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화 프로가 만난 사람> 김보은 프로

시니어 무대서 인생 2막을 열다

‘김보은’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마추어 자격으로 오픈 대회에서 종합 우승과 서울 여자 오픈 3위를 차지한,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였다. 우리는 모두 옛 추억이 있다. 잊고 싶은 기억보다 행복했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아있다. 사소하든 거대하든 그 기억을 가진 당사자에게는 큰 의미인 것이다. 내 안에서 과거와 현재가 서로 어우러져, 나는 나의 무대였던 골프장 티그라운드에 골프 클럽을 잡은 채로 지금도 서 있다.
 

김= 이기화 프로님, 저 김보은 프로입니다.

이= 제주도 서산 여자 오픈 때 마지막 조에서 함께 쳤던….

 

순간 어떤 강렬한 기운이 몸속으로 훅 들어오는 느낌 받는다. 우리의 시계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199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0년 만에 만난 후배다.

 

김= 저는 그때 고등학교 2학년이고 프로님은 ‘프로’였어요. 제가 그때 종합우승을 하고 박민혜 프로님이 프로부 우승하셨고요.

이= 아~ 아, 그랬었구나.

 


함께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 제주도 아라CC에서 열렸던 서산 여자 오픈 때 우리 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 대회 날 선배님은 핑크 모자에 핑크 반바지 흰색 티셔츠를 입으셨죠! 그때도 젠틀하셨죠!

 

잊고 있던 기억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후배의 이야기로 ‘내가 과연 젠틀한가’나를 한번 돌아본다. HUG(허그) 우승했을 때 기쁨을 서로 주고받는 당시의 HUG(허그)가 재현되었다.

 

이= 저는 너무 그동안 힘들게 살았어요. 그 뒤로 골프를 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김보은 프로의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 그곳은 산과 들이 겹겹이 포개진 ‘블랙밸리CC’로 지난 9월2일부터 이틀간 경기가 펼쳐진 챔피언스 대회 장소다. 블랙밸리CC는 인간에게 유익한 생체 리듬의 효과를 제공해주는 해발 450~550m의 태백 도화산 자락에 자리를 잡아 원시림 피톤치드 효과까지 만끽하며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카메라를 들고 시간 여행을 간 필자는 첫 번째 날 경기를 하는 후배와 꼭 한 번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태백산의 구불구불한 옛길을 운전하며 “많은 고생을 했어요”라는 김보은 프로의 말을 되새기면서. 누가 어린 선수의 꿈을 무참히 짓밟았는가?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다는 것이 삶의 전부였던 김보은 프로는 충분히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하고도 남을 만한 성적이 있었지만 그해 선수 선발과정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이후 충격을 크게 받은 그녀는 골프가 싫어졌고 상처만 안고 골프를 떠났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공정한 평가였는가? 필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후 몇 년 후 KL PGA 1995년 106번 고유 넘버를 받고 프로 데뷔를 한다. 그 후 골프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있을 즈음 결혼을 하게 된다. 생활고와 여러 어려움으로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녹록치 않은 결혼 생활로 자신의 개인 생활 또는 여가를 보낼 여유가 없었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 남편의 일이 순조롭게 잘 풀려서 두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챔피언스 투어에 출전했다. 김 프로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 신민수와 신혜린은 저의 아들과 딸입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 골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무엇보다 남편한테 고마움을 느끼죠. 아이들과 나의 목표를 향해 성실히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 골프 선수로 다시 성장하는 것 같아 요즘은 너무 행복합니다. 힘들게 지나갔던 모든 시간들조차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나의 삶 일부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2 아마추어 자격으로 오픈 대회 우승
서울오픈 3위 등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

시합이 끝나고 2주 후, 우리는 청담동 카페 그롬에서 다시 만나 따뜻한 차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 내성적인 성격에 친화력이 없는 저는 선배 프로님들이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요즘은 시니어투어하면서 마음도 편해지고 선배 동료들과 친숙하게 지내며 즐겁게 대회에 참여합니다.

이= 2막 인생을 시니어투어 무대 위에 다시 올려놓으셨군요?

