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먼저다’ 서울 경원중 야구부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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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9.10.14 14:27:35
  • 호수 12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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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야구! 유쾌한 야구!

[JSA뉴스] 1983년 창단 후 올해로 36년의 역시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경원중학교 야구부가 지난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회장 김응룡)가 주최한 2019 시즌 마지막 전국대회인 ‘2019 U-15 전국유소년야구대회궁평낙조리그서 최근의 부진을 씻어버리고 3위에 올라서며 다시 한 번 중학야구의 강자로 전면에 나섰다.
 

▲ 경원중 야구부 3학년

대한야구소프트볼의 주최로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경기도 화성시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한 해의 시즌을 결산하는 성격을 지닌 전국 단위의 마지막 대회로 100여개가 넘는 국내 중학교 야구부들이 모두 참여, 4개 리그로 나눈 후 각 리그의 챔피언을 토너먼트 형식으로 승부를 가려 결정하는 대회다.

2019 시즌에는 경기도 화성시의 화성드림파크 등 4개 구장서 921일부터 29일까지 열전을 치렀다. 경원중학교는 4개 리그 중 궁평낙조리그에 출전해 수원 매향중(925), 부산 대신중(927)을 차례로 격파하며 준결승까지 진출했으나 4강전 상대였던 부산 개성중(928)에게 45로 아깝게 분패하며 대회 최종 3위를 차지했다.

침체반전

대회 1회전을 부전승으로 올라 간 경원중은 대회 2회전서 만난 수원의 매향중을 상대로 1번 타자 유격수 윤승민과 3번 타자 3루수 김현진 등 3학년 야수들의 대활약과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2학년 노형주를 비롯, 3학년 투수들이 역투를 하며 816회 콜드게임 승을 거둔 후, 3회전 상대인 부산 대신중을 상대해 91로 여유 있게 승리를 챙겼다.

대회 준결승 4강전서 부산 개성중을 만난 경원중은 3학년 야수들 계속된 활약과 도성훈 등 대타로 기용된 2학년 야수들의 뒷받침 속에 접전을 이어갔으나 7회의 마지막 찬스서 후속타 불발로 45의 아쉬운 패배로 대회를 마감했다.


사실 이번 대회 경원중의 활약과 3위 수상이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근 수년 동안 침체했던 경원중의 성적이 반전을 이뤘고, 특히나 이번 대회 주역이었던 3학년 선수들이 애초에는 가장 경기력이 떨어지는 기수로 학교 안팎서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었다.

올해의 3학년 선수들은 최근 수년 동안의 선수 기수 중 가장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가장 모범적이고 성실하게 훈련의 과정을 소화해 온 기수이며, 동시에 어떠한 잡음 없이 팀워크가 잘 이루어졌던 기수다. 그런 성실성에 대한 보상이 이번 대회에 충분히 입증됐다고 생각한다.”(이원석 경원중 야구부 감독)

인천 출신으로 동산고와 인하대를 거치며 현역 선수생활을 했고, 2005년 경원중에 코치로 부임한 후 2007년부터 올해까지 13년째 감독직을 수행해 온 이 감독은 전임 홍연화 경원중 교장은 물론 지난 9월 부임한 정회숙 교장과 모든 학교 교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경원중 야구부 고유의 끈끈하면서도 활발하고 유쾌하게 야구를 즐기도록 하는 특유의 문화적 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 마지막 전국대회 
3위 오르는 쾌거 달성

실제로 경원중 야구부는 서울지역서도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중학교 야구부 중 한 곳이다. 오재원(두산 베어스)과 이대은(KT 위즈), 최원태(키움 히어로즈), 강윤구(NC 다이노스) 등 국내 프로야구서 맹활약하고 있거나 활약했던 숱한 선수들을 배출해냈다. 야구부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요란스럽지 않게 기본기가 잘 갖춰진 야구선수들을 키워내는 학교로 야구인들 사이에선 정평이 나있는 학교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경원중 야구부는 강남지역은 물론 서울 전체 야구부 중에서도 학교 운동장을 야구부의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중학교 야구부 중의 한 곳이다. 취재차 방문한 야구부의 훈련 분위기는 진지하면서도 활기찼고, 선수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넘치고 있었다.
 

▲ 이원석 감독

유쾌한 분위기 속의 훈련장서 신장 190cm에 육박하는 장신 거구의 이 감독 지휘 아래, 성남중 감독을 역임했던 하준영 수석코치와 나머지 코치진은 갑자기 쌀쌀해진 기온 속에서도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37명 경원중 야구부 선수들의 훈련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 중 이번 대회 3위 입상의 주역인 3학년 선수들과 몇몇의 2학년 선수들을 만났다.


[투수진]

방지현(3학년, 175cm/60kg, 우투우타, 사당초 출신) =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에 입문했지만 본격적으로 투수훈련을 시작한 것은 경원중 2학년 때부터였다. 작년 2018시즌 추계대회 때부터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지만 발전 속도가 빠르고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구력이 뛰어난 120Km/h 후반대의 스피드를 가진 직구와 커브, 그리고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를 구사한다.

박민성(3학년, 180cm/75kg, 우투우타, 청구초 출신) = 체격조건이 출중한 경원중의 우완 정통파형 파워피쳐이다. 잘 발달된 피지컬서 뿌리는 직구 최고 구속이 135km/h가 나올 정도다. 빠른 직구에 걸맞게 낙차의 폭이 큰 커브와 예리한 슬라이더를 변화구로 던진다. 고교 진학 이후 장래성이 기대되는 투수다.

