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vs 대웅제약’ 피 튀는 보톡스 전쟁 막전막후

둘 중 하나는 거짓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양사는 균주 도용 여부를 두고 그야말로 혈전을 벌이고 있다.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했다’는 치명상을 입게 될 전망이다.
 

▲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과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메디톡스는 지난 2006년 보툴리눔 톡신 제품 ‘메디톡신’을 출시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흔히들 알고 있는 미용 성형 시술용 의약품 ‘보톡스’를 일컫는다. 대웅제약은 그보다 늦은 2014년 ‘나보타’를 선보인 후발주자다.

균 출처
물음표

발단은 지난 2016년 국정감사서 비롯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의원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2010년 국내서 보툴리눔 독소 균주를 발견해 신고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보툴리눔 독소는 1g의 소량으로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다. 기 의원의 요지는 보툴리눔 독소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국정감사를 통해 대웅제약의 균 출처가 드러났다. 대웅제약은 회사 근처 마구간 흙에서 보툴리눔 독소를 발견했다.

메디톡스는 이른바 ‘균주 기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보톡스 원료인 균주의 출처를 명확히 규정하자는 것이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그 대상이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대표는 자사 보톡스 제품의 균주 370만개 염기서열을 모두 공개했다.

정 대표는 “보톡스 균은 발생 지역에 따라 유전정보에 차이를 보인다”며 “미국서 들여온 메디톡스 균과 회사 근처 마구간서 발견했다는 대웅제약 균 정보가 일치하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등도 똑같이 염기서열을 공개하라는 압박이었다.

정 대표는 대웅제약 균주에 ‘홀’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을 지목했다. 정 대표는 “홀은 미국 위스콘신대, 엘러간, 메디톡스만이 보유하고 있는 균주”라며 대웅제약의 균 출처에 물음표를 찍었다.

설전이 법적 분쟁으로…수년간 제자리
“뺐어갔다” vs “찾아냈다”한치 양보 없어 

대웅제약은 반박에 나섰다. 보툴리눔 균주는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토양미생물이라는 것. 보톨리눔 균을 토양서 분리 동정한 사례에 관한 논문이 그 근거였다. 식품의약처(이하 식약처)가 중재에 나섰지만 매듭짓지 못했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가 의심된다며 경찰에게 대웅제약 수사를 의뢰했지만 모두 무혐의로 내사 종결됐다. 겉으로 보기에 ‘보톡스 갈등’은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오히려 양사 간 신경전이 대결 구도로 치달았다.

2016년 12월 메디톡스는 한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에는 ‘진짜는 말(馬)이 필요없다’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 서열 업계 최초 공개’라는 문구가 강조됐다. 앞서 대웅제약이 균의 출처를 마구간으로 밝혀둔 상황이었다. 사실상 대웅제약을 겨냥한 광고로 여겨졌다.
 


메디톡스 측은 광고 제작에 대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기서열 공개가 가장 빠르고 객관적이라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해당 광고를 신문과 TV, 라디오, 온라인 포털 등에 내보냈다.

메디톡스는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식약처는 메디톡스의 TV광고가 약사법과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식약처는 관련 제품에 1개월 광고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일각에선 메디톡스 측의 광고 제작이 진흙탕 싸움을 부추겼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광고 공격

2017년 5월 대웅제약은 나보타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메디톡스는 다음달인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터 법원에 대웅제약과 알페온(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자사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 수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는 주장이었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의 ‘발목 잡기’로 일축했다. 대웅제약 측은 “나보타는 알페온을 통해 미국 FDA 허가신청을 완료한 상태”라며 “메디톡스는 미국서 임상 3상 시험도 시작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업계 후발주자 대웅제약이 메디톡스보다 먼저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소송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법원은 “이번 사건은 미국서 다툴 일이 아니므로 한국 법원서 다루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법원 판결을 가지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대웅제약은 법원 결정을 두고 “민사소송은 부적합하다는 판단”이라며 “소송으로 위협받았던 나보타의 선진국 진출도 힘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 입장은 정반대였다. 메디톡스는 “명령문 어디에도 ‘부적합’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 법원 판결은 한국서의 소송을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 법원은 명령문을 통해 한국서 진행하는 소송을 지켜본 뒤 소송을 받아들일지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메디톡스는 국내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2017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공시를 통해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 제기’라는 제목으로 보툴리눔 균주 및 독소제제 제조기술정보의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내용을 게재했다. 보툴리눔 균주 관련 정보가 담긴 문서와 파일을 삭제하고, 나보타 제품과 반제품을 폐기하라는 요구였다.

