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컷’ 민주당 공천살생부 실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0.14 10:31:35
  • 호수 12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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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퇴 중진들 초선 안고 논개처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긴장감마저 감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천제도를 발표한 가운데 소속 현역 국회의원들은 하위 박스권에 속하지 않기 위해 분투 중이다. 기준은 하위 20%다. 여기에 속하면 20% 감점이라는 페널티를 받는다. 사실상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 당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살생부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 지난 5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서 21대 총선 공천제도 발표 기자간담회 갖는 윤호중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는 현재 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에 들어간 상태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되는 최종평가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의 활동이 평가 대상이다. 평가위는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 각 의원실 보좌진을 불러 최종평가 제도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발표된 최종평가의 점수산정 분야는 크게 4가지다. ▲의정활동(34%) ▲기여활동(26%) ▲공약 이행 활동(10%) ▲지역활동(30%) 등이 그것이다.

어떻게든
피해야…

세부적으로 보면 명료한 항목도 있지만, 반대로 모호한 항목도 존재한다. 가장 반영률이 큰 ‘의정활동’은 상대적으로 명료한 편이다. 각 의원의 입법 실적과 각종 위원회서의 활동 등이 평가 대상이다. 

입법 실적에는 대표발의, 본회의 처리, 당론 채택 법안 발의 실적 등이 포함된다. 또 의원총회와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 출석률도 반영된다. 그 외에도 대정부질문이나 긴급 현안질의, 5분 자유발언 등 본회의 질문자, 국회 상임위원장이나 간사 등 국회직을 수행한 의원들에게 가점이 주어질 예정이다.

이는 국회의원 본연의 활동을 평가하는 성격이 짙다. 이를 위해 평가위는 단순히 자구 수정에 그친 법안발의를 평가서 제외할 계획이다. 의도적 ‘실적 부풀리기’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읽힌다.


지역활동과 공약이행활동은 역시 상대적으로 명료한 축에 속한다. 지역활동에는 의원의 지역구 민원 해결, 당원 모집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점은 지역활동의 반영률이다. 기존 25%서 30%로 높아졌다.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과 그가 진두지휘하는 검찰개혁을 두고 여야 지도부가 치열한 샅바전을 벌이고 있음에도, 대다수 의원들이 지역활동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지역 기반이 약한 비례대표에게서 두드러진다.

공약이행활동은 의원실서 중간평가 때 제출했던 공약을 현재까지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 등을 평가한다.

공천제 발표, 감점 페널티
10월까지? 국감과 맞물려…

반면 기여활동은 상대적으로 불명확한 축에 속한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평가항목이 바로 기여활동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이는 당에 대한 기여활동을 의미한다. 공직윤리 수행 실적, 국민소통, 당정 기여, 수행평가 등이 이에 속한다. 

그 중에서 공직윤리 수행 실적은 의미하는 바가 비교적 명료하다. 최근 각 의원실은 당 윤리규범준수 서약서와 세금 및 당비 완납증명서, 보좌진들의 당비 납부확인서까지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당내 보좌진 사이에서는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의원의 평가와 보좌진의 당비 실적을 연관시키는 것 자체가 과도한 조치라는 것이다.

징계 여부도 점수로 환산된다. 윤리심판원서 경징계를 받았을 경우 10점, 기소돼 최종심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경우 20점, 당직 정직 이상 징계를 받았으면 30점을 감점하는 식이다. 단 성희롱·갑질·음주운전·금품수수·채용비리 등 5대 비위에 해당될 경우 형 확정과 관계없이 기소만으로 감점토록 했다.


그 외 항목에 대해서는 무엇이 당에 대한 기여활동이고, 무엇이 아닌지가 모호하다.

한 국회 관계자는 지난 7일 <일요시사>를 통해 “사안이 있을 때마다 중앙당에서는 관련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의원실로 공지가 온다”며 “예를 들면 ‘행사장에 가서 찍은 사진을 제출하시오’ 같은 것이다. 그런데 자료를 제출해도 해당 자료가 점수로 반영되는지는 알 수 없다. 평가에 대한 세부항목이 무엇인지 의원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공천과 관련한 평가 때마다 여러가지 의혹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정성에 대한 불만도 있다. 대부분의 평가 항목서 법안 실적, 의원총회 출석률, 본회의 출석률, 상임위 출석률 등 정량평가 항목도 있지만, 정성평가 항목도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해 과연 공정한지에 대한 의문도 불만의 한 축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정성평가 항목이 중진 물갈이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하위 20%가 돼 감점을 받더라도, 정성과 정량평가 중 어떤 부분이 영향을 미쳤는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명료한 것도
아닌 것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실적이 평가 항목에 추가된 점이 특기할 만한 사안이다. 이는 디지털 소통실적에 해당한다. 반영률은 최종평가서 전체의 6%다. 해당 실적은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SNS 집중 현상을 불러왔다. 당 일각에선 의원의 ‘유튜브 활동’까지 평가에 반영된다는 소문이 나도는 상황이다.

