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대학 발전기금 강요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0.28 11:28:39
  • 호수 12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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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값 학교에 기부하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교 입학정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비수도권 지방대학들은 각기 다른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남서울대학교는 ‘만원의 행복’ 캠페인을 진행했다. 학교 측은 재학생들에게 해당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메일을 받은 재학생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남서울대학교 전경

최근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구조 조정’이라는 칼바람을 맞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년 내 대학 입학생은 12만명 이상 급감하기 때문에 각 대학교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이 추세라면 조만간 비수도권 대학의 40%가 향후 5년 이후 문을 닫거나 아니면 40%에 이르는 학생정원 감축을 감수해야 한다. 

대학발전기금 
강제후원 논란

지난 18일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는 “2019년 현재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 입학정원은 49만명이지만, 교육부가 8월6일 대학혁신지원방안 발표서 언급한 바와 같이 5년 뒤인 2024년에는 지금보다 입학정원이 12만4000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기준으로 수도권 입학정원이 19만명(서울 8만8000명 포함)이고 비수도권 입학정원은 30만명”이라며 “우리나라 대학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학 지원을 수직적으로 서열화하고 있어 비수도권 대학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2024년 입학생 12만4000명 감소가 주로 비수도권에 일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이는 비수도권 대학 전체 정원의 41%에 해당한다”며 “지금도 재정이 어려운 상황서 학생 수가 급감하면, 주로 등록금에 재정을 의존하는 사립대학 중에 견딜 수 있는 대학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히 표현하면 최소한 지방대학 40%가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 지방대학과 지역 고등교육 기반, 더 나아가 해당 지역이 붕괴할 수밖에 없는 재앙 수준의 위기가 수년 뒤에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총체적인 대학과 고등교육의 위기상황이지만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전국 고등교육의 13%를 담당하고 있는 부산과 경남지역 대학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상황을 타파하고자 충남 천안에 위치한 남서울대학교(이하 남서울대)는 캠페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18일 남서울대 도약을 위한 학교발전 자문위원회 출범식을 개최, 모교사랑 ‘만원의 행복’ 캠페인을 진행했다.

수도권 입학정원 떨어져 지방대 직격탄
학생·교직원 등에 ‘만원 캠페인’ 메일

만원의 행복 캠페인이란 모교를 사랑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최소 1만원 이상 해당 계좌로 입금하면 매달 학교 발전기금이라는 명목 하에 후원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날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은 “재학생·동문·교수로 이루어진 대학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수개월 동안 산고 끝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학교발전 자문위원회 출범식을 갖게 됐다”며 “모두 힘을 모아 대학 발전이라는 비전을 앞당겨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달 뒤 남서울대학은 공격적으로 기부금 후원 모집에 나섰다. 10월17일부터 재학생을 비롯해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메일로 만원의 행복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는 메일을 전송한 것이다.

메일은 ‘NSU 만원의 행복에 동참해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전송됐다.


해당 메일에는 ‘남서울대학은 이러한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남서울 가족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상생발전 할 수 있는 남서울인 만원의 행복 동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자 한다. 지금까지도 많은 분께서 학교발전기금 출연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시고 있으나, 지난달 남서울대 발전자문위원회 출범식을 계기로 온라인뱅킹을 활용해 1만원 이상을 자동이체 방식으로 모금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

이어 ‘휴대폰이나 컴퓨터서 해당 주소를 입력하면 후원금 자동이체를 할 수 있는 사이트가 열리며 여기에 인적사항과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1분여 만에 절차가 완료된다. 여러분의 정성은 남서울대 발전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될 것이다. 또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혜택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느닷없이
캠페인 카드

말미에는 ‘1만원은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정도의 비용이다. 남서울대 발전을 매월 커피  한 잔을 후배들에게 사준다는 마음으로 적극 참가해주시기 바란다. 학교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애써주시는 동문회, 교직원, 학생, 학부모님들에게 두 손 모아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늘 하나님의 은혜가 각 가정에 충만하길 기원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남서울대는 해당 메일을 재학생 전체에게 전송한 것도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재학생에게는 메일이 전송되지도 않았으며, 다른 재학생에게는 하루 걸러서 똑같은 메일이 2번 이상 전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서울대 관계자는 “학교에 등록된 메일이 정확하지 않아 전송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그 점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메일을 다시 한 번 확인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메일은 페이스북 전국 대학생 대나무숲 페이지에 공유되어 남서울대 재학생들에게 퍼졌다. 제보자도 “남서울대는 얼마나 비리를 저질렀길래 총장이 메일로 기부해달라고 난리를 치나요? 만원 정도면 커피값이니 내달라는데”라며 해당 메일을 공유했다. 

