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화 프로가 만난 사람> 김보은 프로

시니어 무대서 인생 2막을 열다

‘김보은’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마추어 자격으로 오픈 대회에서 종합 우승과 서울 여자 오픈 3위를 차지한,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였다. 우리는 모두 옛 추억이 있다. 잊고 싶은 기억보다 행복했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아있다. 사소하든 거대하든 그 기억을 가진 당사자에게는 큰 의미인 것이다. 내 안에서 과거와 현재가 서로 어우러져, 나는 나의 무대였던 골프장 티그라운드에 골프 클럽을 잡은 채로 지금도 서 있다.
 

김= 이기화 프로님, 저 김보은 프로입니다.

이= 제주도 서산 여자 오픈 때 마지막 조에서 함께 쳤던….

 

순간 어떤 강렬한 기운이 몸속으로 훅 들어오는 느낌 받는다. 우리의 시계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199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0년 만에 만난 후배다.

 

김= 저는 그때 고등학교 2학년이고 프로님은 ‘프로’였어요. 제가 그때 종합우승을 하고 박민혜 프로님이 프로부 우승하셨고요.

이= 아~ 아, 그랬었구나.

 


함께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 제주도 아라CC에서 열렸던 서산 여자 오픈 때 우리 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 대회 날 선배님은 핑크 모자에 핑크 반바지 흰색 티셔츠를 입으셨죠! 그때도 젠틀하셨죠!

 

잊고 있던 기억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후배의 이야기로 ‘내가 과연 젠틀한가’나를 한번 돌아본다. HUG(허그) 우승했을 때 기쁨을 서로 주고받는 당시의 HUG(허그)가 재현되었다.

 

이= 저는 너무 그동안 힘들게 살았어요. 그 뒤로 골프를 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김보은 프로의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 그곳은 산과 들이 겹겹이 포개진 ‘블랙밸리CC’로 지난 9월2일부터 이틀간 경기가 펼쳐진 챔피언스 대회 장소다. 블랙밸리CC는 인간에게 유익한 생체 리듬의 효과를 제공해주는 해발 450~550m의 태백 도화산 자락에 자리를 잡아 원시림 피톤치드 효과까지 만끽하며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카메라를 들고 시간 여행을 간 필자는 첫 번째 날 경기를 하는 후배와 꼭 한 번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태백산의 구불구불한 옛길을 운전하며 “많은 고생을 했어요”라는 김보은 프로의 말을 되새기면서. 누가 어린 선수의 꿈을 무참히 짓밟았는가?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다는 것이 삶의 전부였던 김보은 프로는 충분히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하고도 남을 만한 성적이 있었지만 그해 선수 선발과정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이후 충격을 크게 받은 그녀는 골프가 싫어졌고 상처만 안고 골프를 떠났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공정한 평가였는가? 필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후 몇 년 후 KL PGA 1995년 106번 고유 넘버를 받고 프로 데뷔를 한다. 그 후 골프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있을 즈음 결혼을 하게 된다. 생활고와 여러 어려움으로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녹록치 않은 결혼 생활로 자신의 개인 생활 또는 여가를 보낼 여유가 없었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 남편의 일이 순조롭게 잘 풀려서 두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챔피언스 투어에 출전했다. 김 프로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 신민수와 신혜린은 저의 아들과 딸입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 골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무엇보다 남편한테 고마움을 느끼죠. 아이들과 나의 목표를 향해 성실히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 골프 선수로 다시 성장하는 것 같아 요즘은 너무 행복합니다. 힘들게 지나갔던 모든 시간들조차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나의 삶 일부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2 아마추어 자격으로 오픈 대회 우승
서울오픈 3위 등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

시합이 끝나고 2주 후, 우리는 청담동 카페 그롬에서 다시 만나 따뜻한 차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 내성적인 성격에 친화력이 없는 저는 선배 프로님들이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요즘은 시니어투어하면서 마음도 편해지고 선배 동료들과 친숙하게 지내며 즐겁게 대회에 참여합니다.

이= 2막 인생을 시니어투어 무대 위에 다시 올려놓으셨군요?

