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사의 집’ 잡는 양지진흥개발 노림수

부자 회장님이 뭐가 부족해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방부가 추진 중인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이 ‘양지진흥개발’과의 갈등으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현재 ‘용사의 집’이 있던 부지에는 국군 장병들이 이용할 수 있는 4성급 호텔을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양지진흥개발 측은 공사 과정서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공사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2006년 낙후된 도심을 재개발하기 위해 용산역 주변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여기서 국방부가 ‘용사의 집’을 포함해 소유한 부지 면적은 2749m²로, 위치는 용산역 앞 제1-1구역이었다. 국방부는 2015년 국군 장병의 편의와 숙박을 위해 용사의 집을 허물고 지하 7층, 지상 30층 규모의 4성급 호텔로 다시 짓는 구상을 내놨다. 객실과 컨벤션홀, 연회장, 웨딩홀 등이 들어서는 계획이었다. 

국방부 추진
로드맵 보니…

2017년 2월 철거된 기존 용사의 집은 1969년 장병들의 숙박·복지시설의 필요성이 제기돼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진 건물이다. 군인들은 이곳에서 저렴하게 숙식을 하거나 PX서 물품을 싸게 구매하는 등의 편익을 얻었다. 웨딩홀도 있어 시중보다 적은 비용으로 결혼식도 올렸다.

하지만 용사의 집은 재건립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호텔 건립에 반대하는 민간인 재개발조합추진위원회(재개발추진위)는 “육군 호텔이 육군 장병 복지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내놓은 ‘최근 5년간 휴양시설, 복지시설 간부·병 이용률 현황’에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콘도나 호텔 등 군 휴양시설을 이용한 사병은 전체 군인의 1.2%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또 재개발추진위는 “용사의 집 재건립은 2012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국책사업으로 지정됐다”며 “장병 복지가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육군 관계자는 “용산역은 장병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역으로, 육군 호텔은 군인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숙박·편의시설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건립 사업 시작 전부터 비판 세례
우여곡절 끝에 시작했지만…갈등 심화

이 관계자는 “간부들만을 위한 시설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육군 측은 160개 객실 중 3개 층 45개 객실을 병사 전용으로 만들고 1개 층은 PC방과 북카페 등으로 꾸며 병사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 시설이 들어서면 육군 뿐 아니라 국방부와 해군 공군 해병대 국가유공자 예비역등이 사용하는 국방 커뮤니티로서 품격있는 장병 복지 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접근성이 좋은 서울 도심에 숙식과 결혼식장, 국제회의장 등이 집결한 군 복지 및 비지니스 시설로 활용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2018년 7월27일 1-1구역에 대한 사업시행계획인가처분을 발급받았고 현재 착공신고 후 공사를 시작한 상태다. 하지만 이때부터 용산역 앞 제1-2구역을 소유하고 있는 양지진흥개발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 용사의 집

양지진흥개발은 용산의 명물로 통하는 ‘드래곤힐스파’를 소유하고 있다. 드래곤힐스파는 뉴욕타임즈 ‘36시간의 서울 여행’의 핫플레이스로 소개되고 CNN이 선정한 서울 관광명소 ‘서울이 대단한 이유 50’ 중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방송 오락 프로그램 <런닝맨>과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배경 촬영장으로 등장하는 등 인기가 높으며 국내외 여행객이 매년 100만명 이상 다녀가고 있다. 서울시 관광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특별시 문화상 관광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십건 민원
고소·고발도

양지진흥개발은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과 관련해 2017년에 7회, 2018년에는 54회 민원을 제기했다.

양지진흥개발은 ‘용사의 집 중복투자로 국가 재정낭비 중단 요망’ ‘용산역 전면 1-1구역 육군호텔 건축계획에 대한 제안의 건’ ‘용산역 입구에 육군호텔 건립이 웬말이냐?’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 계획 중단 요청의 건’ ‘육군호텔 건립 예상낭비 신고’ ‘국민과 외국 관광객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육군호텔 신축공사 중단 청원’ 등의 공문을 보냈다.

