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화 프로가 만난 사람> 김보은 프로

시니어 무대서 인생 2막을 열다

‘김보은’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마추어 자격으로 오픈 대회에서 종합 우승과 서울 여자 오픈 3위를 차지한,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였다. 우리는 모두 옛 추억이 있다. 잊고 싶은 기억보다 행복했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아있다. 사소하든 거대하든 그 기억을 가진 당사자에게는 큰 의미인 것이다. 내 안에서 과거와 현재가 서로 어우러져, 나는 나의 무대였던 골프장 티그라운드에 골프 클럽을 잡은 채로 지금도 서 있다.
 

김= 이기화 프로님, 저 김보은 프로입니다.

이= 제주도 서산 여자 오픈 때 마지막 조에서 함께 쳤던….

 

순간 어떤 강렬한 기운이 몸속으로 훅 들어오는 느낌 받는다. 우리의 시계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199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0년 만에 만난 후배다.

 

김= 저는 그때 고등학교 2학년이고 프로님은 ‘프로’였어요. 제가 그때 종합우승을 하고 박민혜 프로님이 프로부 우승하셨고요.

이= 아~ 아, 그랬었구나.

 


함께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 제주도 아라CC에서 열렸던 서산 여자 오픈 때 우리 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 대회 날 선배님은 핑크 모자에 핑크 반바지 흰색 티셔츠를 입으셨죠! 그때도 젠틀하셨죠!

 

잊고 있던 기억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후배의 이야기로 ‘내가 과연 젠틀한가’나를 한번 돌아본다. HUG(허그) 우승했을 때 기쁨을 서로 주고받는 당시의 HUG(허그)가 재현되었다.

 

이= 저는 너무 그동안 힘들게 살았어요. 그 뒤로 골프를 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김보은 프로의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 그곳은 산과 들이 겹겹이 포개진 ‘블랙밸리CC’로 지난 9월2일부터 이틀간 경기가 펼쳐진 챔피언스 대회 장소다. 블랙밸리CC는 인간에게 유익한 생체 리듬의 효과를 제공해주는 해발 450~550m의 태백 도화산 자락에 자리를 잡아 원시림 피톤치드 효과까지 만끽하며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카메라를 들고 시간 여행을 간 필자는 첫 번째 날 경기를 하는 후배와 꼭 한 번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태백산의 구불구불한 옛길을 운전하며 “많은 고생을 했어요”라는 김보은 프로의 말을 되새기면서. 누가 어린 선수의 꿈을 무참히 짓밟았는가?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다는 것이 삶의 전부였던 김보은 프로는 충분히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하고도 남을 만한 성적이 있었지만 그해 선수 선발과정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이후 충격을 크게 받은 그녀는 골프가 싫어졌고 상처만 안고 골프를 떠났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공정한 평가였는가? 필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후 몇 년 후 KL PGA 1995년 106번 고유 넘버를 받고 프로 데뷔를 한다. 그 후 골프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있을 즈음 결혼을 하게 된다. 생활고와 여러 어려움으로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녹록치 않은 결혼 생활로 자신의 개인 생활 또는 여가를 보낼 여유가 없었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 남편의 일이 순조롭게 잘 풀려서 두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챔피언스 투어에 출전했다. 김 프로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 신민수와 신혜린은 저의 아들과 딸입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 골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무엇보다 남편한테 고마움을 느끼죠. 아이들과 나의 목표를 향해 성실히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 골프 선수로 다시 성장하는 것 같아 요즘은 너무 행복합니다. 힘들게 지나갔던 모든 시간들조차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나의 삶 일부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2 아마추어 자격으로 오픈 대회 우승
서울오픈 3위 등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

시합이 끝나고 2주 후, 우리는 청담동 카페 그롬에서 다시 만나 따뜻한 차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 내성적인 성격에 친화력이 없는 저는 선배 프로님들이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요즘은 시니어투어하면서 마음도 편해지고 선배 동료들과 친숙하게 지내며 즐겁게 대회에 참여합니다.

이= 2막 인생을 시니어투어 무대 위에 다시 올려놓으셨군요?

