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대학 발전기금 강요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0.28 11:28:39
  • 호수 12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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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값 학교에 기부하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교 입학정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비수도권 지방대학들은 각기 다른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남서울대학교는 ‘만원의 행복’ 캠페인을 진행했다. 학교 측은 재학생들에게 해당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메일을 받은 재학생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남서울대학교 전경

최근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구조 조정’이라는 칼바람을 맞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년 내 대학 입학생은 12만명 이상 급감하기 때문에 각 대학교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이 추세라면 조만간 비수도권 대학의 40%가 향후 5년 이후 문을 닫거나 아니면 40%에 이르는 학생정원 감축을 감수해야 한다. 

대학발전기금 
강제후원 논란

지난 18일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는 “2019년 현재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 입학정원은 49만명이지만, 교육부가 8월6일 대학혁신지원방안 발표서 언급한 바와 같이 5년 뒤인 2024년에는 지금보다 입학정원이 12만4000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기준으로 수도권 입학정원이 19만명(서울 8만8000명 포함)이고 비수도권 입학정원은 30만명”이라며 “우리나라 대학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학 지원을 수직적으로 서열화하고 있어 비수도권 대학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2024년 입학생 12만4000명 감소가 주로 비수도권에 일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이는 비수도권 대학 전체 정원의 41%에 해당한다”며 “지금도 재정이 어려운 상황서 학생 수가 급감하면, 주로 등록금에 재정을 의존하는 사립대학 중에 견딜 수 있는 대학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히 표현하면 최소한 지방대학 40%가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 지방대학과 지역 고등교육 기반, 더 나아가 해당 지역이 붕괴할 수밖에 없는 재앙 수준의 위기가 수년 뒤에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총체적인 대학과 고등교육의 위기상황이지만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전국 고등교육의 13%를 담당하고 있는 부산과 경남지역 대학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상황을 타파하고자 충남 천안에 위치한 남서울대학교(이하 남서울대)는 캠페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18일 남서울대 도약을 위한 학교발전 자문위원회 출범식을 개최, 모교사랑 ‘만원의 행복’ 캠페인을 진행했다.

수도권 입학정원 떨어져 지방대 직격탄
학생·교직원 등에 ‘만원 캠페인’ 메일

만원의 행복 캠페인이란 모교를 사랑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최소 1만원 이상 해당 계좌로 입금하면 매달 학교 발전기금이라는 명목 하에 후원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날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은 “재학생·동문·교수로 이루어진 대학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수개월 동안 산고 끝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학교발전 자문위원회 출범식을 갖게 됐다”며 “모두 힘을 모아 대학 발전이라는 비전을 앞당겨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달 뒤 남서울대학은 공격적으로 기부금 후원 모집에 나섰다. 10월17일부터 재학생을 비롯해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메일로 만원의 행복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는 메일을 전송한 것이다.

메일은 ‘NSU 만원의 행복에 동참해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전송됐다.


해당 메일에는 ‘남서울대학은 이러한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남서울 가족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상생발전 할 수 있는 남서울인 만원의 행복 동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자 한다. 지금까지도 많은 분께서 학교발전기금 출연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시고 있으나, 지난달 남서울대 발전자문위원회 출범식을 계기로 온라인뱅킹을 활용해 1만원 이상을 자동이체 방식으로 모금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

이어 ‘휴대폰이나 컴퓨터서 해당 주소를 입력하면 후원금 자동이체를 할 수 있는 사이트가 열리며 여기에 인적사항과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1분여 만에 절차가 완료된다. 여러분의 정성은 남서울대 발전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될 것이다. 또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혜택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느닷없이
캠페인 카드

말미에는 ‘1만원은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정도의 비용이다. 남서울대 발전을 매월 커피  한 잔을 후배들에게 사준다는 마음으로 적극 참가해주시기 바란다. 학교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애써주시는 동문회, 교직원, 학생, 학부모님들에게 두 손 모아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늘 하나님의 은혜가 각 가정에 충만하길 기원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남서울대는 해당 메일을 재학생 전체에게 전송한 것도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재학생에게는 메일이 전송되지도 않았으며, 다른 재학생에게는 하루 걸러서 똑같은 메일이 2번 이상 전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서울대 관계자는 “학교에 등록된 메일이 정확하지 않아 전송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그 점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메일을 다시 한 번 확인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메일은 페이스북 전국 대학생 대나무숲 페이지에 공유되어 남서울대 재학생들에게 퍼졌다. 제보자도 “남서울대는 얼마나 비리를 저질렀길래 총장이 메일로 기부해달라고 난리를 치나요? 만원 정도면 커피값이니 내달라는데”라며 해당 메일을 공유했다. 

