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불나는’ LG화학 배터리 미스터리

여기서 ‘펑’ 저기서 ‘펑’…안팎으로 뒤숭숭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정감사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화두로 떠올랐다. 계속되는 사고원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ESS 화재 절반 이상이 LG화학의 특정 시기에 생산한 배터리서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화재 원인과 관련해 배터리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개월째 배터리 사고의 원인과 정부 조사발표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LG화학 배터리 사고제품이 모두 특정 시기, 특정 공장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정 시기
특정 공장서…

LG화학 제품의 화재사고 건수는 총 14건으로 전체 화재 26건의 54%를 차지했다. 특이점은 14건 화재 모두 2017년 2분기부터 4분기 동안 LG화학 중국 남경공장서 만들어진 초기 물량이라는 것이다. 

LG화학 제품 화재 중 2018년 이후에 생산된 제품은 단 한 번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만약 열악한 설치 환경과 배터리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PCS 등의 문제였다면 2018년 이후 제품에는 왜 단 한 번의 화재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이 의원은 “이 시기에 만들어진 LG화학의 배터리 제품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 이원은 그 근거로 삼성SDI의 경우 총 9건의 화재가 일어났는데 ‘2014년 3분기(1건), ‘2015년 3분기(1건)’ ‘2015년 4분기(1건)’ ‘2016년 4분기(1건)’ ‘2018년 2분기(4건)’ 등 제조일자가 다양했지만 LG화학은 2017년 2∼4분기 중국공장 초기모델서만 화재가 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30일 발생한 충남 예산 소재 태양광발전소 ESS배터리 화재사고 당시 LG화학이 사고 이전에 방문해 배터리셀 하나하나를 점검해 문제가 될 만한 셀(일명 약한 셀)들을 찾아 새 배터리로 교체를 해주고 전력변환장치인 PCS도 점검을 마쳤다. 

ESS 화재 54% LG 제품…中 남경 제품
자발적 리콜 요청…원인 규명이 먼저?

이 의원에 따르면 LG화학 담당자들도 이 발전소만큼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했고 LG화학 담당자들은 조사 과정서 ‘멘붕이 왔다’는 식의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부분이 배터리가 당초 생산과정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부분이라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정부 민관합동 조사단은 ESS배터리 화재 원인에 대해 배터리시스템 결함, 전기충격에 대한 보호체계미흡, 운용 환경 관리 미흡, ESS 통합관리 체계부재 등 4가지를 들은 바 있다.

이 의원은 “최초 발화지점에 대한 확진도 매우 중요한데 정부는 이 지점서 솔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실상 ESS 배터리 시설의 화재는 배터리 및 배터리보호시스템의 결함서 비롯됐다는 게 유력하다”는 이 의원은 “정부의 발표를 복기해 살펴보면 ‘배터리시스템 결함’과 ‘전기충격에 대한 보호체계 미흡’은 삼성SDI, LG화학이 만든 배터리와 배터리보호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말과도 같다”며 “결론적으로 배터리와 배터리보호시스템이 무결점하다면 ‘배터리 랙’이 발화지점으로 지목되지 않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감서 이슈
관계자 멘붕

2018년 9월1일 발생한 충북 영동군 ‘다니엘영동태양광’ ESS화재는 LG화학 배터리 2017년 4분기 제조제품이 설치된 곳이었다. 화재 원인 감식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법안전감정서를 통해 ‘배터리 모듈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2018년 12월17일에 발생한 충북 제천의 화재도 발화 지점은 배터리였다. 지난 5월4일에 발생한 경북 칠곡의 사고도 LG화학의 배터리서 시작됐다. 배터리제조사가 자신들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발화가 PCS 쪽에서 시작해 배터리 쪽으로 전도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증명된 바가 없다. 

이번 이 의원의 ESS화재 조사에는 LG화학의 담당 관리자들도 포함돼 진행됐다.

LG화학 관련자들은 의원실의 화재 최초 발화지점이 배터리 시스템 ‘랙’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배터리시스템에서의 발화는 결국 이 시스템을 제조해 납품한 배터리 제조사의 책임 이라는 점도 부인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해 녹취록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조사과정서 LG화학에게 2017년에 생산된 ESS배터리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요청했지만 아직 LG는 관련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LG화학 내부서도 리콜을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으나 경영진은 리콜을 진행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판매된 물량까지 리콜을 진행해야 해 약 1500억원의 추가비용과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G화학은 12월까지 자신들이 실험을 진행해 원인분석을 더 꼼꼼히 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 LG화학 배터리

이 의원은 LG화학에 대해 “글로벌 리더기업으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사람들이 사건은 은폐하고 물밑서 쉬쉬하며 합의를 종용해서는 안될 일”이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관련 화재가 재발할 때마다 국가 경쟁력과 기업의 신뢰는 무너질 것”이라며 “특정시기 생산된 관련 배터리가 전국에 198개소나 더 있다. 지금이라도 자발적인 리콜을 진행하는 것이 당장의 손해보다 미래의 신뢰와 세계시장을 점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열린 국감장서도 비슷한 맥락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은 “문제가 됐던 배터리들이 주로 난징공장서 제조한 것이 맞지만 민관협동 조사위원회서 발표했듯 화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원인은 아니다”라며 “현재 유관기관과 실증 재현실험을 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원인이 밝혀지는 대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콜 결정은?
자발적 조사


LG화학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LG화학이 제품 결함을 숨기거나 교체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동일한 이슈가 없도록 하는 것과 실사용자의 추가적인 피해를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에 최근 발생한 화재의 경우 아직 원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선제적 조치로 2017년 남경공장산 배터리를 포함한 사이트는 70%로 제한가동 중이며 손실비용에 대해 당사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원인 규명활동은 정밀실험 및 분석은 물론, 사이트보다 더 가혹한 환경의 시험까지 포함해 올해 말을 시한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만약 명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더라도 교체를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ESS 화재사고 원인 조사 발표하는 정부 민관합동조사단

의원들이 주장한 자발적 리콜 여부에 대한 질문에 관계자는 “배터리가 소비재는 아니기 때문에 리콜의 개념이 아닌 교체 등으로 관련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LG화학에는 악재가 겹치게 됐다.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은 “문제가 제기된(중국 남경공장 생산) 배터리가 만약 해외 사업장서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배터리 교체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험 배터리 전국 198개소…추가 피해 우려
소송과 실적 악화·화재까지…겹치는 악재

LG화학이 해당 제품의 국내외 판매 물량에 대해 리콜을 진행하게 될 경우 약 15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대외적 신뢰도 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LG화학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업황 악화로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이 감소한 데다, 전지 부문서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6508억원) 대비 57.7% 감소한 2754억원에 그쳤고, 2분기 영업이익(2675억원) 또한 전년 7033억원 대비 62% 급감했다. 

LG화학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ESS 충당금 이슈와 전지 부문 적자가 LG화학 실적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배터리 부문서 성장을 기대했지만 이 또한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LG화학은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서 번 돈을 미래 성장 동력인 배터리에 쏟아 부었다”며 “배터리 부문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라 LG화학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도 LG화학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소송과 맞소송이 이어지며 양사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으나, 양측이 소송전에 열중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서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시장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LG화학의 앞뒤로 자리하는 중국과 일본 기업이 LG화학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는 우려다. 

잇따른 악재
소송전 발목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시장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며 “원통형 배터리인 삼성SDI와 달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으로 형태가 비슷해 직접적인 경쟁상대”라며 “먼저 소송을 제기한 것은 LG화학이지만 최근 ESS 화재 등의 악재가 겹치며 외려 곤란해진 상황”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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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