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폭풍’ 잠재울 문의 히든카드

‘최후의 보루’ 힘 받는 청와대 쇄신론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 이후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개각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후임 법무부장관을 찾고 있지만 쇄신용 개각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문재인정부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중폭개각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관련 청와대 개각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청와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로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3년차로 최근 조 전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임기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레임덕에 대한 우려 속에 인적 쇄신의 필요성이 청와대 안팎으로 계속해 제기되면서 ‘물갈이’에 동원될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도 함께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저 지지율
레임덕 우려

청와대는 최근 조 전 장관의 후임자을 찾기 위해 인사 시스템을 다시 작동시킨 분위기다. 청와대는 법무부장관만 교체하는 이른바 ‘원포인트 인사’를 줄곧 밝혀왔지만 일각에선 국무총리를 포함, 국토교통부와 교육부·외교부 등을 한 번에 중폭개각해 분위기를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해 제기되고 있다.

‘개각 카드’는 위기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청와대가 지금까지 이용했던 방법 중 하나다. 청와대 입장 발표는 개각설로 인한 공직 사회의 어수선함을 미리 차단하고자 하는 전략에 불과하고, 중폭개각으로 장관 인사청문회 때마다 거치는 야당의 혹독한 검증과 공세를 최소화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인사 실패로 타격을 입은 청와대는 이번 법무부장관 내정에 청문회를 무난히 넘길 현역 국회의원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선거를 치르면서 이미 검증을 받은 만큼 인사 실패로 인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현역 의원이 청문회서 낙마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청문회서 의원에 대한 평가가 다소 관대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후임으로 가장 크게 거론되는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다. 전 의원에 따르면, 전 의원의 법무부장관행에 민주당 의원들의 권유와 청와대 참모들의 직·간접적인 권유가 있었다.
 

▲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의원은 지난 23일 경기도의회 민주당이 마련한 정치아카데미 행사 특강서 “다른 대안이 없고 필요하다면(법무부장관을) 마다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서 검찰 개혁의 위중함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총선을 하는 것으로 정리를 한 상태”라며 법무부장관행에 대한 선을 긋고, 내년 총선 출마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전 의원은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법조인 출신으로 노무현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일 때 민정비서관을 지낸 중진 의원이다. 현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3철’로 불리며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가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경력이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구상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전언이다.

법무부장관 원포인트 개각 주장
총리 포함 ‘중폭 개각’ 가능성↑

정치 9단으로 꼽히는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조국 전 장관 후임으로)전해철 의원이 확실한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김오수 법무부 차관,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과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 등이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후임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김 차관이 장관 직무를 대행한다. 김 차관은 검찰 출신으로 검찰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이지만 오히려 검찰 출신인 점이 법무부장관행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폭개각을 관측하는 이들은 법무부장관 후임을 비롯한 개각이 이르면 11월 중순서 12월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인사에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감안하면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12월 초에 개각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이번 중폭개각에는 법무부장관 자리 외에도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경기 고양시병),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경기 고양시정),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 이낙연 국무총리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특히 이 총리의 경우 문정부의 출범부터 함께하며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라는 영예를 얻은 이 총리는 대표적 지일파로 최근 방일로 인해 대권주자로서 몸값이 더 뛴 상황이다. 이 총리가 이번 개각 후보에 포함된다면 내년 총선서 ‘조국 정국’으로 떨어진 당의 지지율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국 정국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계속해 하락하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중도세력 지지율이 한국당에 밀리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여권 관계자들 사이서 조국 정국에 의한 책임론이 일고 있는 이해찬 당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당내서 나오는 배경이다.

11월 중순?
12월 초순?
 

이 총리 후임자 인선의 어려움으로 이 총리의 사퇴가 늦어질 경우, 곧바로 민주당 당 대표 선거로 직행해 당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울러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는 이 총리를 총선서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해 총선을 진두지휘 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정부의 연내 중폭개각이 있다면, 그 시점이 이 총리의 여의도 복귀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총리직 이후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당 복귀를 염두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지난 7월 방글라데시 다카에 방문할 적엔 “전 지금 이 위치에 있지만 여전히 제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해 이 총리의 마음이 ‘행정부’보다 ‘입법부’에 향해 있음을 암시했다.

