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속 장소를 찾아서 ①성북동 길상사

무소유의 삶을 기억하다

▲ 숲이 만드는 그늘이 많아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는 길상사

길상사는 1997년 12월에 창건해 20년 남짓 된 절집이다. 역사는 짧지만 길상사를 찾는 이들에게 전해지는 이야기가 많다.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요정이었다. 고급 요릿집이 절집으로 탈바꿈한 데는 법정 스님과 김영한의 이야기가 있다.

법정 스님은 1932년 전남 해남서 태어나 1956년 효봉 스님의 제자로 출가했으며, 2010년 길상사서 입적했다. <무소유> <맑고 향기롭게> <산방한담> <오두막 편지> <버리고 떠나기> 등 스님이 쓴 책이 많은 독자에게 감명과 울림을 전했다.
 

▲ 들꽃이 피고 지는 길상사 경내

시인 백석

대원각을 시주한 김영한도 그랬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아 시주를 결심했다. 건물 40여채와 대지 2만3140㎡로, 시가 1000억원이 넘는 규모였다. 대원각을 시주하려는 김영한과 무소유가 삶의 철학인 법정 스님 사이에 권유와 거절이 10년 가까이 이어졌다. 결국 법정 스님이 시주를 받아들이고, 2년 동안 개·보수를 거쳐 길상사가 탄생했다.

길상사가 승보사찰인 송광사의 말사인 점이 재미있다. 전남 순천 송광사의 말사가 어떻게 서울에 있을까? 말사는 지역과 상관이 없고, 법정 스님이 송광사 소속이기 때문이다.
 

▲ 법정 스님의 영정과 친필 원고, 유언장 등이 전시된 진영각

법정 스님의 흔적은 길상사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진영각에 있다. 전각에는 스님의 영정과 친필 원고, 유언장 등이 전시된다. 법정 스님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준비하지 말며, 승복을 입은 채로 다비하라”고 유언했다. 유골은 진영각 오른편 담장 아래 모셨다. 진영각 옆에는 생전에 스님이 줄곧 앉은 나무 의자가 흔적을 대신한다.
 

▲ 잘 가꾼 정원을 보는 듯한 길상사 경내와 곳곳에 놓인 벤치

김영한은 기생 교육기관이자 조합인 권번에 들어 수업을 받고 진향이라는 이름으로 입문했다. 1950년대 청암장이라는 별장을 사들여 운영하기 시작한 대원각은 군사독재 시절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3대 요정으로 이름을 떨쳤다. 김영한은 대원각을 시주할 때 “그까짓 1000억원은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며 한 치도 미련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 울울한 숲에 자리한 길상헌

여기서 백석은 그녀가 사랑한 시인 백석이다. 백석은 김영한에게 ‘자야’라는 아호를 지어줄 정도로 아끼고 사랑했다. 하지만 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백석은 만주로 떠났다. 백석과 김영한의 만남은 여기까지다. 한국전쟁으로 남과 북이 나뉘며 서로 생사를 알지 못한 채 삶을 마감했다. 백석은 1996년 북한서, 김영한은 1999년 길상사 길상헌서 눈감았다.
 

▲ 시주길상화공덕비와 사당

길상헌 뒤편에는 시주길상화공덕비가 있다. ‘길상화’는 길상사 창건 법회 때 법정 스님이 염주와 함께 전해준 법명이다. 공덕비 옆 안내판에 김영한의 생애와 백석의 시 한 편이 새겨졌다.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로 시작하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다. 백석을 그리워한 김영한은 “내가 죽거든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유골을 길상사에 뿌려달라”고 유언했다. 김영한은 백석의 시에 등장하는 나타샤가 되고자 한 게 아닐까? 시를 읽고 있으니 김영한과 백석의 사랑이 이곳서 이어지는 듯하다.
 

▲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가 기증한 관음보살상

이제 길상사를 천천히 둘러보자. ‘삼각산길상사’ 현판을 내건 일주문으로 들어서면 경내다. 길상사에는 두 가지 아름다움이 있다. 걸어 올라가다 보면 키가 큰 관음보살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가 종교 간 화해와 화합을 염원하며 기증한 작품이다. 창건 법회 때 김수환 추기경이 축사를 했고, 석가탄신일과 성탄절에는 서로 축하 현수막을 내건다. 언제 봐도 흐뭇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 차 한잔 마시며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다라니다원’

고급 요릿집이 절집으로 탈바꿈
법정 스님 <무소유> 읽고 시주 결심

길상사 경내는 울창하지 않아도 숲의 느낌이 제법 진하고, 잘 가꾼 정원을 보는 듯하다. 보호수를 비롯한 고목이 많고, 철 따라 들꽃이 피고 진다. 곳곳에 있는 벤치도 이색적이다. 고목이나 계곡과 어우러진 숲에 놓인 벤치서 길상사를 찾은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법정 스님은 길상사에 불교 서적과 일반 서적을 갖춘 길상사도서관을 만들었다. 도서관은 2016년에 새롭게 단장하면서 북카페 ‘다라니다원’으로 운영된다. 휴식과 독서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차 한 잔 마시면서 법정 스님의 글을 읽어도 좋다.
 

