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한 조국의 검찰 개혁 리스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14 14:49:51
  • 호수 12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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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판 뒤엎을 6가지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취임 한 달 동안 수십 건의 검찰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 총장에게 검찰 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이후 검찰도 자체 개혁안을 적극적으로 내놨다. 향후 검찰 개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조국 법무부장관

 조국 법무부장관이 검사장 전용차량 운용 폐지, 검사 외부기관 파견 최소화 등 일부 검찰 개혁 과제를 즉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특별수사부(특수부) 축소, 심야조사·별건조사 금지, 형사사건 공개 금지(피의사실 공표 금지) 등의 제도화도 이달 안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문 지시 따라 
신속한 조치

조 장관은 지난 8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과천 법무부청사서 ‘검찰개혁 추진개획에 대한 대국민 보고’를 갖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조 장관은 “검찰이 발표한 개혁방안을 포함해 즉시 시행가능하고 신속히 제도화가 필요한 부분을 ‘신속 추진과제’로 선정해 이달부터 단계적으로 규정을 시행하는 등 과감한 검찰개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검찰 총장도 3차례에 걸쳐 검찰의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지난 7일, 윤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 간부회의서 “인권보장을 최우선 가치에 두는 헌법정신에 입각해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검찰 업무 전체를 점검해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관행, 내부 문화를 과감하게 능동적으로 개혁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다음은 향후 시행될 주요 검찰 개혁안이다. 


▲형사·공판부 확대 = 법무부는 향후 검찰이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를 확대할 방침이다. 그동안 법조계는 검찰이 특수·공안 같은 인지수사보다 민생과 가까운 형사부와 공판부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그동안 검찰개혁의 핵심은 ‘직접 수사를 줄이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퇴직한 검사장들도 형사부·공판부 강화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는 퇴임사 당시 “이제 국민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민생범죄”라며 “민생범죄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수사하고 재판하기 위해서는 인권선진국 시대에 걸맞은 인적, 물적, 과학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재 형사부·공판부 검사 수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수부 축소부터 셀프 감찰 폐지 
향후 추진 계획 대국민 보고 진행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도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라는 글을 통해 “우수한 검사들이 형사부서 근무할 수 있도록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 검사장은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수부 축소·폐지 =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18개 검찰청 중 특수부는 7개 검찰청에 설치돼있다. 하지만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의 자체 개혁안에 대해 사실상 ‘퇴짜’를 놨다. 위원회는 “서울중앙지검의 직접수사 부서의 규모는 계속 확대됐다”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개혁 대상에 포함했다.
 

조 장관은 대국민 보고회서 검찰의 특수부 폐지 건의를 반영해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3개 거점청에만 ‘특수부’를 ‘반부패 수사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중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대기업이나 거물 정치인들 수사에 집중하며 계속 몸집을 불렸다. 정권의 하명 수사를 한다거나, 별건수사나 먼지털기식 수사 논란이 꾸준히 이어졌다.

▲검찰 셀프감찰 금지 = 검찰의 셀프 감찰도 폐지될 전망이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사가 검사를 감찰하는 이른바 ‘셀프감찰’을 폐지하겠다며 법무부의 감찰권을 실질화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먼지털기 수사
더 이상 없다?

현재 검찰을 감찰할 수 있는 근거는 ‘법무부 감찰규정’으로 해당 규정에는 ‘검찰의 자체 감찰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비위조사와 수사사무에 대한 감사는 검찰의 자체 감찰 수 2차적으로 감찰을 수행한다’고 돼있다. 결국 검사의 비위에 대한 1차 감찰을 검찰 내부서 하도록 돼있어 검사가 잘못을 저질러도 외부서 알기 어렵고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 등 감찰권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혁위는 법무부에 검찰을 감시할 수 있는 감찰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무부 자체 감사 규정’ 등 관련 훈령을 즉각 삭제토록 했다. 또 대검찰청의 감찰은 폐지하고 법무부의 감찰권이 우선적으로 수행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개혁위 측은 “법무부는 그동안 검찰청에 대한 감사를 제외해 사실상 감찰권 행사를 포기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제 식구 감싸기’식 감찰을 해왔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의 필요성이 높아져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감찰권 실질화를 권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의사실 공표 금지 = 앞으로 검찰의 언론플레이도 금지된다. 그동안 검찰이 주요 사건 수사와 관련해 수사정보를 언론에 흘려왔다. 조 장관은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신속히 확정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도 전에…
여론재판 차단

