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정당별 손익계산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전격 사퇴했다. 장관으로 지명된 지 66일, 임명된 지 35일 만이다. ‘조국 사퇴’를 외치며 장외투쟁을 이어가던 자유한국당과 ‘검찰 개혁’을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나아갈 ‘판’을 재구성해야 한다. <일요시사>가 국론이 분열되는 대혼란 속에서 ‘조국 정국’에 대응하는 정당별 자세를 분석해봤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저의 쓰임은 다했습니다.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자리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여 ‘멘붕’
“안타깝다”

지난 14일 오후 2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한 지 3시간 만에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조 전 장관의 갑작스런 사퇴에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조 전 장관의 검찰개혁이 제대로 완수되지 못한 상태에서 물러나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며, 당이 검찰개혁의 제도화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야당을 향해선 경제와 민생에 전념해 정치 본연의 역할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예상대로 조 전 장관이 사퇴했다”며 ‘민심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상처와 분노, 국가적 혼란을 불러온 인사 참사”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 앞에서 사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적인 질타와 정계의 사퇴 압박에도 조 전 장관은 ‘오랜 소신’이라고 밝혔던 검찰개혁을 위해 버텨왔다. 갑작스런 조 전 장관의 사퇴에는 아내 정경심 교수의 ‘뇌종양’ 진단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 전 장관의 일가 수사가 계속되면서 정 교수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조 전 장관이 ‘선봉장’이 아닌 가장으로서 가족을 먼저 챙겨야 할 급박함을 느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퇴 입장문에 쓰인 “인생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대목을 미뤄 조 전 장관의 심경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조 전 장관의 임명 직후 ‘기회’와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 법무부장관이 어떻게 검찰을 개혁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우세했다. 하지만 판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조 전 장관의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무리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서초동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고 검찰 개혁을 바라는 민심들이 가시화됐다.

한국당, 지지율 상승 자축
민주당, 중도층 대거 이탈

이로써 검찰 개혁에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가 사법개혁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됨에 따라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울러 사법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만큼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조 전 장관의 판단 역시 사퇴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여당의 사퇴 종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서 “일부 여당 의원이 나더러 조국 사퇴를 말하라고 한다”며 “조 장관에게 (본인들이)‘그만두라’고 하면 내년 총선 때 민주당 경선서 지고, 말하지 않으면 본선서 지기 때문”이라며 여의도 내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조 장관의 사퇴는 “조 장관 본인의 결심”이라며 사퇴 종용설에 대해 일축했다.

조 전 장관의 사퇴에 한국당을 포함한 야권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 목소리를 냈다. 한국당 소속 인사들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조 전 장관의 사퇴를 본인들이 이뤄냈다며 자축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애국시민의 승리”라며 “국민은 지금 정권의 위선과 거짓에 분노했다. 우리는 함께 분노하고 함께 행동했다”고 평가했다. 한국당 민경욱 의원도 “불의의 싸움서 정의가 승리했다”며 “조국 가족에 대한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국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SNS에 전했다.


조 전 장관의 지명 전,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와 소속 의원들의 막말 논란,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 등으로 지지율 하락을 벗어날 출구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뿔뿔이 흩어진 보수 세력을 결집할 ‘매개’가 필요한 시점에 문 대통령의 조 전 장관 지명은 한국당에게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돼주었다.

범야권 투쟁
보수 재집결

조 전 장관의 각종 의혹에도 불구,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한국당은 릴레이 삭발까지 벌이며 총공세를 폈고, 광화문 집회에는 보수 세력의 주최 집회 중 최대 규모의 인원이 모이는 새 역사가 쓰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당은 민심과 합심해 조 전 장관을 사퇴를 이끄는 데 성공, 민주당 지지율을 0.9%p 차이로 근접하게 따라잡는 큰 성과를 냈다.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해 지난 14일 발표한 정당지지율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역대 정당사를 살펴보면, 야당은 대통령 집권 중후반기에 상승세가 올랐을 때 그 기세를 몰아 주도권을 지키는 데 성공해왔다. 이번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문 대통령은 임기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조 전 장관 사퇴에도 한국당은 광화문 장외집회서 범야권 투쟁을 위해 문재인정부를 ‘경제파탄’ 등을 이유로 공격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성난 민심이 고작 조국 사퇴만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면 크게 잘못 생각한 것이다. 10월 항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암시, 남은 총선까지 상승기세를 몰기 위해 필사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당에게 갑자기 강력한 대여 투쟁 수단이 사라졌고, 다음 전략 역시 부재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보수통합이 아직 과제로 남은 상태서 명분이 사라져버렸다. 지난 두 달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의 보수통합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황 대표는 바미당 유승민 의원에게 ‘자유민주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
 

