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14) 회상

첫사랑 유희경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허균의 심정이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았다.

그를 감지한 매창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를 느꼈다. 결국 자신의 이야기로 상황이 그리 되었으니 반드시 자신이 그 일을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나리, 소녀의 경거망동이었습니다. 그러니 용서하여 주십시오.”

매창의 표정으로 보아 진정으로 자신이 꺼낸 말에 대해서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듯이 보였다.

“그리 간단히 용서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말을 멈춘 허균이 거문고를 주시했다.

거문고를…

“나으리, 거문고를 타 올릴까요.”

허균이 대답 대신 밭은기침을 내뱉자 매창이 상 앞에서 물러나 조심스럽게 거문고를 안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거문고를 앞에 두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매창의 차분하고 결 고운 모습에 허균의 가슴이 술렁이고 있었다.  

매창과 거문고.

허균이 들은 바 있었다.


매창의 시에 관한 천재성도 그러려니와 거문고 연주도 조선에서 으뜸일 것이라 했다.

그런 이유로 매창의 거문고 연주를 듣기 원하였으나 차마 대놓고 요구하기는 무안했던 터였다. 

매창이 거문고의 음을 조율하려는 듯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허균이 그 순간순간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조금은 야윈 듯 보이는 가늘고 앙증맞은 손끝에 거문고가 ‘팅’하는 소리를 내며 굴복하고 있었다.

찬찬히 매창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거문고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매창의 눈에서 떨어지는 수정 같은 눈물방울 소리였다.     
“계량이 안에 있니!”
서쪽으로부터 번져오는 저녁노을을 쪽문 틈으로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열여덟 살 부푼 여인의 가슴이 울렁거릴만큼 황홀했다. 

“뉘시온지요.”

되묻는 그 목소리에 아쉬움이 속속 배어 있었다.

자신을 찾는 사람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고 또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데서 흘러나오는 푸념 섞인 말투였다.

“뉘는 뉘라고. 나 춘섬일세. 들어가도 되겠나.”

부안현의 기생어미인 춘섬이었다.


계량이 마지못해 응대하고는 방문을 열자 열려진 방문 사이로 방안을 훑어보던 춘섬이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아니, 왜 이리 청승 떨고 있느냐. 이 좋은 날 방문까지 꼭 걸고 말이야.”

거문고를 타다… 매창의 눈에는 눈물이
부안현에 찾아온 조선 최고의 시인은?

계량이 대답 대신 옷 앞부분을 가다듬었다.

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춘섬의 시선이 계량의 가슴으로 향했다.

터질 듯이 솟아 오른 가슴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 음흉함이 그대로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를 감지한 계량이 손으로 자신의 양 가슴을 내리 눌렀다.

춘섬의 음흉한 시선에 묘한 미소가 더해졌다.

계량의 하는 양을 바라보던 춘섬이 급히 자리에 앉아 계량의 손을 잡아끌었다.

“오늘 한양에서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해서 내가 특별히 자네를 천거했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계량의 말에 의심의 눈초리가 함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일이 떠올랐던 때문이었다.

한양에서 내로라하는 가문의 사내라고 거들먹거리기에 그와 자리를 함께한 적 있었다.

그러나 멀쩡한 허우대와는 달리 머릿속에 든 것이라고는 하나 없고 오로지 계량을 노리개 정도로 간주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은근히 다가오더니 술이 들어가자 여지없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참 물이 오르기 시작한 계량의 여체를 탐하고자 덤벼들었고 그 실랑이 속에 계량의 옷자락이 찢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순간 그 사내도 아차한 모양으로 잠시 사이를 두는 틈을 이용하여 계량이 시 한 수 토해냈다.

贈醉客(증취객) 취한 손에게 드림

醉客執羅衫(취객집나삼) 취한 손님이 명주저고리 옷자락 잡으니 
羅衫隨手裂(나삼수수열) 손길 따라 명주저고리 소리 내며 찢어졌네 
不惜一羅衫(불석일라삼) 명주저고리 하나쯤이야 아까울 게 없건만 
但恐恩情絶(단공은정절) 임이 주신 은정까지 찢어졌을까 그것이 두렵네 

시를 들은 사내는 계량의 마음을 읽었는지 자신의 경솔함을 탓하고 자리를 물린 일이 있었다.

바로 그 일이 춘섬의 주선으로 발생했었다.

그러니 춘섬으로서도 그런 일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섬이 더욱 은근하게 계량에게 다가섰다.

“전과 비교하면 큰 오산일세.”

춘섬의 행동뿐만 아니라 소리도 당당했다.

계량이 심드렁하게 대했던 태도를 바꾸어 찬찬히 춘섬을 응시했다.

춘섬의 하는 양으로 보아 이번에는 자신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였다.   

“하오면.”

“내가 잘은 몰라도 조선 최고의 시인이 이곳에 왔다는구나. 그래서 내 특별히 자네를 천거했네. 자네만이 그 사람과 대적 될 듯해서 말이야.”

춘섬의 말에 일시적으로 흥미가 일었으나 행여 그런 일이 있으려니 하는 생각이 머리를 휘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 최고의 시인이 변방 중에 변방인 부안현까지 무엇하러 왔다는 말인가. 

“어머니, 그냥 저는 빠지는 편이 나을 듯해요. 괜히 제가 끼어들었다가 지난번처럼 낭패당할 수는 없잖아요.”

지난번 경우엔 춘섬의 음모가 숨어있었다.

한양의 돈 많은 사내에게 계량을 소개하고 그 중간에 거금의 돈을 챙기려 했으나 계량의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일이 틀어져 모두가 곤란한 처지에 놓였었다.

춘섬이 애가 타는 듯 바짝 다가앉아서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네. 내 솔직하게 이야기함세.”

계량이 슬쩍 미소를 던졌다. 

“그래요, 어머니. 무슨 일인지 들어볼게요.”

“실은 내가 천거한 것이 아니고 저쪽에서 특별히 자네를 지목하여 보고자 한다네. 그래서 내 이리 급히 달려왔고 말이야.”

“저 쪽에서요?”

“그렇다네. 한양에서 내려온 그 사람이 특별히 자네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을 넣었다는 이야기일세.”

최고의 시인?

춘섬을 바라보는 계량의 표정이 진지했다. 

“도대체 그 분이 누구란 말인가요.”

“나도 그 이상은 아는 바 없네. 다만 이 조선 땅에서 최고의 시인이라는 이야기 외에는…….”

“조선 땅에서 최고의 시인이라.”

계량이 가만히 손가락을 접어보았다.

계량이 알기로 조선 땅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으로는 백대붕과 촌은 유희경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두 시인 중에 한 사람이 부안현을 방문했고 급기야 자신을 찾는다는 말인가.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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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