박정호(3학년, 178cm/71kg, 우투우타, 사당초 출신) = 박민성과 함께 뛰어난 피지컬을 자랑하는 경원중의 투수이다. 상대적으로 조금 늦은 사당초 5학년 때부터 야구에 입문했지만, 훌륭한 재질로 투수로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120km/h 중반의 직구는 제구력이 좋고, 커브와 함께 스플리터를 변화구로 구사할 수 있다.

전폭적인 지원

최연호(3학년, 173cm/66kg, 좌투좌타, 방배초 출신) = 올 시즌 경원중 3학년의 유일한 좌완투수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칼날 같은 제구력을 자랑한다. 아직 직구의 최고 구속이 120km/h에 그치고 있지만, 한창 성장하고 있는 피지컬의 영향에 따라 장래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커브와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도 능숙하게 던지며, 경원중 선수들 사이서 이번 대회 3위 입상의 주역으로 손꼽힌 투수다.

[야수진]

류지우(3학년, 178cm/85kg, 우투우타, 중랑리틀 출신) = 경원중의 안방을 책임지는 포수다. 이번 대회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3학년 야수 중 유일하게 출전하지 못했지만, 포수로서 포구와 송구의 기본기가 뛰어나고 경기를 읽어내는 운영능력이 이미 중학교 수준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좋은 체격조건서 장타력을 갖춘 타격 능력을 갖췄다.

윤승민(3학년, 176cm/60kg, 우투우타, 용산리틀 출신) = 올 시즌 경원중의 주장이며 붙박이 유격수와 1번 타순 리드오프를 맡고 있다. 이번 대회 경원중의 모든 득점이 윤승민으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활약을 펼쳤다. 빠른 스피드와 송구능력을 바탕으로 올 시즌 서울 지역 중학교 유격수 중 최상위로 분류되는 선수이며, 장타력까지 갖춘 정교한 타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현진(3학년, 185cm/85kg, 우투우타, 수유초 출신) = 거구라고 일컬을 수 있는 출중한 체격조건서도 놀랄 만큼 민첩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경원중의 3루수로 3번 타순을 맡고 있다. 이번 대회 거의 모든 득점찬스서 안타를 쳐내며 찬스에 강한 타점능력을 보여줬다. 힘이 동반된 장타력과 정교한 타격 능력을 두루 갖춘,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다.
 

▲ 경원중 3학년 야수진(사진 왼쪽부터 윤승민, 김현진, 김정겸, 류지우, 황찬재, 최경빈, 고한결, 김동영)

최경빈(3학년, 175cm/70kg, 우투우타, 사당초 출신) = 유격수 윤승민과 함께 경원중 내야의 핵을 이루고 있는 2루수다. 빠른 스피드와 함께 내야수로서 풋워크가 훌륭하고 포구와 송구의 기본기가 잘 닦여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팀의 5번 타자를 맡고 있을 만큼 장타력이 동반된 타격 솜씨를 뽐내고 있으며, 뛰어난 야구지능과 센스를 갖추고 있다.

황찬재(3학년, 178cm/74kg, 우투우타, 중랑리틀 출신) = 뛰어난 체격조건을 가지고 있는 경원중의 1루수다. 야구의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고, 특히 송구능력이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발 장타력을 갖춘 대형타자의 재목감으로 이번 대회 경원중의 7번 타순을 맡았다.


김정겸(3학년, 183cm/66kg, 우투우타, 성북리틀 출신) = 호리호리한 체격에 날카로운 스피드를 뽐내는 외야수다. 경원중의 우익수로 뛰며 9번 타순을 맡고 있다. 정교한 타격과 스피드가 동반된 주루능력을 갖췄으며, 외야수로서 송구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교 운동장 훈련장으로 사용
진지하면서도 활기찬 선수들

고한결(3학년, 170cm/72kg, 우투우타, 성동리틀 출신) = 경원중의 4번 타자를 맡고 있는 좌익수다. 상대적으로 작은 신장이지만 뛰어난 힘을 갖춘 장타력의 정교한 타격 능력을 자랑한다. 찬스에 강해 타점을 양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투수와의 대결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 강한 멘탈을 보여준다.

김동영(3학년, 168cm/66kg, 우투우타, 용산리틀 출신) = 경원중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2번 타자 중견수다. 기본기가 훌륭해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고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주루플레이 또한 출중하다. 수비의 범위가 넓으며 타구를 예측해서 잡아내는 포구 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형주(2학년, 173cm/65kg, 우투우타, 사당초 출신) = 이미 사당초 시절부터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투수로 이번 대회서도 3학년 선배투수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역투하는 솜씨를 뽐냈다. 칼 같은 제구력과 침착한 경기운영 능력을 가진, 내년 시즌 경원중의 에이스다.

이준우(2학년, 176cm/80kg, 우투우타, 방배초 출신) = 부상으로 출전 못한 류지우를 대신해 이번 대회 경원중의 안방을 책임졌던 포수다. 훌륭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공수 양면서 힘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를 펼친다. 책임감과 성실함 등의 멘탈이 강하고, 깜짝 놀랄 만큼의 경기운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대회 경원중의 6번 타자로 장타력이 동반된 타격능력을 가지고 있다.


도성훈(2학년, 177cm/95kg, 우투우타, 둔촌초 출신박건태(2학년, 173cm/90kg, 좌투좌타, 청구초 출신) = 이번 대회 중 고비마다 대타로 출전해 정교한 타격 솜씨를 보여주며 경원중의 3위 입상에 일조했다. 수비서도 각각 3루수(도성훈)1루수(박건태)로서 기본기가 잘 갖춰진 성실한 플레이로 한 몫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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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