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역대급 재벌가 상속세 TOP7

돈?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한진그룹의 상속세 신고로 재벌 상속세에 다시 관심이 모인다. 현재까지 1000억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했던 기업은 총 7개. 모두 납부한 기업이 있는 반면 아직까지 진행 중인 기업도 여럿 보인다. <일요시사>서 역대 재벌 회장님들의 상속세 규모를 순위별로 정리해봤다. 
 

▲ 구본무(LG그룹)·신용호(전 교보생명)·고 이운형(전 세아그룹)·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상속으로 내야 할 상속세는 사상 최대인 9000억원 규모였다. LG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LG 주식 11.3% 가운데 8.8%를 상속했다. 구 회장 지분은 기존 6.2%서 15%로 늘어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LG는 LG전자, LG화학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다.

9000억

구 회장과 함께 장녀 구연경씨 2.0%(346만4000주), 차녀 구연수씨 0.5%(87만2000주)도 각각 분할 상속받았다. 구 회장 등 상속인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5년간 나누어 상속세를 납부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 등 3남매가 내야 할 상속세가 9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봤다. 주식 상속세는 고인이 사망하기 전 2개월, 사망 후 2개월 등 4개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정한다. 이 경우 전체 상속 지분 규모는 1조5200억원 수준이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할증세율 20%가 추가된다.

주식 상속 규모가 30억원 이상이면 과세율 50%가 적용된다.


전체 상속세 9000억원 중 구 회장이 납부해야 할 세금은 7000억원 이상이다. 이는 역대 상속세 중 사상 최대 규모다. 구 회장 등 3남매는 상속세 규모가 큰 만큼 연부연납 방식으로 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부연납은 상속세 규모가 클 경우 여러 해에 나눠 분할 납부하는 제도다.

재계에선 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 받아 세금을 납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LG그룹 관계자는 “상속인들은 국내 역대 상속세 납부액 가운데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LG 주식에 대한 상속세를 관련법규를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700억

지난달 29일 조양호 전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2700억원대의 상속세를 국세청에 신고했다. 

우선 조 전 회장의 유족은 연부연납 제도에 따라 1차로 45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회장의 유족은 고인의 급여와 퇴직금, 지분 등을 활용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 전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상장사에서는 한진칼(17.84%), 한진칼 우선주(2.40%), ㈜한진(6.87%), 대한항공(0.01%), 대한항공 우선주(2.40%)와 비상장사에서는 정석기업(20.64%), 한진정보통신(0.65%), 토파스여행정보(0.65%) 등이 있다.


조 전 회장은 사후에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 진에어, 한국공항 등 5개 상장 계열사서 총 702억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그 중 퇴직금은 총 650억4500만원에 달한다.

역대 1위는 LG그룹…압도적인 격차 
기업별 납부 전략은…연부연납 답?

여기에 한진그룹은 조 전 회장의 보유지분을 일부 정리하면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 최근 한진그룹은 조 전 회장의 ㈜한진 지분 6.87%를 GS홈쇼핑에 250억원에 매각했다.

조 전 회장의 유족은 민법서 정한 비율대로 지분을 나누기로 합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보유했던 주식에 대한 배우자 및 직계비속의 법정상속분은 별도 유언에 따른 증여가 없으면 조 전 회장의 부인인 이 이사장과 세 자녀 등 4명은 각각 ‘1.5대 1대 1대 1’의 비율로 나눠 받게 된다.

민법에는 배우자와 자녀의 상속순위가 똑같이 1순위지만, 상속분은 배우자에게 50% 가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조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하면 이 전 이사장은 5.94%, 조 회장 등 자녀 3명은 3.96%씩 나눠 받게 된다.

1800억

2003년 타계한 신용호 교보생명 전 회장의 유족들은 183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신 전 회장의 유족들은 유족들은 비상장주식, 부동산 등을 포함해 3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받은 후 주식을 물납하는 방식으로 약 1340억원의 상속세를 신고 납부했다.

하지만 국세청 상속세 조사 후 500억원가량이 늘어나 최종적으로 1840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 과정서 유족들은 물납한 비상장주식에 대해 증권거래세를 부과한 국세청을 상대로 조세불복을 제기하기도 했다.

