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법무·검찰개혁위 16인은 누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19:12
  • 호수 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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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들고…각계 어벤져스 뭉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본격적인 검찰 개혁에 착수했다.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학계·언론·법조계·시민단체·현직 검사 등 총 16명을 위원으로 구성했다. 각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 발언하는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권의 행사방식, 수사 관행, 조직 문화 등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국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인권을 존중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권 행사 및 조직 운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윤 총장에게도 이같이 지시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민변 출신 
변호사 위원장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개혁의 공동주체이고, 또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법 제도적 개혁에 관해서는 법무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검찰권의 행사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서는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즉각 검찰 개혁 정책을 뒷받침할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첫 회의 직후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위한 1호 권고를 내놨다. 위원회는 매주 회의가 끝날 때마다 권고안을 내놓는 속도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도 “속도감 있게, 과감하게 (검찰개혁 방안을) 제안해달라”고 위원들에게 요구했다. 


법무부는 민변 사법위원장 출신인 김남준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2기 위원은 김 변호사를 포함해 16명으로 구성됐다. 1기 위원회와 달리 현직 검사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형사부 근무 경력이 풍부한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1명, 검찰수사관 1명이 등이다 

위원회는 입법 없이도 실현 가능한 법무·검찰개혁방안을 마련해 조국 장관에게 권고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다음으로 위원회 16인들이 누군지 살펴봤다. 

[김남준]

김남준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5∼2006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맡았으며, 2010∼2012년 민변 사법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으며 검찰개혁 공약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권력기관 개혁을 담당한 ‘국민주권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제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검찰개혁 법안의 대가로 알려졌다. 평소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김 위원장이 주도할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최근 조 장관 수사로 다시 검찰개혁의 화두가 된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 및 특수부 폐지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기념촬영 갖는 검찰개혁관리위원회 위원들

[이탄희]


이탄희 전 판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이 전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이른바 ‘내부 고발자’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돼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열기로 한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과정서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시를 거부했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이 전 판사를 원 소속인 수원지법으로 복귀시켰으나 발령 취소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사태가 시작됐다. 

‘조국 인터뷰’ 언론사 기자부터 
‘사법 농단’ 폭로 전직 판사까지

지난 1월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사직서 제출 사실을 알렸던 이 전 판사는 현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최근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내 권력 분산 등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민]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김용민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김 변호사는 과거사위서 김학의 사건 주심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였던 유우성씨를 변호했다.

김 변호사는 2014년 일명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서 국정원의 증거조작사실 사건에 대한 수사 당시 국정원이 위장사무실과 허위공문서 등을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증거인멸 및 공범을 은닉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폭로했다. 

[권영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출신인 권영빈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1966년생인 권 변호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8년 2월 검찰을 떠났다. 2012년 10월에는 이명박정부 내곡동 사저 특검의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했고, 2015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2017년 4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일했다.

[오선희]

검사 출신인 오선희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1973년생인 오 변호사는 200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17년 8월 검찰을 떠났다. 2018년 2월부터 8월까지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 변호사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두 번째 피해자라고 주장한 A씨의 법률대리인을 맡기도 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인 오선희 변호사(여, 사법연수원 23기)와는 동명이인이다.

[이석범]


국정원 법제관 출신 이석범 변호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 국정원 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외 헌법재판소 특별위원과 천주교 인권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변호사는 박근혜정부 시절 한국사 국정교과서 고시 헌법소원을 직접 냈다.   
 

▲ 검찰개혁관리위원들과 악수 나누는 조국 법무부장관

[장여경]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1998년 정보인권 시민단체인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만들고 ‘정보 인권’ 분야서 20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 실명제, 표현의 자유 등 개인 정보 보호에 앞장섰다. 또 국가권력 기관인 검찰, 경찰에 국정원의 도·김청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현경]

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이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이 사무처장은 오랫동안 성평등과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했다. 

[천관율]
주간지 <시사인>의 천관율 기자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시사인>은 조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인터뷰한 매체다. 천 기자는 앞서 기사를 통해 “지금 검찰은 특수부가 독주한다는 평가가 많다. ‘특수통 칼잡이’ 중에서도 슈퍼스타인 윤석열 검사가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특수부의 ‘위험한 권능’은 정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황문규]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첫 자치경찰제 정부안의 기초를 다졌다. 황 교수는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 자치경찰제 특별위원,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한국경찰연구학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유승익]

유승익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법무·검찰개혁위원 위원에 임명됐다. 그는 헌법학자로 자치분권의 권위자다. 

이외 조 장관 지시로 검사 2명, 현직 검찰수사관 1명, 법무부 서기관 1명이 법무·검찰개혁위원에 임명됐다. 현직 검사 중에선 전윤경 부장검사(사법연수원 교수), 임정빈 검사(울산지방검찰청)가 개혁위에 참여했다. 

부장검사·검찰수사관 참여 
비주류 검사도 포함 눈길

1974년생인 전 부장검사는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검 남부지청을 시작으로 대전지검 서산지청,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제주지검, 서울북부지검,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일했다.

특히 2012년 6월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수료(검사 국외훈련) 후 2014년 8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성균관대, 한양대, 강원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에 겸임교수로 파견되기도 했다. 2017년 8월부터 현재까지 사법연수원 교수를 맡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이석범 변호사,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1984년생인 임정빈 검사(남, 사법연수원 44기)는 201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서부지검, 청주지검 제천지청을 거쳐 현재 울산지검서 근무 중이다. 2007년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한 임 검사는 검사 재직 전인 2007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경찰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사법시험 합격 전 충남대 대학원 법학과를 수료(형사법 전공)하기도 했다.

초고강도  
수술 집도

지난달 30일 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한 조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 방안을 국민 눈높이서 마련하고, 특히 비입법적 조치로 실현 가능한 법무·검찰개혁방안을 신속히 제안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남준 위원장은 “지난 주말 100만명이 넘는 주권자들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했다”며 “지금 이 순간까지 적폐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개혁이 부족하다며 이 정부를 채찍질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발족식에 이어 개최된 1차 전체회의서 첫 안건으로 형사부·공판부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이날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 등을 위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검사 전보 및 보직 관리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위한 실무작업에 즉시 착수하라”는 1호 권고를 내렸다. 이를 위한 관련 자료도 신속히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검찰의 직접수사, 인지부서 수사가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기에 검찰 본연의 기능인 형사·공판부로 중심을 이동하자는 취지”라며 “검찰수사권을 강화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서 유무죄를 다투는 공판부 검사가 열심히 일해도 승진이나 요직 발령은 20%밖에 안 되는 특수부 검사들이 독점한다”며 “국민들의 검찰개혁 요구를 담아 검찰조직을 개편하고 공정한 인사를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매주 1회 정기회의를 열 예정이며, 필요한 경우 임시회의를 열어 개혁 안건들을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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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