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만?’ 경찰 개혁의 이면

검 방패 삼아 묻어가려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은 문재인정부 들어 개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부터 나오던 검찰 개혁의 목소리는 최근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검찰 권한의 축소는 필연적으로 경찰 권한의 강화로 이어진다. 경찰의 오랜 숙원은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찰 역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제주도 펜션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2017310일 헌법재판소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과 함께 정국은 조기 대선모드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핵심 공약으로 삼았다.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검, 힘 빼고
경, 강화?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는 수사기관 권력구조와 관련해 내놓은 3대 공약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당시 문 대통령이 내건 공약은 ·경 수사권 조정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추진 공수처 신설이었다. 지난해 621일 구체적 실행방안이 담긴 ·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발표됐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429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거나 수사종결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로 좁혔다. 자치경찰을 제외한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해서만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도록 했다.


전직 대통령·국회의원·법관·지방자치단체장·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 기소할 수 있는 공수처를 설치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제어하고자 했다.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로 현재 국회에 잠들어 있다. 잠잠해지나 했던 검찰 개혁의 목소리는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으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청와대 민정수석서 물러난 조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그와 동시에 조 장관의 딸, 아내, 동생, 조카 등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검찰수사로까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정국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조 장관과 그 가족들에 대한 논란은 검찰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로 변해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 집결했다.

검찰 개혁 목소리 높아져
경찰 숙원 이뤄질 가능성↑

반대로 조국 사퇴를 주장하는 쪽의 목소리가 서울 광화문서 울려 퍼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서 연 수석·보좌관 회의서 조 장관 수사, 검찰개혁과 관련해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보장 못지않게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국회에 계류된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찰은 지금보다 강화된 권한을 갖게 된다. 문제는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크고 분명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경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 생각에 잠긴 민갑룡 경찰청장

오히려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경찰은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사회기관 조사서 지난해와 올해 검찰, 국회와 함께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리얼미터는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2019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통령이 25.6%1, 시민단체가 10.1%2위를 차지했다. 이어 언론 9.0%, 종교단체 8.1%, 대기업 6.3% 등이 뒤를 이었다.

경찰은 2.2%로 국회 2.4%, 검찰 3.5%보다도 낮은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해 조사서도 1위는 대통령(21.3%)이었고, 경찰(2.7%)과 검찰(2.0%), 국회(1.8%)는 바닥권을 맴돌았다. 경찰은 지난해 조사보다 수치가 0.5%p 떨어졌고, 순위도 뒤에서 3번째서 꼴찌로 낮아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경찰 불신에 기름을 붓는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를 달궜던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경찰이 봐주기 의혹에 휩싸였다. 버닝썬 게이트서 경찰총장이라고 지칭됐던 윤모 총경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경찰은 지난 5월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윤 총경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밝혀낸 혐의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국민 신뢰도
검·경 비슷

뇌물과 김영란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고 결국 직권남용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했다. 윤 총경은 가수 승리와 유리홀딩스 유모 전 대표가 운영하던 클럽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단속정보를 미리 알아봐 준 혐의를 받았다.

앞서 윤 총경은 유 전 대표로부터 식사와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이는 무혐의로 결론 났다.

경찰은 윤 총경의 사건 개입 시점과 골프 접대 시점이 1년 이상 차이 나고 일부 비용이 윤 총경이 내기도 해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접대 금액이 적다는 이유도 들었다. 청탁금지법을 적용하려면 한 번에 100만원 또는 1년 기준으로 300만원 이상을 받았어야 하는데 윤 총경이 접대 받은 금액은 260여만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지난달 27일 윤 총경과 관련된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7일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자본시장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윤 총경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버닝썬 압수수색 중인 경찰

윤 총경은 지난 10일 구속됐다.

윤 총경은 주식 수천만원어치를 받고 수잉크 제조업체 녹원씨엔아이의 정모 전 대표에 대한 경찰수사를 무마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정 전 대표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검찰은 윤 총경이 사건을 무마했다고 본 것이다. 윤 총경에 대한 경찰 조사가 미온적으로 진행됐다는 의심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경찰이 마주한 악재는 버닝썬 게이트만이 아니다. 과학수사의 쾌거로 불렸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8차 사건의 진범 논란으로 경찰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 일대서 일어났다. 개구리소년 사건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 꼽혔다.

200642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영구미제로 남는 듯했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지난 8월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경찰이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이미 다른 범죄로 수감 중이던 이춘재를 특정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18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다.