지난 1일 대정부질문에선 이 총리의 남은 임기를 묻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함진규 의원의 질문에 “(총리직을)너무 오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 총리가 만약 올해 안에 총리직서 내려온다면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다. 정계에선 대권 주자로서 상징성을 갖는 ‘서울 종로’와 ‘세종’을 이 총리의 출마 예상 지역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11월 말과 12월 초에 법무부를 포함한 중폭개각에 이 총리를 포함시킨다면 조국 정국으로 인한 책임 개각설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 이 총리의 교체설이 계속해서 화두가 된 만큼 이 총리의 오래된 임기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총리 교체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도 있다. 총리의 경우는 야당의 인준이 필요한데, 총선을 앞둔 시점서 후임 총리에게 야당이 조국 정국 때와 같은 공세를 이어간다면 당청의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또,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던 이 총리의 완벽주의자 성격상 ‘포스트 조국’의 어수선한 상황에선 청와대에 계속해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기 말 혼선
되풀이?

총선 출마 의지가 강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역시 유력한 개각 대상으로 꼽힌다. 지난 9월 총선 불출마설에 휩싸인 두 장관은 총선 출마 의사가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불출마설에 두 장관 모두 부인했고, 특히 김 장관 측은 출마 의지가 확고함을 강조하며 “임명권자의 뜻을 따른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유 장관은 자사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서열화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11월 중에 발표할 예정으로, 문정부 교육 정책에 대해 주어진 임무를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장관은 지난 21일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서 “총선에 출마하느냐”는 한국당 이학재 의원의 질의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답하며 총선 출마 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장관 취임 이후 총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의가 나올 때마다 “임면권자의 뜻에 따르겠다”며 즉답을 피해왔던 것과 결이 다른 반응이다.
 

▲ 국회 시정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국회사진취재단

김 장관의 경우에는 문정부 초기에 합류한 ‘원년멤버’로 장관 초임 시절엔 일산시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아 재선 성공엔 어려움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2기 내각 당시 후임자로 지명된 최정호 후보가 낙마하면서 김 장관의 총선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김 장관은 ‘3기 신도시’ 정책으로 민심의 역풍을 맞았지만 “(내년 총선)출마를 한다면 일산서 할 것”이라며 ‘지역구 변경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경우 '총선 차출설’이 민주당 내에서 꾸준히 제기되며 개각 후보로 입에 오르고 있다. 강 장관은 지난 24일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 “거취에 대해서 여러가지 소문은 있지만 제가 정식으로 들은 바는 한 번도 없고 저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총선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조각
어려워진 ‘포스트 조국’ 구하기 

청와대와 정부가 인지도가 높은 ‘정치신인’을 총선 간판으로 내세워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를 유도하는 전략은 여권서 자주 사용했던 방식이다. 강 장관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차출 후 출마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로는 서울 서초갑이 거론된다. 서초구는 현재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의 지역구로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서울의 25개 구청장 중 유일하게 한국당 소속(조은희 구청장)이 당선된 ‘보수의 성지’기도 하다. 

이외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마 후보자 명단에 올라 있다. 홍 장관은 본인의 고향인 강원 춘천에 출마해 한국당의 텃밭인 강원도를 공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직선거법상 의원 겸직 장관은 총선 출마 시 선거 90일 전 공직을 내려놔야 하는 만큼 내년 1월10일까지는 장관직을 그만둬야 한다. 현재까지 의원 겸직 장관 가운데에선 진영 행정안전부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조국 트라우마’ 분위기가 감돈다. 장관 후보자들은 반드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당분간은 야당에게 공격받을 수 있는 빌미를 최대한 줄이는 게 정국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계산이다.

아울러 청문회 부담이 커 후임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조 전 장관의 청문회 당시 야당은 조 전 장관의 자녀가 입시 때 작성한 자기소개서까지 공개하며 조 전 장관을 공격했다. 청문회 부담으로 후보들이 장관행을 꺼려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관 구하기는 더욱 어려운 정국이 됐다.

1월10일…
카운트다운

조국 정국으로 인해 공정과 평등을 내세운 문정부가 큰 타격을 크게 입으면서 청와대는 개각 후보의 도덕성을 더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조국 정국으로 무너진 도덕적 가치를 지금 시점에 바로 세우지 못하면 다음 대선의 결과 역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각은 문정부의 총선 출마자용 마지막 개각이 될 것이다. 개각에는 민주당의 물갈이 등 여권의 총선 전략과도 맞물릴 것으로도 예상되면서 정계 개편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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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