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탐사기획> ‘만들어지는’ 학종의 두 얼굴 ①논란의 불씨

시작은 좋았지만 그 끝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생부 종합 전형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려는 학생부 종합 전형의 취지에는 공감도가 높다. 하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폐지하거나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학생부 종합 전형의 도입과 현황,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살펴봤다.

직장인의 출근 시간이 늦춰진다. 공공기관과 은행이 업무를 하지 않는다. 비행기는 듣기평가 시간에 이·착륙을 할 수 없다. 수험생을 실어 나르기 위한 경찰차와 오토바이가 도로에 즐비하다. 수험생을 위한 각종 할인행사가 벌어진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날 풍경이다. 이날만 되면 온 나라가 60만 수험생을 위해 숨죽인다.

변화하는
입시제도

한국서 입시문제는 그 어떤 사안보다 민감하다. 입시와 병역은 한국서 ‘역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 같이 못 먹고 못 살던 때 부모들은 소를 팔아서 자식을 대학에 보냈다. 소를 팔아 만든 등록금이라고 해서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부르던 때였다. 그때는 ‘개천서 용난다’는 말이 심심찮게 쓰였다.

입시제도는 변화를 거듭했다. 그에 따라 사회 변화도 함께 일어났다. 자식을 명문대로 진학시키기 위해 학부모들은 ‘맹모(부)삼천지교’를 마다하지 않았다. 교육의 노른자위 땅으로 학부모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올랐다. 복잡한 입시제도에 걸맞은 맞춤형 지도로 명문대 진학을 돕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지난해 11월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입시제도의 면면을 날카롭게 훑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1%로 시작한 시청률은 23%까지 치솟아 비지상파 1위를 차지했다. 자식을 명문대 의대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입시에 매달리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스카이캐슬>서 작가가 비판하고자 했던 입시제도가 바로 학생부 종합 전형(이하 학종)이다. 유현미 작가는 지난 9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아들이 고3이던 2010년 ‘입시 컨설턴트’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유 작가는 아들이 입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입시 컨설턴트 역할이 압도적으로 커진 데다 금수저 전형으로 불릴 만큼 학종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면 큰 반향을 일으키리란 생각이 들었다”며 “입시 컨설턴트들이 짜주는 계획에 따라 이미 몇 년 전부터 대학 입시를 준비해온 학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정보력 없는 엄마 때문에 아이가 대학 입시에 실패한 것만 같아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한국서 대학을 가려면 수시, 정시, 편입의 방법을 거쳐야 한다. 학종은 수시 선발의 대표적인 전형이다. 말 그대로 학생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내신 성적(교과) 외에 봉사활동이나 수상 경력, 동아리 활동, 자기소개서(비교과) 등 다양한 외부활동을 입시에 활용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 추천서도 포함된다.

노정부 도입 MB정부 때 확대
박근혜정부서 ‘학종’으로 교체

학종은 학력고사, 수능 등 정량평가로 학생을 선발하던 것을 다각도서 정성평가로 뽑으려는 취지서 도입됐다. 시험 점수로 줄 세우기보다는 학생의 잠재 능력과 소질, 가능성을 평가하고 판단해 각 대학에 맞는 인재를 뽑는 방식이다.

학종의 전신은 입학사정관제다. 대학이 대입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육성하고 채용, 활용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2007년 대학 입시서 처음 도입됐고 2008년부터 이를 활용하는 대학이 늘어났다. 입학사정관제는 노무현정부서 도입하고 이명박정부서 본격화된 정책이다.

이전 정부의 정책은 보통 다음 정부서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입학사정관제는 보기 드물게 계승됐다. 그만큼 도입 당시에는 줄 세우기에만 몰두했던 대학 입시제도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대학에 가려면 오로지 시험을 잘 봐야 했던 수험생은 여러가지 길이 생겼다는 점에서, 점수로만 학생을 평가해야 했던 대학은 다양한 인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제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정성평가라는 점에서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이 도입 초기부터 불거졌다. 특히 외부활동 등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스펙 경쟁이 일어나면서 ‘금수저 전형’ ‘현대판 음서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현재까지 학종에 따라붙는 꼬리표는 입학사정관제 도입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것들이다.

이 과정서 입학사정관제와 학종은 정부 규제로 인해 누더기로 변해갔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에는 토익이나 토플 등 공인어학자격증이 기본적인 스펙이었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은 고려대에 입학할 때 ‘세계선도인재전형’에 합격했다.

점수보다
창의성에

고려대는 당시 총 정원 3772명 중 23.5%(886명)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했는데, 그중 200명이 이 전형으로 뽑혔다. 토플·텝스 성적을 제출하거나 AP(해외 대학 학점 선이수제) 3과목의 성적을 제출하거나, 2개 이상 공인 제2외국어 성적을 제출한 학생만 지원할 수 있었다.

