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14) 회상

첫사랑 유희경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허균의 심정이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았다.

그를 감지한 매창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를 느꼈다. 결국 자신의 이야기로 상황이 그리 되었으니 반드시 자신이 그 일을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나리, 소녀의 경거망동이었습니다. 그러니 용서하여 주십시오.”

매창의 표정으로 보아 진정으로 자신이 꺼낸 말에 대해서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듯이 보였다.

“그리 간단히 용서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말을 멈춘 허균이 거문고를 주시했다.

거문고를…

“나으리, 거문고를 타 올릴까요.”

허균이 대답 대신 밭은기침을 내뱉자 매창이 상 앞에서 물러나 조심스럽게 거문고를 안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거문고를 앞에 두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매창의 차분하고 결 고운 모습에 허균의 가슴이 술렁이고 있었다.  

매창과 거문고.

허균이 들은 바 있었다.


매창의 시에 관한 천재성도 그러려니와 거문고 연주도 조선에서 으뜸일 것이라 했다.

그런 이유로 매창의 거문고 연주를 듣기 원하였으나 차마 대놓고 요구하기는 무안했던 터였다. 

매창이 거문고의 음을 조율하려는 듯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허균이 그 순간순간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조금은 야윈 듯 보이는 가늘고 앙증맞은 손끝에 거문고가 ‘팅’하는 소리를 내며 굴복하고 있었다.

찬찬히 매창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거문고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매창의 눈에서 떨어지는 수정 같은 눈물방울 소리였다.     
“계량이 안에 있니!”
서쪽으로부터 번져오는 저녁노을을 쪽문 틈으로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열여덟 살 부푼 여인의 가슴이 울렁거릴만큼 황홀했다. 

“뉘시온지요.”

되묻는 그 목소리에 아쉬움이 속속 배어 있었다.

자신을 찾는 사람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고 또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데서 흘러나오는 푸념 섞인 말투였다.

“뉘는 뉘라고. 나 춘섬일세. 들어가도 되겠나.”

부안현의 기생어미인 춘섬이었다.


계량이 마지못해 응대하고는 방문을 열자 열려진 방문 사이로 방안을 훑어보던 춘섬이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아니, 왜 이리 청승 떨고 있느냐. 이 좋은 날 방문까지 꼭 걸고 말이야.”

거문고를 타다… 매창의 눈에는 눈물이
부안현에 찾아온 조선 최고의 시인은?

계량이 대답 대신 옷 앞부분을 가다듬었다.

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춘섬의 시선이 계량의 가슴으로 향했다.

터질 듯이 솟아 오른 가슴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 음흉함이 그대로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를 감지한 계량이 손으로 자신의 양 가슴을 내리 눌렀다.

춘섬의 음흉한 시선에 묘한 미소가 더해졌다.

계량의 하는 양을 바라보던 춘섬이 급히 자리에 앉아 계량의 손을 잡아끌었다.

“오늘 한양에서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해서 내가 특별히 자네를 천거했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계량의 말에 의심의 눈초리가 함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일이 떠올랐던 때문이었다.

한양에서 내로라하는 가문의 사내라고 거들먹거리기에 그와 자리를 함께한 적 있었다.

그러나 멀쩡한 허우대와는 달리 머릿속에 든 것이라고는 하나 없고 오로지 계량을 노리개 정도로 간주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은근히 다가오더니 술이 들어가자 여지없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참 물이 오르기 시작한 계량의 여체를 탐하고자 덤벼들었고 그 실랑이 속에 계량의 옷자락이 찢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순간 그 사내도 아차한 모양으로 잠시 사이를 두는 틈을 이용하여 계량이 시 한 수 토해냈다.

贈醉客(증취객) 취한 손에게 드림

醉客執羅衫(취객집나삼) 취한 손님이 명주저고리 옷자락 잡으니 
羅衫隨手裂(나삼수수열) 손길 따라 명주저고리 소리 내며 찢어졌네 
不惜一羅衫(불석일라삼) 명주저고리 하나쯤이야 아까울 게 없건만 
但恐恩情絶(단공은정절) 임이 주신 은정까지 찢어졌을까 그것이 두렵네 

시를 들은 사내는 계량의 마음을 읽었는지 자신의 경솔함을 탓하고 자리를 물린 일이 있었다.

바로 그 일이 춘섬의 주선으로 발생했었다.

그러니 춘섬으로서도 그런 일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섬이 더욱 은근하게 계량에게 다가섰다.

“전과 비교하면 큰 오산일세.”

춘섬의 행동뿐만 아니라 소리도 당당했다.

계량이 심드렁하게 대했던 태도를 바꾸어 찬찬히 춘섬을 응시했다.

춘섬의 하는 양으로 보아 이번에는 자신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였다.   

“하오면.”

“내가 잘은 몰라도 조선 최고의 시인이 이곳에 왔다는구나. 그래서 내 특별히 자네를 천거했네. 자네만이 그 사람과 대적 될 듯해서 말이야.”

춘섬의 말에 일시적으로 흥미가 일었으나 행여 그런 일이 있으려니 하는 생각이 머리를 휘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 최고의 시인이 변방 중에 변방인 부안현까지 무엇하러 왔다는 말인가. 

“어머니, 그냥 저는 빠지는 편이 나을 듯해요. 괜히 제가 끼어들었다가 지난번처럼 낭패당할 수는 없잖아요.”

지난번 경우엔 춘섬의 음모가 숨어있었다.

한양의 돈 많은 사내에게 계량을 소개하고 그 중간에 거금의 돈을 챙기려 했으나 계량의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일이 틀어져 모두가 곤란한 처지에 놓였었다.

춘섬이 애가 타는 듯 바짝 다가앉아서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네. 내 솔직하게 이야기함세.”

계량이 슬쩍 미소를 던졌다. 

“그래요, 어머니. 무슨 일인지 들어볼게요.”

“실은 내가 천거한 것이 아니고 저쪽에서 특별히 자네를 지목하여 보고자 한다네. 그래서 내 이리 급히 달려왔고 말이야.”

“저 쪽에서요?”

“그렇다네. 한양에서 내려온 그 사람이 특별히 자네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을 넣었다는 이야기일세.”

최고의 시인?

춘섬을 바라보는 계량의 표정이 진지했다. 

“도대체 그 분이 누구란 말인가요.”

“나도 그 이상은 아는 바 없네. 다만 이 조선 땅에서 최고의 시인이라는 이야기 외에는…….”

“조선 땅에서 최고의 시인이라.”

계량이 가만히 손가락을 접어보았다.

계량이 알기로 조선 땅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으로는 백대붕과 촌은 유희경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두 시인 중에 한 사람이 부안현을 방문했고 급기야 자신을 찾는다는 말인가.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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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