김= 저는 투어에 출전하는 선수이자 민수와 혜린이의 골프 코치입니다. 레슨비 지출이 없으니까 아직은 경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 좋기도 하구요.

이= 부모가 직접 나서서 키운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닌 것 같은데…

김= 기본기만 제가 단단하게 알려주면 능력과 열정으로 본인들이 각자 스스로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엄마의 DNA 운동 기질과 운동 감각을 갖고 태어났을 것입니다. 프로가 되기도 전에 고2 때 이미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오픈 대회에서 석권하셨잖아요.

김= 1992년 6월 ‘서산 여자오픈 아라CC’에서 종합우승을 했습니다.

이= 아~당시에는 프로 오픈 대회에서 프로선수들을 제치고 아마추어가 우승을 종종 했던 시기입니다.

김= 그렇습니다. 프로 대회보다 주니어들은 대회가 많아 경기력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는 시기였죠.


이= 주니어 시합이 활성화되면서 기업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속에 우리 골프계가 이만큼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김= 그렇습니다. 서산 여자 오픈에서 종합우승을 했는데 그 대회가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 함께 같은 조에서 박민혜 프로, 김보은 프로와 함께 쳤던 기억이 나요. 두 선수가 퍼터만 잡으면 거리에 관계 없이 볼이 홀로 빨려 들어가더군요.

김= 그랬었죠. 그 날 버디를 8개 했습니다.

이= 30년에서 3년 모자를 때 저는 핀 가까이 붙여 놓고 퍼터만 잡으면 쩔쩔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김= 제가 인터뷰 중에 선배님들이 편하게 해주셔서 최고의 성적을 냈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 하하하 그랬었군요. 골프 이전에는 어떤 운동을 했었나요?
 

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한 테니스는 중3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었고 소년체전 테니스 대회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 부모님이 운동선수였나요?

김= 레슬링협회 강화 위원장이셨는데, 소년체전이 끝나는 다음날 골프 연습장으로 저를 데리고 가 바로 전향시키셨습니다.

이= 딸의 운동 소질을 파악한 아버지가 딸의 운동선수 라이프를 구상하셨네요.

김= 골프가 테니스보다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테니스는 온종일 뛰고 또 뛰고 쉬는 날도 없어서 힘들었고, 선배들의 엄격한 훈계도 힘들었는데, 골프는 저 혼자 스스로 훈련하고 참견하는 사람이 없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이= 골프는 스스로 노력해서 나만의 것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다시 한 번 정리해 주시죠.

김= 골프는 잘 맞다가도 안 맞을 경우, 코스 안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하는 운동입니다.

이= 골프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보셨는지요?

국가대표 상비군 발탁 충분
탈락 충격받고 골프채 놔

김= 남보다 멀리 정확하게 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스윙이 흐트러집니다. 상대 플레이어가 핀 가까이 붙였을 때 나는 더 가깝게 붙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을 때가 그러합니다.

이= 나만의 신념과 나만의 매끄러운 기술이 있어야 남을 이길 수 있겠죠.

이= 요즘 시니어대회에 출전하는 소감은 어떠신지요?

김= 대회 결과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본선만 들어가도 행복합니다.

이= 남편께서 적극 지원을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김= 저의 남편은 꿈과 야망이 식지 않는 남자입니다.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며 열심히 사는 사람입니다. 그런 모습을 저도 존경하고 있습니다. 남편으로, 아이 아빠로는 점수를 많이 줄 수가 없네요. 

그러나 의리 있는 남자 중의 남자입니다. 주말 부부이기 때문에 항상 보고 싶습니다. 거의 20년 동안 집안일에 아이들만 키우며 살다가 챔피언스 대회에 참가하면서 바깥세상을 구경하게 되어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듭니다. 예전엔 부모님이 시켜서 재미도 모르고 선수 생활을 해왔지만, 챔피언스 대회는 나 스스로가 간절히 원해서 참여하기 때문에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골프 세계에 입문하게 해주신 부모님께 참회와 감사함을 갖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근육으로 첫날 베스트 스코어를 치고도 본선 경기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습니다. 지금은 마음도 몸도 많이 안정을 찾았고 선배 동료들, 아름다운 골프 스토리가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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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