남서울대 재학생 A씨는 “해당 메일을 읽어보니 커피 한 잔 하는 돈이니 학교에 기부 좀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학교 비리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렇게 빼돌린 학교 돈 채워서 누구의 배를 불리려나 싶어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총 76건 적발…대전·충남 사립대 중 최다 건수
아무렇지 않은 듯 “커피값 표현은 비유에 불과”

이어 “비리도 없고 쓸모없는 돈을 쓰지 않았으면 이런 메일을 보낼 일이나 있었을까, 이런 이런 생각도 든다. 많은 학생의 등록금을 받아 가고 학생들은 나라에 빚을 내 공부하고 아르바이트해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와중에 커피 한 잔 할 돈을 학교에 기부하면 소득공제도 된다고 말하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학 임직원)본인들 월급서 차감해서 기부했으면 좋겠다”며 “이메일을 받고 기부할 생각도 들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현재 자금 상황이나 해결방안은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대뜸 돈을 달라고 하니 강도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분노했다. 

재학생 B씨는 “학교 감사 내용을 보면 비정상적인 곳에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이런 상황서 저희에게 돈을 내라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에게 월 1만원씩 내라고 하는 건 고통을 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또 1만원을 고작 커피 한 잔 값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불쾌했다. 친구들 사이서도 이 표현으로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 최근 커피 한 잔 값 논란에 휩싸인 남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은 감사결과 비리가 적발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부를 요구하는 것 같아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1만원을 커피 한 잔 값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2008∼2019년 현재까지 사립대학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339개 사립대학에 회계부정 등으로 적발된 건수가 4528건이고 비위 금액은 4177억원에 달했다. 

충남에서는 남서울대학가 76건이나 적발돼 대전·충남 사립대 중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남서울대는 지난해 2월 종합감사서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부적정 ▲장기 미등기 부동산 과징금 등 교비회계 집행 ▲교수협의회 창립식 방해 등 34건이 적발돼 이 중 14건, 3억400만원의 재정조치를 받았다. 

‘만원의 행복에
동참해주세요!’

대표적으로 남서울대는 지난 2015년 8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천안시청으로부터 학교법인 성암학원에 부과된 ‘충남 **시 **읍 **리 65-2’ 등 33필지 부동산 장기 미등기에 따른 과징금 합계 13억2200여만원을 교비회계(등록금회계)서 집행하는 등 2015년 8월17일부터 2017년 10월17일까지 법인 귀책 사유가 있고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가 아닌 부동산 장기 미등기에 따른 과징금 및 관련 행정 소송 수행경비 등 13억4500여만원을 교비회계서 집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서울대 재학생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해당 메일과 게시글에 관해 재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하자, 하루 뒤인 18일 페이스북 남서울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지에 추종호 대외 국제교류처 교수가 글을 올렸다. 

이 글은 “10월17일 전송된 총장님의 레터로 인해 학우분들의 많은 당황스러움을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학우분들이 문의를 하셨고, 학생회 측에서 이글과 관련해 담당부서 및 담당자분께 이 상황에 대해 설명드렸다”고 게시했다. 이어 “저는 본교 대외국제교류처부처장 스포츠비즈니스학과 추종효 교수이다. 본교에 재직중이며, 스포츠비즈니스학과 95학번 동문이기도 하다.
 


