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롯데에 갑질 의혹’ 이명수 의원 고발장 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04 10:21:18
  • 호수 12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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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청년위는 왜 나섰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회가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지난 국정감사서 이 의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증인 소환과 관련해 지역구에 위치한 회사에 금품 전달을 요구했다는 의혹이다. <일요시사>는 청년위로부터 해당 고발장을 입수했다.
 

▲ 최근 ‘롯데 갑질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는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는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채택했다. 증인 신청자는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었다. 롯데푸드가 협력사에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했다는 이유였다. 협력사는 충남 아산 소재의 빙과 제조전문업체 ‘후로즌델리’다. 이 의원의 지역구 역시 충남 아산갑이다. 

복지위에
총수를?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는 이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청년위가 고발장에 적시한 적용법조는 형법 제123조다. 

형법 제123조서 규정하는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청년위는 지난달 3일자 <경향신문> 등 복수의 언론 보도를 인용해 “10월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피고발인(이 의원)은 지난 4월16일 오후 롯데그룹 지주사 사무실 관계자를 국회로 불러 직접 압박에 나섰다고 한다”며 “피고발인은 지난 3월27일과 7월9일 등 여러 차례 롯데푸드에 직접 전화해 ‘시간을 끌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감 전에 합의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청년위는 고발장을 통해 “사실이 위와 같다면 피고발인의 일련의 행위는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롯데 측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행위를 요구한 것으로, 이는 국회의원의 권한을 벗어난 위력에 의한 강요 내지 협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권남용으로 고발, 무슨 일?
10년 전 사건이 2019 국감에

그렇다면 왜 청년위가 나섰을까. 지난달 29일 청년위 측은 <일요시사>를 통해 “기존의 정치 공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며 “기성 정치인들끼리 눈감고 넘어가는 일을 우리가 검찰 고발을 통해 문제제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발 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이)고발인 조사는 할 것이다.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청년위는 입증자료로 관련 언론보도를 첨부했다.

이 의원 측은 청년위의 고발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이 나오지는 않았다”며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시간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푸드는 지난 2004년부터 후로즌델리와 거래를 했다. 후로즌델리가 ‘뉴팥빙수꽁꽁’을 만들어 롯데푸드에 납품하는 거래였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두 업체의 관계는 지난 2010년 흔들리기 시작했다. 롯데푸드는 당시 후로즌델리에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의무 적용에 따른 인증 취득을 요구했다. 연 매출이 1억원 이상, 종업원 수가 6인 이상인 중소기업은 그해까지 식품위생법에 따라 HACCP 설비를 인증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후로즌델리와 롯데푸드 간 거래규모는 연 40억원이었으며, 후로즌델리의 종업원 수는 13명이었다. 인증 대상이었던 것이다. 

2010년
일 터져


그러나 후로즌델리는 인증을 거부하고 롯데푸드 측에 거래중단을 통보했다. 결국 두 업체의 계약은 지난 2010년 해지됐다. 마침 후로즌델리의 뉴팥빙수꽁꽁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2013년 파산한 후로즌델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롯데푸드를 거래상지위남용으로 신고했다. 그 후로 지난 2014년 열린 국감서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의원은 롯데푸드가 후로즌델리에 갑질을 했다며 당시 롯데쇼핑 부회장이던 고 이인원씨와 김용수 롯데푸드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문제는 원만히 해결되는 듯 보였다. 롯데가 합의서를 작성, 후로즌델리에 7억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결론이 났으며 실제로 두 업체의 거래는 이듬해인 2015년에 재개됐다. 후로즌델리 측의 분유박스 구매요청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러나 후로즌델리 측의 요구는 계속됐다. 거래가 재개된 이후 후로즌델리 측은 롯데푸드에 유지원유 물량 50% 납품권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2016년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신동빈 회장에게 질의까지 이뤄졌다. 올해 3월 후로즌델리 측은 연포장재 전량 공급권을 롯데푸드에 요구하기도 했다.

국감서
민원 해결

지난 2014년 두 업체가 합의서를 작성해 분쟁을 종료했다면서 2018년에는 공정위가 사건을 종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2019년 국감서 다시 다뤄졌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9월 롯데푸드가 후로즌델리에 갑질을 했다며 신 회장을 복지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의원은 “후로즌델리가 롯데의 갑질로 입은 피해액만 100억원 안팎”이라며 “후로즌델리 사장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합의서 내용”이라고 신청 사유를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회가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직권남용 의혹으로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

이는 곧바로 논란으로 이어졌다. 업체 간 갈등에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신청한 행위가 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복지위서 다루는 것은 해당 상임위의 본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이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신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지난달 3일에는 이 의원의 직권남용 의혹이 불거졌다. <경향신문>은 “이 의원이 지난 4월 그룹 실무자 면담을 통해 ‘후로즌델리를 운영하던 전모씨에게 3억원을 주라’고 요구해왔다”며 “‘들어주지 않으면 신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는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청년위 측 “기성 정치에 경종”
이명수 측 “상황 지켜보겠다”

논란이 일자 이 의원은 “롯데 측에 ‘어느 정도 합의금을 주고 적절히 사태를 해결하라’는 취지로 말한 적은 있다”면서도 “3억원 등 금액을 특정해서 말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대기업 ‘갑질’에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소기업인을 챙기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롯데가 의원의 중재를 협박이라고 받아들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이 의원이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해 신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갑질 횡포”라며 “복지위서 ‘식품위생 점검’이라는 엉뚱한 구실로 기업 총수를 부른 것은 누가 봐도 상식 이하의 발상이자 국감을 악용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신 회장을 소환하려던 계획이 변경됐다. 복지위는 신 회장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중재하려”
논란 해명

해당 논란은 국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달 7일 국감장에 출석한 조 대표는 후로즌델리가 그동안 감당할 수 없는 요구를 해왔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 대표는 ”의원을 통해 요구받은 사항은 절대로 없음을 밝힌다”며 “의원을 통해 지역 민원을 해결하려는 의정 활동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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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