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어 자녀도…’ 다우테코 갑질 대물림 내막

딸 죽고 아들은 빚더미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회사가 무너진 것도 모자라 가정까지 파탄 났다. 아버지를 돕겠다고 나선 아들은 빚더미에 앉았다. 대금 독촉에 시달리던 딸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아버지는 평생 일군 회사와 소중한 가족을 잃었지만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중소기업 다우테코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저 때문에 애들이 고생이 많았습니다. 다른 데 잘 다니던 아들을 회사로 불렀고, 딸에게도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정광연 다우테코’ CEO는 딸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회계 업무를 보던 정 CEO의 딸은 지난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26세의 정씨는 협력회사의 대금 지불 재촉 등의 스트레스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 중이었다.

공정위 판결에도

2차전지 설비 제조업체 다우테코는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인 디에이테크놀로지’(이하 디에이)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디에이가 다우테코에 일을 맡기고도 대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CEO는 디에이의 갑질로 인해 수십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서 월급을 주지 못해 직원들은 퇴사하고 협력업체로부터 소송이 빗발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CEO에 따르면 20171월 디에이는 다우테코에 핫프레스와 볼 실링 공정에 대한 견적을 요청했다. 다우테코는 검토를 거쳐 38억원의 견적서를 제출했지만, 디에이는 핫프레스 공정만 115000만원에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다우테코는 부당한 가격이라고 거절하려 했으나 이후 다른 프로젝트로 만회해준다는 디에이 측의 약속에 계약을 진행했다.

문제는 일을 하는 동안 13차례나 사양 변경이 이뤄진 점이다. 이때 들어간 비용은 고스란히 다우테코의 몫이 됐다. 20175월에도 디에이의 여러 요구에 반발한 다우테코가 중도금을 요청하자 작업 진행을 중단시키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CEO당시 디에이는 다우테코 직원들의 출입까지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다우테코는 수차례에 걸쳐 디에이에 대금을 지불해줄 것을 요청했다. 협력업체들도 돈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CEO디에이 대표이사 등 관계자들이 다우테코의 지분 77%를 갖고 있다. 아들 정현명 대표가 공장임대 보증금을 근거로 23%의 주식만으로 경영하는 중이다. 우리는 디에이가 어떤 요구를 하든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 시켜놓고 대금 안 줘
직원 나가고 업체 소송

결국 다우테코는 20178월 공정거래조정원에 제소하기에 이른다. 처음에는 18억원으로 조정을 요청했지만 디에이가 거절하면서 201711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서울사무소로 이관됐다. CEO공정위 접수하고 5개월이 지날 무렵 담당 직원이 교체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1년이 지나고 올해 4월에야 의결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 사이 정 CEO의 아들 정현명 대표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진행한 대기업 갑질 피해 2차 증언 대회에 나가 호소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당시 정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참석했다채권자들의 독촉전화가 알람이 된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만 갑질을 하는 게 아니고 대기업에 배워서 하청업체를 내리 갈구는 대기업 1차 협력사들의 문제도 심각하다대기업의 불공정 갑질이 반복되고 공정위는 힘을 쓰지 못하는데, 저희 같은 중소기업이 어떻게 대기업처럼 성장해서 나라 경제를 이끌 수 있겠냐고 호소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디에이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을 두고 디에이는 수급사업자인 다우테코에게 2차전지 제작설비에 필요한 핫프레스, 특성측정기와 스태킹 배출부의 제조를 위탁하거나 위탁내용을 추가·변경 위탁하면서 하도급계약에 관한 서면을 발급하지 않거나 수급사업자가 제조위탁에 따른 물품납품을 위한 작업을 시작한 후에 발급하는 행위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고 의결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 3(서면의 발급 및 서류의 보존)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하는 경우에는 하도급대금과 그 지급방법, 원재료의 가격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조정요건 방법과 절차 등을 적은 서면을, 수급사업자가 물품 납품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발급해야 한다.

디에이는 20171월 핫프레스 설비와 스태킹 배출부, 특성측정기를 다우테코에 제작 위탁하는 과정서 하도급계약에 관한 서면을 늦게 발급하거나 변경·추가 위탁 서면을 아예 발급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디에이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3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향후 동일 또는 유사한 법위반 행위가 반복될 우려가 있으므로 향후 재발방지 명령을 부과한다고 했다.

20년 전에도 당했는데 
똑같은 일 또 일어나

정 대표는 공정위는 디에이에 경고장과 의결서로 벌점을 부과했지만 직접적인 대금 지급 등 정말 절박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디에이가 지난 5월 서울보증보험에 계약금 반환을 요청하고 다우테코가 공정위에 재심청구를 제소하면서 다시 공방이 시작됐다.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정위에선 깜깜 무소식이라고 한다.

결국 정 대표는 지난 6월 디에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도급법 위반대금을 달라는 내용이다. 그러자 디에이는 다우테코를 해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디에이 박모 이사는 대표이사 등의 지분을 위임받아 주주총회를 소집했다. 그리고 이 자리서 다우테코의 해산을 결의했다.

CEO우리가 소송을 거니까 디에이 측에선 아예 회사를 날려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주총회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초에는 디에이 박 이사가 정 대표의 지위를 삭제하고 자신을 청산인으로 등록했다. 다우테코가 진행 중인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에게도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의 원고도 박 이사 자신으로 바꾼다고 통보했다. 사건의 원고와 피고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

CEO“1999년 사업을 시작하면서 LG생산기술원 협력업체 회장까지 맡았다. 당시에도 LG와 문제가 생겨 가족들에게 많은 원망을 받았다. 그런데 디에이로부터 똑같은 일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우테코 말고도 이런 상황에 처한 영세업체들이 많다. 1차 협력업체의 갑질은 대기업 갑질에 가려져 있지만 더 악랄하고 피해자도 많다”고 강조했다.

돈은 못 받아

그러면서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제대로 된 조사와 발 빠른 조치가 이뤄져야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의 갑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국가를 원망하는 국민이 되지 않도록 정부기관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디에이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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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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