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여의도 법조인의 빛과 그림자

전략가들이 어느새 전사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16.4%, 20대 국회의원 297명 중 49명은 법조인 출신이다. 이들은 보통 사법부를 직접 견제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 속해 활동한다. 최근엔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당을 위한 수비수와 공격수로 나뉘어 맹활약 중이다. 하지만 국회를 구성하는 법조인의 높은 비중으로 정치의 사법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국회 법사위원회

이번 국정감사의 가장 ‘핫한’ 상임위는 단언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다.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잡음과 ‘검찰 개혁’을 외치는 민심이 맞물려 세간의 이목이 법사위에 집중돼있다. 모든 법안은 해당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후에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한다. 법사위원들을 국회 내 ‘주류’라고 부르는 이유다.

존재감

최근 국감장서 욕설 파문을 일으킨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여상규 법사위원장 역시 법조인 출신이다. 그는 지난 7일 법사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감장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종민 의원을 두고 ‘웃기고 앉아있네. 병X 같은 게’라고 욕설해 크게 논란이 됐다. 여 의원은 20회 사법시험 합격 후 판사로 재직했던 중진의원이다.

현재 여 의원은 '패스트트랙 정국' 때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해 국회법 위반 및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 당한 상태다. 이외에도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송기헌 의원과 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각각 사법시험 28회, 35회에 합격한 검찰 선후배 관계다.

20대 국회 후반기에 법사위서 활약 중인 위원 18명 중 9명은 법조인 출신이다.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에선 17명 중 12명이 법조인 출신이었다. 법리 싸움에 능숙한 여야 법조인들이 법사위에 주로 배치되는 건 당연지사지만, 다른 상임위에도 법조인 출신이 다수 분포돼있기는 매한가지다.


10월11일을 기준으로 20대 국회의원 297명 중 사법시험을 거친 법조인 출신은 49명(검사 출신 18명, 판사 출신 9명, 변호사 출신 22명)이다. 6명 중 1명 꼴로, 전체 국회의 16.4%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자연스레 정계로 넘어오는 공공기관 간부 출신과 정당 당직자 출신들을 제외하곤 가장 비중이 높은 직업군이다.

원내 교섭단체별 법조인 수를 살펴보면, 민주당 128명 중 20명(15.6%)이, 한국당 110명 중 18명(16.3%),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28명중 5명(17.8%)이 법조인이다.

특히 한국당의 경우엔 당 지도부인 황교안 당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정미경 최고위원 모두 법조계 출신이다. 황 대표는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후 검찰 내 요직으로 꼽히는 공안부서 경력을 쌓았고, 나 원내대표는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행정법원의 판사를 끝으로 정계에 입성했다. 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의 경우도 사법시험 38회 합격 후 수원·부산지검을 거친 검사 출신으로, 제18대 총선 때 수원서 당선됐다.

하지만 제1야당의 지도부가 판·검사 출신으로 구성돼 다양성이 존중되기보다는 편향적으로 흘러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도 검사 출신으로, 드라마 <모래시계>의 극중 역할의 모티브가 되어 유명세를 탔다. 홍 전 대표는 한국당을 전두지휘하다 지난해 6월에 있었던 지방선거의 패배의 책임으로 물러났다. 그는 최근 SNS와 유튜브서 정계를 향한 소신 발언으로 정치 활동을 계속해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주목할 부분은 검찰 출신인 의원 18명 중 10명(경대수·곽상도·권성동·김도읍·김재경·김재원·김진태·정점식·주광덕·최교일)이 한국당 소속이란 점이다. 검찰 출신 의원이 민주당 4명, 바미당 1명, 민주평화당 1명, 무소속 2명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검찰 출신이 한국당에 많이 포진되어 있는 셈이다.

300명 중 49명, 6명 중에 1명 꼴
정치의 사법 의존도↑ “편향 우려”


최근 한국당 소속 검찰 출신 의원들은 조 장관을 둘러싼 공방에서 각종 증거 수집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장을 끝으로 변호사로 전향한 뒤 춘천서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지난달 6일 열린 조 장관 국회청문회서 조 장관 딸의 영어 논문 초고 파일 관련 자료를 제시했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검찰의 피의사실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이 정치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검찰은 압수물 포렌식 자료가 유출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강력 대응했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서 조 장관에게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을 시작할 무렵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검사 팀장과 전화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으며 검찰의 피의사실 유출이 다시 한 번 논란이 됐다.
 

조 장관은 “처의 상태를 배려해 달라는 전화였다”고 해명했지만, 한동안 수사 외압 논란으로 곤혹을 치러야 했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 역시 조 장관의 ‘저격수’ 역할을 자처하며, 지난달 19일 조 장관 딸인 조씨의 부산대 의전원 유급 사실을 공개해 장학금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조씨가 본인의 성적 등이 유출된 경위를 수사해달라는 취지의 고소장을 냈고, 곽 의원은 조씨를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대검찰청에 맞고소했다.

국회는 왜 법조인을 선호할까. 먼저 법조인 출신들은 입법기관에 대한 이해가 높아 법률위원장 등 당직을 맡아 당에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국회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로 고소·고발전이 이어질 때 당내 작전을 짤 수 있는 ‘전략가’가 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법 개정에 필요한 법리 해석 및 적용에 능숙해 일 처리가 용이한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법조인 출신이 관련 업무에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법조인 출신이 아닌 MBC 기자 출신이다. 비법조인이지만 법사위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18대 국회 당시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야당 간사로 검찰관계법심사소위 위원장을 맡았다. 이어 지난 19대 국회 전반기 때 첫 여성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박 장관은 여러 검찰 문제와 법무 행정에 대한 식견으로,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명문화하는 등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서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내 법조인이 계속해 과잉 분포되면 국회 현장서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 고유의 기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구성원의 여야 대치가 심각할 때 사법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법화

국회는 민의의 정당으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국민들 사이에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할 때는 법이 아닌 정치력이 필요하다. 검사 출신인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토론으로 양쪽 입장이 반영되고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검찰이나 법원에 의해 일도양단적 결론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치의 사법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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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