젊은 감각으로 채운 카페, 식당이 들어서며 사람들 발걸음이 이어진다. 소제동은 시간 탐험 여행지이기도 하다. 이곳만 시간이 멈춘 듯, 비좁은 골목 사이로 낡은 대문과 허름한 담벼락, 노란 관사촌 건물이 옛 모습 그대로 있다. 최근 재개발이 확정돼 이런 풍경도 곧 사라지리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 소제동에 감각적인 공간이 들어서며 사람들 발걸음이 이어진다. ▲ 꽃밭과 아담한 숲길, 연못, 열대식물원 등 볼거리가 많은 한밭수목원

‘한밭수목원’은 중부권 최대 규모의 도심 수목원으로 꼽힌다. 가운데 엑스포시민광장을 두고 서원과 동원이 있다.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이 인접해 대전 시민이 즐겨 찾는다. 수목원은 꽃밭과 아담한 숲길, 연못과 열대식물원 등 볼거리가 많아 둘러보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단풍이 곱게 물든 숲길을 따라 걷는 동안 가을 정취에 물씬 젖어든다.

▲ 남북한의 다양한 천연기념물 표본과 명승을 소개하는 천연기념물센터

한밭수목원과 이어진 ‘천연기념물센터’도 가볼 만하다. 천연기념물을 이해하고 배우기 쉽게 꾸몄다. 남북한의 다양한 천연기념물 표본과 명승을 소개하며, 특히 한반도에 살았던 거대한 털매머드 화석 표본이 눈길을 끈다. 아이들과 방문한다면 탐험 활동지나 해설사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훨씬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 된다.

▲ ‘효’를 테마로 꾸민 뿌리공원에는 244개 성씨별 조형물이 있다.

뿌리공원

조금 다른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뿌리공원’을 추천한다. 중구 유등천 인근에 자리한 뿌리공원은 ‘효’를 테마로 1997년 개원했다. 성씨별 조형물과 산책로, 한국족보박물관, 캠핑장, 잔디광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공원에는 244개 성씨별 조형물이 있다. 성씨마다 서로 다른 조형물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야간 조명으로 밤에는 또 다른 분위기가 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한밭수목원→천연기념물센터→소제동→대동하늘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한밭수목원→천연기념물센터→소제동→대동하늘공원
둘째 날: 뿌리공원→유성온천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대전관광 www.daejeon.go.kr/tou/index.do
- 대전광역시 동구 관광문화축제 http://tour.donggu.go.kr/html/tour
- 한밭수목원 www.daejeon.go.kr/gar/index.do
- 천연기념물센터 www.nhc.go.kr
- 뿌리공원 http://djjunggu.go.kr/html/hyo/bburi/bburi_030101.html  

문의 전화
- 대전광역시청 관광마케팅과 042)270-3982
- 한밭수목원 042) 270-8452
- 천연기념물센터 042)610-7610
- 뿌리공원 042)288-8310
- 머물다가게 070-8098-6634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대전복합,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5~20분 간격(06:00~다음 날 00:10) 운행, 약 2시간 소요.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0~22:10) 운행, 약 2시간 소요. 복합터미널 정류장에서 102번 버스 이용, 우송정보대학 정류장 하차, 대동하늘공원까지 도보 약 12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대전복합터미널 1577-2259, www.djbusterminal.co.kr 대전교통정보센터 http://traffic.daejeon.go.kr
기차: 서울역-대전역, KTX 10~20분 간격(05:05~23:30) 운행, 약 1시간 소요. 대전역(경부선)에서 대전지하철 1호선 이용, 대동역 하차. 7번 출구로 나와 대동하늘공원까지 도보 약 16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대전도시철도공사 042)539-3114, www.djet.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대전 IC→동부네거리에서 금산·옥천 방면 좌회전→동대전로→용운로 방면 좌회전→백룡로 따라 463m 이동 후 우회전→백룡로48번길 따라 286m 이동 후 좌회전→이화로35번길 따라 58m 이동 후 좌회전→동대전로110번길→대동하늘공원

숙박 정보
- 롯데시티호텔 대전: 유성구 엑스포로123번길, 042)333-1000, www.lottehotel.com/daejeon-city
- 호텔ICC: 유성구 엑스포로123번길, 042)866-5000, www.hotelicc.com
- 호텔인터시티: 유성구 온천로, 042)600-6000, www.hotelinterciti.com
- 라마다대전호텔: 유성구 계룡로, 042)540-1000, www.ramadadaejeon.com

식당 정보
- 온천집(1인 샤부샤부·트러플초새우비빔밥): 동구 수향길, 042)625-0906
- 솔트(스테이크·까르보나라): 동구 수향길, 042)673-1230
- 볕(수플레팬케이크·통팥라떼): 동구 수향2길, 042)382-2999
- 대동단결(아메리카노·카푸치노): 동구 백룡로48번길, 042)222-3103

주변 볼거리
이응노미술관, 지질박물관, 화폐박물관, 장태산자연휴양림, 대청호, 대전 회덕 동춘당, 엑스포과학공원, 유성온천, 으능정이문화의거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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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