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법무·검찰개혁위 16인은 누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19:12
  • 호수 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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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들고…각계 어벤져스 뭉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본격적인 검찰 개혁에 착수했다.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학계·언론·법조계·시민단체·현직 검사 등 총 16명을 위원으로 구성했다. 각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 발언하는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권의 행사방식, 수사 관행, 조직 문화 등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국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인권을 존중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권 행사 및 조직 운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윤 총장에게도 이같이 지시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민변 출신 
변호사 위원장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개혁의 공동주체이고, 또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법 제도적 개혁에 관해서는 법무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검찰권의 행사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서는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즉각 검찰 개혁 정책을 뒷받침할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첫 회의 직후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위한 1호 권고를 내놨다. 위원회는 매주 회의가 끝날 때마다 권고안을 내놓는 속도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도 “속도감 있게, 과감하게 (검찰개혁 방안을) 제안해달라”고 위원들에게 요구했다. 


법무부는 민변 사법위원장 출신인 김남준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2기 위원은 김 변호사를 포함해 16명으로 구성됐다. 1기 위원회와 달리 현직 검사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형사부 근무 경력이 풍부한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1명, 검찰수사관 1명이 등이다 

위원회는 입법 없이도 실현 가능한 법무·검찰개혁방안을 마련해 조국 장관에게 권고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다음으로 위원회 16인들이 누군지 살펴봤다. 

[김남준]

김남준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5∼2006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맡았으며, 2010∼2012년 민변 사법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으며 검찰개혁 공약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권력기관 개혁을 담당한 ‘국민주권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제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검찰개혁 법안의 대가로 알려졌다. 평소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김 위원장이 주도할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최근 조 장관 수사로 다시 검찰개혁의 화두가 된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 및 특수부 폐지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기념촬영 갖는 검찰개혁관리위원회 위원들

[이탄희]


이탄희 전 판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이 전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이른바 ‘내부 고발자’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돼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열기로 한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과정서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시를 거부했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이 전 판사를 원 소속인 수원지법으로 복귀시켰으나 발령 취소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사태가 시작됐다. 

‘조국 인터뷰’ 언론사 기자부터 
‘사법 농단’ 폭로 전직 판사까지

지난 1월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사직서 제출 사실을 알렸던 이 전 판사는 현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최근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내 권력 분산 등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민]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김용민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김 변호사는 과거사위서 김학의 사건 주심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였던 유우성씨를 변호했다.

김 변호사는 2014년 일명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서 국정원의 증거조작사실 사건에 대한 수사 당시 국정원이 위장사무실과 허위공문서 등을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증거인멸 및 공범을 은닉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폭로했다. 

[권영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출신인 권영빈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1966년생인 권 변호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8년 2월 검찰을 떠났다. 2012년 10월에는 이명박정부 내곡동 사저 특검의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했고, 2015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2017년 4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일했다.

[오선희]

검사 출신인 오선희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1973년생인 오 변호사는 200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17년 8월 검찰을 떠났다. 2018년 2월부터 8월까지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 변호사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두 번째 피해자라고 주장한 A씨의 법률대리인을 맡기도 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인 오선희 변호사(여, 사법연수원 23기)와는 동명이인이다.

[이석범]


국정원 법제관 출신 이석범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 국정원 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외 헌법재판소 특별위원과 천주교 인권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변호사는 박근혜정부 시절 한국사 국정교과서 고시 헌법소원을 직접 냈다.   
 

▲ 검찰개혁관리위원들과 악수 나누는 조국 법무부장관

[장여경]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1998년 정보인권 시민단체인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만들고 ‘정보 인권’ 분야서 20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 실명제, 표현의 자유 등 개인 정보 보호에 앞장섰다. 또 국가권력 기관인 검찰, 경찰에 국정원의 도·김청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현경]

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이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이 사무처장은 오랫동안 성평등과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했다. 

[천관율]
주간지 <시사인>의 천관율 기자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시사인>은 조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인터뷰한 매체다. 천 기자는 앞서 기사를 통해 “지금 검찰은 특수부가 독주한다는 평가가 많다. ‘특수통 칼잡이’ 중에서도 슈퍼스타인 윤석열 검사가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특수부의 ‘위험한 권능’은 정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황문규]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첫 자치경찰제 정부안의 기초를 다졌다. 황 교수는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 자치경찰제 특별위원,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한국경찰연구학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유승익]

유승익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그는 헌법학자로 자치분권의 권위자다. 

이외 조 장관 지시로 검사 2명, 현직 검찰수사관 1명, 법무부 서기관 1명이 법무·검찰개혁위원에 임명됐다. 현직 검사 중에선 전윤경 부장검사(사법연수원 교수), 임정빈 검사(울산지방검찰청)가 개혁위에 참여했다. 

부장검사·검찰수사관 참여 
비주류 검사도 포함 눈길

1974년생인 전 부장검사는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검 남부지청을 시작으로 대전지검 서산지청,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제주지검, 서울북부지검,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일했다.

특히 2012년 6월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수료(검사 국외훈련) 후 2014년 8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성균관대, 한양대, 강원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에 겸임교수로 파견되기도 했다. 2017년 8월부터 현재까지 사법연수원 교수를 맡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이석범 변호사,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1984년생인 임정빈 검사(남, 사법연수원 44기)는 201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서부지검, 청주지검 제천지청을 거쳐 현재 울산지검서 근무 중이다. 2007년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한 임 검사는 검사 재직 전인 2007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경찰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사법시험 합격 전 충남대 대학원 법학과를 수료(형사법 전공)하기도 했다.

초고강도  
수술 집도

지난달 30일 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한 조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 방안을 국민 눈높이서 마련하고, 특히 비입법적 조치로 실현 가능한 법무·검찰개혁방안을 신속히 제안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남준 위원장은 “지난 주말 100만명이 넘는 주권자들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했다”며 “지금 이 순간까지 적폐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개혁이 부족하다며 이 정부를 채찍질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발족식에 이어 개최된 1차 전체회의서 첫 안건으로 형사부·공판부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이날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 등을 위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검사 전보 및 보직 관리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위한 실무작업에 즉시 착수하라”는 1호 권고를 내렸다. 이를 위한 관련 자료도 신속히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검찰의 직접수사, 인지부서 수사가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기에 검찰 본연의 기능인 형사·공판부로 중심을 이동하자는 취지”라며 “검찰수사권을 강화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서 유무죄를 다투는 공판부 검사가 열심히 일해도 승진이나 요직 발령은 20%밖에 안 되는 특수부 검사들이 독점한다”며 “국민들의 검찰개혁 요구를 담아 검찰조직을 개편하고 공정한 인사를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매주 1회 정기회의를 열 예정이며, 필요한 경우 임시회의를 열어 개혁 안건들을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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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