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속 장소를 찾아서 ②옥천 정지용문학관

우리가 떠나온 옛 고향 찾아가는 길

▲ 정지용 시인의 동상이 우뚝 선 정지용문학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중년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불러봤을 노래 ‘향수’는 정지용의 시에 곡을 붙였다. 이 노래 덕분에 정지용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시인’ 반열에 올라섰고, 잊히고 사라진 고향 풍경이 우리 마음속에 다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옥천에 있는 정지용생가와 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마치 떠나온 고향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옥천 구읍의 실개천 앞에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이 자리한다. 정지용문학관에서는 시인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한눈에 살펴보고, 시 낭송실서 그의 시를 목청껏 낭독할 수 있다.

▲ 옥천 구읍은 고향처럼 정겹다.

정지용생가와 문학관이 자리한 곳은 옥천 구읍이다. 예전에는 옥천의 중심지였지만, 1905년 금구리 일대에 경부선 옥천역이 들어서며 시나브로 쇠락해 구읍이라 불린다. 구읍에 들어서면 가게는 낡았지만, 정지용의 시어를 사용한 세련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시 낭독

담배 가게에는 ‘오월 소식’ 중 “모초롬 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란 구절을 간판처럼 걸었다. 담배 가게 앞으로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지나간다. 왠지 고향 마을에 온 느낌이 들어 정겹다.

▲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이란 시구가 떠오르는 정지용생가

실개천 옆에 자리한 초가지붕이 정지용 생가다. 생가 앞에는 ‘향수’ 시비가 있다. 사립문 안으로 들어서자 세 칸 초가와 창고가 마주 본다. 소박한 마루에 앉아 향수를 떠올린다.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이란 구절처럼 정지용의 늙은 아버지가 방 안에 누워 있을 것 같다.

▲ 정지용생가의 안방

안방에는 동시 ‘호수’가 걸려 있다. 정지용의 많은 시 중에 동시는 짧고 아름다운 시어로 가득하다. 그 가운데 호수는 절창이다.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 만하니 눈 감을 밖에.”

▲ 생가에서 나오면 황국신민서사비를 밟고 지난다.

생가 바로 옆에 정지용문학관이 있다. 문학관 방향으로 나오면 긴 돌이 보인다. ‘청석교’라 부르는 이 돌에 얽힌 사연이 깊다. 이 돌은 1940년대 축향국민학교에 있던 황국신민서사비다. “우리들은 대일본제국의 신민입니다, 우리들은 마음을 합하여 천황 폐하에게 충의를 다합니다, 우리들은 인고 단련하고 훌륭하고 강한 국민이 되겠습니다”라는 구절이 적힌 비석으로, 학생들은 조회 시간마다 이 구절을 외쳤다고 한다.

아픈 역사가 담긴 비석을 꾹 밟고 지나가면 커다란 정지용 동상이 반긴다.

▲ 정지용문학관 전시실에 들어서면 〈향수〉가 적힌 액자가 반긴다.

단층 건물인 정지용문학관은 크게 전시실과 문학 체험 공간으로 나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소곳이 앉은 정지용 밀랍인형이 보인다. 정지용과 기념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이다. 전시실로 들어서니 붓글씨로 향수를 적은 액자가 눈에 띈다. 한 구절 한 구절 읽어볼수록 고향의 전경이 떠오른다. 마치 내 고향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 정지용의 생애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정지용 시인과 그의 시대’ 안내판

‘정지용 시인과 그의 시대’ 안내판은 정지용의 생애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정지용은 1902년에 태어나 열두 살에 결혼했고, 휘문고등보통학교와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을 졸업했다.

1926년 〈학조〉 창간호에 ‘카페·프란스’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향수’ ‘고향’ 등 주옥 같은 작품을 내놓으며 조선 문단의 대표 시인으로 떠올랐다.

▲ 정지용이 후배 조지훈에게 보낸 편지 사본

정지용은 빼어난 후배 시인을 발굴한 〈문장〉 심사 위원으로도 유명하다. 청록파(조지훈, 박목월, 박두진)와 윤동주, 이상을 추천해 등단시켰다. 정지용이 조지훈 시인에게 보낸 편지 사본에서 그의 소탈한 인간성을 짐작할 수 있다.


