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탐사기획> ‘만들어지는’ 학종의 두 얼굴 ①논란의 불씨

시작은 좋았지만 그 끝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생부 종합 전형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려는 학생부 종합 전형의 취지에는 공감도가 높다. 하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폐지하거나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학생부 종합 전형의 도입과 현황,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살펴봤다.

직장인의 출근 시간이 늦춰진다. 공공기관과 은행이 업무를 하지 않는다. 비행기는 듣기평가 시간에 이·착륙을 할 수 없다. 수험생을 실어 나르기 위한 경찰차와 오토바이가 도로에 즐비하다. 수험생을 위한 각종 할인행사가 벌어진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날 풍경이다. 이날만 되면 온 나라가 60만 수험생을 위해 숨죽인다.

변화하는
입시제도

한국서 입시문제는 그 어떤 사안보다 민감하다. 입시와 병역은 한국서 ‘역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 같이 못 먹고 못 살던 때 부모들은 소를 팔아서 자식을 대학에 보냈다. 소를 팔아 만든 등록금이라고 해서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부르던 때였다. 그때는 ‘개천서 용난다’는 말이 심심찮게 쓰였다.

입시제도는 변화를 거듭했다. 그에 따라 사회 변화도 함께 일어났다. 자식을 명문대로 진학시키기 위해 학부모들은 ‘맹모(부)삼천지교’를 마다하지 않았다. 교육의 노른자위 땅으로 학부모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올랐다. 복잡한 입시제도에 걸맞은 맞춤형 지도로 명문대 진학을 돕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지난해 11월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입시제도의 면면을 날카롭게 훑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1%로 시작한 시청률은 23%까지 치솟아 비지상파 1위를 차지했다. 자식을 명문대 의대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입시에 매달리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스카이캐슬>서 작가가 비판하고자 했던 입시제도가 바로 학생부 종합 전형(이하 학종)이다. 유현미 작가는 지난 9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아들이 고3이던 2010년 ‘입시 컨설턴트’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유 작가는 아들이 입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입시 컨설턴트 역할이 압도적으로 커진 데다 금수저 전형으로 불릴 만큼 학종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면 큰 반향을 일으키리란 생각이 들었다”며 “입시 컨설턴트들이 짜주는 계획에 따라 이미 몇 년 전부터 대학 입시를 준비해온 학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정보력 없는 엄마 때문에 아이가 대학 입시에 실패한 것만 같아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한국서 대학을 가려면 수시, 정시, 편입의 방법을 거쳐야 한다. 학종은 수시 선발의 대표적인 전형이다. 말 그대로 학생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내신 성적(교과) 외에 봉사활동이나 수상 경력, 동아리 활동, 자기소개서(비교과) 등 다양한 외부활동을 입시에 활용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 추천서도 포함된다.

노정부 도입 MB정부 때 확대
박근혜정부서 ‘학종’으로 교체

학종은 학력고사, 수능 등 정량평가로 학생을 선발하던 것을 다각도서 정성평가로 뽑으려는 취지서 도입됐다. 시험 점수로 줄 세우기보다는 학생의 잠재 능력과 소질, 가능성을 평가하고 판단해 각 대학에 맞는 인재를 뽑는 방식이다.

학종의 전신은 입학사정관제다. 대학이 대입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육성하고 채용, 활용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2007년 대학 입시서 처음 도입됐고 2008년부터 이를 활용하는 대학이 늘어났다. 입학사정관제는 노무현정부서 도입하고 이명박정부서 본격화된 정책이다.

이전 정부의 정책은 보통 다음 정부서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입학사정관제는 보기 드물게 계승됐다. 그만큼 도입 당시에는 줄 세우기에만 몰두했던 대학 입시제도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대학에 가려면 오로지 시험을 잘 봐야 했던 수험생은 여러가지 길이 생겼다는 점에서, 점수로만 학생을 평가해야 했던 대학은 다양한 인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제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정성평가라는 점에서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이 도입 초기부터 불거졌다. 특히 외부활동 등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스펙 경쟁이 일어나면서 ‘금수저 전형’ ‘현대판 음서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현재까지 학종에 따라붙는 꼬리표는 입학사정관제 도입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것들이다.

이 과정서 입학사정관제와 학종은 정부 규제로 인해 누더기로 변해갔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에는 토익이나 토플 등 공인어학자격증이 기본적인 스펙이었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은 고려대에 입학할 때 ‘세계선도인재전형’에 합격했다.

점수보다
창의성에

고려대는 당시 총 정원 3772명 중 23.5%(886명)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했는데, 그중 200명이 이 전형으로 뽑혔다. 토플·텝스 성적을 제출하거나 AP(해외 대학 학점 선이수제) 3과목의 성적을 제출하거나, 2개 이상 공인 제2외국어 성적을 제출한 학생만 지원할 수 있었다.

