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법무·검찰개혁위 16인은 누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19:12
  • 호수 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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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들고…각계 어벤져스 뭉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본격적인 검찰 개혁에 착수했다.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학계·언론·법조계·시민단체·현직 검사 등 총 16명을 위원으로 구성했다. 각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 발언하는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권의 행사방식, 수사 관행, 조직 문화 등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국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인권을 존중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권 행사 및 조직 운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윤 총장에게도 이같이 지시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민변 출신 
변호사 위원장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개혁의 공동주체이고, 또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법 제도적 개혁에 관해서는 법무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검찰권의 행사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서는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즉각 검찰 개혁 정책을 뒷받침할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첫 회의 직후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위한 1호 권고를 내놨다. 위원회는 매주 회의가 끝날 때마다 권고안을 내놓는 속도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도 “속도감 있게, 과감하게 (검찰개혁 방안을) 제안해달라”고 위원들에게 요구했다. 


법무부는 민변 사법위원장 출신인 김남준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2기 위원은 김 변호사를 포함해 16명으로 구성됐다. 1기 위원회와 달리 현직 검사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형사부 근무 경력이 풍부한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1명, 검찰수사관 1명이 등이다 

위원회는 입법 없이도 실현 가능한 법무·검찰개혁방안을 마련해 조국 장관에게 권고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다음으로 위원회 16인들이 누군지 살펴봤다. 

[김남준]

김남준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5∼2006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맡았으며, 2010∼2012년 민변 사법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으며 검찰개혁 공약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권력기관 개혁을 담당한 ‘국민주권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제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검찰개혁 법안의 대가로 알려졌다. 평소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김 위원장이 주도할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최근 조 장관 수사로 다시 검찰개혁의 화두가 된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 및 특수부 폐지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기념촬영 갖는 검찰개혁관리위원회 위원들

[이탄희]


이탄희 전 판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이 전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이른바 ‘내부 고발자’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돼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열기로 한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과정서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시를 거부했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이 전 판사를 원 소속인 수원지법으로 복귀시켰으나 발령 취소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사태가 시작됐다. 

‘조국 인터뷰’ 언론사 기자부터 
‘사법 농단’ 폭로 전직 판사까지

지난 1월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사직서 제출 사실을 알렸던 이 전 판사는 현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최근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내 권력 분산 등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민]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김용민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김 변호사는 과거사위서 김학의 사건 주심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였던 유우성씨를 변호했다.

김 변호사는 2014년 일명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서 국정원의 증거조작사실 사건에 대한 수사 당시 국정원이 위장사무실과 허위공문서 등을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증거인멸 및 공범을 은닉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폭로했다. 

[권영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출신인 권영빈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1966년생인 권 변호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8년 2월 검찰을 떠났다. 2012년 10월에는 이명박정부 내곡동 사저 특검의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했고, 2015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2017년 4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일했다.

[오선희]

검사 출신인 오선희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1973년생인 오 변호사는 200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17년 8월 검찰을 떠났다. 2018년 2월부터 8월까지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 변호사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두 번째 피해자라고 주장한 A씨의 법률대리인을 맡기도 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인 오선희 변호사(여, 사법연수원 23기)와는 동명이인이다.

[이석범]


국정원 법제관 출신 이석범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 국정원 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외 헌법재판소 특별위원과 천주교 인권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변호사는 박근혜정부 시절 한국사 국정교과서 고시 헌법소원을 직접 냈다.   
 

▲ 검찰개혁관리위원들과 악수 나누는 조국 법무부장관

[장여경]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1998년 정보인권 시민단체인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만들고 ‘정보 인권’ 분야서 20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 실명제, 표현의 자유 등 개인 정보 보호에 앞장섰다. 또 국가권력 기관인 검찰, 경찰에 국정원의 도·김청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현경]

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이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이 사무처장은 오랫동안 성평등과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했다. 

[천관율]
주간지 <시사인>의 천관율 기자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시사인>은 조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인터뷰한 매체다. 천 기자는 앞서 기사를 통해 “지금 검찰은 특수부가 독주한다는 평가가 많다. ‘특수통 칼잡이’ 중에서도 슈퍼스타인 윤석열 검사가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특수부의 ‘위험한 권능’은 정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황문규]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첫 자치경찰제 정부안의 기초를 다졌다. 황 교수는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 자치경찰제 특별위원,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한국경찰연구학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유승익]

유승익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그는 헌법학자로 자치분권의 권위자다. 

이외 조 장관 지시로 검사 2명, 현직 검찰수사관 1명, 법무부 서기관 1명이 법무·검찰개혁위원에 임명됐다. 현직 검사 중에선 전윤경 부장검사(사법연수원 교수), 임정빈 검사(울산지방검찰청)가 개혁위에 참여했다. 

부장검사·검찰수사관 참여 
비주류 검사도 포함 눈길

1974년생인 전 부장검사는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검 남부지청을 시작으로 대전지검 서산지청,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제주지검, 서울북부지검,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일했다.

특히 2012년 6월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수료(검사 국외훈련) 후 2014년 8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성균관대, 한양대, 강원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에 겸임교수로 파견되기도 했다. 2017년 8월부터 현재까지 사법연수원 교수를 맡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이석범 변호사,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1984년생인 임정빈 검사(남, 사법연수원 44기)는 201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서부지검, 청주지검 제천지청을 거쳐 현재 울산지검서 근무 중이다. 2007년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한 임 검사는 검사 재직 전인 2007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경찰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사법시험 합격 전 충남대 대학원 법학과를 수료(형사법 전공)하기도 했다.

초고강도  
수술 집도

지난달 30일 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한 조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 방안을 국민 눈높이서 마련하고, 특히 비입법적 조치로 실현 가능한 법무·검찰개혁방안을 신속히 제안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남준 위원장은 “지난 주말 100만명이 넘는 주권자들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했다”며 “지금 이 순간까지 적폐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개혁이 부족하다며 이 정부를 채찍질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발족식에 이어 개최된 1차 전체회의서 첫 안건으로 형사부·공판부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이날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 등을 위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검사 전보 및 보직 관리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위한 실무작업에 즉시 착수하라”는 1호 권고를 내렸다. 이를 위한 관련 자료도 신속히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검찰의 직접수사, 인지부서 수사가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기에 검찰 본연의 기능인 형사·공판부로 중심을 이동하자는 취지”라며 “검찰수사권을 강화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서 유무죄를 다투는 공판부 검사가 열심히 일해도 승진이나 요직 발령은 20%밖에 안 되는 특수부 검사들이 독점한다”며 “국민들의 검찰개혁 요구를 담아 검찰조직을 개편하고 공정한 인사를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매주 1회 정기회의를 열 예정이며, 필요한 경우 임시회의를 열어 개혁 안건들을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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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