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저비용항공사 백태

‘또 생겨?’ 면허 남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신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악재의 늪에 빠졌다. 잇따른 갑질 논란과 경영권 분쟁, 오너 리스크 등으로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일각에선 ‘정부의 무분별한 LCC 면허 남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플라이강원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심사위원회를 열고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에 LCC 신규 면허를 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현재 신규 LCC 항공사들은 여러 구설에 휘말리며 위태위태한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취득했지만…

플라이강원이 최근 채용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취업문이 좁은 승무원 준비생들의 처지를 악용해 방송촬영동의를 사실상 강요하고 이를 기업홍보에 활용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플라이강원은 채용전형을 진행하며 방송촬영 동의를 필수조건으로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확실하지 않은 채용을 전제로 방송촬영을 강요하는 것은 취업이 절실한 승무원들의 입장을 기업홍보에 이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채용공고엔 ‘본 채용은 지상파 또는 종편프로그램 <플라이강원 챌린지(가제)>로 제작 및 방영될 예정’이라는 공지와 함께 ‘자기소개 영상 및 영상촬영 동의서 미첨부 시 심사대상서 제외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플라이강원은 이 같은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방송촬영을 전제로한 전형 조건을 취소하고 그 외에는 예정된 절차에 따라 채용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채용공고 역시 이 내용을 반영해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플라이강원은 관련 입장문을 통해 “프로그램 제작 중 담기는 강원도의 아름다운 관광지 화면을 활용하면 강원도 관광 홍보가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와 지원자들에게 스펙, 학력, 경력 등이 아닌 절실함과 참신함으로 플라이강원의 객실 승무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하지만 의도한 바와 달리 지원자들을 회사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어, 현재 공고 중인 채용은 방송 미션 전형 없이 예정된 절차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항공은 경영권 잡음으로 제대로 날지도 못할 위기에 처했다.

양사는 면허취득 후 1년 이내에 운항증명(AOC)을 신청하고 2년 이내에 노선허가를 받아 취항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년 이내에 취항이 이뤄지지 않으면 귀책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면허취소 수순을 밟는다.

3개사 위태…갑질 논란에 경영권 분쟁
기존 LCC도 어려운데…신규 LCC 버틸까?

에어프레미아는 항공기 도입 기종과 운용 방식 등을 놓고 투자자와 갈등을 빚은 김종철 대표가 지난 5월 사임했다. 현재 에어프레미아는 변호사인 심주엽 대표와 아시아나항공 출신인 김세영 대표가 공동경영을 하고 있다.

대표이사 변경은 항공운송사업 면허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현안인 만큼 재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국토교통부는 에어프레미아가 지난 6월 신청한 대표자 교체에 따른 항공운송사업 변경 면허에 대한 발급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기존 강병호 대표를 내세워 신규 항공 면허를 발급받았지만, 최대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측이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강 대표의 임기는 지난 5월28일 만료됐지만 이사회는 강 대표의 연임 혹은 새로운 대표의 선임을 결정하지 않고 있어 상법상 강 대표가 대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에어필립은 LCC 면허 취득에 실패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전임 엄일석 에어필립 대표이사가 불법 주식거래 혐의로 구속된 이후 시작된 오너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에어필립은 면허 취득 실패로 750억원대 투자 유치가 물거품이 되면서 존폐 기로에 놓였다. 에어필립은 지난 3월 ‘LCC면허 취득을 조건부’로 신규 투자처 3개사로부터 750억원을 유치하기로 투자확약서(LOC)와 투자의향서(LOI)를 각각 체결했다.
 

국토부는 4곳 LCC 면허 신청 항공사 중 유일하게 에어필립만 탈락시켰다. 에어필립은 자본 잠식과 경영난으로 면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신청이 반려됐다고 설명했다.

에어필립 측은 LCC 면허 취득 실패와 함께 회사를 회생 시킬 유일한 희망이었던 대규모 투자유치까지 물거품이 되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에어필립 관계자는 “당장 신규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회사 문을 닫을 수 도 있다”고 밝혔다.

에어필립 강철영 대표이사는 “타 지역 LCC 신청 항공사의 경우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의 지원에 힘입어 신규 면허를 취득했지만, 에어필립의 경우 어느 누구 한 명 도움의 손길을 내 민 사람이 없었다”고 서운함을 토로하면서 “소형항공사로서 충실을 기하고 회사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얼마나?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대로 검증도 안 하고 무분별하게 LCC 면허를 남발한 게 문제”라며 “기존 LCC도 각종 악재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신규 LCC가 취항에 나선다고 한들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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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