양지진흥개발 측은 2018년 9월 말부터 공사 중 발생한 진동으로 인해 붕괴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대통령비서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 용산구청,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 전방위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의 진행상황을 검토해 보면 구 용사의 집을 철거하고 방음벽만을 설치했을 뿐 이제 막 굴착공사를 시작하려는 단계다. 그동안 건물이 붕괴될만한 수준의 진동이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 

현재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 도급공사를 맡고 있는 금호산업과 양지진흥개발 사이에 수많은 고소·고발이 오갔다. 

양지진흥개발은 담장 철거 시 살수 미실시, 협의를 거치지 않은 벽돌경계벽 철거와 경계시설 손괴 및 훼손, 세륜 미실시, 구조굴토심의 허위자료 제출, CCTV 불법 설치, 소음 측정, JSP공사의 위험성, 공사 중 토사 낙하로 인한 상해, 유독가스 배출, 대지 경계 침범, 무단 침입, 토사 낙하, 명예 훼손, 기름띠 형성 등 수많은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용산의 명물
‘드래곤힐스파’

이에 금호산업 측은 직원 폭행 및 공사 방해, 무단 오수 방류, 오수 도로 방류, 무단천공 관련 건으로 양지진흥개발을 고소·고발했다. 양지진흥개발은 2018년 9월까지 직접적인 공사 중단 요청을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방향을 선회해 경계가 확정되지 않았다거나 소유 건축물의 안전성을 보장하라는 주장을 하며 공사를 지연시키려는 목적의 민원들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금호사업 관계자에 따르면 경계 문제의 경우 2017년도부터 측량을 실시해 이미 경계가 확장돼있었음에도 경계가 불분명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경계 복원 측량을 3회나 실시했음에도 아직까지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문제의 경우 진동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방음벽설치공사만 이뤄진 상태임에도 진동으로 인해 건물이 일부 붕괴했다고 주장하며 소유건물의 안전조치 및 안전점검을 해주겠다는 제의를 지속해서 했지만 기술적·법률적으로 건물의 안전성 검사와 아무 관련도 없는 공사 도면을 요구하며 안전조치 및 안전점검 관련 협조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 

또 사업시행계획인가의 취소를 요구하는 항고소송을 2018년 10월25일 제기했고 동일한 내용의 취소심판 2건을 같은 날 청구했으며 구역분할결정 및 사업시행계획인가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진행정지를 2018년 11월20일 신청하기도 했다. 이런 행정소송, 행정심판, 집행정지는 모두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을 중단시킬 목적으로 이뤄졌다. 

해달라는 대로 해준대도 ‘말 돌리기’ 
양지 측 “민감한 사안이라 답변 못해”

양지진흥개발이 이처럼 수많은 민원과 소송, 행정심판 등으로 공사를 지연시킴으로써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금호산업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용사의 집 부지가 용산역서 바로 보이는 전면부지기 때문에 상업적 가치가 크다”며 “이를 이용한 양지진흥개발의 랜드마크 복합리조트형호텔 시설 건립 계획이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으로 인해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결국 공사 중지로 인한 통합개발이 목적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만약 집행정지나 행정소송 또는 공사금지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경우 공사가 중단된다”며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이 기획재정부를 통한 캠코 위탁개발 방식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이라는 복잡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관련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공사가 중단될 경우 사후 처리 문제가 매우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이 위법한 인허가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거나 위법하게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 당연히 그 인허가를 취소하고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인허가 절차는 적법하게 단계적으로 거쳤고 안전시공에 힘쓰고 있다는 것을 빤히 알고 있는데도 양지진흥개발 측에서 소송, 언론, 민원 등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사를 중단시키고자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4억원 요구
돈 때문에?

금호산업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양지진흥건설은 용산구 주재로 열린 회의서 보상금으로 40억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양지진흥개발 측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고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위에 다시 한 번 보고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더 이상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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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