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불나는’ LG화학 배터리 미스터리

여기서 ‘펑’ 저기서 ‘펑’…안팎으로 뒤숭숭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정감사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화두로 떠올랐다. 계속되는 사고원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ESS 화재 절반 이상이 LG화학의 특정 시기에 생산한 배터리서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화재 원인과 관련해 배터리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개월째 배터리 사고의 원인과 정부 조사발표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LG화학 배터리 사고제품이 모두 특정 시기, 특정 공장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정 시기
특정 공장서…

LG화학 제품의 화재사고 건수는 총 14건으로 전체 화재 26건의 54%를 차지했다. 특이점은 14건 화재 모두 2017년 2분기부터 4분기 동안 LG화학 중국 남경공장서 만들어진 초기 물량이라는 것이다. 

LG화학 제품 화재 중 2018년 이후에 생산된 제품은 단 한 번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만약 열악한 설치 환경과 배터리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PCS 등의 문제였다면 2018년 이후 제품에는 왜 단 한 번의 화재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이 의원은 “이 시기에 만들어진 LG화학의 배터리 제품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 이원은 그 근거로 삼성SDI의 경우 총 9건의 화재가 일어났는데 ‘2014년 3분기(1건), ‘2015년 3분기(1건)’ ‘2015년 4분기(1건)’ ‘2016년 4분기(1건)’ ‘2018년 2분기(4건)’ 등 제조일자가 다양했지만 LG화학은 2017년 2∼4분기 중국공장 초기모델서만 화재가 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30일 발생한 충남 예산 소재 태양광발전소 ESS배터리 화재사고 당시 LG화학이 사고 이전에 방문해 배터리셀 하나하나를 점검해 문제가 될 만한 셀(일명 약한 셀)들을 찾아 새 배터리로 교체를 해주고 전력변환장치인 PCS도 점검을 마쳤다. 

ESS 화재 54% LG 제품…中 남경 제품
자발적 리콜 요청…원인 규명이 먼저?

이 의원에 따르면 LG화학 담당자들도 이 발전소만큼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했고 LG화학 담당자들은 조사 과정서 ‘멘붕이 왔다’는 식의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부분이 배터리가 당초 생산과정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부분이라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정부 민관합동 조사단은 ESS배터리 화재 원인에 대해 배터리시스템 결함, 전기충격에 대한 보호체계미흡, 운용 환경 관리 미흡, ESS 통합관리 체계부재 등 4가지를 들은 바 있다.

이 의원은 “최초 발화지점에 대한 확진도 매우 중요한데 정부는 이 지점서 솔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실상 ESS 배터리 시설의 화재는 배터리 및 배터리보호시스템의 결함서 비롯됐다는 게 유력하다”는 이 의원은 “정부의 발표를 복기해 살펴보면 ‘배터리시스템 결함’과 ‘전기충격에 대한 보호체계 미흡’은 삼성SDI, LG화학이 만든 배터리와 배터리보호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말과도 같다”며 “결론적으로 배터리와 배터리보호시스템이 무결점하다면 ‘배터리 랙’이 발화지점으로 지목되지 않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감서 이슈
관계자 멘붕

2018년 9월1일 발생한 충북 영동군 ‘다니엘영동태양광’ ESS화재는 LG화학 배터리 2017년 4분기 제조제품이 설치된 곳이었다. 화재 원인 감식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법안전감정서를 통해 ‘배터리 모듈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2018년 12월17일에 발생한 충북 제천의 화재도 발화 지점은 배터리였다. 지난 5월4일에 발생한 경북 칠곡의 사고도 LG화학의 배터리서 시작됐다. 배터리제조사가 자신들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발화가 PCS 쪽에서 시작해 배터리 쪽으로 전도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증명된 바가 없다. 

이번 이 의원의 ESS화재 조사에는 LG화학의 담당 관리자들도 포함돼 진행됐다.

LG화학 관련자들은 의원실의 화재 최초 발화지점이 배터리 시스템 ‘랙’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배터리시스템에서의 발화는 결국 이 시스템을 제조해 납품한 배터리 제조사의 책임 이라는 점도 부인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해 녹취록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조사과정서 LG화학에게 2017년에 생산된 ESS배터리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요청했지만 아직 LG는 관련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LG화학 내부서도 리콜을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으나 경영진은 리콜을 진행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판매된 물량까지 리콜을 진행해야 해 약 1500억원의 추가비용과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G화학은 12월까지 자신들이 실험을 진행해 원인분석을 더 꼼꼼히 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 LG화학 배터리

이 의원은 LG화학에 대해 “글로벌 리더기업으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사람들이 사건은 은폐하고 물밑서 쉬쉬하며 합의를 종용해서는 안될 일”이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관련 화재가 재발할 때마다 국가 경쟁력과 기업의 신뢰는 무너질 것”이라며 “특정시기 생산된 관련 배터리가 전국에 198개소나 더 있다. 지금이라도 자발적인 리콜을 진행하는 것이 당장의 손해보다 미래의 신뢰와 세계시장을 점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열린 국감장서도 비슷한 맥락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은 “문제가 됐던 배터리들이 주로 난징공장서 제조한 것이 맞지만 민관협동 조사위원회서 발표했듯 화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원인은 아니다”라며 “현재 유관기관과 실증 재현실험을 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원인이 밝혀지는 대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콜 결정은?
자발적 조사


LG화학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LG화학이 제품 결함을 숨기거나 교체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동일한 이슈가 없도록 하는 것과 실사용자의 추가적인 피해를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에 최근 발생한 화재의 경우 아직 원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선제적 조치로 2017년 남경공장산 배터리를 포함한 사이트는 70%로 제한가동 중이며 손실비용에 대해 당사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원인 규명활동은 정밀실험 및 분석은 물론, 사이트보다 더 가혹한 환경의 시험까지 포함해 올해 말을 시한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만약 명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더라도 교체를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ESS 화재사고 원인 조사 발표하는 정부 민관합동조사단

의원들이 주장한 자발적 리콜 여부에 대한 질문에 관계자는 “배터리가 소비재는 아니기 때문에 리콜의 개념이 아닌 교체 등으로 관련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LG화학에는 악재가 겹치게 됐다.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은 “문제가 제기된(중국 남경공장 생산) 배터리가 만약 해외 사업장서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배터리 교체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험 배터리 전국 198개소…추가 피해 우려
소송과 실적 악화·화재까지…겹치는 악재

LG화학이 해당 제품의 국내외 판매 물량에 대해 리콜을 진행하게 될 경우 약 15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대외적 신뢰도 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LG화학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업황 악화로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이 감소한 데다, 전지 부문서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6508억원) 대비 57.7% 감소한 2754억원에 그쳤고, 2분기 영업이익(2675억원) 또한 전년 7033억원 대비 62% 급감했다. 

LG화학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ESS 충당금 이슈와 전지 부문 적자가 LG화학 실적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배터리 부문서 성장을 기대했지만 이 또한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LG화학은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서 번 돈을 미래 성장 동력인 배터리에 쏟아 부었다”며 “배터리 부문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라 LG화학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도 LG화학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소송과 맞소송이 이어지며 양사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으나, 양측이 소송전에 열중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서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시장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LG화학의 앞뒤로 자리하는 중국과 일본 기업이 LG화학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는 우려다. 

잇따른 악재
소송전 발목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시장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며 “원통형 배터리인 삼성SDI와 달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으로 형태가 비슷해 직접적인 경쟁상대”라며 “먼저 소송을 제기한 것은 LG화학이지만 최근 ESS 화재 등의 악재가 겹치며 외려 곤란해진 상황”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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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