1700억

2013년 타계한 이운형 세아그룹 전 회장의 후손들도 상속세 모범납부 사례로 꼽힌다. 세아그룹 3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은 세아제강과 비주력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주식담보대출까지 받아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13년 이운형 선대회장이 해외출장 중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작고하면서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의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이 부사장은 모친인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회장과 세 누나와 함께 3800억원에 가까운 자산을 상속받았다.

상속재산이 많은 만큼 세금 부담 또한 자연스럽게 커졌다. 가장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이 부사장은 17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1000억대에 달하는 상속세는 이 부사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한 듯했다.
 

▲ (사진 왼쪽부터)이임용 태광산업 전 회장, 전락원 파라다이스그룹 전 회장,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하지만 이 부사장은 ‘세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지난 2013년 9월 연부연납을 신청하고 매년 1회씩 5년간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이 부사장은 선대 회장이 작고하면서 이 부사장은 세아제강 지분 8.38%를 상속받아 총 지분 19.12%로 세아제강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그는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아제강의 지분을 수차례에 걸쳐 매각했다. 세아제강은 이 부사장의 사촌인 이주성 부사장이 경영하고 있는 곳으로 수 차례에 걸친 지분 매각에 따라 이태성 부사장의 세아제강 지분은 4.2%에 불과하다.

1500억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상속세 1500억원을 5년간 나눠서 내고 있다.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은 오뚜기 46만5543주(13.53%)를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전량 상속했다. 계열사 조흥 주식(1만8080주, 3.01%)도 함영준 회장에게 넘겼다. 오뚜기 창업자인 함 명예회장이 별세한 지 3개월 만에 상속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의 오뚜기 지분은 15.38%서 28.91%로 높아지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고 함 명예회장은 1990년대 말부터 경영권을 장남에게 넘겼지만 최대주주 자리는 운명 직전까지 지켜왔다.

함 회장은 수천억대원대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상속세·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 이상의 상장 주식을 증여하면 증여세 50%가 부과된다. 현재 오뚜기 주가는 65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상속세는 1500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내기전…편법상속 시도
내고도…넘치는 의혹들

함 회장은 수천억원대 상속세를 5년간 분납할 예정이다. 상속세·증여세법에 따라 상속세가 2000만원 이상일 경우 최대 5년간 분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상속세 재원으로 배당금을 활용할 여지가 크다. 오뚜기 주당 배당금은 2011년 2500원서 지난해 52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작년 배당성향은 16.81%로 높은 편이 아니다. 함 회장이 작년 오뚜기(28억원), 오뚜기라면(26억원) 등 5개 계열사를 통해 받은 배당금도 60억원 수준이다.

추후 5년간 함 회장이 매년 수백억원대의 상속세를 분납해야 하는 만큼 오뚜기 등 계열사 배당성향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고 함 명예회장의 두 딸인 함영림 이화여대 교수, 함영혜(주부)씨 등은 이번 오뚜기 주식 상속서 배제됐다.

1300억

2004년 별세한 설원량 대한전선 전 회장의 유족들도 1355억원의 상속세를 부담했다. 당시 상속재산 중 대한전선의 주식 가치는 937억원에 달했지만 설 전 회장 일가는 대주주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상속세를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납부했다. 

당시 대한전선은 설 전 회장 부인인 양귀애 대한전선 고문과 장남 윤석씨, 차남 윤성씨 등 유가족이 3339억원 재산을 상속받음에 따라 1355억원의 상속세를 반포세무서에 신고했다. 

설 전 회장 유가족은 3339억원에 상당하는 상속재산을 받게 돼 이 같은 상속세를 낸다고 신고했다. 상속재산은 상장사인 대한전선 주식 1297만여 주(평가총액 937억원) 등 유가증권과 부동산 770억원을 비롯해 기타 유가증권과 현금성자산, 동산 등으로 구성됐다. 고 설 회장의 대한전선 지분(32.44%)은 윤석씨(22.45%)와 윤성씨(6.81%), 양고문(3.20%) 등에게 나눠 상속됐다.

이에 따라 두 아들이 최대주주인 삼양금속(30%)이 단일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윤석씨가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당시 대한전선 관계자는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상속세 신고에 누락되는 부분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1955년 설립된 대한전선은 지난해 1조2461억원 매출에 433억원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옵토매직, 삼양금속, 대한벌크터미널 등 7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1000억

1996년 말 세상을 떠난 이임룡 태광산업 전 회장의 유족들은 106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사망한 다음해인 1997년에 장남인 고 이식진씨는 태광산업 주식 4만6732주(4.2%)와 대한화섬 6만5708주(4.95%)를 상속했으며,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도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주식을 각각 4.2%와 4.95%씩 물려받았다. 

