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탐사기획> ‘만들어지는’ 학종의 두 얼굴 ①논란의 불씨

시작은 좋았지만 그 끝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생부 종합 전형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려는 학생부 종합 전형의 취지에는 공감도가 높다. 하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폐지하거나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학생부 종합 전형의 도입과 현황,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살펴봤다.

직장인의 출근 시간이 늦춰진다. 공공기관과 은행이 업무를 하지 않는다. 비행기는 듣기평가 시간에 이·착륙을 할 수 없다. 수험생을 실어 나르기 위한 경찰차와 오토바이가 도로에 즐비하다. 수험생을 위한 각종 할인행사가 벌어진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날 풍경이다. 이날만 되면 온 나라가 60만 수험생을 위해 숨죽인다.

변화하는
입시제도

한국서 입시문제는 그 어떤 사안보다 민감하다. 입시와 병역은 한국서 ‘역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 같이 못 먹고 못 살던 때 부모들은 소를 팔아서 자식을 대학에 보냈다. 소를 팔아 만든 등록금이라고 해서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부르던 때였다. 그때는 ‘개천서 용난다’는 말이 심심찮게 쓰였다.

입시제도는 변화를 거듭했다. 그에 따라 사회 변화도 함께 일어났다. 자식을 명문대로 진학시키기 위해 학부모들은 ‘맹모(부)삼천지교’를 마다하지 않았다. 교육의 노른자위 땅으로 학부모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올랐다. 복잡한 입시제도에 걸맞은 맞춤형 지도로 명문대 진학을 돕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지난해 11월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입시제도의 면면을 날카롭게 훑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1%로 시작한 시청률은 23%까지 치솟아 비지상파 1위를 차지했다. 자식을 명문대 의대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입시에 매달리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스카이캐슬>서 작가가 비판하고자 했던 입시제도가 바로 학생부 종합 전형(이하 학종)이다. 유현미 작가는 지난 9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아들이 고3이던 2010년 ‘입시 컨설턴트’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유 작가는 아들이 입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입시 컨설턴트 역할이 압도적으로 커진 데다 금수저 전형으로 불릴 만큼 학종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면 큰 반향을 일으키리란 생각이 들었다”며 “입시 컨설턴트들이 짜주는 계획에 따라 이미 몇 년 전부터 대학 입시를 준비해온 학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정보력 없는 엄마 때문에 아이가 대학 입시에 실패한 것만 같아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한국서 대학을 가려면 수시, 정시, 편입의 방법을 거쳐야 한다. 학종은 수시 선발의 대표적인 전형이다. 말 그대로 학생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내신 성적(교과) 외에 봉사활동이나 수상 경력, 동아리 활동, 자기소개서(비교과) 등 다양한 외부활동을 입시에 활용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 추천서도 포함된다.

노정부 도입 MB정부 때 확대
박근혜정부서 ‘학종’으로 교체

학종은 학력고사, 수능 등 정량평가로 학생을 선발하던 것을 다각도서 정성평가로 뽑으려는 취지서 도입됐다. 시험 점수로 줄 세우기보다는 학생의 잠재 능력과 소질, 가능성을 평가하고 판단해 각 대학에 맞는 인재를 뽑는 방식이다.

학종의 전신은 입학사정관제다. 대학이 대입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육성하고 채용, 활용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2007년 대학 입시서 처음 도입됐고 2008년부터 이를 활용하는 대학이 늘어났다. 입학사정관제는 노무현정부서 도입하고 이명박정부서 본격화된 정책이다.

이전 정부의 정책은 보통 다음 정부서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입학사정관제는 보기 드물게 계승됐다. 그만큼 도입 당시에는 줄 세우기에만 몰두했던 대학 입시제도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대학에 가려면 오로지 시험을 잘 봐야 했던 수험생은 여러가지 길이 생겼다는 점에서, 점수로만 학생을 평가해야 했던 대학은 다양한 인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제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정성평가라는 점에서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이 도입 초기부터 불거졌다. 특히 외부활동 등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스펙 경쟁이 일어나면서 ‘금수저 전형’ ‘현대판 음서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현재까지 학종에 따라붙는 꼬리표는 입학사정관제 도입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것들이다.

이 과정서 입학사정관제와 학종은 정부 규제로 인해 누더기로 변해갔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에는 토익이나 토플 등 공인어학자격증이 기본적인 스펙이었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은 고려대에 입학할 때 ‘세계선도인재전형’에 합격했다.

