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속 장소를 찾아서 ②옥천 정지용문학관

우리가 떠나온 옛 고향 찾아가는 길

▲ 정지용 시인의 동상이 우뚝 선 정지용문학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중년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불러봤을 노래 ‘향수’는 정지용의 시에 곡을 붙였다. 이 노래 덕분에 정지용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시인’ 반열에 올라섰고, 잊히고 사라진 고향 풍경이 우리 마음속에 다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옥천에 있는 정지용생가와 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마치 떠나온 고향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옥천 구읍의 실개천 앞에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이 자리한다. 정지용문학관에서는 시인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한눈에 살펴보고, 시 낭송실서 그의 시를 목청껏 낭독할 수 있다.

▲ 옥천 구읍은 고향처럼 정겹다.

정지용생가와 문학관이 자리한 곳은 옥천 구읍이다. 예전에는 옥천의 중심지였지만, 1905년 금구리 일대에 경부선 옥천역이 들어서며 시나브로 쇠락해 구읍이라 불린다. 구읍에 들어서면 가게는 낡았지만, 정지용의 시어를 사용한 세련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시 낭독

담배 가게에는 ‘오월 소식’ 중 “모초롬 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란 구절을 간판처럼 걸었다. 담배 가게 앞으로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지나간다. 왠지 고향 마을에 온 느낌이 들어 정겹다.

▲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이란 시구가 떠오르는 정지용생가

실개천 옆에 자리한 초가지붕이 정지용 생가다. 생가 앞에는 ‘향수’ 시비가 있다. 사립문 안으로 들어서자 세 칸 초가와 창고가 마주 본다. 소박한 마루에 앉아 향수를 떠올린다.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이란 구절처럼 정지용의 늙은 아버지가 방 안에 누워 있을 것 같다.

▲ 정지용생가의 안방

안방에는 동시 ‘호수’가 걸려 있다. 정지용의 많은 시 중에 동시는 짧고 아름다운 시어로 가득하다. 그 가운데 호수는 절창이다.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 만하니 눈 감을 밖에.”

▲ 생가에서 나오면 황국신민서사비를 밟고 지난다.

생가 바로 옆에 정지용문학관이 있다. 문학관 방향으로 나오면 긴 돌이 보인다. ‘청석교’라 부르는 이 돌에 얽힌 사연이 깊다. 이 돌은 1940년대 축향국민학교에 있던 황국신민서사비다. “우리들은 대일본제국의 신민입니다, 우리들은 마음을 합하여 천황 폐하에게 충의를 다합니다, 우리들은 인고 단련하고 훌륭하고 강한 국민이 되겠습니다”라는 구절이 적힌 비석으로, 학생들은 조회 시간마다 이 구절을 외쳤다고 한다.

아픈 역사가 담긴 비석을 꾹 밟고 지나가면 커다란 정지용 동상이 반긴다.

▲ 정지용문학관 전시실에 들어서면 〈향수〉가 적힌 액자가 반긴다.

단층 건물인 정지용문학관은 크게 전시실과 문학 체험 공간으로 나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소곳이 앉은 정지용 밀랍인형이 보인다. 정지용과 기념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이다. 전시실로 들어서니 붓글씨로 향수를 적은 액자가 눈에 띈다. 한 구절 한 구절 읽어볼수록 고향의 전경이 떠오른다. 마치 내 고향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 정지용의 생애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정지용 시인과 그의 시대’ 안내판

‘정지용 시인과 그의 시대’ 안내판은 정지용의 생애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정지용은 1902년에 태어나 열두 살에 결혼했고, 휘문고등보통학교와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을 졸업했다.

1926년 〈학조〉 창간호에 ‘카페·프란스’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향수’ ‘고향’ 등 주옥 같은 작품을 내놓으며 조선 문단의 대표 시인으로 떠올랐다.

▲ 정지용이 후배 조지훈에게 보낸 편지 사본

정지용은 빼어난 후배 시인을 발굴한 〈문장〉 심사 위원으로도 유명하다. 청록파(조지훈, 박목월, 박두진)와 윤동주, 이상을 추천해 등단시켰다. 정지용이 조지훈 시인에게 보낸 편지 사본에서 그의 소탈한 인간성을 짐작할 수 있다.