김= 저는 투어에 출전하는 선수이자 민수와 혜린이의 골프 코치입니다. 레슨비 지출이 없으니까 아직은 경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 좋기도 하구요.

이= 부모가 직접 나서서 키운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닌 것 같은데…

김= 기본기만 제가 단단하게 알려주면 능력과 열정으로 본인들이 각자 스스로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엄마의 DNA 운동 기질과 운동 감각을 갖고 태어났을 것입니다. 프로가 되기도 전에 고2 때 이미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오픈 대회에서 석권하셨잖아요.

김= 1992년 6월 ‘서산 여자오픈 아라CC’에서 종합우승을 했습니다.

이= 아~당시에는 프로 오픈 대회에서 프로선수들을 제치고 아마추어가 우승을 종종 했던 시기입니다.

김= 그렇습니다. 프로 대회보다 주니어들은 대회가 많아 경기력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는 시기였죠.


이= 주니어 시합이 활성화되면서 기업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속에 우리 골프계가 이만큼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김= 그렇습니다. 서산 여자 오픈에서 종합우승을 했는데 그 대회가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 함께 같은 조에서 박민혜 프로, 김보은 프로와 함께 쳤던 기억이 나요. 두 선수가 퍼터만 잡으면 거리에 관계 없이 볼이 홀로 빨려 들어가더군요.

김= 그랬었죠. 그 날 버디를 8개 했습니다.

이= 30년에서 3년 모자를 때 저는 핀 가까이 붙여 놓고 퍼터만 잡으면 쩔쩔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김= 제가 인터뷰 중에 선배님들이 편하게 해주셔서 최고의 성적을 냈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 하하하 그랬었군요. 골프 이전에는 어떤 운동을 했었나요?
 

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한 테니스는 중3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었고 소년체전 테니스 대회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 부모님이 운동선수였나요?

김= 레슬링협회 강화 위원장이셨는데, 소년체전이 끝나는 다음날 골프 연습장으로 저를 데리고 가 바로 전향시키셨습니다.

이= 딸의 운동 소질을 파악한 아버지가 딸의 운동선수 라이프를 구상하셨네요.

김= 골프가 테니스보다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테니스는 온종일 뛰고 또 뛰고 쉬는 날도 없어서 힘들었고, 선배들의 엄격한 훈계도 힘들었는데, 골프는 저 혼자 스스로 훈련하고 참견하는 사람이 없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이= 골프는 스스로 노력해서 나만의 것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다시 한 번 정리해 주시죠.

김= 골프는 잘 맞다가도 안 맞을 경우, 코스 안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하는 운동입니다.

이= 골프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보셨는지요?

국가대표 상비군 발탁 충분
탈락 충격받고 골프채 놔

김= 남보다 멀리 정확하게 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스윙이 흐트러집니다. 상대 플레이어가 핀 가까이 붙였을 때 나는 더 가깝게 붙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을 때가 그러합니다.

이= 나만의 신념과 나만의 매끄러운 기술이 있어야 남을 이길 수 있겠죠.

이= 요즘 시니어대회에 출전하는 소감은 어떠신지요?

김= 대회 결과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본선만 들어가도 행복합니다.

이= 남편께서 적극 지원을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김= 저의 남편은 꿈과 야망이 식지 않는 남자입니다.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며 열심히 사는 사람입니다. 그런 모습을 저도 존경하고 있습니다. 남편으로, 아이 아빠로는 점수를 많이 줄 수가 없네요. 

그러나 의리 있는 남자 중의 남자입니다. 주말 부부이기 때문에 항상 보고 싶습니다. 거의 20년 동안 집안일에 아이들만 키우며 살다가 챔피언스 대회에 참가하면서 바깥세상을 구경하게 되어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듭니다. 예전엔 부모님이 시켜서 재미도 모르고 선수 생활을 해왔지만, 챔피언스 대회는 나 스스로가 간절히 원해서 참여하기 때문에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골프 세계에 입문하게 해주신 부모님께 참회와 감사함을 갖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근육으로 첫날 베스트 스코어를 치고도 본선 경기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습니다. 지금은 마음도 몸도 많이 안정을 찾았고 선배 동료들, 아름다운 골프 스토리가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