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4당 공조 흔들 한국당 카드는?

계산은 끝났다 베팅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회가 검찰 개혁안이 담긴 패스트트랙을 12월에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하면서 여야는 한 달간 협상할 시간을 갖게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선거제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항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과 군소야당들과의 4당 공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의 속내는 더 복잡해졌다.
 

▲ 국회가 검찰 개혁안이 담긴 패스트트랙을 12월에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한 가운데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하 공수처법)이 포함된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검찰 개혁안을 오는 12월3일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여야4당과의 공조 의지를 피력했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검찰 개혁안과 선거제 개혁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조했다. 절차상 내년 1월 말에 부의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한 달 간 여야의 극한 대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디데이 12월3일
극한 대치 전망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사법개혁 법안의 경우 신속처리안건 지정일로부터 180일이 되는 10월28일까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심사 기간이 57일에 불과해 체계·자구심사에 필요한 90일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법사위 이관(9월 2일) 시부터 계산해 90일이 경과한 12월3일에 사법개혁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이라고 말했다.

본회의 부의를 29일 할 것이라는 여야의 예상을 깬 결과로, 법사위에 이관한 날부터 체계·자구 심사 90일을 꽉 채워 여야가 합의를 도출하라는 문 의장의 속내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선거제 개혁안의 선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군소야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점이 부의 날짜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선거제 개혁안의 선처리 약속을 깨고 공수처법만 먼저 처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군소야당서 나오면서 검찰 개혁안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내달 3일의 패스트트랙에 대한 국회 부의 입장에 반대 입장 밝히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제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4당의 확실한 공조 계획이 불발되면 공수처법을 포함한 검찰개혁안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문 의장에게도 큰 타격이 갔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한국당은 이날 부의를 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12월3일도 국회법에 맞지 않는 날짜라고 비판하면서 검찰개혁안·선거제 개혁안 모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12월3일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에 어긋나는 해석”이라며 법사위에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주면 내년 1월 말에 부의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부의 날짜 두고 여야 입장차 ‘극명’
여 통과 위해 ‘투트랙 협상’ 본격화

반면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원칙을 이탈한 해석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군소야당과 본격적인 공조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이 원내대표는“한국당,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의 협상만으로는 안 되니, 이전에 패스트트랙 공조를 추진했던 야당들, 정치그룹들과 검찰개혁 및 선거개혁을 어떻게 할지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공수처 법안이 예산안 전에 처리되기는 어려웠으니, 의장 뜻에 따라 여야 간 합의를 하면 될 일”이라며 “일장일단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안과 선거제 개혁안, 여기에 예산안까지 처리해야 할 민주당 지도부에게는 두 가지 전략이 있다. 하나는 한국당을 설득해내는 방안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공수처 절대 반대’를 내세우고 있고 선거제 개혁안의 ‘의원 정수 확대’에 있어서도 큰 이견을 보여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른 하나는 군소 야당과의 여야4당 공조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한국당과의 협의에 교착상태에 빠진 민주당에게는 군소정당의 공조가 필요하다. 검찰 개혁안 처리를 위한 의석 과반수(149석)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주당(128석)과 대안신당(10석) 정의당(6석)의 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과의 협상 또한 쉽지 않다.


현재 민주당은 의원 정수 확대 불가를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야당이 의원 정수 확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4당이 공조의 댓가로 내세운 것이라는 일각의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여야4당의 의원 정수 확대 협상은 검찰 개혁안 통과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여야 셈법 분주
각당의 전략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서 "의원 정수는 현행 300석의 10% 범위서 확대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현재 의원 정수 300명서 30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세비와 보좌관 수를 줄이고 관련 예산을 최소 5∼10년간 동결하겠다고 하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 역시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고 보수 수준을 줄여 10%를 증원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도 “30명 증원은 지역균형 발전은 물론, 인구와 면적을 대변할 수 있는 길”이라며 의원 정수 확대에 동의했다.
 