대학서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입학사정관의 눈길을 끌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됐다. 봉사활동 기록을 위해 해비타트(무주택자에게 집을 지어주는 운동), 꽃동네 봉사 등이 이어졌다. 창의력을 증명하려 책을 출간하는 학생도 늘었다.

외부활동을 자유롭게 기재할 수 있었던 입학사정관제는 학부모의 생활수준 등에 따라 점차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다.

학부모가 챙길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업체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이 형성됐다. 교육부는 부랴부랴 제도 정비에 나섰다. 논문 등재 이력은 물론 교외 경시대회 수상 실적과 도서 출판 경력까지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었던 2010년 ‘입학사정관제 공통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교외 수상 경력을 기재하는 것을 금지했다.

2011년에는 공인 어학 성적, 2013년에는 발명 특허 취득 내용을 학생부에 쓸 수 없도록 막았다.

학종이 현재의 명칭을 갖게 된 것은 박근혜정부 들어서다. 교육부는 2013년 8월 ‘대입 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내놨다. 입학사정관전형을 학종으로 명칭을 바꾸고 학생부에는 교내 활동만 기재하고 외부 실적은 적지 못하도록 했다.

토플 등 공인어학 성적이나 AP 등 학교 외 기관의 시험 결과를 기재하면 서류 점수를 0점 처리하거나 불합격시킨다는 규정도 넣었다. 2015학년도 입시부터는 도서 출간 이력과 논문(학회지) 등재 이력도 금지했다.


외부활동 실적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입시 반영 범위를 교내 활동을 한정하자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소논문’이 괜찮은 스펙으로 소문나자 열풍이 불었다.

정부 규제로
누더기 신세

과학고나 영재학교 등에는 교내에 과학 실험과 실습 기자재가 갖춰졌고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R&E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소논문과 관련된 사교육이 창궐했다. 결국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판 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안’을 통해 소논문 기재를 금지하고 교내 수상 경력이나 동아리 활동의 개수도 제한을 두기에 이른다.

대학 입시서 수시의 비율은 점차 커지고 있다. 2015년 7대3이었던 수시와 정시의 비율은 2018년 8대2까지 벌어졌다. 수시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부교과전형’이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교과 성적, 즉 내신으로만 학생을 뽑는다.

전체 전형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부 교과 전형이지만 비율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건 학종이다. 2015년 16.1%였던 학종 비율은 2018년 23.7%까지 늘었다. 게다가 많은 학생들이 진학을 원하는 상위권 대학에선 학생부 교과 전형보다 학종을 훨씬 선호한다.

2020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을 살펴보면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뽑는 비율은 42%. 학종은 24%, 수능 20%이다. 하지만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 15곳서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은 6%에 불과하다.


과반에 가까운 47%가 학종으로 학생을 뽑는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른바 스카이로 한정하면 그 비율은 59%까지 늘어난다.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대학서 선호하는 전형이다 보니 과열 경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러 가지 꼼수가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스펙 경쟁이 심하게 발생하는 부분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학종의 부작용을 줄여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학종을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자’ ‘학종의 운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선하자’ 등 학종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대학 입학 과정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미 바닥부터 부글부글 끓고 있던 학종에 대한 불만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은 지난해 진행한 2022년 대입 개편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서 이미 뚜렷하게 드러났다. 공론화위원회는 수시와 정시의 비율, 수능의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수능의 최저 기준 유지 등을 두고 논의했다.

금수저 전형·현대판 음서제 비판
조국 장관 딸 논란으로 다시 부상

이 과정서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게 튀어나왔다. 정시 45% 이상을 주장하는 의제 1안이 52.5%의 지지를 받았다. 그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수시(학종) 확대를 주장하는 의제 2안은 시민참여단의 48.1%가 지지를 표했다.

최근 조사서도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세다. 지난달 5일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63.2%로 나타났다. 수시가 더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2.5%에 그쳤다.

‘정시가 더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모든 직업·연령·지역·이념성향·정당 지지층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학생과 20대서 70%가 넘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생 73.5%, 20대 72.5%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공론화위원회서 나온 의제1안과 2안의 지지율이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정시 30%로 못 박은 상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정시 비율 확대에 대해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4일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는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교육부는 학종 선발 비율이 높고 특수목적고(특목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출신 학생 선발이 두드러진 13개 대학의 실태를 11월 말까지 조사 또는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또 학종 중 자기소개서를 비롯해 수상 실적과 자율 동아리,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달 말부터 조사 중인 대학은 건국대·광운대·경희대·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포항공대·춘천교대·한국교원대·홍익대 등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조사 대상 선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교육부
칼 빼드나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육부서 받은 자료를 인용해 13곳의 대학 중 홍익대는 특목고·자사고 출신 비율이 높지 않고 학종 선발 비율도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교육부서)학종으로 특목고·자사고 출신 학생을 많이 뽑는 대학들을 조사해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취지인데,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대학이 들어간 셈”이라며 “교육부의 행정 편의주의로 조사 결과의 정확도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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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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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