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철희 의원 불출마 비스토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0.21 10:30:20
  • 호수 12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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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후 결심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해찬 대표에 이은 두 번째다. 앞서 지역구 출마가 예상됐던 상황서 나온 충격적 발표다. <일요시사>는 이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기까지의 비스토리를 취재했다.
 

▲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내년에 열리는 21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지난 15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날 단체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원 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그래서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갑작스레

이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와 온라인 팬카페 ‘이철희와 함께 가는 사람들’을 통해 더욱 자세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며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며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의 불출마 의지는 확고한 듯 보인다. 이 의원은 불출마 선언 이후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변의 출마 권유에 고심하다 지난달 추석 연휴 때 불출마를 결심했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 국면과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이젠 정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민주)당이 더 젊어져야 하고 젊은 층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 의원은 추석 이전인 지난 8월28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홍대 팟빵홀서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 북토크를 열었다. 현장에는 ‘이철희와 함께 가는 사람들’ 회원을 비롯해 이 의원과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다수 자리했다.

현장에선 책의 내용뿐 아니라 이 의원의 출마 여부도 화두였다. 사회자와의 질답서 이 의원은 “원래 국회의원은 한 번만 하려했다. 그런데 주변서 계속 출마를 권유해서 지금은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국회에 남아 잘못된 정치판을 바꿔야하지 않겠냐는 권유였다.

이 의원은 자신의 출마 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의원은 자신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회원들과 함께 북토크 이후 뒤풀이를 가졌다. 이 의원은 뒤풀이 자리서 참석자 한 명, 한 명에게 본인의 출마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으로 전해진다. 출마와 불출마 중 출마 쪽 의견이 많았지만,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진 않았다는 전언이다.

지인 한 명, 한 명에게 물어
이 의원 측 “반영됐을 수도”

이 의원 측은 지난 17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그때 의견을 들으신 부분이(불출마 선언에) 얼마나 많이 반영됐는지는 저를 포함해서 다른 보좌진분들도 잘 모르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가(이 의원께서) 고민하던 시기였던 것은 맞다”며 “정확히는 모르지만 의견이 반영됐지 않았나 싶기는 하다. 아마 여러분들께 의견을 들으셨으니(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그런 의견을 종합해서 나온 결론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이 의원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 등에 전략공천될 것이라는 예상을 받아왔다.

정치권서도 이 의원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은 충격으로 다가온 듯하다. 복수의 동료 의원들이 나서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가 바뀌려면 진영논리에 갇힌 사람보다 성찰할 줄 아는 사람, 패거리에 휩쓸려 다니기보다 영혼이 자유롭고 나라의 길에 대해서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 정치판에 더 많아져야 한다”며 “정치를 계속하시라”고 부탁했다.


민주당 김영춘 의원 역시 지난 17일 “이 의원도 출신지가 부산”이라며 “정히 정치가 환멸스럽다면 그가 처음 생각했던 수도권서의 재선 도전이 아니라 보다 어려운 부산으로 돌아와, 무너져가는 지방서 비전을 제시하는 선거를 치르자”고 권유했다.

정치권 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보면서 저 또한 우리 정치의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이성에는 이성으로 맞설 수 있는 것이 정치이지만, 야만 앞에서 정치는 가끔 무력해진다”고 성찰했다.

민주당 김현권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마저, 그렇게 말리고 사정해 봤건만”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주민 의원 역시 지난 16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서 “사실 저도 요즘 정치에 대해서 좀 힘들더라”며 “생산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이 과정 자체가 저에게도 그렇게 유쾌하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출마 권유

이 의원은 청와대 행정관과 국회 보좌관, 정치평론가를 거쳐 비례대표 8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초선 같지 않은 초선으로 불리며 민주당 내 대표적 ‘전략통’으로 분류된다. 20대 총선서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원내 1당을 이루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의원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과 함께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JTBC <썰전> 등에 출연해 여느 중진 못지않은 인지도를 쌓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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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