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세 가수 송가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14 10:28:48
  • 호수 12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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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페이 3000만원 가요계는 지금 ‘송의 시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송가인은 올해 TV조선 서바이벌 트로트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서 1위를 차지하며 ‘국민가수’로 발돋움했다. 이후 <아내의 맛> <나 혼자 산다> <뽕 따러 가세> 등 각종 예능에 출연해 숱한 화제를 모으며 대세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꽃길만 걷던 송가인이 최근 고액 행사비 논란과 소속사와의 불화설로 구설에 올랐다. 
 

▲ 트로트가수 송가인

송가인은 <미스트롯> 우승 이후 높아진 인기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며 다양한 분야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아내의 맛> <뽕 따러 가세>를 통해 출중한 예능감을 뽐냈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시점> <나 혼자 산다> 등에 출연해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미스트롯> 우승
이후 섭외 쇄도 

송가인이 출연하는 예능은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이 뒤따랐고,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등 언제나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었다. 단숨에 예능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안방극장을 ‘들었다 놨다’ 했다. 본업인 트로트 분야서도 송가인은 대세 행보를 걷고 있다. 전국의 각종 축제 현장서 ‘송가인 모시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쏟아지는 러브콜에 송가인의 몸값은 치솟았고, 최근 출연료가 3000만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송가인 본인도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행사 페이가 20배 뛰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장윤정, 홍진영 등 톱 트로트 가수의 출연료가 1000만∼2000만원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송가인은 말 그대로 ‘특급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송가인의 치솟는 몸값에 구설도 함께 올랐다. 지난 7일 국내 한 언론은 송가인이 혀를 내두를 만큼 과다한 행사비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미스트롯> 가수들이 ‘유리천장(여성이 직장서 승진하는 데 장애가 되어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뚫었다”는 비유를 써가며 수상자들의 ‘고액’ 행사비를 지적했다.  


또 지역 축제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제 지역 축제서 송가인은 안 부른다. 오히려 정미애를 부른다”며 “송가인 너무 비싸서 오히려 지역 축제가 망한다. 오히려 정미애는 저렴하다”고 가수들의 실명과 행사비를 연결 지었다.

연예인의 인기 척도가 ‘행사비’로 책정되는 것이 시장의 논리라지만, 사람을 돈값으로 치부했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연예계 행사도 경제 법칙인 수요와 공급 법칙이 적용된다. 해당 가수를 찾는 수요가 많지만,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값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오랜 무명가수 생활 끝에 
트로트계 톱으로 자리잡아

이를 두고 마치 “그게 문제가 돼서 쉬쉬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마땅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해당 가수의 높아진 인기에 비례해 상승한 몸값을 부도덕한 경제 행위처럼 취급하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미스트롯>을 통해 조명받은 가수들은 실력과 재능을 겸비했으나 기회를 갖지 못해 긴 무명 생활과 생활고를 버틴 참가자들이었다. 이들이 방송에 출연해 “예전보다 행사비가 100배, 1000배 올랐다”고 하는 발언은 그들의 기존 수익이 너무나 낮았기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송가인은 가수임에도 부업을 해야 했고, 의상은 중고로 온라인서 구매해야 했을 만큼 힘겹게 가수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스트롯> 결승전 직전까지 직접 만든 ‘비녀’를 판매했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겨우 TV 방송 프로그램과 행사 무대서 마이크를 잡을 수 있게 된 가수들에게 행사비를 표로 만들어 그들의 꿈을 재단하는 일은 가혹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스트롯>은 종편 시청률 최고 기록(닐슨코리아 기준)을 세우며 전국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만큼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수상한 송가인은 물론이고 수상을 하지 못한 출연진들도 일부 앨범을 발매하며 가수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그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싶었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꿈을 막 펼치게 된 이들에게 고액 행사비 지적은 지나친 비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송가인의 첫 단독 리사이틀 공연이 MBC서 단독 중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송가인과 TV조선의 불화설이 제기됐다. 송가인은 TV조선이 배출한 스타다. 

