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의붓아들 살해 사건 전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24:37
  • 호수 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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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우겠다 데려가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다섯 살짜리가 무차별 폭행을 당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의붓아버지가 무려 이틀간 아이를 각목으로 때렸다는 점이다. 그는 2년 전에도 아동학대로 징역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2017년 1월13일 이씨는 3세밖에 되지 않은 의붓아들 A군의 얼굴을 때렸다. 2개월 뒤인 3월2일에도 A군이 웅크리고 잔다는 이유만으로 다리를 들어 올린 뒤 바닥에 내리쳤다. 이틀 뒤 2세밖에 안된 둘째 아들에게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폭행하기도 했다. 이씨는 다친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 

예전에도…

2017년 1월13일부터 3월4일까지 A군을 비롯해 한 살 터울인 동생을 학대한 혐의로 이씨는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에 A군 형제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인천시 미추홀구 한 보육시설서 생활했다.

당시 이씨와 친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A군 형제가 생활하고 있는 보육시설을 찾아와 A군 형제를 귀가 조치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3월 법원으로부터 임시 보호명령이 내려져 계부와 친모에 대해 접근 및 통신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다음 해인 2018년 4월 계부 이씨에 대한 1심 선고(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후인 7월16일, A군에 대해 피해 아동 결정이 내려지면서 계부에 대해서만 접근 및 통신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친모에 대해서는 방임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A군 형제가 생활했던 보육원을 여러 차례 찾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해 10월 이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버 ‘미스터리 스토리텔러’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이씨가 공유한 유튜브 영상 제목은 ‘캐리어 가방서 발견된 한인 여성 토막시신’ ‘일본 꽃뱀 살인마’ ‘일본 3대 미제사건 콜라 독극물’ 등 해외 살인 사건이었다.

이외에도 ‘20년간 미제 이태원 살인사건’ ‘조두순 사건전말’ 등 국내서 발생한 살인사건 관련 영상도 공유했다. 

프로파일러 출신인 권일용 동국대학교 경찰사범대학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씨가 애초에 (다른 사람들과 더 큰)폭력적 성향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이 현재 상황과 어긋나 스트레스가 생길 때마다 (잔인한)영상물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씨는 피해아동결정 명령 만료일인 2019년 7월15일이 되자 지속해서 보육원을 방문해 아이들 귀가를 독촉했다. 이씨 부부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주 1회 상담을 빠지지 않는 등 12차례 대면상담을 받았다. 더불어 7차례에 걸쳐 부모교육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또 아이들 몸에 난 작은 상처나 발달이 더딘 점 등을 보육원 책임으로 돌리는 민원을 매일같이 넣으며 부성애를 보이기도 했다.  

3살 때부터 무차별 폭행
보육원에 핑계대고 피해
살인사건 관련 영상 공유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주말엔 집에 보내기도 했는데 아이들도 “보육원에 가기 싫다”고 엄마에게 매달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보호명령이 끝나자 8월30일 보육원을 찾아와 “아이들을 데리고 가겠다”고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보육원은 피해 아동 명령 연장신청 없이 아이들을 귀가 조치했다. 당시 이씨 부부는 “잘 키우겠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고 한다. 

그러나 이씨 부부의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부모교육과 가정방문을 위해 연락을 하면 이씨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지방에 있다”며 연락을 피했다. 
 

이씨는 보호기관의 감시가 없는 틈을 타 A군에게 폭력성을 드러냈다.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인천 미추홀구 자택서 A군의 손발을 케이블타이로 묶어 움직이게 못하게 고정한 뒤 1m 길이의 각목으로 얼굴과 팔다리를 폭행했다.

25시간가량 폭행을 한 이씨는 A군이 숨을 쉬지 않자 26일 밤 10시20분쯤에야 119에 전화해 “아이가 쓰러졌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아동학대를 의심한 소방당국은 경찰에 공동대응을 요청했고, 경찰과 119구급대는 이씨 집을 찾았다.

119구급대 등이 집에 도착했을 때 A군은 맥박은 뛰지 않았으며 눈 주변과 팔다리에 심한 타박상을 입은 상태였다.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받은 A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이씨는 경찰에 “자꾸 거짓말하고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아내도 “나도 폭행당한 상태서 ‘남편이 경찰에 알리면 다 죽이겠다’고 해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이씨를 긴급체포했지만, 범행 당시 A군의 사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피해자의 손발을 묶은 상태서 오랜 시간 동안 폭행을 반복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모도 피해자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서 “당시 신고를 하지 못한 친모는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확률이 높다. 역스톡홀름 증후군으로 인한 공포심으로 극한의 상황서 범죄자에게 심리가 동화될 수 있다. 범죄자를 미워하게 되면 본인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범죄 행위에 대해 동조하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친아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유정의 남은 의혹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이 의붓아들도 살해했다는 경찰의 결론이 나왔다.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는 의붓아들 사망 사건을 고유정의 범행으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경찰은 고유전과 현재 남편 홍모씨를 살인과 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입건해 수사해왔다. 경찰은 홍씨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6개월간 수사 자료를 토대로 국내 저명한 법의학자와 법률자문가, 프로파일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자문을 거쳐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범행 도구 등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하진 못했으나 홍씨의 모발에서 검출된 수면 유도제 성분과 의붓아들 사망 전후 의심할 만한 여러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유정의 의붓아들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10분경 충북 청주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의붓아들이 엎드린 채 전신이 10분 이상 눌려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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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