경찰은 모방범의 소행으로 알려진 8차 사건을 제외하고 4건의 DNA가 이춘재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지난 19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5건 등 14건의 범행을 자신이 했다고 자백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찰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경찰이 모방범의 소행이라고 결론 낸 8차 사건을 이춘재가 자신이 했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고문 가능성에
부정여론 높아

8차 사건은 19889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가정집서 중학생 A양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여성이 성범죄를 당한 뒤 살해됐다는 점을 들어 화성연쇄살인 사건으로 포함됐다. 19897A양 집 인근에 살던 윤모씨가 범인으로 잡혔다. 윤씨는 1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심과 3심에선 경찰의 고문으로 허위 진술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20여년을 복역하다가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8차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일 경우 경찰의 책임 소재가 커진다. 진범이 아닌 사람이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춘재가 진범이 아닐 경우에는 14건의 자백도 신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고유정 사건은 여전히 부실수사, 유착 의혹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유정은 제주서 전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18일 고유정은 본인의 차를 배편에 싣고 제주도로 들어갔다. 이후 일주일 만인 25일 전 남편 강모씨를 만나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 입실한 뒤 살해했다.

하지만 고유정의 범행 이후 경찰의 미흡한 초동 조치가 도마에 올랐다. 제주 경찰은 수사 초반 용의자 추적의 핵심 단서인 CCTV를 유족이 찾아줄 때까지 놓치고 있었다.

또 펜션 주인의 사건 현장에 대한 내부 청소를 허락하는 등 현장훼손도 그대로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고유정이 시신을 유기하기 전 체포할 수 있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은 결국 지난 7월 고유정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수사 과정서 부족함이나 소홀함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 본청서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하나하나 수사 전반을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 ▲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와 몽타주

바로 잡아야 할 것과 현장서 잘 안 되는 것들이 어떤 것인가를 반면교사로 삼고 큰 소홀함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한 추가 조사 후 상응하는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민 청장은 버닝썬 사태 등에서 불거진 제 식구 감싸기’ ‘부실수사논란에 대해 경찰 수사는 여러 경로를 통해 나온 의혹에 대한 것이라며 검찰 수사와 경찰 수사는 영역이 다르다고 해명한 바 있다.

버닝썬, 화성, 고유정…잇단 악재
공무원 범죄 절반이 경찰청 소속

그는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국감에 출석해 국민과의 약속인 경찰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버닝썬 게이트 등으로 드러난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내부 감찰제도를 쇄신하고 강도 높은 유착비리 근절대책을 시행하는 등 투명하고 청렴한 경찰상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이해진 공직기강은 수치로 확인됐다. 최근 공개된 국가공무원 범죄 통계 자료서 범죄를 저지른 전체 국가공무원의 절반이 경찰청 소속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행안위 소속 김한정 의원이 경찰청서 제출받은 2018년도 공무원 범죄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은 총 3356명이었다. 이중 경찰청 소속 공무원이 1460(48.9%)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범죄를 많이 저지른 법무부 소속(304)과 비교해도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교육부가 280(8.3%)으로 세 번째였다. 강간 범죄의 경우 23건 중 18(78.3%), 협박 범죄는 47건 중 30(63.8%)이 경찰청 소속 공무원에 의해 저질러졌다.

김 의원은 법질서 수호자인 경찰의 부끄러운 민낯이자 낮은 윤리의식과 공직 기강 해이의 결과라며 경찰의 철저한 반성과 쇄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국회 행안위 소속 김영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국가공무원 범죄 현황서도 경찰은 독보적이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2000명에 달하는 국가공무원 범죄가 발생했다. 이중 경찰은 4년 동안 5610명이 범죄를 저질렀다. 46.7%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3년간 유착비리 혐의로 기소된 경찰도 30여명에 이른다. 국회 행안위 소속 권미혁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유착비리 혐의로 기소 처분된 경찰공무원은 총 28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청 소속 B경위는 풍속영업단속 지원 출동 업무와 112신고 사건처리 및 방범순찰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중 관내 성매매 업주에게 단속 상황, 수사 상황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총 4회에 걸쳐 5698000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 경찰 대응 논란으로 불거졌던 대림동 여경 사건ⓒ유튜브

서울청 소속 C경위도 단속 및 수사정보를 제공, 수사를 축소·은폐하고 수사경과를 알려주는 대가로 성매매 업소서 11만원 상당의 마사지와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봐주고
대가 받았다

대부분의 비위행위는 풍속 단속업무 중 오래 알고 지낸 경찰과 업주들의 유착으로 발생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 감찰로는 걸러지지 못했다. 실제 유착비리의 50% 이상(17)이 검찰·감사원 등 외부서 적발됐다.

권 의원은 최근 경찰의 유착비리는 금품과 향응 수수와도 같은 눈에 띄는 비위행위를 넘어 부정청탁 또는 수사·단속정보 유출도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버닝썬 게이트 이후로 경찰이 명운을 걸고 유착비리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유착비리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내부 반부패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