송가인 소속사 포켓돌 스튜디오 측은 지난 7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송가인이 오는 11월3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서 단독 리사이틀 ‘Again(어게인)’을 개최한다. 해당 공연은 MBC를 통해 특집쇼로 방송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송가인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11월 송가인의 첫 단독 리사이틀 'Again(어게인)'을 TV조선서 100분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반면 TV조선 측은 “편성이 확정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송가인의 공연이 MBC를 통해 중계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판소리 전공
트로트 최적

양측이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서 송가인은 건강상의 이유로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 <뽕 따러 가세> 등에서 하차를 알리면서 불화설이 제기된 바 있다. 일부 누리꾼이 송가인과 TV조선 간에 불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하고 있다.

송가인은 1986년 12월26일 전남 진도서 태어났다. 송가인의 본명은 조은심으로 2017년부터 송가인(宋歌人)이라는 예명을 사용하게 된다. 송가인이라는 예명은 어머니의 성씨서 딴 ‘송’(宋), 노래를 뜻하는 ‘가’(歌), 사람을 뜻하는 ‘인’(人)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 교육 조교이자 무속인인 송순단의 딸로 중학교 2학년 때 판소리를 시작해 중앙대학교서 국악, 그중에서도 판소리를 전공했다. 목포 명창 박금희(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29-4호)에게 판소리 수궁가와 춘향가를 전수받기도 했다.

송가인은 <미스트롯>서도 여러 차례 강조됐듯이 정통 트로트서 무서운 파괴력을 보여주는 보컬이다. 정통 트로트라 하면, 엔카의 영향을 받아 요나누키 단음계로 구성된 멜로디에 폴카와 같은 2비트 리듬으로 구성된, 원초적인 형태의 트로트를 말한다. 
 

즉 정통 트로트는 현대적인 세미트로트와는 음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특유의 구슬픈 ‘뽕삘’이 강하게 풍긴다. 젓가락 장단이나 구음으로 ‘쿵짜작 쿵짝 짜가자가 짠짠’과 같이 표현하는 트로트는 원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엔카와 거의 구분되지 않고 발전해왔다. 해방 이후 국악의 발성법(떠는 목이나, 꺾는 목과 같은)과 결합됐다. 이 때문에 판소리를 전공한 송가인에게는 최적화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판소리를 전공한 송가인은 판소리계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에 열린 진도민요경창대회서 일반부 우수상(한국문화예술위원회장상)을 받았다. 2009년에는 전남 광양서 열린 제1회 광양 남해성 판소리 경연대회서 일반부 대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 열린 제22회 대한민국 목포국악경연대회에선 일반부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 10월에 싱글 트로트 음반 <산바람아 강바람아> <사랑가>를 발표하면서 가수로 데뷔했지만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명가수로 활동했다. 그러다 <미스트롯>에 참가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행사비 껑충
치솟는 몸값

<미스트롯> 현역부 A조로 참가했으며 예심과 1차 팀미션, 2차 1대1 데스매치를 통과해 3차 군부대 행사서 막판 1등을 차지했다. 이후 준결승 레전드 미션서 1위로 통과하고 결승전서도 다른 참가자들을 물리치고 1위에 올라 ‘1대 미스트롯 진’이 됐다. 100인 예심서 손인호의 ‘한 많은 대동강’을 불러 올하트로 합격했다. 대단한 호평을 받으며 우승후보로 올랐다. 송가인은 100인 예심 후 선정한 진선미서 진을 차지했다.

본선 1차전(장르별 팀 미션)서 장서영, 지원이, 숙행, 홍자, 한담희와 같이 팀 ‘숙행쓰’를 결성했다. 록 트로트 성향인 윤수일의 ‘황홀한 고백’이 미션곡이었다. 지원이의 하드 트레이닝으로 몸치로 지적된 송가인도 무난한 댄스 퍼포먼스로 올하트를 받으며 전원 합격했다. 송가인은 1차전 직후 선정한 진선미서 또 다시 진을 차지했다.

본선 2차전(1:1 데스매치) 전은 홍자와 대결했다. 홍자가 예심과 1차전서 모두 진을 차지한 송가인을 지목했다. 이때 두 사람은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송가인과 홍자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송가인은 ‘용두산 엘레지’를 선곡했으며 홍자는 심수봉의 ‘비나리’를 불렀다. 결과는 예상 외로 큰 점수 차인 8대3으로 홍자가 이겼다.

