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논란의 ‘평양 술집’ 가보니…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0.21 11:00:00
  • 호수 12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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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시라요”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대동강맥주를 마실 날이 올까. 한 달 전 김일성 부자 사진과 인공기 디자인으로 논란이 된 한 홍대 주점이 내홍을 겪었다. 이 주점이 문을 연다는 소식에 <일요시사>가 찾아가봤다.

지난달 여론의 뭇매를 맞고 김일성 부자 사진과 인공기를 내린 홍대 ‘평양 술집이’ 지난 15일 문을 열었다. 홍대 클럽 거리 골목에 들어서자 눈길을 끄는 북한 분위기가 물씬 나는 외벽 간판이 보였다. 김일성 부자와 인공기는 철거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과 개그맨 김경진의 얼굴이 자리했다. 오색찬란한 한복을 입은 북한 미녀의 그림도 눈길을 끌었다.

대똥강맥주

출입구엔 한복을 입은 여종업원이 인사로 맞아줬다. 오후 6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입구엔 개업을 축하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주점 안으로 들어서자 계단부터 레드카펫을 깔아 강렬한 이미지를 줬다. 계단 벽면에는 ‘어서 오세요 평양 술집입니다’라는 문구가 기자를 반겼다. 실내는 민트색과 빨간색 투톤을 살려 북한 느낌을 진하게 냈다.

주점은 약 100평 공간에 150석이 마련된 꽤 넓은 공간이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눈에 띄는 건 ‘인민들에게 더 많은 소비품을’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자!’ ‘동무는 오늘의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있는가?’ 등 재미있는 문구였다. 이 문구들은 짙은 빨간색 배경에 흰색 글씨로 디자인됐다.


점원은 “오늘은 가오픈이라 일부 음식만 주문을 받는다”며 메뉴판을 건네줬다. 메뉴판엔 ‘료리(요리) 차림표’ 랭면(냉면), 코코탄산단물(콜라), 투명탄산물(사이다) 등 북한식 표현이 독특했다.

메뉴판 중 음식 이름마저 생소한 두부밥, 인조고기밥, 언감자떡이 궁금증을 자극시켰다. 주점 사장은 “두부밥과 인조고기밥은 실제 북한의 길거리 음식이며 탈북자들과 새터민들이 재료와 조리 방법에 대해 많이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주류는 ‘대똥강맥주’와 ‘평양소주’라는 라벨만 붙었을 뿐 독일 ‘웨팅어 맥주’와 ‘참이슬’이었다. 평양술집 관계자는 “북한 주류를 팔 수 없어 라벨만 붙였다. 비록 북한 술은 아니지만 손님들이 재밌게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북한 느낌이 나도록 바꿨다”고 설명했다.

두부밥, 인조고기, 언감자떡…
1920년대 노래로 옛 느낌 조성

기자는 두부밥, 언감자떡, 인조 고기볶음과 대똥강맥주를 주문했다. 언감자떡은 5000원에 4개가 나왔는데 떡 안에 김치가 들어 있고 김치만두와 비슷한 식감이었다. 인조고기볶음(1만5000원)은 콩으로 고기를 만들어 채소와 함께 먹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두부밥은 유부초밥과 비슷한 형태로 다진양념 소스와 함께 5개가 나왔다. 밋밋한 두부밥에 소스를 찍어 먹으면서 허기가 채워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VIP룸처럼 따로 떨어진 테이블이 있길래 물었더니 포토존이라고 했다. 이 테이블에는 실제 대동강 맥주병과 북한서 사용하는 성냥, 담배, 소파 등이 전시됐다. 식당 종업원에게 문의하니 무료로 한복도 대여할 수 있고 포토존서 사진촬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평양 술집 사장은 “북한 물품을 소량으로 가져오는 건 범법 행위가 아니라고 한다. 중국을 통해 직원들이 일부 가져온 게 있다. 더 보고 싶다면 북한 물품만 따로 전시된 곳이 있다”며 새로운 곳으로 안내했다.


일반 손님에게는 오픈하지 않고 유튜버, 파워블로거 등에게만 공개하는 전시공간이었다. 이 공간에선 북한서 파는 아리랑 담배, 사과젖사탕, 초콜레트 탕, 인삼사탕, 참깨 과자, 빨랫 비누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손님이 직원에게 화장실을 묻자 “위생실은 저쪽입니다”라며 화장실을 가리켰다. 화장실도 강렬한 민트색과 빨간색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이 주점의 큰 특징이라면 1920∼1930년대 노래인 ‘빈대떡신사’ ‘개고기 주사’ ‘오빠는 풍각쟁이’ 등의 노래가 흘러나온다는 점이다. 점주에게 물어보니 북한 노래를 틀지 못해 가장 느낌이 비슷한 노래들을 선곡했다고 한다.

이곳을 찾은 20대 A씨는 “정식 오픈을 하기도 전인데 홍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주점에 대해 다 알고 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새로운 콘셉트의 인테리어가 신기해서 와봤다. 국내 유일의 북한 콘셉트 가게로 알고 있다. 대충 한 게 아니라 디테일한 부분까지 북한의 느낌을 고스란히 가져왔다는 점에서 재미있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가게 인테리어를 맡은 사장과 친분이 있는 개그맨 김경진, 이원구 등이 방문해 손님들과 사진도 찍고 개인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평양술집 사장은 “사실 이곳은 원래 일본식 술집이었다. 올해 불매운동이 터지면서 장사가 잘  안되다 보니 새로운 콘셉트의 술집 아이디어를 고민하다가 북한 콘셉트로 잡은 것이”라며 “20대가 많은 홍대서 새로운 걸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재밌게 즐기자고 하는 것이니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추석 연휴 때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난 뒤 기존에 기획했던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곳을 재미있는 문화공간으로 이해하고 많이 오셔서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사 안 돼서…

주점 관계자는 “지금 2019년에 김일성 부자 얼굴을 디자인했다고 욕 먹는 것도 참 이상하다. 웃고 즐기는 것이 하나의 문화인데 이걸 가지고 정치색을 가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외신서 취재 계획이 잡혀있을 정도로 외국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일성 사진 처벌은?

북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과 인공기를 인테리어로 활용해 논란이 된 홍대 평양술집에 대해 경찰이 별도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서 “주점 측이 문제가 된 사진들을 자진  철거했기 때문에 내사나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이 주점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과 인공기를 건물 외벽에 붙여 논란이 됐다.

구청과 경찰에 관련 민원이 접수됐으며 국가보안법 위법이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주점 측은 지난달 16일 김일성 부자 사진과 인공기를 철거했다. 하지만 북한 술집 콘셉트를 유지한 채 계속 공사를 진행해 지난 15일 가오픈했다.

현행법상 술집 등 일반 음식점은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허가되지 않는 사유에 인테리어는 포함돼있지 않다.

그러나 구청서 내주는 허가 외에 국가보안법 위반은 별도로 따져볼 수 있다. 마포구청은 해당 술집의 인테리어가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경찰에 판단을 의뢰했다.

경찰은 철거한 사진들을 확보하는 한편, 설치 경위를 확인해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의 경우 단순 게시 뿐 아니라 목적에 이적성이 있어야 한다. 주점 측에서 영리적·상업적 목적을 게시한 것을 두고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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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