대학서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입학사정관의 눈길을 끌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됐다. 봉사활동 기록을 위해 해비타트(무주택자에게 집을 지어주는 운동), 꽃동네 봉사 등이 이어졌다. 창의력을 증명하려 책을 출간하는 학생도 늘었다.

외부활동을 자유롭게 기재할 수 있었던 입학사정관제는 학부모의 생활수준 등에 따라 점차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다.

학부모가 챙길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업체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이 형성됐다. 교육부는 부랴부랴 제도 정비에 나섰다. 논문 등재 이력은 물론 교외 경시대회 수상 실적과 도서 출판 경력까지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었던 2010년 ‘입학사정관제 공통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교외 수상 경력을 기재하는 것을 금지했다.

2011년에는 공인 어학 성적, 2013년에는 발명 특허 취득 내용을 학생부에 쓸 수 없도록 막았다.

학종이 현재의 명칭을 갖게 된 것은 박근혜정부 들어서다. 교육부는 2013년 8월 ‘대입 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내놨다. 입학사정관전형을 학종으로 명칭을 바꾸고 학생부에는 교내 활동만 기재하고 외부 실적은 적지 못하도록 했다.

토플 등 공인어학 성적이나 AP 등 학교 외 기관의 시험 결과를 기재하면 서류 점수를 0점 처리하거나 불합격시킨다는 규정도 넣었다. 2015학년도 입시부터는 도서 출간 이력과 논문(학회지) 등재 이력도 금지했다.


외부활동 실적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입시 반영 범위를 교내 활동을 한정하자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소논문’이 괜찮은 스펙으로 소문나자 열풍이 불었다.

정부 규제로
누더기 신세

과학고나 영재학교 등에는 교내에 과학 실험과 실습 기자재가 갖춰졌고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R&E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소논문과 관련된 사교육이 창궐했다. 결국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판 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안’을 통해 소논문 기재를 금지하고 교내 수상 경력이나 동아리 활동의 개수도 제한을 두기에 이른다.

대학 입시서 수시의 비율은 점차 커지고 있다. 2015년 7대3이었던 수시와 정시의 비율은 2018년 8대2까지 벌어졌다. 수시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부교과전형’이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교과 성적, 즉 내신으로만 학생을 뽑는다.

전체 전형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부 교과 전형이지만 비율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건 학종이다. 2015년 16.1%였던 학종 비율은 2018년 23.7%까지 늘었다. 게다가 많은 학생들이 진학을 원하는 상위권 대학에선 학생부 교과 전형보다 학종을 훨씬 선호한다.

2020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을 살펴보면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뽑는 비율은 42%. 학종은 24%, 수능 20%이다. 하지만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 15곳서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은 6%에 불과하다.


과반에 가까운 47%가 학종으로 학생을 뽑는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른바 스카이로 한정하면 그 비율은 59%까지 늘어난다.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대학서 선호하는 전형이다 보니 과열 경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러 가지 꼼수가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스펙 경쟁이 심하게 발생하는 부분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학종의 부작용을 줄여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학종을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자’ ‘학종의 운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선하자’ 등 학종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대학 입학 과정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미 바닥부터 부글부글 끓고 있던 학종에 대한 불만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은 지난해 진행한 2022년 대입 개편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서 이미 뚜렷하게 드러났다. 공론화위원회는 수시와 정시의 비율, 수능의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수능의 최저 기준 유지 등을 두고 논의했다.

금수저 전형·현대판 음서제 비판
조국 장관 딸 논란으로 다시 부상

이 과정서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게 튀어나왔다. 정시 45% 이상을 주장하는 의제 1안이 52.5%의 지지를 받았다. 그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수시(학종) 확대를 주장하는 의제 2안은 시민참여단의 48.1%가 지지를 표했다.

최근 조사서도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세다. 지난달 5일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63.2%로 나타났다. 수시가 더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2.5%에 그쳤다.

‘정시가 더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모든 직업·연령·지역·이념성향·정당 지지층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학생과 20대서 70%가 넘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생 73.5%, 20대 72.5%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공론화위원회서 나온 의제1안과 2안의 지지율이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정시 30%로 못 박은 상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정시 비율 확대에 대해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4일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는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교육부는 학종 선발 비율이 높고 특수목적고(특목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출신 학생 선발이 두드러진 13개 대학의 실태를 11월 말까지 조사 또는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또 학종 중 자기소개서를 비롯해 수상 실적과 자율 동아리,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달 말부터 조사 중인 대학은 건국대·광운대·경희대·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포항공대·춘천교대·한국교원대·홍익대 등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조사 대상 선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교육부
칼 빼드나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육부서 받은 자료를 인용해 13곳의 대학 중 홍익대는 특목고·자사고 출신 비율이 높지 않고 학종 선발 비율도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교육부서)학종으로 특목고·자사고 출신 학생을 많이 뽑는 대학들을 조사해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취지인데,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대학이 들어간 셈”이라며 “교육부의 행정 편의주의로 조사 결과의 정확도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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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