▲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가 잠든 정릉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울 정릉(사적 208호)은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의 무덤이다. 정릉은 도성 내에 조성됐다가 태종 즉위 후 이곳으로 옮겨졌다. 현재 정릉은 내부 공사 중이어서 방문하기 전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 성북동 최순우 가옥의 뒷마당

길상사에서 내려가면 선잠단지를 지나 큰길 건너편으로 서울 성북동 최순우 가옥(등록문화재 268호)이 있다.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 혜곡 최순우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저자로 유명하다. 앞마당에는 소나무, 모란, 산사나무 등이 있고 사랑방과 안방, 대청, 건넌방이 ‘ㄱ 자형’으로 이어진다. 사랑방 위에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현판이 걸렸다. 문을 닫으면 이곳이 곧 깊은 산중이라는 뜻이다. 건물 뒤편에는 선생이 쓴 책이 놓인 돌 탁자와 장독이 인상적이다.
 

▲ 조선총독부를 등지고 북향으로 지은 심우장

덕수교회 안에는 1900년대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성북동이종석별장(서울민속문화재 10호)이 있다. 길 건너편에 자리한 상허이태준가옥(서울민속문화재 11호)은 <문장 강화>를 쓴 이태준의 옛집으로, 지금은 ‘수연산방’이라는 찻집으로 운영 중이다. 건강한 차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기 좋다.

만해 한용운 심우장(사적 550호)은 북정마을로 오르는 중간쯤에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심우장과 어울린다. 조선총독부를 등지고 북향으로 지은 심우장은 민족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 우리옛돌박물관에 전시된 문인석

우리옛돌박물관은 선조들이 빚어낸 돌조각 작품을 만나는 곳이다. 내부 전시실에는 일제강점기에 반출됐다가 환수한 문인석을 비롯해 동자석, 벅수 등이 있다. 표정이나 모습이 달라 하나씩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3~4층 야외 전시장은 옥상에서 숲을 따라 1층으로 내려오는 산책로다. 숲 곳곳에 무인석, 미륵불, 염화미소, 탄생불 등 다양한 석물이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거대한 민불이 인상적이다.
 

▲ 말바위전망대 인근에서 바라본 성북동

우리옛돌박물관

삼청각에서 산책로를 따라 5분 남짓 오르면 한양도성을 이어주는 숙정문안내소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창의문으로 넘어가거나, 가까운 말바위안내소를 지나 말바위전망대까지 한양도성 백악구간 순성을 하는 것도 가을 여행으로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길상사→우리옛돌박물관→상허이태준가옥(수연산방)→서울 성북동 최순우 가옥→성북동이종석별장→만해 한용운 심우장→삼청각→한양도성(숙정문-말바위전망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우리옛돌박물관→삼청각→만해 한용운 심우장→북정마을→길상사
둘째 날: 한국가구박물관→상허이태준가옥(수연산방)→서울 성북동 최순우 가옥→서울 선잠단지, 성북선잠박물관→성북동이종석별장→한양도성(숙정문-말바위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길상사 http://kilsangsa.info
- 성북문화관광 http://sb.go.kr/tour
- 정릉(문화재청 조선왕릉) http://royaltombs.cha.go.kr
- 최순우옛집(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www.nt-heritage.org/culturalHeritage/1
- 우리옛돌박물관 www.koreanstonemuseum.com
- 한양도성 http://seoulcitywall.seoul.go.kr  

문의 전화 
- 길상사 02)3672-5945
- 성북구청 문화체육과 02)2241-2632
- 정릉 02)914-5133
- 최순우옛집(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02)3675-3401~2
- 성북동이종석별장(덕수교회) 02)741-5161
- 상허이태준가옥(수연산방) 02)764-1736
- 만해 한용운 심우장 02) 2241-2652
- 우리옛돌박물관 02)986-1001
- 한양도성 숙정문안내소 02)747-2152(말바위안내소 02)765-0297)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성북02번 마을버스(평일 8~12분 간격, 주말 10~12분 간격 운행) 이용, 길상사 정류장 하차.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성삼운수 02)921-3411

자가운전
- 내부순환로 정릉 IC→성신여대입구역 방면 우회전→아리랑고개교차로에서 북악산로 성북구민회관 방면 우회전, 약 2.6km 이동→대사관로 삼청터널 방면 좌회전→한국가구박물관 방면 우회전→한국가구박물관 지나 선잠로5길로 좌회전→길상사
- 경복궁 옆 삼청로 삼청터널 방면 직진→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나 삼청로로 우회전, 3.2km 직진→선잠로5길로 좌회전→길상사

숙박 정보
- 모꼬지게스트하우스: 종로구 혜화로16길, 010-9389-2837, http://moggoji-house.com
- 성북동한옥은하수: 성북구 성북로10가길, 070-4190-9215, https://eunhasoothegalaxy.modoo.at
- 호텔디아티스트 성신여대점: 성북구 동소문로, 02) 921-9901, https://theartist.modoo.at
- H AVENUE 성신여대점: 성북구 동소문로, 02)929-9630, http://h-avenue.com/ branch5
- 혜화1938: 종로구 성균관로16길, 02)765-8542, www.hyehwa1938.com

식당 정보
- 금왕돈까스 본점(돈가스): 성북구 혜화로, 02)763-9366 
- 쌍다리돼지불백 본점(백반): 성북구 성북로23길, 02)743-0325, http://ssangdari.co.kr
- 성북동면옥집(냉면): 성북구 대사관로, 02)765-3450
- 밥짓고티우림(티우림정식): 성북구 성북로2길, 02)6349-4999, https://cafe.naver.com/teawoorim

주변 볼거리
간송미술관, 삼청각, 성북구립미술관, 북악스카이웨이, 성락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