당시 태광산업 주가는 40만8000원, 대한화섬 주가는 7만4000원으로 두 사람이 각각 239억원 상당의 지분을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당시 이 회장 일가는 106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현재 이 회장(15.14%)을 비롯한 일가 10명의 태광산업 지분은 28.75%다.

하지만 태광그룹은 편법 상속 의혹에 휘말렸다. 이임룡 회장이 사망한 뒤 자녀들이 재산을 상속하는 과정서 차명으로 관리되던 태광산업 발행주식의 약 32%가 공식 상속재산 목록서 누락된 것으로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최종현 SK그룹 전 회장의 유족들은 73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고 전락원 파라다이스그룹 전 회장 일가는 436억원의 상속세를 국세청에 신고했다. 2001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유족들이 낸 상속세(302억원)는 상대적으로 너무 적은 액수로 눈길을 끈 사례다. 이후 현대자동차그룹 등 범 현대가 계열사들이 편법상속 의혹으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한국인 무덤’ 캄보디아는 지금…

‘한국인 무덤’ 캄보디아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캄보디아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교민 사이에서는 피해자가 일확천금을 노리고 제 발로 들어와 납치, 감금 등 위험에 노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업자득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최근 들어 다수의 한국인이 캄보디아에서 강력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여행을 꺼리는 사람 가운데 일부는 타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 공포를 느낀다. 국가별로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고 언어 장벽으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는 점도 두려움에 일조한다. 돈 벌러 자발적으로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후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피해를 당하는 사건·사고 건수가 급증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해외여행에서 사건·사고 피해를 당한 국민은 1만5769명에 달한다. 2022년(1만1323명)과 비교하면 39.3% 늘었고 코로나19 여파가 있던 2021년(6498명)과 비교하면 2.4배 증가한 수치다. 유형별로는 분실 사고가 5618건(35.6%)으로 가장 많았다. 절도 2716건(17.2%), 사기 1003건(6.4%), 실종 의심 714건(4.5%), 교통사고 694건(4.4%) 등이 뒤를 이었다. 폭행·상해(584건), 강도(140건), 강간·강제추행(105건), 납치·감금(93건), 살인(22건) 등 강력범죄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최근 들어 특정 국가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 그중에서도 캄보디아가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피 국가’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고문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 건수는 2021년 4건, 2022년 1건이었으나 2023년 17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까지 330건으로 또 크게 늘었다. 일부 피해자는 고수익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말에 속아 캄보디아에 갔다가 범죄조직의 먹잇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공포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시기는 한국인 20대 남성 박모씨가 고문을 당한 끝에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대학생으로 알려진 박씨는 지난 8월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20대 대학생 30대 여성 감금 및 고문 끝에 사망 박씨의 사망 이후 경찰 조사,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주변 상황이 드러났다. 돈과 사람이 얽힌 범죄 관련성이 제기되면서 충격은 배가 됐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박씨 통장에 있던 조직범죄 수익금 수천만원이 인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박씨의 통장은 범죄조직의 대포통장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충격이었던 점은 박씨를 캄보디아로 보낸 사람이 그의 대학 선배였다는 사실이다. 박씨의 사망 소식을 시작으로 캄보디아에 간 지인 혹은 자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고가 우후죽순 쏟아졌다. 부산에서는 2건의 납치 및 감금 의심 신고가 접수됐는데 1명은 구직을 위해 캄보디아로 갔다가 연락이 두절된 상태고, 다른 1명은 감금돼 있다면서 구조를 요청한 것을 가족이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대구 지역에서도 캄보디아에 출국한 뒤 연락이 끊긴 3명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1명이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캄보디아 관련 실종 신고가 총 4건 접수됐다. 강원에서도 춘천, 원주, 동해, 영월 등지에서 실종 신고가 발생했다. 경찰이 파악한 바로는 캄보디아에 출국했다가 연락이 끊긴 실종자 대부분은 ‘취업’ ‘구직’ ‘경제 활동’ 등의 이유로 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구인 글에 유인된 것으로 추정된다. 납치 감금 살인까지 경찰은 지난 14일 캄보디아 실종·감금 통계를 공표했다. 경찰이 관련 통계를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달 13일까지 약 2년간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사건은 143건 접수됐다. 