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 송원그룹 외동딸 자질론

패션 전문가에 화학을…그러니 제자리걸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기초소재 강자로 손꼽히는 송원그룹의 실적이 흐릿하다. 가업을 승계 받은 김해련 회장은 그룹 주력사업과 거리가 먼 패션분야 전문가. 승계 당시 우려가 있었지만 비전 선포식을 통해 불식시키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 김해련 송원 회장

송원그룹은 화학·기초소재 주업의 중견 화학그룹이다. 지난 1975년 설립된 한국전열화학공업이 모태다. 창업주는 고 김영환 회장. 김 회장은 빈농서 태어난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한 우물만 판 끝에 산업용 기초 소재 전문회사를 중견그룹으로 키워냈다. 

창업주
자수성가

김 회장은 가난했던 시절을 잊지 않고 장학회를 설립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왔다. 생전 검소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숙환으로 별세했다. 경영권은 외동딸 김해련 회장에게 돌아갔다. 무남독녀인 김 회장은 그해 6월 취임식을 가졌다. 본격적으로 2세 경영 궤도에 오른 셈이다.

김 회장은 패션분야의 입지적 인물로 꼽힌다. 여성복 브랜드 ‘아드리안느’와 국내 최초 온라인 백화점 ‘패션플러스(구 에이다임)’가 모두 그의 작품이다. 2006년경 부친의 간암 판정 이후 조금씩 회사 경영에 참여, 후계 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패션과 화학의 교집합을 찾기 어려웠다. 업계 안팎서 불거진 우려의 배경이었다.

김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새로운 성공, 도약 1·3·5·7’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2020년 매출 1조원 달성 ▲신사업 3000억원 매출 ▲5개 상장사 ▲세계 최고 제품 7개 등 김 회장의 포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송원그룹은 ‘2019 경영방침’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오너 2세 김 회장, 직접 방향키 잡아
‘2020 프로젝트’ 가시적 성과 ‘흐림’

그룹은 “2020 1357이 구체화되고 있고, 앞으로 남은 2년 안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되고 있다”며 “이제 우리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더 크고 원대한 꿈을 꾸자”고 밝혔다. 다만 5여년이 지난 오늘날, 김 회장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찍힌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송원그룹 지분구조는 크게 ‘김 회장→태경산업→백광소재→태경화학’ 순이다. 김 회장은 23.28%로 ‘태경산업’의 최대주주다. 태경산업은 49.5%로 백광소재의 최대주주이고, 다시 백광소재는 40.01%로 태경화학의 최대주주다.
 

그룹 주력사는 태경산업이다. 태경산업은 관계사 등을 통해 여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연결 대상 회사는 백광소재와 태경화학을 비롯해 ▲남영전구(종합전구 제조) ▲태경에코(산업용 가스 및 각종 환경처리제 생산) ▲태경에프앤지(휴게소 운영) ▲태경가스기술(산업용 가스 충전 및 기화기 제조판매) ▲태경네트워크(드라이아이스 판매) ▲에스비씨(화공약품, 비철금속의 제조· 판매) ▲태경그린가스(액체탄산 제조·도소매) 등이다.

중국과 베트남 소재의 해외투자법인 두 곳도 포함된다.

태경산업 매출액 변화를 살펴보면, 공언했던 1조원 매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4년 4076억원서 2015년 3538억원으로 한풀 꺾였다. 이후 2016년 4446억원, 2017년 5637억원으로 상승했고 지난해엔 5634억원으로 보합세를 보였다. 1조원의 고지를 밟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 까닭이다.


1조 매출
글쎄∼

올해 매출은 오히려 감소할 공산이 크다. 태경산업의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612억원, 6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은 2841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134억원이었다. 매출액은 200억원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송원그룹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전체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태경산업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69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8억원 감소했다. 백광소재와 태경화학도 마찬가지다. 백광소재는 744억원, 태경화학은 206억원을 기록했지만 각각 81억원, 21억원씩 감소한 수치다.

공시서 확인할 수 있는 관계사들은 지난해 소폭 오르내렸다. 2020년 1조원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서 성장이 더디다는 해석이다.