점수보다
창의성에

고려대는 당시 총 정원 3772명 중 23.5%(886명)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했는데, 그중 200명이 이 전형으로 뽑혔다. 토플·텝스 성적을 제출하거나 AP(해외 대학 학점 선이수제) 3과목의 성적을 제출하거나, 2개 이상 공인 제2외국어 성적을 제출한 학생만 지원할 수 있었다.

대학서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입학사정관의 눈길을 끌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됐다. 봉사활동 기록을 위해 해비타트(무주택자에게 집을 지어주는 운동), 꽃동네 봉사 등이 이어졌다. 창의력을 증명하려 책을 출간하는 학생도 늘었다.

외부활동을 자유롭게 기재할 수 있었던 입학사정관제는 학부모의 생활수준 등에 따라 점차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다.

학부모가 챙길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업체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이 형성됐다. 교육부는 부랴부랴 제도 정비에 나섰다. 논문 등재 이력은 물론 교외 경시대회 수상 실적과 도서 출판 경력까지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었던 2010년 ‘입학사정관제 공통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교외 수상 경력을 기재하는 것을 금지했다.

2011년에는 공인 어학 성적, 2013년에는 발명 특허 취득 내용을 학생부에 쓸 수 없도록 막았다.

학종이 현재의 명칭을 갖게 된 것은 박근혜정부 들어서다. 교육부는 2013년 8월 ‘대입 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내놨다. 입학사정관전형을 학종으로 명칭을 바꾸고 학생부에는 교내 활동만 기재하고 외부 실적은 적지 못하도록 했다.

토플 등 공인어학 성적이나 AP 등 학교 외 기관의 시험 결과를 기재하면 서류 점수를 0점 처리하거나 불합격시킨다는 규정도 넣었다. 2015학년도 입시부터는 도서 출간 이력과 논문(학회지) 등재 이력도 금지했다.


외부활동 실적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입시 반영 범위를 교내 활동을 한정하자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소논문’이 괜찮은 스펙으로 소문나자 열풍이 불었다.

정부 규제로
누더기 신세

과학고나 영재학교 등에는 교내에 과학 실험과 실습 기자재가 갖춰졌고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R&E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소논문과 관련된 사교육이 창궐했다. 결국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판 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안’을 통해 소논문 기재를 금지하고 교내 수상 경력이나 동아리 활동의 개수도 제한을 두기에 이른다.

대학 입시서 수시의 비율은 점차 커지고 있다. 2015년 7대3이었던 수시와 정시의 비율은 2018년 8대2까지 벌어졌다. 수시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부교과전형’이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교과 성적, 즉 내신으로만 학생을 뽑는다.

전체 전형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부 교과 전형이지만 비율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건 학종이다. 2015년 16.1%였던 학종 비율은 2018년 23.7%까지 늘었다. 게다가 많은 학생들이 진학을 원하는 상위권 대학에선 학생부 교과 전형보다 학종을 훨씬 선호한다.

2020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을 살펴보면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뽑는 비율은 42%. 학종은 24%, 수능 20%이다. 하지만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 15곳서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은 6%에 불과하다.


과반에 가까운 47%가 학종으로 학생을 뽑는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른바 스카이로 한정하면 그 비율은 59%까지 늘어난다.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대학서 선호하는 전형이다 보니 과열 경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러 가지 꼼수가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스펙 경쟁이 심하게 발생하는 부분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학종의 부작용을 줄여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학종을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자’ ‘학종의 운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선하자’ 등 학종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대학 입학 과정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미 바닥부터 부글부글 끓고 있던 학종에 대한 불만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은 지난해 진행한 2022년 대입 개편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서 이미 뚜렷하게 드러났다. 공론화위원회는 수시와 정시의 비율, 수능의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수능의 최저 기준 유지 등을 두고 논의했다.

금수저 전형·현대판 음서제 비판
조국 장관 딸 논란으로 다시 부상

이 과정서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게 튀어나왔다. 정시 45% 이상을 주장하는 의제 1안이 52.5%의 지지를 받았다. 그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수시(학종) 확대를 주장하는 의제 2안은 시민참여단의 48.1%가 지지를 표했다.

최근 조사서도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세다. 지난달 5일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63.2%로 나타났다. 수시가 더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2.5%에 그쳤다.

