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타’ 세풍 부는 이수그룹 막전막후

우연이라기엔…칼끝은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이수그룹이 올 한 해만 벌써 4개 계열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 중 3개사는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의 특별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측은 별다른 입장을 드러내지 않은 상황. 그룹을 둘러싼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이수그룹은 이수화학을 모체로 하는 중견그룹이다. 창업주는 고 김준성 명예회장. 5공화국 당시 경제부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이수그룹은 계열사를 늘리며 사세를 확장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다. 현재 오너 2세 김상범 회장이 그룹을 전면서 이끌고 있다.

오너 2세
경영 승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수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이수엑사켐’이라는 회사가 있다. 김 회장은 이곳의 지분 100%를 쥐고 있다. 사실상 김 회장은 개인 회사를 통해 그룹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룹 지배구조는 ‘김 회장→이수엑사켐→㈜이수→이수화학→이수건설’ 등으로 분석된다. 세부적으로 이수엑사켐은 ▲㈜이수(73.4%) ▲이수창업투자(79.1%) ▲토다이수(40.00%) ▲이수C&E(100%)의 최대주주다.

㈜이수는 다시 ▲이수화학(35.2%) ▲이수페타시스(22.9%) ▲이수시스템(100%) ▲이수에이엠씨(100%)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중 이수화학은 ▲이수건설(75.2%) ▲ 한가람포닉스(51.0%) ▲이수앱지스(31.9%)로, 이수페타시스는 ▲이수엑사보드(100%)로 이어진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세무조사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및 조사4국은 각각 이수건설과 ㈜이수·이수화학·이수페타시스 등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수건설의 경우, 조사1국인만큼 정기세무조사(4~5년 주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수건설은 지난해 3000억원대 매출에 55억원 영업손실, 2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냈다. 직전년도 4000억원대 매출과 146억원의 영업이익, 9억원의 당기순이익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1국·4국 연속 세무조사…이유는?
올 한 해만 벌써 4개 계열사 털려 

㈜이수와 이수화학, 이수페타시스 세무조사는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담당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조사4국은 ㈜이수 등에 요원 100여명을 사전예고 없이 투입, 세무와 회계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건설의 세무조사와 다소 결이 달랐다.

이수화학은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 6308억원과 영업이익 13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4억원, 14억원 증가했다. 이수페타시스는 1700억원 매출과 95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직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01억원, 31억원씩 증가했다.

조사4국은 비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한다. 주로 대기업 탈세나 비자금 관련 첩보를 바탕으로 조사에 나선다. 조사 배경을 예단할 수 없지만, 일각에선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와 ‘특수관계자 거래’를 지목한다. 특히 김 회장의 개인회사 이수엑사켐에 관심이 몰렸다.

이수엑사켐은 석유화학·정밀화학 제품 판매 회사다.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단순 유통법인이다. 그러나 이수엑사켐의 지난해 매출액은 무려 2000억원대에 달한다.


눈길이 가는 건 이수엑사켐의 제품 매입처. 당시 이수엑사켐은 특수관계자로 분류되는 이수화학으로부터 1100억원대 제품을 사들여 매출을 올렸다. 이수화학으로부터 매입한 제품은 이수엑사켐 전체 매출원가(1886억원)의 60%를 넘었다. 이른바 ‘통행세’를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회사
관심↑

통행세는 두 회사의 거래 중간에 끼어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를 뜻한다. 총수 일가 소유 회사가 거래 중간 과정에 개입해 부당한 지원을 받는 것으로도 통한다. 이수엑사켐은 특별한 생산이나 공정 없이 계열사 제품을 사들여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

통행세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5년간(2014∼2018) 이수엑사켐의 ‘특수관계자 매입량과 전체 매출액’을 살펴보면, 이수엑사켐은 2014년 1309억원어치의 물량을 매입해 15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과 2016년 매입량은 900억원대서 800억원대로 감소하면서 매출은 1340억원대 보합세를 이뤘다. 이듬해인 2017년 매입량은 900억원대로 다시 회복됐고, 매출은 1600억원대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제품 매입량을 1151억원으로 크게 늘렸고, 매출 역시 2068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설립 이후 최대 매출이었다. 이수화학의 제품 매출과 이수엑사켐의 수익이 맞물리는 셈이다.  오너 개인회사의 수익이 그룹 주력 자회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다.