남영전구의 지난해 매출은 637억원으로 전기에 비해 34억원 올랐다. 다만 당기순이익이 46억원에서 4억원으로 주저앉았다. 태경에코는 지난해 60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도에 비해 57억원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5억원가량 줄어든 23억원이었다. 태경에프앤지는 지난해 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전년에 비해 4억원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5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신사업
불투명

김 회장은 지난 2015년 기초소재 제조 전문 기업 에스비씨를 인수, 두 번째 목표인 ‘신사업 3000억원의 매출’에 포문을 열었다. 화장품 원료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송원그룹은 2016년 10월 천연미네랄 성분으로 만든 자외선 차단제를 출시했다. 김 회장은 이날 제품 론칭 발표회에 참석해 해외 기업 제품과 비교하며 “내츄럴징크는 높은 품질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대까지 갖추고 있어 국내 화장품 원가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스비씨의 매출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2016년 565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 776억원, 2018년 810억원으로 상승세를 탔다. 다만 ‘매출 3000억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손실을 보기도 했다. 에스비씨 당기순손실은 2016년 4억원서 2017년 105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다만 지난해 순손실이 9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눈길이 가는 건 에스비씨의 인수 시점. 에스비씨는 송원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2014년 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던 중이었다.

매출 1조 클럽 등극? 아직은 요원
신성장동력·상장계획…‘관망세’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신성장동력으로 에스비씨와 함께 재생연료 ‘페트로코크스’를 지목했다. 페트로코크스는 원유 정제 과정서 남은 잔사유(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값싼 중질유)로 만든 재생연료다. 석탄에 비해 발열량이 높아 보일러나 용해로 등의 연료로 쓰인다.


태경산업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원가경쟁시대에 직면한 저에너지사용 전환의 일환으로 페트로코크스 사업을 투자해 2015년 3월부터 가공·판매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백광소재는 2014년 5월 페트로코크스 제조설비를 준공했다.

태경산업은 페트로코크스 사업에 대해 “2019년 매출증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경산업 매출액서 페트로코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164억원(6.29%), 지난해 상반기 236억원(8.31%)에 그쳤다. 최근 3년간 기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 263억원(5.93%), 2017년 593억원(10.53%), 지난해 422억원(7.50%) 수준이었다.

성적표
빨간불

상장사를 5개로 늘린다는 계획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김 회장이 취임한 2014년 상장사는 ▲태경산업 ▲백광소재 ▲태경화학 등으로 모두 3개였다. 현재까지도 송원그룹의 상장사는 늘지 않았다. 상장이 예상되는 곳은 ▲에스비씨 ▲남영전구 ▲경인에코화학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회사들의 상장은 감감무소식이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서 조회할 수 있는 예비심사기업서도 태경산업 등을 제외한 송원그룹 관계사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기업인 대화’, 김해련 회장은 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기업인 128명을 초청해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열었다. 사전에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업인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현장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참석자 가운데 3명의 여성 경영인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가 아니었다. 청와대 등에서 여성을 중용하는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됐다.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은 정기옥 엘에스씨푸드 회장과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대표이사 등과 함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

<기사 속 기사> 남영전구 수은 중독, 그 이후…

지난 2015년 남영전구 광주공장서 집단 수은 중독 사태가 발생했다. 남영전구 하도급업체에 소속된 일용직 노동자들은 당시 광주공장 형광등 제조시설 철거 작업을 위해 투입됐다. 이들은 작업 후 극심한 통증과 불면증, 불안장애, 뇌 기능 저하 등 후유증에 시달렸다. 수은에 중독됐던 것이다.

피해자들은 작업 현장에 수은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고 이를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회사 대표 등 책임자들은 철거 현장에 수은이 남아있었지만 설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난달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13부는 노동자 6명이 남영전구 광주공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서 양측의 화해를 권고했다. 피해자들과 사측 모두 화해 권고문을 송달받은 뒤 2주 내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권고안은 확정된다.

민변 광주전남지부 측은 마지막 기한까지 사측이나 노동자들의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법원이 권고한 배상 규모는 원고 측 청구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민변 광주전남지부 사무차장 장은백 변호사는 “그동안 피해자들이 많은 고통과 상처를 겪었음에도 회사 측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고, 배상 판결이 늦어져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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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