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vs 대웅제약’ 피 튀는 보톡스 전쟁 막전막후

둘 중 하나는 거짓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양사는 균주 도용 여부를 두고 그야말로 혈전을 벌이고 있다.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했다’는 치명상을 입게 될 전망이다.
 

▲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과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메디톡스는 지난 2006년 보툴리눔 톡신 제품 ‘메디톡신’을 출시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흔히들 알고 있는 미용 성형 시술용 의약품 ‘보톡스’를 일컫는다. 대웅제약은 그보다 늦은 2014년 ‘나보타’를 선보인 후발주자다.

균 출처
물음표

발단은 지난 2016년 국정감사서 비롯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의원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2010년 국내서 보툴리눔 독소 균주를 발견해 신고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보툴리눔 독소는 1g의 소량으로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다. 기 의원의 요지는 보툴리눔 독소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국정감사를 통해 대웅제약의 균 출처가 드러났다. 대웅제약은 회사 근처 마구간 흙에서 보툴리눔 독소를 발견했다.

메디톡스는 이른바 ‘균주 기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보톡스 원료인 균주의 출처를 명확히 규정하자는 것이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그 대상이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대표는 자사 보톡스 제품의 균주 370만개 염기서열을 모두 공개했다.

정 대표는 “보톡스 균은 발생 지역에 따라 유전정보에 차이를 보인다”며 “미국서 들여온 메디톡스 균과 회사 근처 마구간서 발견했다는 대웅제약 균 정보가 일치하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등도 똑같이 염기서열을 공개하라는 압박이었다.

정 대표는 대웅제약 균주에 ‘홀’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을 지목했다. 정 대표는 “홀은 미국 위스콘신대, 엘러간, 메디톡스만이 보유하고 있는 균주”라며 대웅제약의 균 출처에 물음표를 찍었다.

설전이 법적 분쟁으로…수년간 제자리
“뺐어갔다” vs “찾아냈다”한치 양보 없어 

대웅제약은 반박에 나섰다. 보툴리눔 균주는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토양미생물이라는 것. 보톨리눔 균을 토양서 분리 동정한 사례에 관한 논문이 그 근거였다. 식품의약처(이하 식약처)가 중재에 나섰지만 매듭짓지 못했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가 의심된다며 경찰에게 대웅제약 수사를 의뢰했지만 모두 무혐의로 내사 종결됐다. 겉으로 보기에 ‘보톡스 갈등’은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오히려 양사 간 신경전이 대결 구도로 치달았다.

2016년 12월 메디톡스는 한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에는 ‘진짜는 말(馬)이 필요없다’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 서열 업계 최초 공개’라는 문구가 강조됐다. 앞서 대웅제약이 균의 출처를 마구간으로 밝혀둔 상황이었다. 사실상 대웅제약을 겨냥한 광고로 여겨졌다.
 


메디톡스 측은 광고 제작에 대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기서열 공개가 가장 빠르고 객관적이라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해당 광고를 신문과 TV, 라디오, 온라인 포털 등에 내보냈다.

메디톡스는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식약처는 메디톡스의 TV광고가 약사법과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식약처는 관련 제품에 1개월 광고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일각에선 메디톡스 측의 광고 제작이 진흙탕 싸움을 부추겼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광고 공격

2017년 5월 대웅제약은 나보타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메디톡스는 다음달인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터 법원에 대웅제약과 알페온(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자사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 수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는 주장이었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의 ‘발목 잡기’로 일축했다. 대웅제약 측은 “나보타는 알페온을 통해 미국 FDA 허가신청을 완료한 상태”라며 “메디톡스는 미국서 임상 3상 시험도 시작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업계 후발주자 대웅제약이 메디톡스보다 먼저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소송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법원은 “이번 사건은 미국서 다툴 일이 아니므로 한국 법원서 다루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법원 판결을 가지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대웅제약은 법원 결정을 두고 “민사소송은 부적합하다는 판단”이라며 “소송으로 위협받았던 나보타의 선진국 진출도 힘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 입장은 정반대였다. 메디톡스는 “명령문 어디에도 ‘부적합’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 법원 판결은 한국서의 소송을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 법원은 명령문을 통해 한국서 진행하는 소송을 지켜본 뒤 소송을 받아들일지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메디톡스는 국내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2017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공시를 통해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 제기’라는 제목으로 보툴리눔 균주 및 독소제제 제조기술정보의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내용을 게재했다. 보툴리눔 균주 관련 정보가 담긴 문서와 파일을 삭제하고, 나보타 제품과 반제품을 폐기하라는 요구였다.

