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주의 명단’ 검사 블랙리스트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21 13:50:08
  • 호수 12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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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도 노트에 올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012년부터 법무부가 검사 블랙리스트를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리스트에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름이 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직 검사도 검사 블랙리스트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신빙성이 더해졌다. 검사 블랙리스트가 사실이라면, 판사 블랙리스트에 이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 윤석열 검찰총장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지난 15일 법무부의 ‘검찰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서 올해 2월 폐지된 법무부 내규상 ‘집중 관리 대상 검사 선정 및 관리지침’을 언급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12년 6월 시행
지난 2월 폐지

이 의원에 따르면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6월 제정·시행됐다가 지난 2월28일 폐지됐다. 이 지침은 검사들 가운데 ▲평소 행실 등에 비춰 비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자 ▲업무 관련 법령이나 지침 등을 위반한 자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자 ▲동료검사나 직원과 자주 마찰을 일으키는 자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를 관리대상으로 지정, 명단을 작성해 대검찰청이 감찰하도록 규정했다.

이 의원은 “업무수행이 불성실한 검사를 집중 관리하겠다는데 법을 다루는 법무부서 가능성만 가지고, 또는 불성실하다는 것만 가지고 집중 관리 대상이 된다는 게 기가 막힌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명단을 법무부 검찰국장이 매년 정해서 대검에 보낸다는 건데, 규정을 보면 검찰국장은 긴급해 집중 관리가 필요한 검사를 발견할 때 언제든지 관리 대상자로 선정한다고 돼있다”며 “또 집중 감찰 결과를 적격심사 및 인사에 반영할 수 있다고 돼있는데 검찰국장이 기관장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기관장도, 인사권자도 아닌 검찰국장이(관리대상) 명단도 지정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인사에 반영한다는 것인가”라며 “법무부가 대놓고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 같은 규정이 만들어질 당시 한동운 대검 반부패부장이 실무에 참여했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게 왜 만들어졌는지 (한 부장에게)확인해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명단을 확인해야 한다고 본다. 명단을 확인해서 진짜 문제가 있는 사람 극소수를 관리했는지 아니면 정치적 의도 때문에 누군가가(명단에) 들어갔는지”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기 들어가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없어졌다고 해서 덮고 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2012년부터 리스트 작성
말 안 듣는 검사 집중 관리 대상?

국감 증인으로 나온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해당 내규가)무슨 취지인지는 알겠는데 추상적인 것 같다. 경위를 파악해서 보고하겠다”며 “(명단)보고 여부는 개인의 인적사항이 오픈되는 것으로 본인이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검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요구해 이 의원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임 부장검사는 “수사관들이 하이에나처럼 나에 대한 나쁜 말들을 찾아 헤맸다”는 주장도 했다. 지난 16일 임 부장검사는 SNS에 “법무부, 대검(대검찰청), 고검(고등검찰청)의 수사관들이 세평 수집 명목으로 제 주변 동료들을 얼마나 탐문하고 다니던지(모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 임은정 검사

이어 “올해 초 법무부와 대검에 검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요구하고,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며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직권남용 사건 수사로 법무부 검찰과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서 제 이름이 거기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는 자신이 과거사 재심 무죄구형 사건으로 검사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2012년) 과거사 재심 무죄구형건으로 이름을 올린 후 계속 명단에 머물렀다(고 들었다). 검찰을 바로 세우자고 거듭 말했을 뿐”이라며 “법원·문체부 블랙리스트를 만든 사람들이 처벌 받듯 검사 블랙리스트를 만든 이들도 처벌받아야 한다. 대한민국에 치외법권은 없다, 진상규명과 수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세평 수집 명목
탐문하고 다녔나

검찰은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대검 관계자는 “적법하게 제정된 근거 규정에 따라 관련 업무가 진행됐고, ‘집중 관리 대상 검사’가 선정 및 관리됐다”며 “이같이 관리된 명단이 '블랙리스트'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침 제정과 명단 작성 과정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를 지휘하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참여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검 관계자는 “한 검사장이 2012년 당시 해당 지침을 제정한 실무부서인 법무부 검찰과서 근무한 것은 맞지만, 제정은 물론 명단 작성에도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2012년 제정됐다가 올해 2월 폐지된 ‘집중 관리 대상 검사 선정 및 관리 지침’은 법무부 검찰국장이 해마다 집중 관리 대상 검사를 선정해 대검에 보고하도록 한다. 집중 관리 대상은 ▲평소 성행 등에 비춰 비위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자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 또는 해태하는 자 ▲근무 분위기를 저해하는 자 등이다. 대검은 이 명단을 토대로 감찰을 실시해 검사적격심사 및 인사 등에 반영해왔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도 해당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윗선의 수사 개입을 폭로한 뒤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는데 이후 집중 관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침에는 중징계를 받으면 관리 대상으로 분류하도록 돼있다. 

중징계 받으면
관리 대상으로

검찰 내부 비판을 꾸준히 해 온 임 부장검사도 박근혜정부 시절 수년 동안 관리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법무부의 지침이 감찰 강화가 아닌 정권이나 검찰 조직에 눈엣가시 같은 검사를 견제하는 데 악용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 의원으로부터 블랙리스트 관련 질문을 받고 “저는 그런 지침이 법무부나 대검에 있었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 총장은 “통상 대검은 공판송무부서 무죄평정을 하고 감찰부서 정기 사무감사와 개별 세평 등 정보에 의한 감찰을 하고 있다”며 “그런 결과들을 다 기획조정부를 경유해 법무부 검찰국에 보내서 검사 인사에 반영해오고 있는데, 그게 아마 시기적으로 당시 스폰서 검사 사건 등 때문에 검사들의 복무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라고 밖에서 오해할 수 있지만 어쨌든 그것은 정상적인 예규 규정, 법무부 훈령에 의해서 만든 것”이라며 “나중에 적격심사 등 제도가 생겨서 그것이 실제로 큰 사용가치가 없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부연했다. 이어 “하여튼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검사들이 나름대로 정당하게 일을 했는데, 소위 시쳇말로 ‘문제 검사 리스트’로 관리돼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검 “아니다”라 하지만…
판사 블랙리스트와 판박이?

이번 검사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앞서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전국 법원장들에게서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과 비슷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장들까지 동원해 판사들의 기초자료를 수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2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장들은 근무평정표 이외에 소속 판사들이 사법행정을 비판하거나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내용 등을 정리한 ‘인사관리 상황보고’를 2013년부터 해마다 작성했다. 법원장들은 대법원장 신년 인사차 대법원에 방문할 때 이 보고서를 ‘인비’(人秘·인사비밀)라고 적은 봉투에 담아 법원행정처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 보고서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처서 매년 작성된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 즉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기초자료가 됐다.

‘물의야기 법관’은 원래 음주운전이나 성추행 등 비위를 저지른 판사를 뜻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 2012년 정기인사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사법행정 방침과 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법관, 대법원 입장과 배치되는 하급심 판결을 선고하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등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법관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용 가치
없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차장은 정기인사 때 물의야기 법관 현황 보고서와 언론·국정감사서 문제가 된 사안, 법원장들에게서 보고받은 인사관리 상황보고 등을 종합해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하도록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문건에 담긴 인사조치 방안에 수기로 'V'자 표시를 하거나 구두로 부임지를 정했다. 완성된 판사 블랙리스트는 작성 때와는 반대 방향, 즉 법원행정처서 각급 법원으로도 건네져 개별 법관의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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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