남서울대 재학생 A씨는 “해당 메일을 읽어보니 커피 한 잔 하는 돈이니 학교에 기부 좀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학교 비리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렇게 빼돌린 학교 돈 채워서 누구의 배를 불리려나 싶어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총 76건 적발…대전·충남 사립대 중 최다 건수
아무렇지 않은 듯 “커피값 표현은 비유에 불과”

이어 “비리도 없고 쓸모없는 돈을 쓰지 않았으면 이런 메일을 보낼 일이나 있었을까, 이런 이런 생각도 든다. 많은 학생의 등록금을 받아 가고 학생들은 나라에 빚을 내 공부하고 아르바이트해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와중에 커피 한 잔 할 돈을 학교에 기부하면 소득공제도 된다고 말하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학 임직원)본인들 월급서 차감해서 기부했으면 좋겠다”며 “이메일을 받고 기부할 생각도 들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현재 자금 상황이나 해결방안은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대뜸 돈을 달라고 하니 강도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분노했다. 

재학생 B씨는 “학교 감사 내용을 보면 비정상적인 곳에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이런 상황서 저희에게 돈을 내라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에게 월 1만원씩 내라고 하는 건 고통을 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또 1만원을 고작 커피 한 잔 값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불쾌했다. 친구들 사이서도 이 표현으로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 최근 커피 한 잔 값 논란에 휩싸인 남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은 감사결과 비리가 적발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부를 요구하는 것 같아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1만원을 커피 한 잔 값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2008∼2019년 현재까지 사립대학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339개 사립대학에 회계부정 등으로 적발된 건수가 4528건이고 비위 금액은 4177억원에 달했다. 

충남에서는 남서울대학가 76건이나 적발돼 대전·충남 사립대 중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남서울대는 지난해 2월 종합감사서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부적정 ▲장기 미등기 부동산 과징금 등 교비회계 집행 ▲교수협의회 창립식 방해 등 34건이 적발돼 이 중 14건, 3억400만원의 재정조치를 받았다. 

‘만원의 행복에
동참해주세요!’

대표적으로 남서울대는 지난 2015년 8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천안시청으로부터 학교법인 성암학원에 부과된 ‘충남 **시 **읍 **리 65-2’ 등 33필지 부동산 장기 미등기에 따른 과징금 합계 13억2200여만원을 교비회계(등록금회계)서 집행하는 등 2015년 8월17일부터 2017년 10월17일까지 법인 귀책 사유가 있고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가 아닌 부동산 장기 미등기에 따른 과징금 및 관련 행정 소송 수행경비 등 13억4500여만원을 교비회계서 집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서울대 재학생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해당 메일과 게시글에 관해 재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하자, 하루 뒤인 18일 페이스북 남서울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지에 추종호 대외 국제교류처 교수가 글을 올렸다. 

이 글은 “10월17일 전송된 총장님의 레터로 인해 학우분들의 많은 당황스러움을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학우분들이 문의를 하셨고, 학생회 측에서 이글과 관련해 담당부서 및 담당자분께 이 상황에 대해 설명드렸다”고 게시했다. 이어 “저는 본교 대외국제교류처부처장 스포츠비즈니스학과 추종효 교수이다. 본교에 재직중이며, 스포츠비즈니스학과 95학번 동문이기도 하다.
 


