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최장수 총리’ 이낙연의 887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1.05 09:06:52
  • 호수 12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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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만 잘 넘기면 청와대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재임 887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됐다. 역대 총리 중 가장 안정감 있게 국정을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총리의 887일을 돌아봤다. 
 

▲ 최장수 국무총리 타이틀을 갖게 된 이낙연 국무총리

 

지난달 2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날은 재임 881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동안 총리실은 역대 총리들의 취임 1·2주년 등에 맞춰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이 총리와 관련된 보도자료 등을 일절 내지 않았다. 한껏 몸을 낮춘 셈이다.

안정적인 
국정운영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인데, 특별히 소감이라고 할 건 없다”면서도 “그런 기록이 붙었다는 것은 저에게 분에 넘치는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 총리는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이날부로 민주화 시대 역대 국무총리 중 재임기간이 가장 길었던 김황식 전 총리(880일)의 기록을 넘어섰다. 3공시절엔 정일권 총리(1964년 5월10일∼1970년 12월20일) 등이 장기 재임했지만, 당시는 대통령 단임제가 아니었던 만큼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이 총리는 1기 내각이 마무리되는 시점의 소회에 대해 “나름대로 놀지 않고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면 잘된 것도 있지만 아쉬운 것도 없지 않다”며 “지표상 나아지고 있는 것들이 있지만, 그래도 삶이 어려우신 분들은 여전히 어렵다. 그런 국민들의 고통에 대해선 늘 저의 고통처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국무총리로서 이 총리의 887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후하다. 발탁 당시만 해도 ‘호남에 대한 배려’로 임명된 인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취임 이후에는 국무총리로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 총리의 ‘사이다 답변’이 큰 주목을 받았다. 언론 및 정계에 오래 몸담은 경험을 토대로 야당 및 언론 등의 공세에도 매우 능수능란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정부질문 때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와 경륜을 보여주며 ‘품격 있는 총리’라는 인상을 심었다. 

민주화 후 김황식 887일 기록 넘어
‘사이다’ ‘군기반장’ 이미지 구축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문재인정부의 복지 공약을 비판하자 “복지 내용은 자유한국당 포함 5당의 대선 공약이었다”고 응수했다. 김 의원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 대통령이)대화를 구걸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말했다”며 문 대통령을 비판하자, 이 총리는 “의원님이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발언해 침묵하게 했다.

이 총리는 취임 일성서 “국민, 그리고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와 부단히 소통할 것”이라고 했던 약속도 충실히 지키고 있다. 과잉 의전 논란으로 빈축을 샀던 전임 황교안 총리(현 자유한국당 대표)와 달리 시민들에게 다가가며 낮은 자세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민과의 소통과 함께 언론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라디오 프로그램, TV 뉴스 생방송 등 형식을 가리지 않고 출연해 문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 현안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또 문정부가 ‘책임 총리’를 공언한 만큼, 기존의 대독 총리, 의전 총리를 넘어 각종 현안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중량감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첫 정부 업무보고를 문 대통령을 대신해 직접 주재했다. 국무총리가 정부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책임 총리를 공언한 만큼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리 업무 보고를 시켰다고 해석했다.


이 총리는 외교나 국방을 제외한 민생과 관련된 일상적인 국정 운영의 총책임자는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일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리스마로 
내각 장악

