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이 노리는 최고의 포석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0.28 10:36:54
  • 호수 12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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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 앞으로’ 장기말이 움직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문(친 문재인)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총선판에 대한 구상이다. 당정청의 핵심 인사들을 가장 적절한 곳에 배치, 최대 효과를 누리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정황은 당내 곳곳서 포착된다. <일요시사>는 총선이라는 무대서 친문이 노리는 최고의 포석을 추적했다.
 

▲ (사진 왼쪽부터)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친문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인 이른바 ‘3철’의 한 명인 양정철 민주연구원(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원장이 최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이재순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등과 회동을 가졌던 사실이 알려졌다.

3철 중 2철
총선 나서나

네 사람은 지난 10일 광화문의 한 식당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고 한다. 정치권은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의 인재영입을 위한 만남이 아니냐는 반응을 내놨다. 

양 원장은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을 주도한 바 있다. 이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서 밝혀졌다.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열린 윤 후보자 청문회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2015년 양 원장의 (20대 국회의원)총선 인재영입 과정서 그와 인연을 맺은 것이 맞느냐’고 질의하자 윤 후보자는 “맞다”고 답했다. 

윤 후보자는 가까운 선배가 서울에 올라오면 한 번 보자고 해서 나갔더니 양 원장도 그 자리에 나와 있었다고 회상했다. 양 원장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함께 지난 7월부터 인재 물색에 나선 상태다. 그는 향후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 활동을 도울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때문에 양 원장이 포함된 네 사람의 만남은 정치권의 큰 이목을 끌었다. 특히 채 전 총장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그는 박근혜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가 좌천되다시피 검찰총장직서 물러났다. 보수정권의 찍어내기 피해자라는 상징성을 지녔다는 측면서 민주당에게 적합한 인재로 평가된다.

실제 채 전 총장의 전북 군산 출마설이 올 초부터 대두된 상태다. 그는 서울 출생이지만, 부친이 군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채 전 총장의 친척들도 군산서 다수 거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의 필요와도 맞아떨어진다. 군산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던 지역이지만, 지난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김관영 후보에게 내줬다. 민주당 입장에선 군산뿐 아니라 호남 전역으로 ‘민주당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채 전 총장처럼 중량감 있는 후보가 나와주길 희망하는 눈치다. 

‘3철’ 양정철-채동욱 만남 왜?
군산 출마설 솔솔∼가능성은?

그 외에도 전직 검찰총장 출신인 채 전 총장이 국회에 입성한다면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검찰 개혁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양 원장을 비례대표로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단 양 원장은 채 전 총장 영입설에 대해 선을 그은 상태다. 네 사람의 만남은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신 전 실장을 환영하기 위한 자리였지 인재영입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양 원장과 민주연구원 측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공개적인 곳에서 만났고, 그런 자리서 영입 문제나 민감한 검찰 관련 조언을 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양 원장과 함께 3철의 한 축인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거론된다. 이는 전 의원 본인의 의사보다 민주당 내부의 요구라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 의원이 아니면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친문계서 전 의원의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여러 정치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민주당은 이른바 ‘조국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 한때 오차범위 내까지 좁혀진 적도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위기감을 느낄 만하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는 총선 승리는 물론, 내심 과반 이상의 의석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조국 사태가 있기 전 <일요시사>를 통해 “선거는 최대한 나쁜 쪽을 예상하고 임하는 것이 맞지만, 내심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내에서는 130석 플러스알파를 얘기하는 쪽이 우세하다. 150석까지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호남 선봉장
채동욱 거론

그러나 상황은 급변했다. 낙관론은 사라졌다. 이런 위기감은 특히 부산·울산·경남(PK) 등 한국당과의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서 두드러진다. 이러다간 PK를 한국당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PK 지역 친문계서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4∼18일 전국 성인 2505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하고 21일 발표한 결과, 지역별로 대구·경북을 비롯해 대부분의 지역서 전주보다 상승한 반면 PK는 긍정평가가 35.0%서 33.2%로 하락했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만약 PK서 민주당이 밀린다면, 이는 PK친문의 위기뿐 아니라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민주당은 20대 총선서 부산 6석, 경남 3석, 울산 1석을 확보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물론 부산시의원 47명 중 41명, 경남도의원 58명 중 34명을 배출하는 압승을 거뒀다. 

그럼에도 1년 사이 PK친문계에서는 양산·김해도 힘들 수 있다는 비관론이 새나온다. 양산엔 문 대통령이 사저가 있고, 김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이 있다.