본선 3차전(군부대 팀 미션)서 송가인은 트로트 가수 숙행, 아이돌 출신 하유비, 트로트 가수 코러스 출신 김희진과 '트롯여친'이라는 팀을 맺었다. 하지만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결과는 장병 점수 461점과 심사위원 점수 854점 합계 1315점으로 최하위인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본선 3차전 2라운드 에이스 대결서 송가인이 실력을 뽐내면서 전세를 역전했다. 1라운드 꼴찌에 위기감을 느낀 송가인은 극고음을 자랑하는 소찬휘의 ‘티어스’를 불렀다. 성대에 문제가 생겨 병원까지 갔다 오는 위기 속에서도 미션을 훌륭하게 마무리해 극찬을 받았다.


송가인의 분투로 트롯여친은 2라운드서 장병 점수 467점, 심사위원 점수 957점을 받아 1424점을 획득, 총합 2739점을 받음으로써 1라운드 꼴찌서 총합 1위로 뛰어올랐다. 그 결과 트롯여친 전원 모두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준결승(레전드 미션)전서 송가인은 남은 참가자 12인과 경쟁했다. 남진, 김연자, 장윤정의 노래 중 하나를 선택해서 부르는 1라운드 솔로무대와 1대1 듀엣미션을 펼치는 2라운드로 구성됐다. 

유명세 타면서 구설에도 오르락내리락
고액 출연료·방송사 불화설 스멀스멀 

송가인은 김연자의 노래 ‘영동 부르스’를 불렀다. 김연자는 영동 부르스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낸 ‘송가인의 영동 부르스’라는 극찬을 했다. 반면 조영수는 언제나 했던 90점짜리 노래로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을 내놨다. 결국 송가인은 심사위원 점수 627점, 온라인 투표수 300점(1위)으로 927점을 받았고 홍자에게 총점 943점으로 1위자리를 내줬다.

이어 우승후보 3위인 정미애가 ‘수은등’을 부르며 심사위원 점수 658점, 관객점수 278점을 얻었다. 정미애는 온라인 투표점수 260점으로 송가인보다 40점 낮게 시작했지만 단숨에 우승후보 1위 송가인과 우승후보 2위 홍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송가인은 듀엣 대결인 2라운드서 김소유와 함께 김연자의 ‘진정인가요’를 불렀다. 김소유는 듀엣 상대자가 송가인이 되자 좌절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송가인은 비슷한 음색에 정통 트로트를 한다는 점에서 김소유와 대결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김소유는 멋진 무대를 보였지만 송가인의 특기인 정통 트로트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송가인은 2라운드서 204표(68%)를 얻어 듀엣대결 2위 득표자(1위는 강예슬 207표)가 됐다.

반면 1라운드 1위 정미애는 두리를 만나 고전하며 133표를 얻는 데 그쳤다. 홍자는 김나희에게 밀리면서 127표밖에 얻어내지 못했다. 결국 송가인은 송가인 1·2라운드 종합 1376점으로 또 다시 역전 승리를 차지했다. 송가인은 총 다섯 차례 경연서 1등만 네 번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우승후보 1위를 지켰다.

결승전 라스트미션은 작곡자들이 준 신곡과 인생곡 두 라운드로 구성됐다. 송가인은 1라운드서 윤명선 작곡가의 ‘무명배우’를 불렀다. 온라인 투표 1위 자격으로 300점을 얻고 시작한 송가인은 심사위원 점수서도 64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관객투표 점수서 다소 낮은 211점을 얻었지만 총점 1159점으로 2위 정미애를 10점 앞서며 1위에 올랐다.

꽃길만 
걸었는데…

이어 시작한 2라운드 인생곡 미션서 어머니가 좋아하셨다는 이해연의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불렀다. 이 라운드서 송가인은 심사위원 점수 659점을 받아 660점의 정다경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2라운드 종합 점수는 1818점으로 2위 정미애(1795점)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송가인은 제1대 미스트롯 진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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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