대웅제약 측은 ‘자사 균주 출처가 이미 여러 차례 정부기관의 실사를 통과한 점’ ‘수사기관 조사에서 무혐의 내사 종결된 점’ 등을 강조했다. 또 소송 진행 시 법정에서 메디톡스의 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밝히겠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미국 법원은 각기 다른 결정을 내렸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은 ‘각하’, 메디톡스와 알페온 등은 ‘유지’였다. 대웅제약 소송은 한국서, 알페온 등의 소송은 미국서 진행하라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올해 1월 대웅제약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에 제소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이 이유였다. 새해부터 양사 갈등에 불이 지펴진 셈이다.

메디톡스는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했다. 전직 직원이 대웅제약에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톡신 제조공정을 넘겼다는 것.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방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월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미국시장서 판매될 조짐을 보였다. 나보타가 FDA로부터 최종 품목허가 승인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앞서 메디톡스는 2017년 12월 메디톡스는 FDA에 시민청원서를 제출했다. 나보타의 보툴리눔균 출처가 확인되지 전까지 허가를 보류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FDA는 이를 거부했다.

나보타 심사 과정서 부정행위가 발견되지 못했고, 보툴리눔균 전체 유전자 정보를 공개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점이 청원 거부로 이어졌다.


해외 소송
국내 소송

같은 해 3월 ITC는 공식 조사 실시를 의결했다. 양사는 자신감을 보였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지적재산권을 탈취해 나보타를 개발했다는 것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시장방어 전략을 재차 강조하며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미국서 기업들이 경쟁 제품이 출시될 때 통상적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근거 없는 주장에 무고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덧붙였다.

조사에 착수한 ITC는 지난 5월 대웅제약에 나보타 균주 등을 메디톡스 지정 전문가에게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ITC는 ‘증거개시 절차’를 두고 있다. 증거 개시 절차란 소송 관련 자료를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제출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핵심쟁점인 균주의 실체가 드러날 조짐을 보이자 양사의 공방전은 여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지난달 15일 공개된 ITC 소송보고서는 결정적이었다.

지난 7월 ITC 결정에 따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전문가를 통해 각각의 균주에 대한 감정시험을 진행했다. 이후 메디톡스 균주 감정 결과 보고서와 대웅제약 반박 보고서가 ITC 재판부에 제출됐다. 해당 보고서는 양사 대리인들의 합의를 통해 결론 부분이 공개됐다.

대웅제약 측은 균부 분석 결과, 유전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입증했다고 자신했다. 반면 메디톡스 측은 돌연변이라고 반박했다.

대웅제약 측 전문가 데이비드 셔먼 박사는 전체 유전자 서열분석의 직접 비교를 통해 양사 균주가 여러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셔먼 박사는 메드톡스 측 분석 방법이 부분적 결과만 도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는 게 대웅제약의 설명이다. 반면 메디톡스 측 전문가인 폴 카임 박사는 일부 차이는 균주 증식 과정에서 나타난 돌연변이 때문이라고 봤다.

무대 가리지 않고 해외서도 소송전
첨예한 입장차 여전…후폭풍 불가피

포자 형성 시험결과에 대해서도 뚜렷한 입장차가 감지됐다. 메디톡스 측 앤드류 피켓 박사의 보고서는 대웅제약 측 감정시험과 동일 조건서 포자감정을 시행, 메디톡스 균주도 포자를 형성한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그간 메디톡스가 주장한 사실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디톡스 균주가 당초 주장한 균주가 아닌 다른 균주였거나 감정에 사용된 균주가 메디톡스가 사용하던 균주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자사 균주가 어떠한 조건서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균주를 가리켜 토양 분리 동정을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그러나 메디톡스 측 전문가 보고서에 따르면, 대웅제약 측 전문가 감정시험과 동일한 조건에서 메디톡스 균주도 포자를 형성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을 주장했다. 메디톡스 측 전문가 폴 카임 교수는 “대웅제약 균이 한국 자연환경에서 분리 동정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이를 근거로 “대웅제약 보툴리눔 균주가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서 유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 대웅제약 본사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의 반박보고서는 한국토양서 균주를 분리 동정했다는 대웅제약 주장을 전혀 뒷받침하지 못하는 자료”라고 꼬집었다. 특히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이 유리한 정보만 공개한다고 비판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은 규제기관에 자사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제출하고,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이례적인 실험 조건서 포자가 형성됐다는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 공개한다”며 “대웅제약이 시행한 이례적 실험조건으로 메디톡스의 균주도 포자가 형성됐다는 결과를 ITC에 제출했음에도 정작 제소과정에서는 어떤 반박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맞다”
“아니다”

한편 ITC는 재판 결과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의 수입과 유통 금지 등의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재판 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툴리눔 균주를 훔쳤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대웅제약은 도덕성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국내 토양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메디톡스의 경쟁사 발목 잡기가 수면 위로 부상, 논란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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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