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철희 의원 불출마 비스토리
<단독> 이철희 의원 불출마 비스토리
  • 최현목 기자
  • 승인 2019.10.21 11:59
  • 호수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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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후 결심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해찬 대표에 이은 두 번째다. 앞서 지역구 출마가 예상됐던 상황서 나온 충격적 발표다. <일요시사>는 이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기까지의 비스토리를 취재했다.
 

▲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내년에 열리는 21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지난 15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날 단체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원 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그래서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갑작스레

이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와 온라인 팬카페 ‘이철희와 함께 가는 사람들’을 통해 더욱 자세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며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며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의 불출마 의지는 확고한 듯 보인다. 이 의원은 불출마 선언 이후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변의 출마 권유에 고심하다 지난달 추석 연휴 때 불출마를 결심했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 국면과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이젠 정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민주)당이 더 젊어져야 하고 젊은 층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 의원은 추석 이전인 지난 8월28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홍대 팟빵홀서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 북토크를 열었다. 현장에는 ‘이철희와 함께 가는 사람들’ 회원을 비롯해 이 의원과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다수 자리했다.

현장에선 책의 내용뿐 아니라 이 의원의 출마 여부도 화두였다. 사회자와의 질답서 이 의원은 “원래 국회의원은 한 번만 하려했다. 그런데 주변서 계속 출마를 권유해서 지금은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국회에 남아 잘못된 정치판을 바꿔야하지 않겠냐는 권유였다.

이 의원은 자신의 출마 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의원은 자신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회원들과 함께 북토크 이후 뒤풀이를 가졌다. 이 의원은 뒤풀이 자리서 참석자 한 명, 한 명에게 본인의 출마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으로 전해진다. 출마와 불출마 중 출마 쪽 의견이 많았지만,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진 않았다는 전언이다.

지인 한 명, 한 명에게 물어
이 의원 측 “반영됐을 수도”

이 의원 측은 지난 17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그때 의견을 들으신 부분이(불출마 선언에) 얼마나 많이 반영됐는지는 저를 포함해서 다른 보좌진분들도 잘 모르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가(이 의원께서) 고민하던 시기였던 것은 맞다”며 “정확히는 모르지만 의견이 반영됐지 않았나 싶기는 하다. 아마 여러분들께 의견을 들으셨으니(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그런 의견을 종합해서 나온 결론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이 의원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 등에 전략공천될 것이라는 예상을 받아왔다.

정치권서도 이 의원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은 충격으로 다가온 듯하다. 복수의 동료 의원들이 나서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가 바뀌려면 진영논리에 갇힌 사람보다 성찰할 줄 아는 사람, 패거리에 휩쓸려 다니기보다 영혼이 자유롭고 나라의 길에 대해서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 정치판에 더 많아져야 한다”며 “정치를 계속하시라”고 부탁했다.

민주당 김영춘 의원 역시 지난 17일 “이 의원도 출신지가 부산”이라며 “정히 정치가 환멸스럽다면 그가 처음 생각했던 수도권서의 재선 도전이 아니라 보다 어려운 부산으로 돌아와, 무너져가는 지방서 비전을 제시하는 선거를 치르자”고 권유했다.

정치권 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보면서 저 또한 우리 정치의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이성에는 이성으로 맞설 수 있는 것이 정치이지만, 야만 앞에서 정치는 가끔 무력해진다”고 성찰했다.

민주당 김현권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마저, 그렇게 말리고 사정해 봤건만”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주민 의원 역시 지난 16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서 “사실 저도 요즘 정치에 대해서 좀 힘들더라”며 “생산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이 과정 자체가 저에게도 그렇게 유쾌하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출마 권유

이 의원은 청와대 행정관과 국회 보좌관, 정치평론가를 거쳐 비례대표 8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초선 같지 않은 초선으로 불리며 민주당 내 대표적 ‘전략통’으로 분류된다. 20대 총선서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원내 1당을 이루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의원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과 함께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JTBC <썰전> 등에 출연해 여느 중진 못지않은 인지도를 쌓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