그렇다고 친문계 입장서 문재인정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검찰 개혁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전해철 카드’다. 이는 특히 PK친문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PK친문은 전해철 카드로 조국 사태를 정면 돌파, 검찰 개혁서 성과를 내 민심의 반전을 노릴 계획이다. 전 의원은 조 전 장관처럼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있어 검찰 개혁의 추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 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민주당 내 역할론도 눈에 띈다. 이 총리는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17년 5월31일 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기를 시작한 이 총리는 이전의 최장수 기록이었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기록(880일 재임)을 경신했다. 이는 반대로 이 총리가 언제 자리서 내려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임을 의미한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총리의 연말 사퇴를 높게 점친다.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이때까지는 자신의 정치적 거취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문 내부에서는 조국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인물로 이 총리가 거론된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서 내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이 총리가 ‘당의 얼굴’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국 출마
기정사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다. 이 총리의 국정운영에 관한 검증은 이미 끝났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 총리는 취임 이후 ‘책임 총리’ ‘일하는 내각’ 등을 실현시킨 인물로 꼽힌다. 문 대통령도 이런 이 총리에게 그간 힘을 실어줬다. 이 총리의 해외 순방 때 문 대통령이 자신의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내주기도 했다. 이런 점은 향후 친문계와 그 지지자들에게 크게 환영받을 요소다.

이 총리 역시 총선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당시 이 총리는 “지금 이 위치(국무총리)에 있지만, 여전히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4일에는 지인들과 이 총리가 막걸리 만찬을 즐기던 중 한 참석자가 “조국 사태에 대해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질문하자 이 총리가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의 출마 예상 지역으로는 서울 종로와 세종이 꼽힌다. 종로는 ‘정치1번지’, 세종은 ‘행정수도’로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친문은 이 총리가 세종으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종로로 나서는 상황을 최선으로 본다. 중량감 있는 대선주자들이 경선서 붙을 경우 자칫 내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 6월 일찌감치 종로로 이사하며 당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서 이 총리가 종로로 나선다면, 1명의 대선주자급 인물이 본선서 뛰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불명예 퇴진한 조국 전 장관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역할론’이 대두됐다. 그의 의지와는 무관하지만, 정치권의 말을 들으면 일면 납득이 간다. 조 전 장관이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에 발을 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민주당은 ‘서초동 집회’를 통해 조 전 장관의 총선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서초동서 ‘조국 수호’를 외쳤다. 친문 핵심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인물로 검증된 것이다.

임종석 종로? 이낙연 세종?
조국 vs 나경원 빅매치 성사?

조 전 장관의 총선 역할론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되기 전부터 부산 지역 출마설의 중심에 있었다. 문정부의 사명인 검찰 개혁을 연말까지 마무리 지은 조 전 장관이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부산시당위원장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지난 4월 “인재 영입 가이드라인을 부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정 운영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정했다”며 “이 기준에 맞는 대표적인 인물이 조국”이라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홍영표 의원도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단 민주당 내부에서만 제기됐던 사안은 아니었다. ‘정치9단’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은 지난 6월 “(조 전 장관이)내년 2월까지 장관을 수행하고 사퇴한 뒤 부산서 총선에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

조 전 장관이 실제 총선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불명예 퇴진을 한 상황서 섣부른 총선 출마는 자칫 민주당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한경비지니스>와의 인터뷰서 “지금 이 상황서 그런(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 얘기를 하는 것이 과연 (민주당에)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지금 판단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친문 진영에서는 대안으로 조 전 장관의 수도권 출마설이 나온다. 조국 사태의 근원지인 부산을 벗어나 수도권에 출마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조 전 장관 딸의 특혜 논란과 조 전 장관 일가가 운영하는 웅동학원을 둘러싼 여러 의혹은 모두 부산서 일어난 일이다.

수도권 출마설 중 조 전 장관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학과 82학번 동기며, 최근 자녀 특혜 의혹으로 동시에 주목받았다. 

나경원과
한판 붙나

지난 21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종합감사에선 다시 한 번 이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조 전 장관 딸의 특혜 논란과 “표창장 위조 등에 대한 대책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따졌다. 반면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유력 정치인의 딸이 대학에 입학할 때 입시 전형이 급히 만들어진 것에 교육부가 연루됐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나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같은 당 박경미 의원 역시 나 원내대표 아들이 서울대 의대 연구 포스터 제1저자가 된 것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조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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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