특히 이석현(6선)·이종걸(5선)·송영길(4선)·민병두(3선) 의원 등 중진들에게서 두드러진다. 이중 이석현·이종걸·민병두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장관을 지지하는 글을 다수 게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검찰 개혁’에 방점을 둔 다른 의원의 글과 결이 달라 친문 지지자들 사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일 이 의원은 “검찰 개혁이 목적이지 ‘조국 수호’가 목적이냐는 분들이 있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며 “검찰 개혁 투지를 안 놓고 버틸 사람, 조국 말고 또 있으면 말해보라”고 주장했다. 지난 6일에는 “격동의 시대에 태어나 촛불 하나 켜는 것도 큰 축복”이라며 “(국회)의원이니 조국수호 검찰 개혁에 있는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종걸 의원은 ‘조국 사태’가 본격화됐던 지난 8월부터 SNS에 조 장관을 수사하는 검찰을 비판하는 글을 다수 게재했다. 뿐만 아니라 이 의원은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저격수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민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8일 “‘태산명동서일필’(요란하게 일을 벌였으나, 별로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를 의미)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조 장관 수사는 태산명동표창장이다. 결국 증거도 없는 표창장 하나, 이것도 하다하다 안 되니까 코링크로 전환했는데 이 역시 ‘태산명동노링크(no link)’다. 조 장관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송영길 의원도 지난달 말 자신의 SNS에 ‘국회의 법안 통과 없이 법무부 차원서 할 수 있는 검찰 개혁을 말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없애야 한다. 검찰 특수부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 형법의 보충적 성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정치가 살아나야 한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지도부
눈치에…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 중진들 사이서 SNS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이유가 ‘친문 진영을 향한 구애’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서초동에 모여드는 다수의 친문 지지자들에게 구애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공교롭게도 SNS 활동이 활발해진 의원들 중 많은 수가 비문·범친문에 속한다. 


설상가상 당내에서는 ‘중진 물갈이론’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이는 핵심 친문 인사들이 연이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불거졌다. 

시작은 이해찬 대표였다. 이 대표는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친문 인사들의 불출마 의사가 직간접적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역시 불출마 의사를 주변에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백 부원장은 경기 시흥갑 출마가 거론될 정도로 출마가 유력시됐으나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이들 외에도 입각한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역시 총선에 불출마한다. 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5선의 원혜영 의원도 불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영입인사 1호로 꼽혔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이 같은 릴레이 불출마 선언은 ‘중진 용퇴론’과 함께 혹시 모를 당 지도부의 물갈이 작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대통령 측근부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연스레 당내 반발을 잠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21대 국회서 유력한 차기 국회의장으로 꼽혔던 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당내 중진 의원들을 향한 물갈이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실제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대표는 양 원장과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자신의 핵심 측근들에게 불출마를 권유하고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에 착수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물갈이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물갈이론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나는 ‘중진 의원 불출마’를 권유한 적이 없다” “이상한 뉴스에 흔들리지 말라” 등의 말로 당내 민심을 다잡고 있다. 민주당 평가위는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오는 11월4일까지 불출마 의견을 접수받을 예정이다.


발등에 불떨어진 현역들
벼락치기 의원들도 속출

민주당 평가위는 복수의 동료 의원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무기명 설문조사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보안을 위해 무기명 지필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봉투에 밀봉해 수거해가는 방식이다. 설문지는 상임위원회, 겸임위원회, 의정활동 전반, 당직·정부직 수행, 당 기여도 등 5개 영역으로 나눠 구성할 방침이다. 

현재 민주당의 의석수는 총 128석으로 26명이 필연적으로 하위 20%에 속할 수밖에 없는 규모다. 26명이 20% 감점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20% 감점은 공천 탈락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을 정도로 직격탄이다.

이에 현역 의원들은 하위 20%에 속하지 않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벌이고 있다. 벼락치기 대표법안 발의가 그것이다. 의정활동 항목서 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이다. 10월까지의 활동이 평가 대상이라 가능한 일이다.

실제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자신이 대표발의한 법안 64개 중 38개 법안을 올해 8월부터 현재까지 집중적으로 발의했는데 전형적인 벼락치기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민주당의 공천평가 방식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다수 들려온다. 굳이 국정감사(이하 국감)와 맞물려 평가를 예고한 점도 불만 사항 중 하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7일 “국감 시작 한 달 전부터 의원실이 업무에 허우적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당 지도부서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그런데도 평가라는 민감한 사안을 꺼내든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의원들은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당내 일각서 나오는 “총선 경선서 청와대 근무이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아직 내부 총질을 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견제는 시작됐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아니라고
하지만…

평가위는 내달 5일부터 14일까지 다면평가, 같은 달 18일부터 28일까지 자료 제출·등록 및 검증·보완을 실시할 예정이다. 12월 초에는 자동응답시스템(ARS)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최종평가는 오는 12월23일 완료되며,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 앞서 평가위는 중간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최종평가에 앞서 실시한 중간평가 결과를 합산하며 반영률은 중간평가 45%, 최종평가 5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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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