이 중 대상자의 소재와 신변 안전이 확인된 사건은 91건이며 나머지 52건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경찰이 수사하는 도중에도 납치·감금·사망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30대 한국인 여성 박모씨가 캄보디아 국경 인근의 베트남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지난 15일 경찰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여성은 유흥업소로 데려갈 여성을 유인하는 이른바 ‘모집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박씨는 8월 초 30대 한국인 여성 2명에게 “계좌이체를 도와주면 1300만원을 챙겨주겠다”고 속여 캄보디아로 유인했다. 이후 박씨는 종적을 감췄다가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뒤 캄보디아로 돌아가는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가 유인한 2명은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피해자가 됐다. 2명은 감금 13일 만에 한국에 있던 지인의 신고로 구조됐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도 조직의 협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녀의 사진과 납치 당시 강제로 마약을 투여한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브로커는 이미 죽었다. 다음은 네 차례야”라며 살해 협박도 가했다고 한다. 잇따른 사망 소식에 2년 전 의문사한 BJ 사건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BJ 아영(변아영)은 2023년 6월2일 지인과 함께 캄보디아에 입국했고 나흘째 되는 같은 달 6일 프놈펜의 한 공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J 아영 사건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자아냈지만 진상은 여전히 미궁에 있는 상태다. 국내에도 조직 있다 캄보디아 경찰은 BJ 아영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병원 소유자인 30대 중국인 부부를 체포했다. 이들은 BJ 아영이 본인 소유의 병원에서 수액과 혈청 주사를 맞고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신 상태와 관련해 성폭행 가능성이 제기됐다. 캄보디아 경찰에 따르면 시신 발견 당시 BJ 아영은 속옷 상의를 입지 않은 상태였고 속옷 하의도 거꾸로 입고 있었다. 체포된 중국인 부부는 성폭행 의혹을 부인했다. 캄보디아 경찰은 이들을 고문을 동반한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아영은 2021년부터 수차례 캄보디아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그의 지인도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유명인은 BJ 아영만이 아니다. 개그맨 서세원씨도 BJ 아영과 같은 해 4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인 병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당뇨 합병증을 앓던 서씨가 링거를 맞다가 쇼크사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후 프로포폴 투약과 의료 과실 의혹이 불거졌다. 당일 병원 면접을 본 간호사의 과실 등 여러 의문이 제기됐지만 진실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씨의 유족은 캄보디아 현지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의 딸인 서동주씨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최초 신고자가 누군지, 링거와 수액을 가져갔는지, 간호사 진술은 받았는지, 약물(혹은 독극물) 검사를 했는지 상식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그런데 제가 들은 이야기는 ‘링거를 맞다가 돌아가셨다’는 게 전부”라고 토로했다. 정부 대책 마련 촉구했지만 ‘한탕’ 노리고 떠나는 2030 이날 방송에서 그는 “좋은데 너무 싫기도 했고 잘 보이고 싶다가도 미웠다. 너무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면서 “저랑 닮은 면이 너무 많은데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마음이 복잡했다”고 털어놨다. 또 서씨의 장례를 치르던 도중 반려견이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장례를 2번 치르니까 사는 게 너무 허망했다”고 눈물을 보였다. 캄보디아 경찰은 보이스 피싱, 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64명을 지난 17일 한국으로 추방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경찰의 이번 조치는 한국인 실종 및 구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파견된 한국 정부 조사단의 활동에 따른 것이다. 앞서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이끄는 캄보디아 취업 사기 및 납치·감금 사건 관련 정부 합동 대응팀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훈 마네트 총리를 예방했다. 잇따른 납치·감금 사건에 대한 적극적 대책 마련과 협조를 캄보디아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캄보디아 관련 사건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앞으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 사건이 발생할 여지가 너무나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피해를 입은 이들 대다수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들어갔다가 문제가 생긴 것이기에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범죄조직을 소탕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캄보디아는 이미 보이스 피싱, 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범죄를 위한 조직이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국내에도 조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조직원을 캄보디아로 이른바 ‘공급’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앞으로 일각에서는 사건의 배경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부분 피해자가 20~30대 젊은 층에 집중된 부분을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이 잘 안 되고 사회적 지위도 낮아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한탕’을 노리고 타국을 향해 떠나는 이들에게 눈 돌릴 구석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