이번 NSU만원의 행복 동행과 관련해 우리 학생들의 우려 목소리가 많아 글을 남긴다. 이 행사는 남서울대학교 총동문회와 대외 국제교류처서 학교 발전과 학생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소액 기부 행사”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18일 ‘남서울대학교 발전을 위한 자문위원회 출범식’에 이사장님, 총장님, 이하 지역사회 인사들께서도 함께 참여해 첫 출발을 했다. 행사 당일 총동문회장님께 1000만원이라는 거금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탁해주셨으며, 총동문회서도 500만원, 그 이외에 많은 분이 남서울대 발전을 위해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타대학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소액기부 발전기금 모금을 우리 남서울대가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재학생 여러분께서 걱정하고 있는 우려하는 부분들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모금  된 발전기금들은 우리 남서울대 진일보 발전을 위한 디딤돌로의 역할 수행과 더불어 온전히 학생들의 복지와 장학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NSU 만원의 행복 동행은 어디까지나 당사자 자율 의사에 진행되는 것이며 학생들에게 부담을 느끼게 한 점이 있다면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남서울대학교와 총동문회에서는 학교의 발전을 위해 일만 학우들과 동반성장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남서울대 관계자는 “요즘 국내뿐 아니라 외국대학교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발전기금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큰 기대만큼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물론 후원해주신 분도 있었지만 모든 사람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캠페인을 지속했고 메일로도 전송했다”고 말했다.

“강요 아니다”
학교 측 일축

이어 “절대 강요로 하는 게 아니라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분들이라면 재학생, 교직원, 졸업생 등 다양하게 후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액수는 아직 초기단계기 때문에 후원금이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또 재학생들이 ‘커피 한 잔’이라는 표현에 대해 굉장히 불편해한 걸로 아는데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서민적인 음식으로 ‘짜장면 가격’이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지금은 시대가 바뀐 만큼 커피 한 잔이라고 비유를 한 것이다. 사전적 의미가 아닌 이류적 표현으로 뜻을 전한 것이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양대 발전기금 의혹
교직원에 강제징수? 제출된 내역도 허위

학교발전기금을 교직원들에게 강제징수했다는 의혹을 받은 동양대학교가 ‘발전기금 내역을 제출하라’는 국정감사 위원의 요청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기금 내역에 허위사실이 확인되면 현장조사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8년 동양대 학교발전기금 모금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의 경우 교직원들이 낸 기금은 1139만2000원으로 명시됐다.

박 위원의 요청을 받은 교육부가 동양대에 공문을 보내 제출받은 뒤 재차 의원실에 전달한 것이다. 자료에 적힌 연도별 기금 규모와 내역 등은 동양대가 직접 작성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발전기금의 경우 사립학교가 교육부에 내역 등을 보고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양대가 제출한 자료는 허위였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동양대의 2013∼2017년 사이 발전기금 내역을 살펴볼 때, 2017년의 경우 2월에만 190건이 넘는 발전기금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발전기금 납부자 명단 중 A 교수(1000만원), B 교수(2000만원), C 교수(1000만원) 등이 낸 금액만 4000만원이 넘는다. 표창장 위조 의혹을 받는 정경심 교수도 당시 1000만원을 납부한 것으로 돼있으며 최성해 총장도 2억8000만원을 낸 것으로 나와 있다. 

교수들이 낸 금액이 무려…
회계처리 달리 했을 가능성

전직 동양대 직원 증언에 따르면 학교 측은 2016년 말∼2017년 초 사이 “교수는 1000만원, 일반 교직원은 500만원의 발전기금을 내라”고 종용했다. 2017년 기준 동양대 교수 및 정규직 숫자는 200명이 훌쩍 넘었다. 전직 동양대 일부 교수 등은 “기금을 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 등을 당하는게 두려워 모든 교직원이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살펴보면 2017년 2월 1000만원의 기부금을 낸 납부자는 총 126명으로, 금액만 합산해도 10억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양대가 기금 규모를 많이 축소해 허위 제출한 배경으로는 당시 회계처리 문제 탓으로 추측된다.

학교발전기금은 엄연히 ‘기부금’에 속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회계 절차를 통해 납부됐다면 납부자들이 세액공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동양대의 경우 기금을 걷을 때 세액공제가 안  되는 것으로 확인돼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일었다.

동양대가 2017년에 명목상으로는 발전기금을 걷으면서 실제로는 회계처리를 다른 항목으로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박찬대 의원은 “최성해 총장의 가짜학위 행사 의혹과 재정운영 문제, 허위 기부금 자료 제출 등 대학의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교육부는 학교운영 전반에 대해 종합감사 등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동양대가 허위 자료를 제출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실제 걷은 기금 규모와 학교 공시정보에 기재된 기금 내역이 맞지 않는 등 문제가 보인다면 현장조사 등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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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