같은 기간 이수화학이 이수엑사켐의 매출원가를 차지하는 비율은 2014∼2016년 90%, 80%, 70%대로 하락하다가 2017년과 2018년 60%대로 내려앉았다. 감소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수엑사켐은 이수화학 외에도 그룹 계열사 ㈜이수와 그 종속기업인 이수시스템서 10억원가량의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단순 구조
통행세?

이수화학은 이수엑사켐의 재무적 상황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수엑사켐은 지난해에만 이수화학에 254억원의 외상값을 지고 있다. 지난해 400억원대의 매입채무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었지만 적지 않은 규모다.

이수엑사켐은 금융기관 차입금 275억원에 대해 이수화학으로부터 지급보증을 받고 있다. 이수화학은 직전년도 이수엑사켐의 차입금 129억원에도 지급보증을 서줬다.

이수엑사켐은 눈총을 받고 있는 매출 구조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배당금은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김 회장에게 돌아간다.
 

▲ 김상범 이수화학

최근 이수엑사켐의 배당금 총합은 모두 70억원에 근접한다. 세부적으로 배당금과 당시 당기순이익, 배당성향 등을 살펴보면 ▲2011년 9억6000만원(17억원, 60%) ▲2013년 9억6000만원(51억원, 18.80%) ▲2015년 11억2000만원(57억원, 19.65%) ▲2016년 20억8000만원(71억원, 29.18%) ▲2018년 17억6000만원(42억원, 41.34%) 등이다.

이수그룹 세무조사 전후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문제를 적극 들여다보겠다고 언급해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범 회장 개인회사로 ‘그룹 꼭대기’
통행세 논란 꾸준히 지적…쏠리는 이목

조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 강연서 “자산 규모 5조원 미만 기업에 대해서도 과거보다 많은 자료를 통해 부당지원 행위 등을 모니터링하고, 부당한 내부 지원이 있는 경우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국내 기업들은 공정위 제재에 별 관심이 없다”며 “벌칙금과 과징금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징금 규모를 이전보다 늘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 간 부당지원 행위나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조사해 제재한다. 조 위원장은 지난 9월 취임식서도 “중견기업 집단의 부당한 거래 행태도 꾸준히 감시하고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정위 언급
중견 주목

<일요시사>는 세무조사에 대한 이수그룹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그룹 측 관계자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며 “메모를 남겨주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재차 연락을 시도했지만 “담당자가 외부 출장 중인 관계로 이전 질문에 대한 담당자의 답변을 전달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세무조사에 대한 그룹 측 입장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엑사켐 통행세 논란과 관련해 추가 취재에 들어갔지만 그룹 측에선 “담당자가 외부 출장을 나갔다. 추가 질문을 받아도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질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정위 사정권, 첫 중견기업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전임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중견기업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 역시 재임 시절 감시 폭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정위는 중견기업 KPX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KPX그룹은 공정위 조사 이전부터 통행세와 관련해 꾸준히 지적을 받았다.

공정위는 양준영 부회장 등 오너 일가 개인회사인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그룹 주력사 ‘KPX케미칼’의 물품을 구입해 다른 계열사에 판매, 통행세를 챙긴 것이 아닌지 조사에 착수했다.

관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부동산임대업과 도매업을 영위하는 사업체로 지난해 KPX케미칼로부터 52억2000여만원의 물품을 구입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그룹 베트남 현지법인 ‘VINA FOAM’에 67억9000여만원의 제품을 판매, 특수관계자 거래를 맺으며 15억여원의 수익을 남겼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거래의 실질적 역할 없이 중간에 끼어들어 통행세를 걷은 것 아니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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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