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정당별 손익계산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전격 사퇴했다. 장관으로 지명된 지 66일, 임명된 지 35일 만이다. ‘조국 사퇴’를 외치며 장외투쟁을 이어가던 자유한국당과 ‘검찰 개혁’을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나아갈 ‘판’을 재구성해야 한다. <일요시사>가 국론이 분열되는 대혼란 속에서 ‘조국 정국’에 대응하는 정당별 자세를 분석해봤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저의 쓰임은 다했습니다.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자리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여 ‘멘붕’
“안타깝다”

지난 14일 오후 2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한 지 3시간 만에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조 전 장관의 갑작스런 사퇴에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조 전 장관의 검찰개혁이 제대로 완수되지 못한 상태에서 물러나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며, 당이 검찰개혁의 제도화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야당을 향해선 경제와 민생에 전념해 정치 본연의 역할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예상대로 조 전 장관이 사퇴했다”며 ‘민심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상처와 분노, 국가적 혼란을 불러온 인사 참사”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 앞에서 사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적인 질타와 정계의 사퇴 압박에도 조 전 장관은 ‘오랜 소신’이라고 밝혔던 검찰개혁을 위해 버텨왔다. 갑작스런 조 전 장관의 사퇴에는 아내 정경심 교수의 ‘뇌종양’ 진단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 전 장관의 일가 수사가 계속되면서 정 교수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조 전 장관이 ‘선봉장’이 아닌 가장으로서 가족을 먼저 챙겨야 할 급박함을 느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퇴 입장문에 쓰인 “인생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대목을 미뤄 조 전 장관의 심경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조 전 장관의 임명 직후 ‘기회’와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 법무부장관이 어떻게 검찰을 개혁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우세했다. 하지만 판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조 전 장관의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무리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서초동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고 검찰 개혁을 바라는 민심들이 가시화됐다.

한국당, 지지율 상승 자축
민주당, 중도층 대거 이탈

이로써 검찰 개혁에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가 사법개혁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됨에 따라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울러 사법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만큼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조 전 장관의 판단 역시 사퇴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여당의 사퇴 종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서 “일부 여당 의원이 나더러 조국 사퇴를 말하라고 한다”며 “조 장관에게 (본인들이)‘그만두라’고 하면 내년 총선 때 민주당 경선서 지고, 말하지 않으면 본선서 지기 때문”이라며 여의도 내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조 장관의 사퇴는 “조 장관 본인의 결심”이라며 사퇴 종용설에 대해 일축했다.

조 전 장관의 사퇴에 한국당을 포함한 야권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 목소리를 냈다. 한국당 소속 인사들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조 전 장관의 사퇴를 본인들이 이뤄냈다며 자축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애국시민의 승리”라며 “국민은 지금 정권의 위선과 거짓에 분노했다. 우리는 함께 분노하고 함께 행동했다”고 평가했다. 한국당 민경욱 의원도 “불의의 싸움서 정의가 승리했다”며 “조국 가족에 대한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국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SNS에 전했다.


조 전 장관의 지명 전,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와 소속 의원들의 막말 논란,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 등으로 지지율 하락을 벗어날 출구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뿔뿔이 흩어진 보수 세력을 결집할 ‘매개’가 필요한 시점에 문 대통령의 조 전 장관 지명은 한국당에게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돼주었다.

범야권 투쟁
보수 재집결

조 전 장관의 각종 의혹에도 불구,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한국당은 릴레이 삭발까지 벌이며 총공세를 폈고, 광화문 집회에는 보수 세력의 주최 집회 중 최대 규모의 인원이 모이는 새 역사가 쓰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당은 민심과 합심해 조 전 장관을 사퇴를 이끄는 데 성공, 민주당 지지율을 0.9%p 차이로 근접하게 따라잡는 큰 성과를 냈다.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해 지난 14일 발표한 정당지지율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역대 정당사를 살펴보면, 야당은 대통령 집권 중후반기에 상승세가 올랐을 때 그 기세를 몰아 주도권을 지키는 데 성공해왔다. 이번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문 대통령은 임기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조 전 장관 사퇴에도 한국당은 광화문 장외집회서 범야권 투쟁을 위해 문재인정부를 ‘경제파탄’ 등을 이유로 공격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성난 민심이 고작 조국 사퇴만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면 크게 잘못 생각한 것이다. 10월 항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암시, 남은 총선까지 상승기세를 몰기 위해 필사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당에게 갑자기 강력한 대여 투쟁 수단이 사라졌고, 다음 전략 역시 부재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보수통합이 아직 과제로 남은 상태서 명분이 사라져버렸다. 지난 두 달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의 보수통합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황 대표는 바미당 유승민 의원에게 ‘자유민주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
 