자신이 밝힌 소신대로 이 총리의 행보는 민생으로 정리된다. 취임 이후 이 총리는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 가뭄, 수해, 살충제 계란 파동 등 숨 가쁜 민생 현장을 찾으면서 자신이 민생 현안의 최종 책임자임을 증명하고 있다. JTBC <썰전>의 박형준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허점을 보일 때마다 이 총리가 깔끔한 조정 능력으로 이를 수습해 민심의 실망이 적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강한 통솔력과 카리스마로 내각의 ‘군기반장’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총리는 고위 관료들에게 업무 파악을 대단히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미숙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불호령을 날린다. 취임 초기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미숙한 모습을 보여준 류영진 식약처장에게 “이런 질문은 국민이 할 수도 있고 브리핑서 나올 수도 있는데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 거라면 브리핑을 하지 말라”고 직설적으로 질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깐깐한 이 총리 때문에 장관들이 총리 주재 국무회의가 돌아올 때마다 ‘보고 노이로제’에 시달린다고 한다. 장관들 사이서 ‘대통령은 자모, 총리는 엄부’라는 말이 돌 정도다. 또 다른 일화로 이 총리는 국무회의서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무안한 미소만 짓던 A장관을 향해 “지금 웃음이 나옵니까?”라는 말 한마디에 A장관은 사색이 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총리는 일본을 방문해 과거사 배상 및 무역 갈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치 중인 한일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도 했다. 이 총리는 지난달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관련 “일본의 태도가 변하지 않은 것도 있고 약간의 변화 기미가 엿보이는 것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지난달 22일부터 2박3일간의 방일 기간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 아베 총리와 회담 등 공식 일정만 14개를 소화했다. 비공식 정계·학계·언론계 인사 면담도 3차례 이상 진행했다.

특히 아베 총리와의 회담은 예정됐던 10분을 훌쩍 넘겨 21분간 진행됐다. 중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아베 총리가 전날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과 19분간 회담한 것을 고려하면 한일 총리회담이 상당히 비중 있게 진행된 셈이다. 또 일본 정부서 면담이 아니라 회담이라는 단어를 먼저 사용해 양국의 총리 만남을 격상시켰다.

한일 간 대화의 물꼬를 튼 이후에도 당장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을 앞두고 몸값이 금값이 되고 있다. 이 총리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으로 각종 여론조사서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 1위에 올라 있다. 

다음 대권?
지지율 1위

지난달 30일 ‘알앤써치’의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조사결과, 조국 파동 후 이 총리 지지율은 9월보다 1.8%포인트 오른 27.2%로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보다 5.6%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 총리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청와대에선 이 총리를 대체할 만한 차기 총리 후보감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반면 여당은 이 총리가 당으로 돌아와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 총리는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화롭게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총리가 최장수 총리로 등극하고,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로 꽉 막힌 한일 관계를 뚫는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된 데는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취임 초만 해도 문 대통령과 특별한 개인적 인연이 없는 ‘비문’인 이 총리가 문 대통령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국정의 오랜 ‘길동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총리는 ‘내각 군기반장’으로 국정 운영에 있어 안정감과 균형감을 보여 주면서 문 대통령의 ‘보완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청와대는 물론 당 안팎서 총리를 보는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반면 조국 사태 이후 위기를 맞은 여권에선 ‘이낙연 역할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이 총리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온다. 이 총리가 총선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한 당내 요구는 제각각이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 1위…총선 역할론 힘 받아
선대위원장·험지 출마 등 여권서 러브콜 쇄도

우선 선거대책위원장 등 당의 간판으로 나서 총선을 진두지휘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이철희·표창원 의원이 ‘이해찬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와중에 이 총리가 함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나서면 민주당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의 험지에 직접 출마하거나 종로·세종 등 격전지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총리가 높은 지지율로 여권 내 대선후보 1위 자리를 거머쥐면서 대중적 지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 고 이완구 전 총리

‘총선 차출론’은 이 총리의 향후 대권 행보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총리 체제로 치러진 총선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이 총리의 단점도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비문이나 당의 혁신을 요구하는 소장파가 이 총리를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선거 과정 인지도를 높일 수 있으며, ‘호남 출신 한계론’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정치권은 이 총리가 당으로 복귀한다면 어떤 시기에, 어떤 자리로 복귀할 것이냐를 두고 여러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 총리의 향후 거취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부터 내년 총선에 출마할 공직자들의 사퇴 기한인 내년 1월16일 사이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후임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다. 총리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 통과된다. 조국 사태로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진 탓에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 어려운 점도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법무부장관 외에는 달리 개각을 예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사퇴 언제?
총선 차출설

이 총리도 지난달 2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눈치 없이 오래 머물러있는 것도 흉할 것이고, 제멋대로 (처신)해서 사달을 일으키는 것도 총리다운 처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만큼 여당은 이 총리의 총선 전 당 복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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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