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조세심판원 특경비 파문…전현직 원장 전원 기소 송치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25 11:12:08
  • 호수 12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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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세심판원 전현직 원장들이 국민 세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제기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경찰이 조세심판원 전현직 원장 전원을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한 정부기관 역대 수장들이 횡령으로 전원 기소 송치된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조세심판원은 납세자가 부당하고 억울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립된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이다. 1975년 국세심판소로 발족해 2000년 1월 국세심판원으로 변경돼 재정경제부장관 산하 소속이었다. 2008년 2월 이명박정부서 시행된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지방세심판위원회와 통합해 국무총리 직속 기관으로 신설됐다.

3000만∼3600만원
세금 횡령 혐의

조세심판원은 납세자의 세금불복청구를 심판하는 준사법기관이기도 하다. 그런데 조세심판원의 역대 원장들이 직원에게 지급돼야 할 ‘특정업무경비’를 횡령한 의혹이 제기된다. 조세심판원 전현직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난 10여년간 조세심판원 원장들이 횡령한 금액은 총 3억4000만원에 달했다. 

조세심판원 한 내부 관계자는 “직원들 대부분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하지 못했다. 특정업무경비 영수증에 사인만 해 봤을 뿐 지급받은 적이 없다”며 “그동안 특정업무경비를 원장이 현금으로 받아 가 임의로 사용한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정업무경비는 각 기관의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업무 수행에 소요되는 실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된 경비다. 조세심판원은 매년 조세심판 청구사건 조사활동을 위해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편성해 매월 국·과장 등에게 개인 지급한다. 


2019년 기준 특정업무경비 예산은 3600만원이다. 매달 상임심판관(국장급) 6명에게 21만원, 과장급 15명에게 15만원의 경비가 지급돼야 한다. 국가재정법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는 해당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공무원에게는 지급하지 못하게 규정돼있다. 

수천만원씩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
경찰 역대·현 수장 7명 전원 기소 송치

하지만 그동안 특정업무경비가 원장들에게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다.

원장들이 특정업무경비를 받아간 과정은 이렇다. 조세심판원 행정 실무자들이 특정업무경비 지출을 품의하고, 관서운영경비 계좌서 특정업무경비 전액을 매달 현금 인출했다. 이후 ‘특정업무경비 지급명세서’에 국·과장 등의 수령 확인 서명만 받고, 행정실장 등을 통해 특정업무경비가 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정업무경비가 사용됐다는 내용의 문서를 허위로 작성해 원장들이 해당 경비를 쌈짓돈으로 썼다는 게 조세심판원 전현직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전현직 원장들이 특정업무경비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정부 때부터다. 2008년 당시 처음 출범된 조세심판원은 행정실장이었던 박종성 전 4대 조세심판원장이 특정업무경비를 자신의 직속상관이었던 허종구 제1대 조세심판원장에게 지급하면서 관행처럼 굳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조세심판원 내부자료에 따르면 현직 조세심판원장을 포함해 제1대부터 6대까지 역대 원장들이 재임 동안 총 3억원1000만원에 달하는 특정업무경비를 받아갔다. 특정업무경비로 책정된 예산 3000만∼3600만원이 사실상 조세심판원 원장들의 비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도 분석된다. 


누명 벗은 줄 
알았는데…

허종구 제1대 조세심판원장(2008년 3월31일∼2010년 4월31일)은 재임 13개월 간 특정업무경비 3195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박운찬 제2대 조세심판원장(2010년 5월6일∼2011년 7월26일)은 재임 15개월 간 특정업무경비 369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낙회 제3대 조세심판원장(2011년 8월16일∼2013년 4월16일)은 재임 20개월 동안 특정업무경비 5376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파악된다. 박종성 제4대 조세심판원장(2013년 5월6일∼2014년 1월12일)은 재임 8개월 간 특정업무경비 2304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돈 제5대 조세심판원장(2014년 1월13일∼2016년 1월11일)은 재임 24개월 동안 특정업무경비 6144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심화석 제6대 조세심판원장(2016년 2월13일∼2018년 3월31일)은 26개월 간 특정업무경비 7936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재직 중인 안택순 조세심판원장(2018 4월1일∼)도 특정업무경비 2816만원을 받아 썼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감사원의 조세심판원 감사서도 특정업무경비 사용 용처가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안 원장이 특정업무경비를 횡령했다는 내부 제보로 감사원이 특별감사에 착수한 것이다. 안 원장도 취임 후 지난 3월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특정업무경비를 임의로 사용했다는 게 제보의 핵심이었다. 

감사 결과 특정업무경비를 직원들의 격려금이나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한 것처럼 밝혔지만, 조세심판원 내부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직원 경비
쌈짓돈처럼?

특정업무경비는 업무와 관련된 일에만 사용해야 하며, 반드시 증빙자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조세심판원은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했다는 증빙자료가 없었으며, 이마저 감사를 대비해 허위 영수증을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조사 당사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솜방망이식 감사 결과를 내놨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감사보고서에 특정업무경비를 직원 격려금과 경조사비 등으로 썼다고 했지만,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니다. 일부 직원에게 쓴 게 있겠지만, 대부분 원장들이 사용했다”며 “감사가 시작되자 조세심판원 직원들이 고위직들로부터 ‘조직이 죽는다’며 허위진술을 강요받았다. 인사권을 가진 원장들의 갑질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말했다.

조세심판원 내부에선 감사원 감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은 최근 3년간 특정업무경비에 대해서만 감사했으며, 역대 원장들의 횡령 의혹은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징계수위도 기관경고인 ‘주의 요구’에 그쳤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준사법기관이라는 이유로 조세심판원은 그동안 치외법권 지역이었다. 감사원조차도 제대로 감사하지 못하고, 해당 사건을 축소했다”고 말했다. 


MB정부 때부터 관행적으로 실무자들이 상납? 
“사적 사용 없었다” 감사원 감사 뒤집은 수사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경찰 수사과정서 뒤집어졌다.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조세심판원 전현직 공무원 100여명을 상대로 역대 원장들의 특별업무경비 횡령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경찰은 역대 조세심판원 원장 전원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측은 피의사실 공표를 경계하면서 전·현직 원장을 기소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사실 공표 문제 때문에 함부로 수사 상황을 이야기 할 수 없다”면서도 “(취재기자의 조세심판원 역대 원장 전원 기소 송치 질의에)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이번 달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행사한 조세심판원 공무원 14명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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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경찰은 조세심판원 전현직들과 회계법인, 세무사들 간의 유착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세무업계에선 조세심판원 고위직들의 재산 형성과정에 문제가 많다고 입모았다.

전직 조세심판원의 한 관계자는 “공직자재산 신고 시 아파트 외 현금자산은 거의 없다고 신고한 고위공직자가 있다. 이 사람은 자녀를 미국으로 유학 보냈는데 뻔한 공무원 월급으로 자녀의 미국 유학자금은 어떻게 마련한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모두 기소 의견
유착도 수사 중

한 정부기관의 역대 기관장들이 공금횡령으로 전원 기소 송치된 사례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조세심판원 측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찰 측으로부터 통보 받은 것은 없다. 또 아직 내부적으로는 횡령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경찰에선 누군가 처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입장으로 수사가 진행 중인 것 같다. 향후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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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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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