“나를 보고 스승이란 말슴이 만부당하오나 구지 스승이라 부르실 바에야 스승 못지않은 형 노릇마자 구타여 사양할 것이 아니오매 이제로 내가 형이로라 거들거리며 그대를 공경하오리다….” 당시 조지훈은 ‘고풍의상’으로 1회, 그 유명한 ‘승무’로 2회, ‘봉황수’로 3회 추천 받아 등단했다. 세 편은 지금까지 조지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정지용의 생애·문학 세계를 한 눈에
시어를 사용한 마을의 세련된 간판들

정지용의 작품을 전시한 곳에서 귀한 초판본 시집을 만난다. 〈백록담〉의 빛바랜 사슴 그림 표지를 보니 감동이 밀려온다. 정지용문학관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설은 시 낭송실이다. 노래방 같은 공간서 마이크를 잡고 향수, 백록담, 유리창 1, 고향, 홍시 등 시인의 명작을 낭랑하게 읽어볼 수 있다.

▲ 정지용의 초판본 시집과 산문 등을 모은 전시 ▲ 금강과 정지용의 시가 어우러진 장계국민관광지

정지용문학관서 나오면 장계국민관광지로 가자. 금강이 흐르는 낙후된 유원지를 옥천군이 ‘멋진신세계’로 꾸몄다. 멋진신세계는 정지용의 시 세계를 공간적으로 해석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다. 여러 작가가 시를 모티프로 참여해 시와 예술,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모단광장’이 반긴다. 모단광장은 원고지 한 장을 건물과 광장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모단광장서 아래로 내려오면 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창’ ‘유리병’ ‘오월 소식’ 등이 기다린다. 모두 정지용의 시를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시와 미술의 만남이 신선하다. 호젓한 오솔길을 따르면 불쑥 금강의 풍경이 나타난다. 억새와 갈대가 바람에 날리니 가을 느낌이 물씬 풍긴다.

▲ 추소정에서 바라본 부소담악

다음에는 수려한 금강 풍경이 펼쳐지는 부소담악(赴召潭岳)을 만날 차례다. 장계국민관광지 서쪽으로 20분쯤 가면 소옥천이 금강과 합류한 곳에 있다. 부소담악은 물 위에 솟은 기암절벽으로, 대청댐이 준공되면서 일부가 물에 잠겼다. 부소담악을 보려면 추소정으로 가야 한다.

추소리 ‘서낭재가든’서 700m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호젓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언덕 위 추소정에 오르면 시야가 넓게 열린다. 앞쪽으로 야트막한 능선이 악어처럼 웅크린 모습이 보인다. 능선이 강물과 만나는 절벽이 부소담악이지만, 물이 차서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강물과 능선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 옥천 제일의 일출 명소로 알려진 용암사 ▲ 용암사 운무대에서 바라본 옥천 일대 풍경

일출 명소 ‘용암사’

옥천 여행의 마무리는 ‘용암사’가 제격이다. 용암사는 미국 CNN이 한국의 일출 명소로 꼽았지만, 꼭 일출이 아니라도 볼만하다. 절 뒤쪽으로 데크를 따라 오르면 운무대가 나온다. 운무대에 서면 옥천 일대가 너른 분지에 들어앉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강원도 양구의 펀치볼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장관이다. 마침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장계국민관광지→부소담악→용암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장계국민관광지→부소담악→용암사→장령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금강유원지→둔주봉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옥천군 문화관광 http://tour.oc.go.kr
- 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 www.oc.go.kr/jiyong/index.do 

문의 전화  
- 옥천군청 문화관광과 043)730-3114
- 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 043)730-3408
- 용암사 043)732-140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서울역-옥천역, 무궁화호 하루 12회(05:56~21:50) 운행, 약 2시간15분 소요. 옥천역에서 시내버스종점차고지 정류장까지 약 150m 이동, 610번 농어촌버스 이용, 옥향아파트 정류장 하차. 정지용생가까지 도보 약 37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옥천 IC→옥천IC사거리에서 보은·대전 방면 좌회전→구읍삼거리에서 구읍 방면 11시 방향→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 방면 우회전→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

숙박 정보
- 장령산자연휴양림: 군서면 장령산로, 043)730-3496, www.oc.go.kr/jrhuyang
- 리베라모텔: 옥천읍 성왕로, 043)731-8712
- 명가모텔: 옥천읍 성왕로, 043)733-7744branch5 


식당 정보
- 대박집(생선국수·도리뱅뱅이): 옥천읍 성왕로, 043)733-5788, www.dbz.co.kr
- 이모네냄비백반삼겹살(냄비백반·삼겹살): 옥천읍 향수3길, 043)731-3233 
- 구읍할매묵집(메밀골패묵): 옥천읍 향수길, 043)732-1853
- 구읍식당(생선국수·도리뱅뱅이): 옥천읍 향수길, 043)733-4848

주변 볼거리
옥천 육영수생가, 이원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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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