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여의도 법조인의 빛과 그림자

전략가들이 어느새 전사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16.4%, 20대 국회의원 297명 중 49명은 법조인 출신이다. 이들은 보통 사법부를 직접 견제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 속해 활동한다. 최근엔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당을 위한 수비수와 공격수로 나뉘어 맹활약 중이다. 하지만 국회를 구성하는 법조인의 높은 비중으로 정치의 사법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국회 법사위원회

이번 국정감사의 가장 ‘핫한’ 상임위는 단언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다.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잡음과 ‘검찰 개혁’을 외치는 민심이 맞물려 세간의 이목이 법사위에 집중돼있다. 모든 법안은 해당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후에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한다. 법사위원들을 국회 내 ‘주류’라고 부르는 이유다.

존재감

최근 국감장서 욕설 파문을 일으킨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여상규 법사위원장 역시 법조인 출신이다. 그는 지난 7일 법사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감장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종민 의원을 두고 ‘웃기고 앉아있네. 병X 같은 게’라고 욕설해 크게 논란이 됐다. 여 의원은 20회 사법시험 합격 후 판사로 재직했던 중진의원이다.

현재 여 의원은 '패스트트랙 정국' 때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해 국회법 위반 및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 당한 상태다. 이외에도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송기헌 의원과 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각각 사법시험 28회, 35회에 합격한 검찰 선후배 관계다.

20대 국회 후반기에 법사위서 활약 중인 위원 18명 중 9명은 법조인 출신이다.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에선 17명 중 12명이 법조인 출신이었다. 법리 싸움에 능숙한 여야 법조인들이 법사위에 주로 배치되는 건 당연지사지만, 다른 상임위에도 법조인 출신이 다수 분포돼있기는 매한가지다.


10월11일을 기준으로 20대 국회의원 297명 중 사법시험을 거친 법조인 출신은 49명(검사 출신 18명, 판사 출신 9명, 변호사 출신 22명)이다. 6명 중 1명 꼴로, 전체 국회의 16.4%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자연스레 정계로 넘어오는 공공기관 간부 출신과 정당 당직자 출신들을 제외하곤 가장 비중이 높은 직업군이다.

원내 교섭단체별 법조인 수를 살펴보면, 민주당 128명 중 20명(15.6%)이, 한국당 110명 중 18명(16.3%),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28명중 5명(17.8%)이 법조인이다.

특히 한국당의 경우엔 당 지도부인 황교안 당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정미경 최고위원 모두 법조계 출신이다. 황 대표는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후 검찰 내 요직으로 꼽히는 공안부서 경력을 쌓았고, 나 원내대표는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행정법원의 판사를 끝으로 정계에 입성했다. 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의 경우도 사법시험 38회 합격 후 수원·부산지검을 거친 검사 출신으로, 제18대 총선 때 수원서 당선됐다.

하지만 제1야당의 지도부가 판·검사 출신으로 구성돼 다양성이 존중되기보다는 편향적으로 흘러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도 검사 출신으로, 드라마 <모래시계>의 극중 역할의 모티브가 되어 유명세를 탔다. 홍 전 대표는 한국당을 전두지휘하다 지난해 6월에 있었던 지방선거의 패배의 책임으로 물러났다. 그는 최근 SNS와 유튜브서 정계를 향한 소신 발언으로 정치 활동을 계속해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주목할 부분은 검찰 출신인 의원 18명 중 10명(경대수·곽상도·권성동·김도읍·김재경·김재원·김진태·정점식·주광덕·최교일)이 한국당 소속이란 점이다. 검찰 출신 의원이 민주당 4명, 바미당 1명, 민주평화당 1명, 무소속 2명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검찰 출신이 한국당에 많이 포진되어 있는 셈이다.

300명 중 49명, 6명 중에 1명 꼴
정치의 사법 의존도↑ “편향 우려”


최근 한국당 소속 검찰 출신 의원들은 조 장관을 둘러싼 공방에서 각종 증거 수집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장을 끝으로 변호사로 전향한 뒤 춘천서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지난달 6일 열린 조 장관 국회청문회서 조 장관 딸의 영어 논문 초고 파일 관련 자료를 제시했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검찰의 피의사실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이 정치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검찰은 압수물 포렌식 자료가 유출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강력 대응했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서 조 장관에게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을 시작할 무렵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검사 팀장과 전화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으며 검찰의 피의사실 유출이 다시 한 번 논란이 됐다.
 

조 장관은 “처의 상태를 배려해 달라는 전화였다”고 해명했지만, 한동안 수사 외압 논란으로 곤혹을 치러야 했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 역시 조 장관의 ‘저격수’ 역할을 자처하며, 지난달 19일 조 장관 딸인 조씨의 부산대 의전원 유급 사실을 공개해 장학금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조씨가 본인의 성적 등이 유출된 경위를 수사해달라는 취지의 고소장을 냈고, 곽 의원은 조씨를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대검찰청에 맞고소했다.

국회는 왜 법조인을 선호할까. 먼저 법조인 출신들은 입법기관에 대한 이해가 높아 법률위원장 등 당직을 맡아 당에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국회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로 고소·고발전이 이어질 때 당내 작전을 짤 수 있는 ‘전략가’가 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법 개정에 필요한 법리 해석 및 적용에 능숙해 일 처리가 용이한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법조인 출신이 관련 업무에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법조인 출신이 아닌 MBC 기자 출신이다. 비법조인이지만 법사위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18대 국회 당시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야당 간사로 검찰관계법심사소위 위원장을 맡았다. 이어 지난 19대 국회 전반기 때 첫 여성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박 장관은 여러 검찰 문제와 법무 행정에 대한 식견으로,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명문화하는 등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서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내 법조인이 계속해 과잉 분포되면 국회 현장서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 고유의 기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구성원의 여야 대치가 심각할 때 사법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법화

국회는 민의의 정당으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국민들 사이에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할 때는 법이 아닌 정치력이 필요하다. 검사 출신인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토론으로 양쪽 입장이 반영되고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검찰이나 법원에 의해 일도양단적 결론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치의 사법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