김= 저는 투어에 출전하는 선수이자 민수와 혜린이의 골프 코치입니다. 레슨비 지출이 없으니까 아직은 경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 좋기도 하구요.

이= 부모가 직접 나서서 키운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닌 것 같은데…

김= 기본기만 제가 단단하게 알려주면 능력과 열정으로 본인들이 각자 스스로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엄마의 DNA 운동 기질과 운동 감각을 갖고 태어났을 것입니다. 프로가 되기도 전에 고2 때 이미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오픈 대회에서 석권하셨잖아요.

김= 1992년 6월 ‘서산 여자오픈 아라CC’에서 종합우승을 했습니다.

이= 아~당시에는 프로 오픈 대회에서 프로선수들을 제치고 아마추어가 우승을 종종 했던 시기입니다.

김= 그렇습니다. 프로 대회보다 주니어들은 대회가 많아 경기력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는 시기였죠.


이= 주니어 시합이 활성화되면서 기업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속에 우리 골프계가 이만큼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김= 그렇습니다. 서산 여자 오픈에서 종합우승을 했는데 그 대회가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 함께 같은 조에서 박민혜 프로, 김보은 프로와 함께 쳤던 기억이 나요. 두 선수가 퍼터만 잡으면 거리에 관계 없이 볼이 홀로 빨려 들어가더군요.

김= 그랬었죠. 그 날 버디를 8개 했습니다.

이= 30년에서 3년 모자를 때 저는 핀 가까이 붙여 놓고 퍼터만 잡으면 쩔쩔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김= 제가 인터뷰 중에 선배님들이 편하게 해주셔서 최고의 성적을 냈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 하하하 그랬었군요. 골프 이전에는 어떤 운동을 했었나요?
 

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한 테니스는 중3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었고 소년체전 테니스 대회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 부모님이 운동선수였나요?

김= 레슬링협회 강화 위원장이셨는데, 소년체전이 끝나는 다음날 골프 연습장으로 저를 데리고 가 바로 전향시키셨습니다.

이= 딸의 운동 소질을 파악한 아버지가 딸의 운동선수 라이프를 구상하셨네요.

김= 골프가 테니스보다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테니스는 온종일 뛰고 또 뛰고 쉬는 날도 없어서 힘들었고, 선배들의 엄격한 훈계도 힘들었는데, 골프는 저 혼자 스스로 훈련하고 참견하는 사람이 없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이= 골프는 스스로 노력해서 나만의 것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다시 한 번 정리해 주시죠.

김= 골프는 잘 맞다가도 안 맞을 경우, 코스 안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하는 운동입니다.

이= 골프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보셨는지요?

국가대표 상비군 발탁 충분
탈락 충격받고 골프채 놔

김= 남보다 멀리 정확하게 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스윙이 흐트러집니다. 상대 플레이어가 핀 가까이 붙였을 때 나는 더 가깝게 붙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을 때가 그러합니다.

이= 나만의 신념과 나만의 매끄러운 기술이 있어야 남을 이길 수 있겠죠.

이= 요즘 시니어대회에 출전하는 소감은 어떠신지요?

김= 대회 결과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본선만 들어가도 행복합니다.

이= 남편께서 적극 지원을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김= 저의 남편은 꿈과 야망이 식지 않는 남자입니다.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며 열심히 사는 사람입니다. 그런 모습을 저도 존경하고 있습니다. 남편으로, 아이 아빠로는 점수를 많이 줄 수가 없네요. 

그러나 의리 있는 남자 중의 남자입니다. 주말 부부이기 때문에 항상 보고 싶습니다. 거의 20년 동안 집안일에 아이들만 키우며 살다가 챔피언스 대회에 참가하면서 바깥세상을 구경하게 되어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듭니다. 예전엔 부모님이 시켜서 재미도 모르고 선수 생활을 해왔지만, 챔피언스 대회는 나 스스로가 간절히 원해서 참여하기 때문에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골프 세계에 입문하게 해주신 부모님께 참회와 감사함을 갖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근육으로 첫날 베스트 스코어를 치고도 본선 경기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습니다. 지금은 마음도 몸도 많이 안정을 찾았고 선배 동료들, 아름다운 골프 스토리가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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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