‘정시가 더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모든 직업·연령·지역·이념성향·정당 지지층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학생과 20대서 70%가 넘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생 73.5%, 20대 72.5%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공론화위원회서 나온 의제1안과 2안의 지지율이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정시 30%로 못 박은 상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정시 비율 확대에 대해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4일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는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교육부는 학종 선발 비율이 높고 특수목적고(특목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출신 학생 선발이 두드러진 13개 대학의 실태를 11월 말까지 조사 또는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또 학종 중 자기소개서를 비롯해 수상 실적과 자율 동아리,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달 말부터 조사 중인 대학은 건국대·광운대·경희대·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포항공대·춘천교대·한국교원대·홍익대 등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조사 대상 선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교육부
칼 빼드나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육부서 받은 자료를 인용해 13곳의 대학 중 홍익대는 특목고·자사고 출신 비율이 높지 않고 학종 선발 비율도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교육부서)학종으로 특목고·자사고 출신 학생을 많이 뽑는 대학들을 조사해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취지인데,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대학이 들어간 셈”이라며 “교육부의 행정 편의주의로 조사 결과의 정확도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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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무덤’ 캄보디아는 지금…

‘한국인 무덤’ 캄보디아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캄보디아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교민 사이에서는 피해자가 일확천금을 노리고 제 발로 들어와 납치, 감금 등 위험에 노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업자득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최근 들어 다수의 한국인이 캄보디아에서 강력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여행을 꺼리는 사람 가운데 일부는 타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 공포를 느낀다. 국가별로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고 언어 장벽으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는 점도 두려움에 일조한다. 돈 벌러 자발적으로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후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피해를 당하는 사건·사고 건수가 급증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해외여행에서 사건·사고 피해를 당한 국민은 1만5769명에 달한다. 2022년(1만1323명)과 비교하면 39.3% 늘었고 코로나19 여파가 있던 2021년(6498명)과 비교하면 2.4배 증가한 수치다. 유형별로는 분실 사고가 5618건(35.6%)으로 가장 많았다. 절도 2716건(17.2%), 사기 1003건(6.4%), 실종 의심 714건(4.5%), 교통사고 694건(4.4%) 등이 뒤를 이었다. 폭행·상해(584건), 강도(140건), 강간·강제추행(105건), 납치·감금(93건), 살인(22건) 등 강력범죄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최근 들어 특정 국가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 그중에서도 캄보디아가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피 국가’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고문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 건수는 2021년 4건, 2022년 1건이었으나 2023년 17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까지 330건으로 또 크게 늘었다. 일부 피해자는 고수익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말에 속아 캄보디아에 갔다가 범죄조직의 먹잇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공포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시기는 한국인 20대 남성 박모씨가 고문을 당한 끝에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대학생으로 알려진 박씨는 지난 8월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20대 대학생 30대 여성 감금 및 고문 끝에 사망 박씨의 사망 이후 경찰 조사,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주변 상황이 드러났다. 돈과 사람이 얽힌 범죄 관련성이 제기되면서 충격은 배가 됐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박씨 통장에 있던 조직범죄 수익금 수천만원이 인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박씨의 통장은 범죄조직의 대포통장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충격이었던 점은 박씨를 캄보디아로 보낸 사람이 그의 대학 선배였다는 사실이다. 박씨의 사망 소식을 시작으로 캄보디아에 간 지인 혹은 자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고가 우후죽순 쏟아졌다. 부산에서는 2건의 납치 및 감금 의심 신고가 접수됐는데 1명은 구직을 위해 캄보디아로 갔다가 연락이 두절된 상태고, 다른 1명은 감금돼 있다면서 구조를 요청한 것을 가족이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대구 지역에서도 캄보디아에 출국한 뒤 연락이 끊긴 3명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1명이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캄보디아 관련 실종 신고가 총 4건 접수됐다. 강원에서도 춘천, 원주, 동해, 영월 등지에서 실종 신고가 발생했다. 경찰이 파악한 바로는 캄보디아에 출국했다가 연락이 끊긴 실종자 대부분은 ‘취업’ ‘구직’ ‘경제 활동’ 등의 이유로 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구인 글에 유인된 것으로 추정된다. 