▲ 조국 퇴진 광화문 집회 갖는 보수단체 회원들

이에 유 의원은 “딱히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한국당에 동참 뜻을 내보였고, 양당은 지난달 이미 부산서 ‘조국 파면 부산시민연대’를 결성했다. 또 보수 진영에선 지난 개천절 집회를 기점으로 보수통합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확산되면서 보수 세력이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탄핵의 여진은 깨끗이 씻어 버리고 모두 하나가 되어 자유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자”며 보수대통합을 향한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검찰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한 바미당과 한국당의 입장이 엇갈리게 되면서 보수통합은 다시 멀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한국당 지도부는 바미당과 공조해 공수처법 설치에 반대하겠단 계획이었지만, 바미당은 권은희 의원이 낸 ‘권은희안’으로 절충이 된다면 공수처법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궁지에 몰린
민주 지도부

반면 민주당 내에서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지며 당내 혼란이 감지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사퇴 이전까지는 야당으로부터 조 전 장관 지키기에 당 지도부에 반하는 발언을 서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조국 정국이 일단락되자 당 내부서 지지율 하락 및 조 전 장관의 사퇴에 대해 당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조국은 갔다.(하지만 남은 사람들이) 후안무치한 인간들뿐이니 뭐가 달라지겠는가”라며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며 당을 비판했다.

지난 1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김해영 최고위원은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국민의 갈등이 증폭되고 많은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며 “집권 여당의 지도부 일원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당 지도부 최초로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정작 핵심 지지층의 요구는 ‘지도부 사퇴’인데,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에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조국 사퇴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라며 “민심이 이 정도로 나빠지고 중도층이 떠난 데 대해 (여권이)대통령에게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까지 민주당은  검찰개혁과 민생국감에 최대한 집중해 이탈한 중도층을 다시 잡는 데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이 지명되기 전엔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이 훨씬 우세했지만, 최근 10월 2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중도층의 한국당 지지율이 33.8%, 민주당 지지율이 28.5%로 조사돼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데스노트’ 논란 정의당도 큰 상처
사법개혁안 처리 여3당 공조 필수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BBS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금은 유감과 사과 표명을 반복적으로 거듭하는 것보다는 침체되고 있는 경기에 활력을 드높이는 일을 해내는 것이 제대로 책임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 개혁을 한 축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겠지만 다른 한 축에서는 민생 문제 해결 그리고 시급한 경제 활력의 제고에 나서는 것이 집권당으로서의 마땅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의당의 경우에는 조 전 장관 사퇴와 관련해 “취임 이후 36일 동안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개혁을 해왔고, 오늘까지도 개혁안을 발표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며 “고심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조 전 장관이 임명되기 전 당의 중요 지지층인 청년들이 조국 정국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은 것을 인정하며 자녀의 논문 특혜 등 각종 의혹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 조국 장관과 면담 갖는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하지만 당의 ‘데스노트’에 조 전 장관을 올리지 않았고, 이에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정의당이 임명을 반대한 공직 후보자는 문재인정부서 대부분 낙마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단어다.


정의당 당원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는 당의 결정에 반발,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심상정 대표가 만류해 결국 탈당을 철회했다. 그는 “조 장관 임명 전 반대 의견을 정의당에 전달했지만 당은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았다”며 “이 상황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갤럽’에 따르면 정의당 지지율이 지난달 말에는 6%로까지 떨어져 지난해 16%까지 기록했던 지지율이 급락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의 사퇴에 “이제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평화당 박주현 대변인은 논평서 “조국 사태가 조 장관의 사임으로 일단락됐지만 사퇴 결심을 존중하고 결단에 고마움을 전한다”며 선거제 개정안과 공수처 및 검경수사권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평화당과 대안정치연대는 지난 조국 정국때 조 전 장관의 임명에는 반대했지만 한국당의 조국연대 제안에는 선을 그으며 ‘제3지대’로서 무당층에게 합리적이라는 인식을 줬다.

다음…
주요 쟁점은?

앞으로 국회의 시간은 조 전 장관이 과제로 남긴 사법개혁안 처리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개혁안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이 필요해 민주당(128석)과 정의당(6석), 평화당(4석), 대안정치연대(9석), 바미당 일부 의원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제 개혁안에 앞서 사법개혁안을 처리하려는 민주당의 움직임에 야3당이 반발하고 있어 향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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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