“나를 보고 스승이란 말슴이 만부당하오나 구지 스승이라 부르실 바에야 스승 못지않은 형 노릇마자 구타여 사양할 것이 아니오매 이제로 내가 형이로라 거들거리며 그대를 공경하오리다….” 당시 조지훈은 ‘고풍의상’으로 1회, 그 유명한 ‘승무’로 2회, ‘봉황수’로 3회 추천 받아 등단했다. 세 편은 지금까지 조지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정지용의 생애·문학 세계를 한 눈에
시어를 사용한 마을의 세련된 간판들

정지용의 작품을 전시한 곳에서 귀한 초판본 시집을 만난다. 〈백록담〉의 빛바랜 사슴 그림 표지를 보니 감동이 밀려온다. 정지용문학관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설은 시 낭송실이다. 노래방 같은 공간서 마이크를 잡고 향수, 백록담, 유리창 1, 고향, 홍시 등 시인의 명작을 낭랑하게 읽어볼 수 있다.

▲ 정지용의 초판본 시집과 산문 등을 모은 전시 ▲ 금강과 정지용의 시가 어우러진 장계국민관광지

정지용문학관서 나오면 장계국민관광지로 가자. 금강이 흐르는 낙후된 유원지를 옥천군이 ‘멋진신세계’로 꾸몄다. 멋진신세계는 정지용의 시 세계를 공간적으로 해석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다. 여러 작가가 시를 모티프로 참여해 시와 예술,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모단광장’이 반긴다. 모단광장은 원고지 한 장을 건물과 광장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모단광장서 아래로 내려오면 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창’ ‘유리병’ ‘오월 소식’ 등이 기다린다. 모두 정지용의 시를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시와 미술의 만남이 신선하다. 호젓한 오솔길을 따르면 불쑥 금강의 풍경이 나타난다. 억새와 갈대가 바람에 날리니 가을 느낌이 물씬 풍긴다.

▲ 추소정에서 바라본 부소담악

다음에는 수려한 금강 풍경이 펼쳐지는 부소담악(赴召潭岳)을 만날 차례다. 장계국민관광지 서쪽으로 20분쯤 가면 소옥천이 금강과 합류한 곳에 있다. 부소담악은 물 위에 솟은 기암절벽으로, 대청댐이 준공되면서 일부가 물에 잠겼다. 부소담악을 보려면 추소정으로 가야 한다.

추소리 ‘서낭재가든’서 700m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호젓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언덕 위 추소정에 오르면 시야가 넓게 열린다. 앞쪽으로 야트막한 능선이 악어처럼 웅크린 모습이 보인다. 능선이 강물과 만나는 절벽이 부소담악이지만, 물이 차서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강물과 능선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 옥천 제일의 일출 명소로 알려진 용암사 ▲ 용암사 운무대에서 바라본 옥천 일대 풍경

일출 명소 ‘용암사’

옥천 여행의 마무리는 ‘용암사’가 제격이다. 용암사는 미국 CNN이 한국의 일출 명소로 꼽았지만, 꼭 일출이 아니라도 볼만하다. 절 뒤쪽으로 데크를 따라 오르면 운무대가 나온다. 운무대에 서면 옥천 일대가 너른 분지에 들어앉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강원도 양구의 펀치볼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장관이다. 마침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장계국민관광지→부소담악→용암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장계국민관광지→부소담악→용암사→장령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금강유원지→둔주봉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옥천군 문화관광 http://tour.oc.go.kr
- 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 www.oc.go.kr/jiyong/index.do 

문의 전화  
- 옥천군청 문화관광과 043)730-3114
- 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 043)730-3408
- 용암사 043)732-140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서울역-옥천역, 무궁화호 하루 12회(05:56~21:50) 운행, 약 2시간15분 소요. 옥천역에서 시내버스종점차고지 정류장까지 약 150m 이동, 610번 농어촌버스 이용, 옥향아파트 정류장 하차. 정지용생가까지 도보 약 37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옥천 IC→옥천IC사거리에서 보은·대전 방면 좌회전→구읍삼거리에서 구읍 방면 11시 방향→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 방면 우회전→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

숙박 정보
- 장령산자연휴양림: 군서면 장령산로, 043)730-3496, www.oc.go.kr/jrhuyang
- 리베라모텔: 옥천읍 성왕로, 043)731-8712
- 명가모텔: 옥천읍 성왕로, 043)733-7744branch5 


식당 정보
- 대박집(생선국수·도리뱅뱅이): 옥천읍 성왕로, 043)733-5788, www.dbz.co.kr
- 이모네냄비백반삼겹살(냄비백반·삼겹살): 옥천읍 향수3길, 043)731-3233 
- 구읍할매묵집(메밀골패묵): 옥천읍 향수길, 043)732-1853
- 구읍식당(생선국수·도리뱅뱅이): 옥천읍 향수길, 043)733-4848

주변 볼거리
옥천 육영수생가, 이원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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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