이번 NSU만원의 행복 동행과 관련해 우리 학생들의 우려 목소리가 많아 글을 남긴다. 이 행사는 남서울대학교 총동문회와 대외 국제교류처서 학교 발전과 학생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소액 기부 행사”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18일 ‘남서울대학교 발전을 위한 자문위원회 출범식’에 이사장님, 총장님, 이하 지역사회 인사들께서도 함께 참여해 첫 출발을 했다. 행사 당일 총동문회장님께 1000만원이라는 거금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탁해주셨으며, 총동문회서도 500만원, 그 이외에 많은 분이 남서울대 발전을 위해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타대학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소액기부 발전기금 모금을 우리 남서울대가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재학생 여러분께서 걱정하고 있는 우려하는 부분들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모금  된 발전기금들은 우리 남서울대 진일보 발전을 위한 디딤돌로의 역할 수행과 더불어 온전히 학생들의 복지와 장학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NSU 만원의 행복 동행은 어디까지나 당사자 자율 의사에 진행되는 것이며 학생들에게 부담을 느끼게 한 점이 있다면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남서울대학교와 총동문회에서는 학교의 발전을 위해 일만 학우들과 동반성장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남서울대 관계자는 “요즘 국내뿐 아니라 외국대학교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발전기금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큰 기대만큼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물론 후원해주신 분도 있었지만 모든 사람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캠페인을 지속했고 메일로도 전송했다”고 말했다.

“강요 아니다”
학교 측 일축

이어 “절대 강요로 하는 게 아니라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분들이라면 재학생, 교직원, 졸업생 등 다양하게 후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액수는 아직 초기단계기 때문에 후원금이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또 재학생들이 ‘커피 한 잔’이라는 표현에 대해 굉장히 불편해한 걸로 아는데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서민적인 음식으로 ‘짜장면 가격’이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지금은 시대가 바뀐 만큼 커피 한 잔이라고 비유를 한 것이다. 사전적 의미가 아닌 이류적 표현으로 뜻을 전한 것이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양대 발전기금 의혹
교직원에 강제징수? 제출된 내역도 허위

학교발전기금을 교직원들에게 강제징수했다는 의혹을 받은 동양대학교가 ‘발전기금 내역을 제출하라’는 국정감사 위원의 요청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기금 내역에 허위사실이 확인되면 현장조사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8년 동양대 학교발전기금 모금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의 경우 교직원들이 낸 기금은 1139만2000원으로 명시됐다.

박 위원의 요청을 받은 교육부가 동양대에 공문을 보내 제출받은 뒤 재차 의원실에 전달한 것이다. 자료에 적힌 연도별 기금 규모와 내역 등은 동양대가 직접 작성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발전기금의 경우 사립학교가 교육부에 내역 등을 보고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양대가 제출한 자료는 허위였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동양대의 2013∼2017년 사이 발전기금 내역을 살펴볼 때, 2017년의 경우 2월에만 190건이 넘는 발전기금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발전기금 납부자 명단 중 A 교수(1000만원), B 교수(2000만원), C 교수(1000만원) 등이 낸 금액만 4000만원이 넘는다. 표창장 위조 의혹을 받는 정경심 교수도 당시 1000만원을 납부한 것으로 돼있으며 최성해 총장도 2억8000만원을 낸 것으로 나와 있다. 

교수들이 낸 금액이 무려…
회계처리 달리 했을 가능성

전직 동양대 직원 증언에 따르면 학교 측은 2016년 말∼2017년 초 사이 “교수는 1000만원, 일반 교직원은 500만원의 발전기금을 내라”고 종용했다. 2017년 기준 동양대 교수 및 정규직 숫자는 200명이 훌쩍 넘었다. 전직 동양대 일부 교수 등은 “기금을 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 등을 당하는게 두려워 모든 교직원이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살펴보면 2017년 2월 1000만원의 기부금을 낸 납부자는 총 126명으로, 금액만 합산해도 10억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양대가 기금 규모를 많이 축소해 허위 제출한 배경으로는 당시 회계처리 문제 탓으로 추측된다.

학교발전기금은 엄연히 ‘기부금’에 속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회계 절차를 통해 납부됐다면 납부자들이 세액공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동양대의 경우 기금을 걷을 때 세액공제가 안  되는 것으로 확인돼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일었다.

동양대가 2017년에 명목상으로는 발전기금을 걷으면서 실제로는 회계처리를 다른 항목으로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박찬대 의원은 “최성해 총장의 가짜학위 행사 의혹과 재정운영 문제, 허위 기부금 자료 제출 등 대학의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교육부는 학교운영 전반에 대해 종합감사 등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동양대가 허위 자료를 제출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실제 걷은 기금 규모와 학교 공시정보에 기재된 기금 내역이 맞지 않는 등 문제가 보인다면 현장조사 등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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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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