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롯데에 갑질 의혹’ 이명수 의원 고발장 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04 10:21:18
  • 호수 12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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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청년위는 왜 나섰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회가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지난 국정감사서 이 의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증인 소환과 관련해 지역구에 위치한 회사에 금품 전달을 요구했다는 의혹이다. <일요시사>는 청년위로부터 해당 고발장을 입수했다.
 

▲ 최근 ‘롯데 갑질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는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는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채택했다. 증인 신청자는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었다. 롯데푸드가 협력사에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했다는 이유였다. 협력사는 충남 아산 소재의 빙과 제조전문업체 ‘후로즌델리’다. 이 의원의 지역구 역시 충남 아산갑이다. 

복지위에
총수를?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는 이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청년위가 고발장에 적시한 적용법조는 형법 제123조다. 

형법 제123조서 규정하는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청년위는 지난달 3일자 <경향신문> 등 복수의 언론 보도를 인용해 “10월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피고발인(이 의원)은 지난 4월16일 오후 롯데그룹 지주사 사무실 관계자를 국회로 불러 직접 압박에 나섰다고 한다”며 “피고발인은 지난 3월27일과 7월9일 등 여러 차례 롯데푸드에 직접 전화해 ‘시간을 끌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감 전에 합의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청년위는 고발장을 통해 “사실이 위와 같다면 피고발인의 일련의 행위는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롯데 측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행위를 요구한 것으로, 이는 국회의원의 권한을 벗어난 위력에 의한 강요 내지 협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권남용으로 고발, 무슨 일?
10년 전 사건이 2019 국감에

그렇다면 왜 청년위가 나섰을까. 지난달 29일 청년위 측은 <일요시사>를 통해 “기존의 정치 공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며 “기성 정치인들끼리 눈감고 넘어가는 일을 우리가 검찰 고발을 통해 문제제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발 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이)고발인 조사는 할 것이다.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청년위는 입증자료로 관련 언론보도를 첨부했다.

이 의원 측은 청년위의 고발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이 나오지는 않았다”며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시간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푸드는 지난 2004년부터 후로즌델리와 거래를 했다. 후로즌델리가 ‘뉴팥빙수꽁꽁’을 만들어 롯데푸드에 납품하는 거래였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두 업체의 관계는 지난 2010년 흔들리기 시작했다. 롯데푸드는 당시 후로즌델리에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의무 적용에 따른 인증 취득을 요구했다. 연 매출이 1억원 이상, 종업원 수가 6인 이상인 중소기업은 그해까지 식품위생법에 따라 HACCP 설비를 인증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후로즌델리와 롯데푸드 간 거래규모는 연 40억원이었으며, 후로즌델리의 종업원 수는 13명이었다. 인증 대상이었던 것이다. 

2010년
일 터져


그러나 후로즌델리는 인증을 거부하고 롯데푸드 측에 거래중단을 통보했다. 결국 두 업체의 계약은 지난 2010년 해지됐다. 마침 후로즌델리의 뉴팥빙수꽁꽁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2013년 파산한 후로즌델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롯데푸드를 거래상지위남용으로 신고했다. 그 후로 지난 2014년 열린 국감서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의원은 롯데푸드가 후로즌델리에 갑질을 했다며 당시 롯데쇼핑 부회장이던 고 이인원씨와 김용수 롯데푸드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문제는 원만히 해결되는 듯 보였다. 롯데가 합의서를 작성, 후로즌델리에 7억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결론이 났으며 실제로 두 업체의 거래는 이듬해인 2015년에 재개됐다. 후로즌델리 측의 분유박스 구매요청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러나 후로즌델리 측의 요구는 계속됐다. 거래가 재개된 이후 후로즌델리 측은 롯데푸드에 유지원유 물량 50% 납품권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2016년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신동빈 회장에게 질의까지 이뤄졌다. 올해 3월 후로즌델리 측은 연포장재 전량 공급권을 롯데푸드에 요구하기도 했다.

국감서
민원 해결

지난 2014년 두 업체가 합의서를 작성해 분쟁을 종료했다면서 2018년에는 공정위가 사건을 종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2019년 국감서 다시 다뤄졌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9월 롯데푸드가 후로즌델리에 갑질을 했다며 신 회장을 복지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의원은 “후로즌델리가 롯데의 갑질로 입은 피해액만 100억원 안팎”이라며 “후로즌델리 사장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합의서 내용”이라고 신청 사유를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회가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직권남용 의혹으로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

이는 곧바로 논란으로 이어졌다. 업체 간 갈등에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신청한 행위가 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복지위서 다루는 것은 해당 상임위의 본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이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신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지난달 3일에는 이 의원의 직권남용 의혹이 불거졌다. <경향신문>은 “이 의원이 지난 4월 그룹 실무자 면담을 통해 ‘후로즌델리를 운영하던 전모씨에게 3억원을 주라’고 요구해왔다”며 “‘들어주지 않으면 신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는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청년위 측 “기성 정치에 경종”
이명수 측 “상황 지켜보겠다”

논란이 일자 이 의원은 “롯데 측에 ‘어느 정도 합의금을 주고 적절히 사태를 해결하라’는 취지로 말한 적은 있다”면서도 “3억원 등 금액을 특정해서 말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대기업 ‘갑질’에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소기업인을 챙기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롯데가 의원의 중재를 협박이라고 받아들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이 의원이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해 신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갑질 횡포”라며 “복지위서 ‘식품위생 점검’이라는 엉뚱한 구실로 기업 총수를 부른 것은 누가 봐도 상식 이하의 발상이자 국감을 악용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신 회장을 소환하려던 계획이 변경됐다. 복지위는 신 회장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중재하려”
논란 해명

해당 논란은 국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달 7일 국감장에 출석한 조 대표는 후로즌델리가 그동안 감당할 수 없는 요구를 해왔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 대표는 ”의원을 통해 요구받은 사항은 절대로 없음을 밝힌다”며 “의원을 통해 지역 민원을 해결하려는 의정 활동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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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