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외주차장 논란 능곡역에 무슨 일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1.04 10:32:23
  • 호수 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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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할 수도 안 할 수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노외주차장 설치 여부를 두고 주민 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반대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상가를 운영하기 위해 주차장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서해선 개통이 1년도 더 지났지만, 시흥능곡역 1번 출구 인근에 주차장 설치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흥능곡역 1번 출구 방면에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출구가 있다. 에스컬레이터 출구에는 도로 공사가 끝난 상태지만 아직 엘리베이터 출구 방면에는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 현재 공사 관련 민원이 들어온 상태라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찬반 팽팽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시흥능곡 역사 광장을 인근 상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시흥능곡역을 이용하는 인근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월 A씨 등 2명은 능곡동 506번지 노외주차장 설립 반대에 관한 주민청원서를 작성해 인근 주민 약 90여명에게 서명을 받았다. 주민청원서 일부에는 ‘시흥 시청과 LH공사 및 이레일서 발주받아 해당지역 보도블록 공사 마무리 업체인 대우건설 현장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공사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 이유를 물었더니 ‘몇몇 상가 관련자가 공사하지 못하도록 드러눕는다고 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어 ‘상가 관계자들은 공공시설인 보행자 전용도로를 그들의 주차장으로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특혜를 보려는 특정 층이 주민들 간의 갈등을 야기하며 시흥시 행정정책에 반하는 일들을 만들고 있다. 합리적인 판단으로 노외주차장 설립 최소를 처분해 주시기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시흥시에선 시흥능곡역 1번 출구 노외주차장 설립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3월 시흥 능곡 택지지구 주민보상 대책위원회 B대표는 민원을 넣었다. 민원엔 ‘이주택지의 39번 국도와 중앙로 쪽 정면의 공공공지로 인해 차량 출입이 어려우므로 점포로 출입할 수 있도록 공공공지 중 이주자택지 쪽을 폭 3∼4m의 보행자 전용도로 설계 변경’해달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또 기존의 공공공지서 보행자 전용도로로 변경한 것은 위법으로 부당하므로 차량출입이 가능한 공공공지로 지목을 수정 환원하거나 주차장 설치해 줄것을 요청했다.

9월20일 시흥시청 시민호민관은 ‘차량 출입을 하게 해 달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으나 시흥능곡 택지개발지구의 공영주차장 기능이 없으므로 환경오염과 극심한 교통체증을 방지하고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시흥능곡 역사 주변에 환승주차 및 배웅주정차대의 설치 필요성이 인정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민원 때문에 보도블록 공사 중지
시흥시 “민원으로 설치 검토 중”

시민 호민관은 법률과 행정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민간인으로, 정치적 중립 유지와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끌어내는 자격을 갖춘다. 기존 시흥능곡역 1번 출구 엘리베이터 출입구 부근 보행자 전용 도로 정비사업은 원래 올해 9월말까지 완료될 계획이었다.

A씨는 지난달 16∼18일, 21∼23일 등 6차례 시흥시청 정문 앞에서 피켓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피켓 내용에는 ‘사람이 먼저냐? 자동차가 먼저냐?’ ‘특정인을 위한 능곡역광장에 주차장 설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1인 시위에 이어 노외주차장 설립 반대에 관한 청원글을 게시했다. A씨는 “시흥능곡역 1번출구 노상주차장 설립은 특정인의 특혜”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흥시가 시흥능곡역사 광장(능곡동 506번지)에 노외주차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주차장이 설립되면 주차하는 차량으로 인해 어린이와 노약자의 안전이 우려된다. 또 노상에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큰 데다 차량이 오가며 내뿜는 분진과 소음으로 피해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흥능곡역 1번출구 인근 에스컬레이터 지역은 보도블록 정비 공사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보행자를 위한 쾌적한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인근 엘리베이터 및 지하철환기구 지역은 차량 등의 진입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보행자가 매일 위험해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면 시흥시는 차량중심이 아닌 도보 중심으로 걸맞는 대책을 세우시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시흥능곡역을 계획할 때 역사 주차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시의 잘못된 행정이고, 지금에 와서 주차장이 필요하다면 건너편 장현지구 지역에 주차장 건립 확대를 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흥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주차장 설치 관련해 양쪽에서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한쪽은 주차장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이고, 다른 한쪽은 당초 계획한 대로 보행자를 위한 보도로 만들어달라는 민원이다. 호민관서 주차장으로 변경하라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아직 시에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시흥시청 시민호민관 관계자는 “주차장으로 설치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밝혔다. 능곡지구 내 공용주차장이 없을뿐 더러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환승 주차장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레일 관계자는 “주변 보도블록 공사만 남아 있지만 민원 때문에 마무리를 못하고 있다. 이 부분 때문에 남은 공사를 시흥시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흥능곡역 1번 출구 인근 주민 C씨는 “지금도 1번 출구를 가려면 주차장을 피해 돌아간다. 주차장으로 설치가 되면 어린아이는 물론 노인들까지 안전 문제가 걱정이 된다. 처음부터 이 부지는 시민광장으로 계획됐다고 알고 있는데 공용주차장이 들어선다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이 더욱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전 vs 영업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D씨는 “하루에도 수십대의 차량이 왔다 갔다 한다. 이 곳을 주차장으로 사용하지 못하면 가게는 다 망하라는 소리”라며 “식자재 배송과 손님 유치를 위해 주차장이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상주차장…유료화로 해결?

노상주차장의 유료화를 놓고 주민들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차질서 확립’ 등을 이유로 지역 기초단체가 추진하는 노상주차장의 유료화에 대해 주민 편의 저해냐, 아니면 주차난 해소를 위해 필요한 조치냐를 놓고 주민들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인천지역 각 구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백 면의 노상주차장이 유료주차장으로 바뀌고 있다.

연수구의 경우 올 1월부터 연수역 북부·남부·청학공영 주차장 등을 유료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남동구는 5월 문화로 노상 공영주차장(139면)을 유료로 바꾼다는 행정예고를 한 뒤 현재 시행하고 있으며 동구도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이 적용됐던 수문통 노상주차장(185면)을 최근 유료·일반 주차장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미추홀구도 도화동(35면)과 관교동(15면)의 노상(노외) 무료 주차장의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조만간 주차비를 징수할 계획이다.

미추홀구는 또 최근 학산사거리 일원 ‘먹자 거리’에 주야간 수십대의 차량이 무단주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학익 1동 제3노상 주차장(55면)을 신설해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상 주차장의 유료화 전환에 대해 주민들 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간 부담 없이 주차장으로 이용하던 시설을 20일간의 행정예고(의견 청취) 후 갑작스럽게 유료로 전환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라는 주장이다. 또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실제로는 주차장 회전율(이용률)이 크게 떨어져 사업의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찬성하는 입장은 화물차나 건설기계가 장기간 무료주차장을 점거하거나 동네 주민이 아닌 외지인 차량이 아무렇게나 이용하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무료 주차장은 상시 관리자가 없어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이 있고, 쓰레기 배출 등의 문제도 발생해 유료화를 통한 주차장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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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