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속 장소를 찾아서 ②옥천 정지용문학관

우리가 떠나온 옛 고향 찾아가는 길

▲ 정지용 시인의 동상이 우뚝 선 정지용문학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중년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불러봤을 노래 ‘향수’는 정지용의 시에 곡을 붙였다. 이 노래 덕분에 정지용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시인’ 반열에 올라섰고, 잊히고 사라진 고향 풍경이 우리 마음속에 다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옥천에 있는 정지용생가와 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마치 떠나온 고향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옥천 구읍의 실개천 앞에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이 자리한다. 정지용문학관에서는 시인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한눈에 살펴보고, 시 낭송실서 그의 시를 목청껏 낭독할 수 있다.

▲ 옥천 구읍은 고향처럼 정겹다.

정지용생가와 문학관이 자리한 곳은 옥천 구읍이다. 예전에는 옥천의 중심지였지만, 1905년 금구리 일대에 경부선 옥천역이 들어서며 시나브로 쇠락해 구읍이라 불린다. 구읍에 들어서면 가게는 낡았지만, 정지용의 시어를 사용한 세련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시 낭독

담배 가게에는 ‘오월 소식’ 중 “모초롬 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란 구절을 간판처럼 걸었다. 담배 가게 앞으로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지나간다. 왠지 고향 마을에 온 느낌이 들어 정겹다.

▲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이란 시구가 떠오르는 정지용생가

실개천 옆에 자리한 초가지붕이 정지용 생가다. 생가 앞에는 ‘향수’ 시비가 있다. 사립문 안으로 들어서자 세 칸 초가와 창고가 마주 본다. 소박한 마루에 앉아 향수를 떠올린다.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이란 구절처럼 정지용의 늙은 아버지가 방 안에 누워 있을 것 같다.

▲ 정지용생가의 안방

안방에는 동시 ‘호수’가 걸려 있다. 정지용의 많은 시 중에 동시는 짧고 아름다운 시어로 가득하다. 그 가운데 호수는 절창이다.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 만하니 눈 감을 밖에.”

▲ 생가에서 나오면 황국신민서사비를 밟고 지난다.

생가 바로 옆에 정지용문학관이 있다. 문학관 방향으로 나오면 긴 돌이 보인다. ‘청석교’라 부르는 이 돌에 얽힌 사연이 깊다. 이 돌은 1940년대 축향국민학교에 있던 황국신민서사비다. “우리들은 대일본제국의 신민입니다, 우리들은 마음을 합하여 천황 폐하에게 충의를 다합니다, 우리들은 인고 단련하고 훌륭하고 강한 국민이 되겠습니다”라는 구절이 적힌 비석으로, 학생들은 조회 시간마다 이 구절을 외쳤다고 한다.

아픈 역사가 담긴 비석을 꾹 밟고 지나가면 커다란 정지용 동상이 반긴다.

▲ 정지용문학관 전시실에 들어서면 〈향수〉가 적힌 액자가 반긴다.

단층 건물인 정지용문학관은 크게 전시실과 문학 체험 공간으로 나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소곳이 앉은 정지용 밀랍인형이 보인다. 정지용과 기념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이다. 전시실로 들어서니 붓글씨로 향수를 적은 액자가 눈에 띈다. 한 구절 한 구절 읽어볼수록 고향의 전경이 떠오른다. 마치 내 고향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 정지용의 생애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정지용 시인과 그의 시대’ 안내판

‘정지용 시인과 그의 시대’ 안내판은 정지용의 생애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정지용은 1902년에 태어나 열두 살에 결혼했고, 휘문고등보통학교와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을 졸업했다.

1926년 〈학조〉 창간호에 ‘카페·프란스’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향수’ ‘고향’ 등 주옥 같은 작품을 내놓으며 조선 문단의 대표 시인으로 떠올랐다.

▲ 정지용이 후배 조지훈에게 보낸 편지 사본

정지용은 빼어난 후배 시인을 발굴한 〈문장〉 심사 위원으로도 유명하다. 청록파(조지훈, 박목월, 박두진)와 윤동주, 이상을 추천해 등단시켰다. 정지용이 조지훈 시인에게 보낸 편지 사본에서 그의 소탈한 인간성을 짐작할 수 있다.


