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이해찬의 출구전략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04 10:14:40
  • 호수 12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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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트랙 띄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취임 후 최대 위기에 놓였다. ‘조국 사태’에 따른 책임론으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총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시점이다. <일요시사>는 이 대표의 출구전략을 알아봤다.
 

▲ 최근 ‘조국 시태’로 사면초가에 놓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출구전략이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서 연일 소신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불출마 선언을 한 이철희 의원은 지난달 2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서 “조국 사태 이후 지금 ‘뭔 일이 있었어?’라는 식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고 있지 않나. 당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활력이 없는 책임의 상당 부분이 당 대표에게 있다고 본다”며 “내가 좋아하고 스마트한 정치인이지만, 공인은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당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불안감 고조

이 대표의 리더십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당내서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한 ’책임론’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의 ’조국 사태’ 대응에 대한 지적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지도부에 대해 쓴 소리를 하고 있다.

표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조국 사태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조국 전 장관 사건으로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며 괴로웠다”며 “우리 스스로에게 약이 된 공정성 시비를 내로남불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는 게 가슴 아팠다”고 답했다. 

표 의원 역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그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서 “조국 사태가 자신의 불출마 선언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지도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쓴 소리는 비단 불출마 의원들 사이서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조응천·박용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은 지난달 25일 민주당 의원총회서 “검찰 개혁안이 패스트트랙이란 자연스러운 법적 절차에 이미 태워져 있는데 왜 굳이 무리하게 방점을 둬서 조 전 장관을 소환하느냐”고 지도부를 질책했다.

조 의원 역시 이 자리서 “이제 조 전 장관을 놔주고 검찰개혁은 정당한 절차에 따르자”며 “지도부의 현 정국 인식이 너무 ‘핑크빛’”이라고 일침을 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핑크빛이라는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가 그동안 비춰온 자신감에 비해 조국 사태 대응이 너무 안일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일요시사>를 통해 “이러다간 20년은커녕 당장 내년 총선서 제1당도 장담 못한다”고 우려했다.
 

▲ (사진 왼쪽부터)이철희·표창원·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와 지난 7월 ‘2019민주당 기초자치단체장 연수’ 행사 때 20년 장기집권 플랜을 언급한 바 있다. 6·13지방선거 압승의 기세를 몰아 내년 21대 총선서 승리한다면 20년 장기집권도 꿈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장밋빛 그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원외 지역위원장 협의회 총회 때도 “125명의 원외 위원장들이 내년 총선서 다 당선되면 우리는(현 지역구 국회의원 115명이 모두 당선된다는 가정 하에) 240석이 되고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260석쯤 될 것”이라는 발언을 내놨던 바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이 대표의 발언이 오만하다며 크게 반발했다.

내부 불만↑ 이러다간 축출?
물갈이론→인재영입 결과는?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100석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이해찬 책임론’은 이런 불안감이 표출된 결과다. 중도층 이반을 읽어내지 못했음에도 책임지는 발언을 하는 지도부 인사가 없다는 민주당 내 불만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결국 이 대표는 출구전략을 꺼내들었다. 지난달 30일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 대표는 조국 사태에 대해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16일 만에 나온 유감 표명이다.

출구전략은 투트랙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가 공수처법의 ‘속전속결’ 처리다. 조 전 장관의 사퇴로 검찰 개혁의 일환인 공수처법은 민주당 입장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숙원사업이 됐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14일 장관직 사퇴를 발표하며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즉 검찰 개혁과 조 전 장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뜻이다.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전까지 조 전 장관의 이름이 계속 거론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번째는 인적쇄신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지난 2016년 열린 20대 총선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겪은 참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나친 친문 경쟁이 20대 총선 당시 불거진 ‘진박공천’처럼 국민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목소리다.

‘중진 물갈이론’은 이런 목소리와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지만 ‘하위 20% 명단 공개’ 방침 등이 확정되면 물갈이론이 수면 위로 부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초선 의원들의 불출마 러시도 중진 물갈이론에 힘을 실어준다.
 

▲ 조웅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재영입도 인적쇄신의 과정이다. 이 대표는 총선기획단을 출범시켰다. 민주당 측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총선기획단장은 관례에 따라 윤호중 사무총장이 맡는다”며 “인재영입위원회는 이해찬 대표가 직접 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어쩌다가…

이 대표는 인재영입과 관련해 ▲4차 산업혁명 관련 인재 ▲독립운동가·국가유공자 후손 ▲경제·외교·안보 전문가 ▲청년·장애인·여성 등 네 가지 큰 줄기를 공개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서 “가능한 한 이런 분들을 비례대표·지역구로 많이 출마시키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만나고 있으며 공식화는 천천히 하려 한다”고 말했다. ‘조국 블랙홀’서 벗어나기 위한 이 대표의 출구전략은 이번 달부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여걸이 뭉친 이유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와 전국여성위원회가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은 “지역구 30% 여성 의무공천을 여야가 공동으로 입법화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당 김상희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 위원장과 남인순 최고위원을 비롯해 권미혁·박경미·백혜련·서영교·송옥주·유승희·정은혜·정춘숙·제윤경 의원 등이 참석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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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