주요 대기업 총수나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피의자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기 전까지 수많은 언론 보도가 쏟아진다. 대부분 기사는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또는 ‘익명을 요구한 검찰 주요 관계자에 따르면’이라는 문장이 포함된다. 검찰의 누군가가 흘려줬고, 언론이 그대로 받아썼다는 의미다.

통상 피의자는 기소 후 확정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의 보호를 받는다. 증거가 명백히 드러나 있는 흉악범조차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검찰이 이야기해주거나 확인해줬고, 언론이 작성한 각종 혐의들은 독자나 시청자로 하여금 유죄의 심증을 갖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 윤석열 검찰총장

피의자는 재판도 받기 전에 이미 여론재판을 통해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지는 셈이다. 이후 무죄 또는 일부 무죄판결이 내려져도 검찰의 수사속보를 좇아 작성된 각종 기사만큼의 판결 보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를 막고자 만들어진 형법 조문이 ‘피의사실공표죄’다.

▲공개소환·심야조사·별건수사 금지 = 조 장관은 이번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인권’이다. 조 장관은 “국민의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제도화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국민 인권을 존중하고, 절제된 검찰권을 행사하도록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인권중심의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도록 심야조사 금지를 포함한 장시간 조사 방지,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공개소환, 수사장기화 제한, 출석조사 최소화 등을 담은 ‘인권보호수사규칙’을 10월 중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한달 만에 ‘안’ 발표
검 전광석화 ‘셀프안’ 맞불

현재 인권보호수사준칙은 법무부 훈령이다. 이를 규칙으로 격상해 규범력을 높이고, 지켜야할 의무와 책임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특히 조 장관은 출석 시 언론에 보도되는 ‘형사사건 공개소환 금지’를 포함했다.

▲검사파견 최소·검사장 관용차 폐지 = 조 장관은 또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와 파견검사 최소화를 지난 8일부터 법무부 훈령과 예규를 제정해 바로 시행한다고 했다.

앞서 윤 총장은 검찰 밖 ‘외부기관 파견검사’를 전원 복귀시켜 형사부와 공판부에 투입해 민생범죄를 담당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 제외 37개 기관에 57명의 검사가 파견돼있다. 그동안 파견검사 제도를 두고 검찰의 영향력 확대와 권력기관화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왔다.

검찰은 법무부 및 각 기관과의 구체적 협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파견검사 전원 복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 법무부

윤 총장은 아울러 검사장 전용 차량 이용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관련 규정 개정 절차를 기다리지 말고, 즉각 중단토록 조치를 주문했다. 수사 지휘·출장·대외기관 방문 등 업무용에 한해서만 일반 공무차량을 이용하고, 전용 차량은 이용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취지다.

조 장관 일가 관련 수사로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비등한 상황서 두 기관이 개혁의 주도권을 선점하고자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지명 전부터 가족 관련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선 조 장관으로선 검찰개혁이야말로 가족 의혹에 집중된 여론의 관심을 돌리는 방안이다.

특권 내려놓고 
민생·인권 우선

조 장관은 그동안 검찰 개혁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강조하면서 여러 통로를 통해 법무부가 할 수 있는 개혁을 ‘속도감 있고 과감하게’ 진행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검찰 입장에선 청와대와 여론의 검찰 개혁 압박을 수용한 모양새를 취하는 동시에 선제적으로 자체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개혁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수사와 개혁을 분리하면서 조 장관 관련 수사에 명분을 쌓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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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