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에 빨대 꽂은’ 사회적기업의 민낯
‘혈세에 빨대 꽂은’ 사회적기업의 민낯
  • 김태일 기자
  • 승인 2019.11.21 11:00
  • 호수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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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만 하는 줄 알았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 지역 맘카페 운영진이 고용노동부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회원들은 운영진들이 맘카페를 이용해 정부 지원을 받고 지인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정부 지원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회원은 고용노동부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기업의 부실한 인증 절차에 대한 이야기가 도마에 올랐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회원이 4만명이 넘는 한 지역 맘카페서 회원들이 운영진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맘카페는 육아, 살림, 맛집 정보 등을 공유하는 인터넷 친목 모임인데 운영진이 지난해 고용노동부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맘카페 수천만원
회원들 의혹제기

회원들이 “맘카페를 이용해 정부 지원을 받아 챙긴 것 아니냐” “운영진이 지인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것 아니냐” 등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일부 회원은 고용노동부에 ‘왜 맘카페를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해줬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 4일 고용부에 따르면 이 맘카페는 작년 11월 직원의 30%를 경력 단절 여성 등 취약 계층으로 고용하면 인건비를 지원받는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현재까지 정부 지원금을 3300만원 받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당 맘카페의 사회적기업 인증 절차에는 하자가 없었다”며 “요건을 허위로 꾸민 사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하반기에 정식으로 감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맘카페에 3300만원 지원…회원들 의혹제기
‘유령 직원’ 등록…억대 지원금 횡령하기도

국회 문진국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서울의 한 가죽 제품 제조·판매업체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아 세 차례에 걸쳐 지원금 965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유령 직원’이 출근한 것처럼 속여 8725만원을 챙긴 곳도 있었다.

지난 2018년에는 일하지 않는 사람을 마치 일하는 것처럼 꾸며 국고보조금을 받아 가로채던 봉사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예비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며 고용노동부서 인건비 명목으로 지원한 국고보조금과 민간후원금 등 1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등으로 봉사단 대표 A씨가 구속됐다. A씨의 범행에 가담한 직원 2명과, 직원으로 일하지 않으면서도 일하는 것처럼 이름을 빌려준 6명도 적발됐다.
 

당시 A씨 등은 노인과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병원에 데려다주는 일을 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며 허위로 서류를 꾸며 실제 일하는 직원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국고보조금 82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또 민간서 들어온 후원금 1800만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위장 기업 난립
부정수급 수십억

이 업체는 경북도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 승인을 받았지만 포항시 특별조사 때 서류 조작 등의 문제점이 발견돼 승인 취소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예비 사회적기업은 승인권은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기업의 인증권은 고용노동부가 갖고 있다. 보통 예비 사회적기업 가운데 경쟁력이 있으면 심사를 거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된다.

일각에선 정부 보조금만을 쫒는 이른바 ‘위장’ 사회적기업 난립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보조금 부정수급 등의 이유로 인증이 취소된 사회적기업이 195건에 달했다. 또 작년 노동관계법 위반 건수가 45건에 이르는 등 늘어나는 위장 사회적기업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문 의원이 고용부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4년~2019년7월) 인증이 취소된 사회적기업은 195개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16년 53개를 정점으로 2017년 46개, 2018년 34개 등으로 감소하다 올해(지난 7월까지 27개) 다시 크게 늘어나는 모양새다.

인증 취소 사유를 보면 인증요건 미유지 사유가 62.5%(122건)였고 부정수급이 21.5%(42건)로 집계됐다. 부정하게 보조금을 챙기려다 덜미가 잡혀 인증이 취소된 사례는 대표적인 ‘위장’ 사회적기업으로 볼 수 있다.

정책적인 측면
돈만 보고 접근

이 기간 부정수급액은 39억3000만원에 달했으며 정부는 이 중 절반에 못 미치는 48%(18억8600만원)만 환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5년 간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해 적발된 사례가 116건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4년과 2015년 각각 8건에 불과했던 노동관계법 위반 건수는 2016년 17건, 2017년 30건, 2018년 45건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례별로는 보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례가 71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위반한 사례가 45건으로 집계됐다. 고용부는 노동관계법 위반 사업장에 대해 예외없이 모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서비스 확대와 일자리 증가 등을 위해 정부가 각종 지원을 내걸고 사회적 기업을 확산시키면서 곳곳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증제에서 등록제로…부실기업 난립 우려
등록취소·환수 등 정부 구체적 방안 필요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유급 근로자 고용과 사회적 목적 실현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고용부 인증을 받는다. 지방자치단체 심사를 거쳐 사업 개발비와 인건비·사회보험료 일부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일자리창출사업(인건비)과 사회보험료 지원사업 등의 명목으로 월 200만∼250만원가량이 지급된다. 정부가 지난 2017년 1800여개 사회적기업에 지급한 보조금은 총 74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7년 사회적기업 전체 영업이익이 177억원이지만 상당한 보조금이 지급된 점을 감안할 때 경영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는 부실 기업이 수두룩 한 셈이다.  

등록제 우려
구체방안 필요

문 의원은 “빠르면 내년 중순부터 등록제가 시행돼 심사 요건만 갖추면 등록신청이 가능하게 돼 무늬만 사회적기업이 생겨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위장 사회적기업에 대한 등록취소, 환수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