납치 감금 살인까지 경찰은 지난 14일 캄보디아 실종·감금 통계를 공표했다. 경찰이 관련 통계를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달 13일까지 약 2년간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사건은 143건 접수됐다. 이 중 대상자의 소재와 신변 안전이 확인된 사건은 91건이며 나머지 52건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경찰이 수사하는 도중에도 납치·감금·사망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30대 한국인 여성 박모씨가 캄보디아 국경 인근의 베트남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지난 15일 경찰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여성은 유흥업소로 데려갈 여성을 유인하는 이른바 ‘모집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박씨는 8월 초 30대 한국인 여성 2명에게 “계좌이체를 도와주면 1300만원을 챙겨주겠다”고 속여 캄보디아로 유인했다. 이후 박씨는 종적을 감췄다가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뒤 캄보디아로 돌아가는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가 유인한 2명은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피해자가 됐다. 2명은 감금 13일 만에 한국에 있던 지인의 신고로 구조됐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도 조직의 협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녀의 사진과 납치 당시 강제로 마약을 투여한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브로커는 이미 죽었다. 다음은 네 차례야”라며 살해 협박도 가했다고 한다. 잇따른 사망 소식에 2년 전 의문사한 BJ 사건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BJ 아영(변아영)은 2023년 6월2일 지인과 함께 캄보디아에 입국했고 나흘째 되는 같은 달 6일 프놈펜의 한 공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J 아영 사건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자아냈지만 진상은 여전히 미궁에 있는 상태다. 국내에도 조직 있다 캄보디아 경찰은 BJ 아영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병원 소유자인 30대 중국인 부부를 체포했다. 이들은 BJ 아영이 본인 소유의 병원에서 수액과 혈청 주사를 맞고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신 상태와 관련해 성폭행 가능성이 제기됐다. 캄보디아 경찰에 따르면 시신 발견 당시 BJ 아영은 속옷 상의를 입지 않은 상태였고 속옷 하의도 거꾸로 입고 있었다. 체포된 중국인 부부는 성폭행 의혹을 부인했다. 캄보디아 경찰은 이들을 고문을 동반한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아영은 2021년부터 수차례 캄보디아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그의 지인도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유명인은 BJ 아영만이 아니다. 개그맨 서세원씨도 BJ 아영과 같은 해 4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인 병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당뇨 합병증을 앓던 서씨가 링거를 맞다가 쇼크사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후 프로포폴 투약과 의료 과실 의혹이 불거졌다. 당일 병원 면접을 본 간호사의 과실 등 여러 의문이 제기됐지만 진실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씨의 유족은 캄보디아 현지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의 딸인 서동주씨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최초 신고자가 누군지, 링거와 수액을 가져갔는지, 간호사 진술은 받았는지, 약물(혹은 독극물) 검사를 했는지 상식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그런데 제가 들은 이야기는 ‘링거를 맞다가 돌아가셨다’는 게 전부”라고 토로했다. 정부 대책 마련 촉구했지만 ‘한탕’ 노리고 떠나는 2030 이날 방송에서 그는 “좋은데 너무 싫기도 했고 잘 보이고 싶다가도 미웠다. 너무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면서 “저랑 닮은 면이 너무 많은데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마음이 복잡했다”고 털어놨다. 또 서씨의 장례를 치르던 도중 반려견이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장례를 2번 치르니까 사는 게 너무 허망했다”고 눈물을 보였다. 캄보디아 경찰은 보이스 피싱, 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64명을 지난 17일 한국으로 추방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경찰의 이번 조치는 한국인 실종 및 구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파견된 한국 정부 조사단의 활동에 따른 것이다. 앞서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이끄는 캄보디아 취업 사기 및 납치·감금 사건 관련 정부 합동 대응팀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훈 마네트 총리를 예방했다. 잇따른 납치·감금 사건에 대한 적극적 대책 마련과 협조를 캄보디아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캄보디아 관련 사건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앞으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 사건이 발생할 여지가 너무나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피해를 입은 이들 대다수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들어갔다가 문제가 생긴 것이기에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범죄조직을 소탕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캄보디아는 이미 보이스 피싱, 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범죄를 위한 조직이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국내에도 조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조직원을 캄보디아로 이른바 ‘공급’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앞으로 일각에서는 사건의 배경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부분 피해자가 20~30대 젊은 층에 집중된 부분을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이 잘 안 되고 사회적 지위도 낮아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한탕’을 노리고 타국을 향해 떠나는 이들에게 눈 돌릴 구석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