대웅제약 측은 ‘자사 균주 출처가 이미 여러 차례 정부기관의 실사를 통과한 점’ ‘수사기관 조사에서 무혐의 내사 종결된 점’ 등을 강조했다. 또 소송 진행 시 법정에서 메디톡스의 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밝히겠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미국 법원은 각기 다른 결정을 내렸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은 ‘각하’, 메디톡스와 알페온 등은 ‘유지’였다. 대웅제약 소송은 한국서, 알페온 등의 소송은 미국서 진행하라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올해 1월 대웅제약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에 제소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이 이유였다. 새해부터 양사 갈등에 불이 지펴진 셈이다.

메디톡스는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했다. 전직 직원이 대웅제약에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톡신 제조공정을 넘겼다는 것.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방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월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미국시장서 판매될 조짐을 보였다. 나보타가 FDA로부터 최종 품목허가 승인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앞서 메디톡스는 2017년 12월 메디톡스는 FDA에 시민청원서를 제출했다. 나보타의 보툴리눔균 출처가 확인되지 전까지 허가를 보류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FDA는 이를 거부했다.

나보타 심사 과정서 부정행위가 발견되지 못했고, 보툴리눔균 전체 유전자 정보를 공개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점이 청원 거부로 이어졌다.


해외 소송
국내 소송

같은 해 3월 ITC는 공식 조사 실시를 의결했다. 양사는 자신감을 보였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지적재산권을 탈취해 나보타를 개발했다는 것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시장방어 전략을 재차 강조하며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미국서 기업들이 경쟁 제품이 출시될 때 통상적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근거 없는 주장에 무고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덧붙였다.

조사에 착수한 ITC는 지난 5월 대웅제약에 나보타 균주 등을 메디톡스 지정 전문가에게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ITC는 ‘증거개시 절차’를 두고 있다. 증거 개시 절차란 소송 관련 자료를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제출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핵심쟁점인 균주의 실체가 드러날 조짐을 보이자 양사의 공방전은 여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지난달 15일 공개된 ITC 소송보고서는 결정적이었다.

지난 7월 ITC 결정에 따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전문가를 통해 각각의 균주에 대한 감정시험을 진행했다. 이후 메디톡스 균주 감정 결과 보고서와 대웅제약 반박 보고서가 ITC 재판부에 제출됐다. 해당 보고서는 양사 대리인들의 합의를 통해 결론 부분이 공개됐다.

대웅제약 측은 균부 분석 결과, 유전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입증했다고 자신했다. 반면 메디톡스 측은 돌연변이라고 반박했다.

대웅제약 측 전문가 데이비드 셔먼 박사는 전체 유전자 서열분석의 직접 비교를 통해 양사 균주가 여러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셔먼 박사는 메드톡스 측 분석 방법이 부분적 결과만 도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는 게 대웅제약의 설명이다. 반면 메디톡스 측 전문가인 폴 카임 박사는 일부 차이는 균주 증식 과정에서 나타난 돌연변이 때문이라고 봤다.

무대 가리지 않고 해외서도 소송전
첨예한 입장차 여전…후폭풍 불가피

포자 형성 시험결과에 대해서도 뚜렷한 입장차가 감지됐다. 메디톡스 측 앤드류 피켓 박사의 보고서는 대웅제약 측 감정시험과 동일 조건서 포자감정을 시행, 메디톡스 균주도 포자를 형성한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그간 메디톡스가 주장한 사실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디톡스 균주가 당초 주장한 균주가 아닌 다른 균주였거나 감정에 사용된 균주가 메디톡스가 사용하던 균주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자사 균주가 어떠한 조건서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균주를 가리켜 토양 분리 동정을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그러나 메디톡스 측 전문가 보고서에 따르면, 대웅제약 측 전문가 감정시험과 동일한 조건에서 메디톡스 균주도 포자를 형성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을 주장했다. 메디톡스 측 전문가 폴 카임 교수는 “대웅제약 균이 한국 자연환경에서 분리 동정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이를 근거로 “대웅제약 보툴리눔 균주가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서 유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 대웅제약 본사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의 반박보고서는 한국토양서 균주를 분리 동정했다는 대웅제약 주장을 전혀 뒷받침하지 못하는 자료”라고 꼬집었다. 특히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이 유리한 정보만 공개한다고 비판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은 규제기관에 자사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제출하고,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이례적인 실험 조건서 포자가 형성됐다는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 공개한다”며 “대웅제약이 시행한 이례적 실험조건으로 메디톡스의 균주도 포자가 형성됐다는 결과를 ITC에 제출했음에도 정작 제소과정에서는 어떤 반박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맞다”
“아니다”

한편 ITC는 재판 결과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의 수입과 유통 금지 등의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재판 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툴리눔 균주를 훔쳤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대웅제약은 도덕성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국내 토양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메디톡스의 경쟁사 발목 잡기가 수면 위로 부상, 논란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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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