“나를 보고 스승이란 말슴이 만부당하오나 구지 스승이라 부르실 바에야 스승 못지않은 형 노릇마자 구타여 사양할 것이 아니오매 이제로 내가 형이로라 거들거리며 그대를 공경하오리다….” 당시 조지훈은 ‘고풍의상’으로 1회, 그 유명한 ‘승무’로 2회, ‘봉황수’로 3회 추천 받아 등단했다. 세 편은 지금까지 조지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정지용의 생애·문학 세계를 한 눈에
시어를 사용한 마을의 세련된 간판들

정지용의 작품을 전시한 곳에서 귀한 초판본 시집을 만난다. 〈백록담〉의 빛바랜 사슴 그림 표지를 보니 감동이 밀려온다. 정지용문학관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설은 시 낭송실이다. 노래방 같은 공간서 마이크를 잡고 향수, 백록담, 유리창 1, 고향, 홍시 등 시인의 명작을 낭랑하게 읽어볼 수 있다.

▲ 정지용의 초판본 시집과 산문 등을 모은 전시 ▲ 금강과 정지용의 시가 어우러진 장계국민관광지

정지용문학관서 나오면 장계국민관광지로 가자. 금강이 흐르는 낙후된 유원지를 옥천군이 ‘멋진신세계’로 꾸몄다. 멋진신세계는 정지용의 시 세계를 공간적으로 해석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다. 여러 작가가 시를 모티프로 참여해 시와 예술,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모단광장’이 반긴다. 모단광장은 원고지 한 장을 건물과 광장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모단광장서 아래로 내려오면 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창’ ‘유리병’ ‘오월 소식’ 등이 기다린다. 모두 정지용의 시를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시와 미술의 만남이 신선하다. 호젓한 오솔길을 따르면 불쑥 금강의 풍경이 나타난다. 억새와 갈대가 바람에 날리니 가을 느낌이 물씬 풍긴다.

▲ 추소정에서 바라본 부소담악

다음에는 수려한 금강 풍경이 펼쳐지는 부소담악(赴召潭岳)을 만날 차례다. 장계국민관광지 서쪽으로 20분쯤 가면 소옥천이 금강과 합류한 곳에 있다. 부소담악은 물 위에 솟은 기암절벽으로, 대청댐이 준공되면서 일부가 물에 잠겼다. 부소담악을 보려면 추소정으로 가야 한다.

추소리 ‘서낭재가든’서 700m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호젓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언덕 위 추소정에 오르면 시야가 넓게 열린다. 앞쪽으로 야트막한 능선이 악어처럼 웅크린 모습이 보인다. 능선이 강물과 만나는 절벽이 부소담악이지만, 물이 차서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강물과 능선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 옥천 제일의 일출 명소로 알려진 용암사 ▲ 용암사 운무대에서 바라본 옥천 일대 풍경

일출 명소 ‘용암사’

옥천 여행의 마무리는 ‘용암사’가 제격이다. 용암사는 미국 CNN이 한국의 일출 명소로 꼽았지만, 꼭 일출이 아니라도 볼만하다. 절 뒤쪽으로 데크를 따라 오르면 운무대가 나온다. 운무대에 서면 옥천 일대가 너른 분지에 들어앉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강원도 양구의 펀치볼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장관이다. 마침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장계국민관광지→부소담악→용암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장계국민관광지→부소담악→용암사→장령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금강유원지→둔주봉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옥천군 문화관광 http://tour.oc.go.kr
- 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 www.oc.go.kr/jiyong/index.do 

문의 전화  
- 옥천군청 문화관광과 043)730-3114
- 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 043)730-3408
- 용암사 043)732-140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서울역-옥천역, 무궁화호 하루 12회(05:56~21:50) 운행, 약 2시간15분 소요. 옥천역에서 시내버스종점차고지 정류장까지 약 150m 이동, 610번 농어촌버스 이용, 옥향아파트 정류장 하차. 정지용생가까지 도보 약 37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옥천 IC→옥천IC사거리에서 보은·대전 방면 좌회전→구읍삼거리에서 구읍 방면 11시 방향→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 방면 우회전→정지용생가·정지용문학관

숙박 정보
- 장령산자연휴양림: 군서면 장령산로, 043)730-3496, www.oc.go.kr/jrhuyang
- 리베라모텔: 옥천읍 성왕로, 043)731-8712
- 명가모텔: 옥천읍 성왕로, 043)733-7744branch5 


식당 정보
- 대박집(생선국수·도리뱅뱅이): 옥천읍 성왕로, 043)733-5788, www.dbz.co.kr
- 이모네냄비백반삼겹살(냄비백반·삼겹살): 옥천읍 향수3길, 043)731-3233 
- 구읍할매묵집(메밀골패묵): 옥천읍 향수길, 043)732-1853
- 구읍식당(생선국수·도리뱅뱅이): 옥천읍 향수길, 043)733-4848

주변 볼거리
옥천 육영수생가, 이원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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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