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드디어 ‘키 잡은’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

이순신 정신으로 ‘도쿄 사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한요트협회 유준상호가 정식 출범했다. 회장 당선 이후 14개월 만이다. 낮은 재정자립도, 국민의 무관심 등 유준상호 앞에 놓인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도쿄올림픽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유 회장은 이미 많은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운동권 학생, 대기업 직원, 사업가, 국회의원, 시민단체 대표, 스포츠 종목단체 회장.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이하 요트협회) 회장은 왕성한 활동력으로 유명하다. 스스로 바쁘지 않으면 못 견딘다고 할 만큼 빡빡한 일정을 즐긴다. 지난해 5월 유 회장의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회장선거에 단독 출마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그에게 대한체육회에서 인준 불가를 통보한 것.

비인기 종목

대한체육회는 유 회장이 연임 제한에 걸린다고 판단했다. 20091월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에 취임한 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연임한 유 회장이 3연임 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년 넘게 이어진 법정 다툼서 법원은 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선장 없는 배신세였던 요트협회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했다. 재정자립도는 대한체육회 최저 수준인 6%까지 떨어졌다. 인지도와 관심도가 낮은 비인기 종목의 설움도 계속됐다. 100회째를 맞은 전국체전과 내년 일본 도쿄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 지원과 관리도 열악했다.

유 회장은 지난달 20‘2019 대한요트협회장배 전국요트대회서 공식 취임을 알리고 본격적으로 업무에 돌입했다. 그와 동시에 소송 기간 동안 요트협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물밑서 그리던 로드맵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유 회장은 전국체전과 도쿄올림픽, 더 나아가 요트에 대한 국민인식 변화까지 큰 그림을 이미 그려둔 상태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대한요트협회 여의도 사무실서 유 회장을 만났다. 이하 유 회장과의 일문일답.

-드디어 공식 취임했다.

회장으로 취임해서 보니까 요트협회는 완전히 정체된 상태였다. 배로 말하면 선장이 없는 셈이었다. 지금보다 더 빨리 취임했더라면 흐트러진 요트협회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개선하고 발전시켰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공식 취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사필귀정이라고 여겼다. 소송을 제기했을 때 반드시 이긴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경기종목단체의 장은 대의원들의 투표로 뽑는다. 투표로 선출한 회장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인준 여부를 두고 갑질을 했다. 대한체육회 인준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실제로 대한체육회서 인준제도 폐지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소송 끝에 공식 취임
취임식 없이 전국대회로 업무 시작

-취임식 대신 전국대회를 열었다.

2019년도 예산·결산에 요트협회장배 전국대회가 없었다. 예산을 수정해 새로 만든 이사회서 의결했다. 100회 전국체전을 대비해 경기 수역과 시설을 점검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주변서 취임식을 하라는 말이 많았지만 그보다는 전문체육인과 생활체육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나는 그동안 취임식을 해본 적이 없다.

-소송이 끝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항소심 선고가 난 이후 여러 가지를 구상했다. 먼저 이사들을 물갈이해 새로운 진용을 꾸렸다. 여성위원회 등 특별위원회도 여러 개 만들었다. 전국체전 준비도 마쳤다. 현재 17개 시·160명의 선수 등록을 마친 상태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위한 준비도 순조롭다.
 

-요트 종목은 올림픽서 메달이 없다.

요트는 아시안게임서 꾸준히 메달을 안겨준 효자 종목이다. 올림픽에서는 메달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도쿄올림픽 요트 경기가 열리는 일본 에노시마의 수역은 우리나라의 부산과 비슷하다. 일종의 홈그라운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최근 열린 대회서 우리나라 요트대표팀은 전체 4, 7위를 기록했다. 메달권 레이스에 들어갈 수 있다. 성웅 이순신의 정신으로 싸우다보면 금메달을 가져올 수 있지 않겠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일단 올림픽 티켓을 확보해야 한다. 올림픽은 10개의 요트종목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 중 5개만 육성한다. 이미 2개는 확보했다. 12월 중국서 1개를 따내면 올해 말까지 총 3개를 확보한다. 내년까지 2개를 추가하면 5개 종목에 참가할 수 있다. 내년 4월부터 올림픽이 열리는 7월까지 일본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유능한 코치를 영입해 선수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요트 종목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낮다.

그래서 내년 도쿄올림픽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메달권으로 진입한다면 국민들이 요트에 가지고 있는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다. 현재는 요트를 부자들만 할 수 있는 웰빙 스포츠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골프도 한때는 귀족 스포츠로 불렸다. 지금은 많이 대중화되지 않았나. 승마도 말 산업이 발전하면서 대중과 가까워졌다. 요트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요트협회서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올림픽서 메달권 진입 목표로
내년 4월부터 일본에 베이스캠프

-2019/2020 클리퍼 세계일주 요트대회에 우리나라 이매진유어코리아호가 출전했다.

클리퍼 대회는 11개월간 세계의 바다를 횡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매진유어코리아(Imagine your Korea)호가 지난달 1일 영국서 출발했다. 요트협회가 후원하고 있다. 한 가지 목표는 우리나라 여수나 부산을 기항지로 하는 클리퍼 대회를 유치하는 것이다. 해양 관광, 레저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서 홍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 중에 꼭 이뤄내고 싶은 게 있다면.

초등학교 때부터 의무교육으로 생존수영을 배울 수 있게 하고, 중학교에서는 체험학습, 대학교에는 요트학과를 만드는 방식으로 요트 스포츠 보급에 힘쓰고 싶다. 또 마리나(선박을 위한 항구) 산업의 확장과 엘리트체육·생활체육의 통합을 통해 요트를 국민의 스포츠로 만들려 한다. 마이카 시대서 마이요트 시대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유 회장은 2009년부터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을 맡아 사이버 보안전문가를 키워낸 한국 해커의 아버지. 그가 훈련시킨 교육생과 멘토들이 2015년과 2018년 세계대회를 두 번이나 제패했다.

대표 스포츠로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역임 당시엔 선수들이 금메달 15, 은메달 15, 동메달 9개 등 39개의 메달을 쓸어오기도 했다. ‘포기는 곧 실패로 여기며 부단히 쏟아 부은 노력은 유 회장을 스포츠계 마이다스의 손으로 만들었다유 회장은 요트 종목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서로 소통하자. 잘못된 것을 혁신시키자. 그리고 화합하자. 3가지를 키워드로 요트협회를 꾸려갈 생각이다. 요트가 우리나라의 대표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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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