▲ 조국 퇴진 광화문 집회 갖는 보수단체 회원들

이에 유 의원은 “딱히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한국당에 동참 뜻을 내보였고, 양당은 지난달 이미 부산서 ‘조국 파면 부산시민연대’를 결성했다. 또 보수 진영에선 지난 개천절 집회를 기점으로 보수통합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확산되면서 보수 세력이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탄핵의 여진은 깨끗이 씻어 버리고 모두 하나가 되어 자유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자”며 보수대통합을 향한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검찰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한 바미당과 한국당의 입장이 엇갈리게 되면서 보수통합은 다시 멀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한국당 지도부는 바미당과 공조해 공수처법 설치에 반대하겠단 계획이었지만, 바미당은 권은희 의원이 낸 ‘권은희안’으로 절충이 된다면 공수처법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궁지에 몰린
민주 지도부

반면 민주당 내에서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지며 당내 혼란이 감지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사퇴 이전까지는 야당으로부터 조 전 장관 지키기에 당 지도부에 반하는 발언을 서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조국 정국이 일단락되자 당 내부서 지지율 하락 및 조 전 장관의 사퇴에 대해 당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조국은 갔다.(하지만 남은 사람들이) 후안무치한 인간들뿐이니 뭐가 달라지겠는가”라며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며 당을 비판했다.

지난 1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김해영 최고위원은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국민의 갈등이 증폭되고 많은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며 “집권 여당의 지도부 일원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당 지도부 최초로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정작 핵심 지지층의 요구는 ‘지도부 사퇴’인데,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에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조국 사퇴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라며 “민심이 이 정도로 나빠지고 중도층이 떠난 데 대해 (여권이)대통령에게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까지 민주당은  검찰개혁과 민생국감에 최대한 집중해 이탈한 중도층을 다시 잡는 데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이 지명되기 전엔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이 훨씬 우세했지만, 최근 10월 2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중도층의 한국당 지지율이 33.8%, 민주당 지지율이 28.5%로 조사돼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데스노트’ 논란 정의당도 큰 상처
사법개혁안 처리 여3당 공조 필수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BBS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금은 유감과 사과 표명을 반복적으로 거듭하는 것보다는 침체되고 있는 경기에 활력을 드높이는 일을 해내는 것이 제대로 책임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 개혁을 한 축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겠지만 다른 한 축에서는 민생 문제 해결 그리고 시급한 경제 활력의 제고에 나서는 것이 집권당으로서의 마땅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의당의 경우에는 조 전 장관 사퇴와 관련해 “취임 이후 36일 동안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개혁을 해왔고, 오늘까지도 개혁안을 발표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며 “고심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조 전 장관이 임명되기 전 당의 중요 지지층인 청년들이 조국 정국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은 것을 인정하며 자녀의 논문 특혜 등 각종 의혹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 조국 장관과 면담 갖는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하지만 당의 ‘데스노트’에 조 전 장관을 올리지 않았고, 이에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정의당이 임명을 반대한 공직 후보자는 문재인정부서 대부분 낙마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단어다.


정의당 당원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는 당의 결정에 반발,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심상정 대표가 만류해 결국 탈당을 철회했다. 그는 “조 장관 임명 전 반대 의견을 정의당에 전달했지만 당은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았다”며 “이 상황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갤럽’에 따르면 정의당 지지율이 지난달 말에는 6%로까지 떨어져 지난해 16%까지 기록했던 지지율이 급락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의 사퇴에 “이제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평화당 박주현 대변인은 논평서 “조국 사태가 조 장관의 사임으로 일단락됐지만 사퇴 결심을 존중하고 결단에 고마움을 전한다”며 선거제 개정안과 공수처 및 검경수사권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평화당과 대안정치연대는 지난 조국 정국때 조 전 장관의 임명에는 반대했지만 한국당의 조국연대 제안에는 선을 그으며 ‘제3지대’로서 무당층에게 합리적이라는 인식을 줬다.

다음…
주요 쟁점은?

앞으로 국회의 시간은 조 전 장관이 과제로 남긴 사법개혁안 처리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개혁안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이 필요해 민주당(128석)과 정의당(6석), 평화당(4석), 대안정치연대(9석), 바미당 일부 의원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제 개혁안에 앞서 사법개혁안을 처리하려는 민주당의 움직임에 야3당이 반발하고 있어 향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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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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