▲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 갖는 장병완(민주평화당)·홍영표(더불어민주당)·윤소하(정의당)·김관영(바른미래당) 전 원내대표

두 전략 모두 불확실성이 큰 만큼 민주당은 검찰 개혁안 처리를 위해 교섭단체 간 협상을 이어가는 한편, 패스트트랙에 공조했던 군소야당과 별개로 논의를 이어가며 ‘투트랙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바미당과의 합의안 도출에 민주당이 계속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바미당은 공수처 도입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공수처장 임명 방식과 기소 방식 등 민주당과 이견을 보이고 있고, 나아가 검경수사권만 제대로 조정되면 공수처는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송기헌 의원과 한국당 권성동, 바미당 권은희 의원은 국회서 검찰 개혁 법안 관련 실무 협상을 가졌다. 당시 송 의원은 “오늘 권은희 의원 중재안이 지난 바미당과 민주당의 협의보다 밖으로 더 나가서 애초 협의 취지와 다르게 가고 있다”고 우려를 밝힌 바 있다.

여론 무시하고
합의 가능성도

지난달 30일, 홍영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바미당 김관영(바른미래당)·장병완(민주평화당) 전 원내대표, 윤소하(정의당) 원내대표와 만나 “4당 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4당 공조 체제를 강조했다. 이들은 정치·사법개혁을 위한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이 중단 없이 처리된다는 점에 동의하며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들을 12월3일까지 반드시 처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함께 표명했다.

민주당은 300석 유지를 당론으로 내세우면서도 의원 정수 확대는 논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는 의원수 확대에 동의할 가능성을 내비침과 동시에 공수처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 개혁안의 처리를 요구하려는 계산이 담겼다. 대안정치연대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민주당 지도부가 검찰 개혁안 처리를 위해 의원 정수 확대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박 의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막판에 민주당이 극적으로 입장을 바꿔 의원 정수를 확대해 검찰 개혁안을 함께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군소정당은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증원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양당서 불가능하다고 하면 선거구 조정도 물 건너갈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당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민주당과 군소야당이 의원 정수 확대와 공수처 법안 처리를 빅딜하는 방식으로 공조 체제를 가동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국회의원 늘리는 게 정치개혁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이냐”며 “민주당과 범여권 정당들의 선거법·공수처법 야합은 후안무치한 반개혁·반민주적 작태”라고 비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금도 많아서 줄이라는 게 국민의 목소리다. 그래서 의원 정수 10% 축소를 말씀드린 것”이라며 “심상정 대표가 밥그릇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원 정수 확대’ 선거제 개혁 뇌관
한국당, 내달 법안 무력화 총력 예상

한국당 지도부는 앞으로 ‘공수처와 국회의원 의원 정수 확대 반대’라는 구호를 앞세워 여론전에 집중할 계획이다. 여야4당이 당리당락에 따라 검찰 개혁안과 의원 정수 확대를 법안 처리의 거래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점을 국민들에게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황 대표의 제안에 따라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30일 의원 정수를 300명서 330명으로 늘리자는 주장에 국민 73.2%가 반대한다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군소 정당의 정수 확대는 민심과 다름을 확인했다.
 

▲ ▲ 검찰 개혁 관련 ‘3+3+3 회동’ 갖는 권은희(바른미래당)·권성동(자유한국당)·송기헌(더불어민주당) 여야3당 간사

한국당은 남은 한달동안 선거제 개혁안 합의 시도도 함께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본회의 법안 부결에만 기대했다가 가결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다. 당 내에서는 법안 반대만을 주장하다가 민심 포섭에 실패하고 검찰 개혁안과 선거제 개혁안이 그대로 통과되는 최악의 가능성을 염두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과 관련해 선거제 개혁안 합의 시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합의가 불발돼 민주당과 야4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 처리에 나선다면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 필리버스터 등을 총동원해 법안을 무력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국회 본회의장서 시간 무제한의 법안 토론, 즉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 의원들이 스스로 중단하거나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표결로 종결을 결정하지 않는 한 회기 내내 토론을 계속 할 수 있다.

이러다…
또 국회 파행?

하지만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면 여야가 상호 토론을 거쳐야 하고 토론 종결 정족수인 5분의 3을 채울 방법도 당장 마땅치 않아 국회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시도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 파행을 자초한다면 지지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여러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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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