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조세심판원 특경비 파문…전현직 원장 전원 기소 송치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25 11:12:08
  • 호수 12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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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세심판원 전현직 원장들이 국민 세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제기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경찰이 조세심판원 전현직 원장 전원을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한 정부기관 역대 수장들이 횡령으로 전원 기소 송치된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조세심판원은 납세자가 부당하고 억울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립된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이다. 1975년 국세심판소로 발족해 2000년 1월 국세심판원으로 변경돼 재정경제부장관 산하 소속이었다. 2008년 2월 이명박정부서 시행된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지방세심판위원회와 통합해 국무총리 직속 기관으로 신설됐다.

3000만∼3600만원
세금 횡령 혐의

조세심판원은 납세자의 세금불복청구를 심판하는 준사법기관이기도 하다. 그런데 조세심판원의 역대 원장들이 직원에게 지급돼야 할 ‘특정업무경비’를 횡령한 의혹이 제기된다. 조세심판원 전현직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난 10여년간 조세심판원 원장들이 횡령한 금액은 총 3억4000만원에 달했다. 

조세심판원 한 내부 관계자는 “직원들 대부분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하지 못했다. 특정업무경비 영수증에 사인만 해 봤을 뿐 지급받은 적이 없다”며 “그동안 특정업무경비를 원장이 현금으로 받아 가 임의로 사용한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정업무경비는 각 기관의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업무 수행에 소요되는 실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된 경비다. 조세심판원은 매년 조세심판 청구사건 조사활동을 위해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편성해 매월 국·과장 등에게 개인 지급한다. 


2019년 기준 특정업무경비 예산은 3600만원이다. 매달 상임심판관(국장급) 6명에게 21만원, 과장급 15명에게 15만원의 경비가 지급돼야 한다. 국가재정법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는 해당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공무원에게는 지급하지 못하게 규정돼있다. 

수천만원씩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
경찰 역대·현 수장 7명 전원 기소 송치

하지만 그동안 특정업무경비가 원장들에게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다.

원장들이 특정업무경비를 받아간 과정은 이렇다. 조세심판원 행정 실무자들이 특정업무경비 지출을 품의하고, 관서운영경비 계좌서 특정업무경비 전액을 매달 현금 인출했다. 이후 ‘특정업무경비 지급명세서’에 국·과장 등의 수령 확인 서명만 받고, 행정실장 등을 통해 특정업무경비가 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정업무경비가 사용됐다는 내용의 문서를 허위로 작성해 원장들이 해당 경비를 쌈짓돈으로 썼다는 게 조세심판원 전현직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전현직 원장들이 특정업무경비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정부 때부터다. 2008년 당시 처음 출범된 조세심판원은 행정실장이었던 박종성 전 4대 조세심판원장이 특정업무경비를 자신의 직속상관이었던 허종구 제1대 조세심판원장에게 지급하면서 관행처럼 굳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조세심판원 내부자료에 따르면 현직 조세심판원장을 포함해 제1대부터 6대까지 역대 원장들이 재임 동안 총 3억원1000만원에 달하는 특정업무경비를 받아갔다. 특정업무경비로 책정된 예산 3000만∼3600만원이 사실상 조세심판원 원장들의 비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도 분석된다. 


누명 벗은 줄 
알았는데…

허종구 제1대 조세심판원장(2008년 3월31일∼2010년 4월31일)은 재임 13개월 간 특정업무경비 3195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박운찬 제2대 조세심판원장(2010년 5월6일∼2011년 7월26일)은 재임 15개월 간 특정업무경비 369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낙회 제3대 조세심판원장(2011년 8월16일∼2013년 4월16일)은 재임 20개월 동안 특정업무경비 5376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파악된다. 박종성 제4대 조세심판원장(2013년 5월6일∼2014년 1월12일)은 재임 8개월 간 특정업무경비 2304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돈 제5대 조세심판원장(2014년 1월13일∼2016년 1월11일)은 재임 24개월 동안 특정업무경비 6144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심화석 제6대 조세심판원장(2016년 2월13일∼2018년 3월31일)은 26개월 간 특정업무경비 7936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재직 중인 안택순 조세심판원장(2018 4월1일∼)도 특정업무경비 2816만원을 받아 썼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감사원의 조세심판원 감사서도 특정업무경비 사용 용처가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안 원장이 특정업무경비를 횡령했다는 내부 제보로 감사원이 특별감사에 착수한 것이다. 안 원장도 취임 후 지난 3월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특정업무경비를 임의로 사용했다는 게 제보의 핵심이었다. 

감사 결과 특정업무경비를 직원들의 격려금이나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한 것처럼 밝혔지만, 조세심판원 내부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직원 경비
쌈짓돈처럼?

특정업무경비는 업무와 관련된 일에만 사용해야 하며, 반드시 증빙자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조세심판원은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했다는 증빙자료가 없었으며, 이마저 감사를 대비해 허위 영수증을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조사 당사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솜방망이식 감사 결과를 내놨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감사보고서에 특정업무경비를 직원 격려금과 경조사비 등으로 썼다고 했지만,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니다. 일부 직원에게 쓴 게 있겠지만, 대부분 원장들이 사용했다”며 “감사가 시작되자 조세심판원 직원들이 고위직들로부터 ‘조직이 죽는다’며 허위진술을 강요받았다. 인사권을 가진 원장들의 갑질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말했다.

조세심판원 내부에선 감사원 감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은 최근 3년간 특정업무경비에 대해서만 감사했으며, 역대 원장들의 횡령 의혹은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징계수위도 기관경고인 ‘주의 요구’에 그쳤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준사법기관이라는 이유로 조세심판원은 그동안 치외법권 지역이었다. 감사원조차도 제대로 감사하지 못하고, 해당 사건을 축소했다”고 말했다. 


MB정부 때부터 관행적으로 실무자들이 상납? 
“사적 사용 없었다” 감사원 감사 뒤집은 수사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경찰 수사과정서 뒤집어졌다.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조세심판원 전현직 공무원 100여명을 상대로 역대 원장들의 특별업무경비 횡령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경찰은 역대 조세심판원 원장 전원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측은 피의사실 공표를 경계하면서 전·현직 원장을 기소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사실 공표 문제 때문에 함부로 수사 상황을 이야기 할 수 없다”면서도 “(취재기자의 조세심판원 역대 원장 전원 기소 송치 질의에)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이번 달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행사한 조세심판원 공무원 14명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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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경찰은 조세심판원 전현직들과 회계법인, 세무사들 간의 유착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세무업계에선 조세심판원 고위직들의 재산 형성과정에 문제가 많다고 입모았다.

전직 조세심판원의 한 관계자는 “공직자재산 신고 시 아파트 외 현금자산은 거의 없다고 신고한 고위공직자가 있다. 이 사람은 자녀를 미국으로 유학 보냈는데 뻔한 공무원 월급으로 자녀의 미국 유학자금은 어떻게 마련한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모두 기소 의견
유착도 수사 중

한 정부기관의 역대 기관장들이 공금횡령으로 전원 기소 송치된 사례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조세심판원 측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찰 측으로부터 통보 받은 것은 없다. 또 아직 내부적으로는 횡령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경찰에선 누군가 처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입장으로 수사가 진행 중인 것 같다. 향후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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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