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어 자녀도…’ 다우테코 갑질 대물림 내막
‘아버지 이어 자녀도…’ 다우테코 갑질 대물림 내막
  • 장지선 기자
  • 승인 2019.11.14 16:08
  • 호수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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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죽고 아들은 빚더미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회사가 무너진 것도 모자라 가정까지 파탄 났다. 아버지를 돕겠다고 나선 아들은 빚더미에 앉았다. 대금 독촉에 시달리던 딸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아버지는 평생 일군 회사와 소중한 가족을 잃었지만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중소기업 다우테코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저 때문에 애들이 고생이 많았습니다. 다른 데 잘 다니던 아들을 회사로 불렀고, 딸에게도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정광연 다우테코’ CEO는 딸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회계 업무를 보던 정 CEO의 딸은 지난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26세의 정씨는 협력회사의 대금 지불 재촉 등의 스트레스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 중이었다.

공정위 판결에도

2차전지 설비 제조업체 다우테코는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인 디에이테크놀로지’(이하 디에이)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디에이가 다우테코에 일을 맡기고도 대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CEO는 디에이의 갑질로 인해 수십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서 월급을 주지 못해 직원들은 퇴사하고 협력업체로부터 소송이 빗발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CEO에 따르면 20171월 디에이는 다우테코에 핫프레스와 볼 실링 공정에 대한 견적을 요청했다. 다우테코는 검토를 거쳐 38억원의 견적서를 제출했지만, 디에이는 핫프레스 공정만 115000만원에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다우테코는 부당한 가격이라고 거절하려 했으나 이후 다른 프로젝트로 만회해준다는 디에이 측의 약속에 계약을 진행했다.

문제는 일을 하는 동안 13차례나 사양 변경이 이뤄진 점이다. 이때 들어간 비용은 고스란히 다우테코의 몫이 됐다. 20175월에도 디에이의 여러 요구에 반발한 다우테코가 중도금을 요청하자 작업 진행을 중단시키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CEO당시 디에이는 다우테코 직원들의 출입까지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다우테코는 수차례에 걸쳐 디에이에 대금을 지불해줄 것을 요청했다. 협력업체들도 돈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CEO디에이 대표이사 등 관계자들이 다우테코의 지분 77%를 갖고 있다. 아들 정현명 대표가 공장임대 보증금을 근거로 23%의 주식만으로 경영하는 중이다. 우리는 디에이가 어떤 요구를 하든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 시켜놓고 대금 안 줘
직원 나가고 업체 소송

결국 다우테코는 20178월 공정거래조정원에 제소하기에 이른다. 처음에는 18억원으로 조정을 요청했지만 디에이가 거절하면서 201711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서울사무소로 이관됐다. CEO공정위 접수하고 5개월이 지날 무렵 담당 직원이 교체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1년이 지나고 올해 4월에야 의결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 사이 정 CEO의 아들 정현명 대표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진행한 대기업 갑질 피해 2차 증언 대회에 나가 호소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당시 정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참석했다채권자들의 독촉전화가 알람이 된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만 갑질을 하는 게 아니고 대기업에 배워서 하청업체를 내리 갈구는 대기업 1차 협력사들의 문제도 심각하다대기업의 불공정 갑질이 반복되고 공정위는 힘을 쓰지 못하는데, 저희 같은 중소기업이 어떻게 대기업처럼 성장해서 나라 경제를 이끌 수 있겠냐고 호소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디에이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을 두고 디에이는 수급사업자인 다우테코에게 2차전지 제작설비에 필요한 핫프레스, 특성측정기와 스태킹 배출부의 제조를 위탁하거나 위탁내용을 추가·변경 위탁하면서 하도급계약에 관한 서면을 발급하지 않거나 수급사업자가 제조위탁에 따른 물품납품을 위한 작업을 시작한 후에 발급하는 행위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고 의결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 3(서면의 발급 및 서류의 보존)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하는 경우에는 하도급대금과 그 지급방법, 원재료의 가격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조정요건 방법과 절차 등을 적은 서면을, 수급사업자가 물품 납품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발급해야 한다.

디에이는 20171월 핫프레스 설비와 스태킹 배출부, 특성측정기를 다우테코에 제작 위탁하는 과정서 하도급계약에 관한 서면을 늦게 발급하거나 변경·추가 위탁 서면을 아예 발급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디에이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3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향후 동일 또는 유사한 법위반 행위가 반복될 우려가 있으므로 향후 재발방지 명령을 부과한다고 했다.

20년 전에도 당했는데 
똑같은 일 또 일어나

정 대표는 공정위는 디에이에 경고장과 의결서로 벌점을 부과했지만 직접적인 대금 지급 등 정말 절박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디에이가 지난 5월 서울보증보험에 계약금 반환을 요청하고 다우테코가 공정위에 재심청구를 제소하면서 다시 공방이 시작됐다.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정위에선 깜깜 무소식이라고 한다.

결국 정 대표는 지난 6월 디에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도급법 위반대금을 달라는 내용이다. 그러자 디에이는 다우테코를 해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디에이 박모 이사는 대표이사 등의 지분을 위임받아 주주총회를 소집했다. 그리고 이 자리서 다우테코의 해산을 결의했다.

CEO우리가 소송을 거니까 디에이 측에선 아예 회사를 날려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주총회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초에는 디에이 박 이사가 정 대표의 지위를 삭제하고 자신을 청산인으로 등록했다. 다우테코가 진행 중인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에게도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의 원고도 박 이사 자신으로 바꾼다고 통보했다. 사건의 원고와 피고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

CEO“1999년 사업을 시작하면서 LG생산기술원 협력업체 회장까지 맡았다. 당시에도 LG와 문제가 생겨 가족들에게 많은 원망을 받았다. 그런데 디에이로부터 똑같은 일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우테코 말고도 이런 상황에 처한 영세업체들이 많다. 1차 협력업체의 갑질은 대기업 갑질에 가려져 있지만 더 악랄하고 피해자도 많다”고 강조했다.

돈은 못 받아

그러면서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제대로 된 조사와 발 빠른 조치가 이뤄져야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의 갑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국가를 원망하는 국민이 되지 않도록 정부기관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디에이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