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드디어 ‘키 잡은’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

이순신 정신으로 ‘도쿄 사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한요트협회 유준상호가 정식 출범했다. 회장 당선 이후 14개월 만이다. 낮은 재정자립도, 국민의 무관심 등 유준상호 앞에 놓인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도쿄올림픽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유 회장은 이미 많은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운동권 학생, 대기업 직원, 사업가, 국회의원, 시민단체 대표, 스포츠 종목단체 회장.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이하 요트협회) 회장은 왕성한 활동력으로 유명하다. 스스로 바쁘지 않으면 못 견딘다고 할 만큼 빡빡한 일정을 즐긴다. 지난해 5월 유 회장의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회장선거에 단독 출마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그에게 대한체육회에서 인준 불가를 통보한 것.

비인기 종목

대한체육회는 유 회장이 연임 제한에 걸린다고 판단했다. 20091월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에 취임한 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연임한 유 회장이 3연임 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년 넘게 이어진 법정 다툼서 법원은 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선장 없는 배신세였던 요트협회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했다. 재정자립도는 대한체육회 최저 수준인 6%까지 떨어졌다. 인지도와 관심도가 낮은 비인기 종목의 설움도 계속됐다. 100회째를 맞은 전국체전과 내년 일본 도쿄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 지원과 관리도 열악했다.

유 회장은 지난달 20‘2019 대한요트협회장배 전국요트대회서 공식 취임을 알리고 본격적으로 업무에 돌입했다. 그와 동시에 소송 기간 동안 요트협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물밑서 그리던 로드맵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유 회장은 전국체전과 도쿄올림픽, 더 나아가 요트에 대한 국민인식 변화까지 큰 그림을 이미 그려둔 상태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대한요트협회 여의도 사무실서 유 회장을 만났다. 이하 유 회장과의 일문일답.

-드디어 공식 취임했다.

회장으로 취임해서 보니까 요트협회는 완전히 정체된 상태였다. 배로 말하면 선장이 없는 셈이었다. 지금보다 더 빨리 취임했더라면 흐트러진 요트협회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개선하고 발전시켰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공식 취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사필귀정이라고 여겼다. 소송을 제기했을 때 반드시 이긴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경기종목단체의 장은 대의원들의 투표로 뽑는다. 투표로 선출한 회장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인준 여부를 두고 갑질을 했다. 대한체육회 인준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실제로 대한체육회서 인준제도 폐지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소송 끝에 공식 취임
취임식 없이 전국대회로 업무 시작

-취임식 대신 전국대회를 열었다.


2019년도 예산·결산에 요트협회장배 전국대회가 없었다. 예산을 수정해 새로 만든 이사회서 의결했다. 100회 전국체전을 대비해 경기 수역과 시설을 점검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주변서 취임식을 하라는 말이 많았지만 그보다는 전문체육인과 생활체육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나는 그동안 취임식을 해본 적이 없다.

-소송이 끝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항소심 선고가 난 이후 여러 가지를 구상했다. 먼저 이사들을 물갈이해 새로운 진용을 꾸렸다. 여성위원회 등 특별위원회도 여러 개 만들었다. 전국체전 준비도 마쳤다. 현재 17개 시·160명의 선수 등록을 마친 상태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위한 준비도 순조롭다.
 

-요트 종목은 올림픽서 메달이 없다.

요트는 아시안게임서 꾸준히 메달을 안겨준 효자 종목이다. 올림픽에서는 메달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도쿄올림픽 요트 경기가 열리는 일본 에노시마의 수역은 우리나라의 부산과 비슷하다. 일종의 홈그라운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최근 열린 대회서 우리나라 요트대표팀은 전체 4, 7위를 기록했다. 메달권 레이스에 들어갈 수 있다. 성웅 이순신의 정신으로 싸우다보면 금메달을 가져올 수 있지 않겠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일단 올림픽 티켓을 확보해야 한다. 올림픽은 10개의 요트종목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 중 5개만 육성한다. 이미 2개는 확보했다. 12월 중국서 1개를 따내면 올해 말까지 총 3개를 확보한다. 내년까지 2개를 추가하면 5개 종목에 참가할 수 있다. 내년 4월부터 올림픽이 열리는 7월까지 일본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유능한 코치를 영입해 선수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요트 종목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낮다.

그래서 내년 도쿄올림픽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메달권으로 진입한다면 국민들이 요트에 가지고 있는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다. 현재는 요트를 부자들만 할 수 있는 웰빙 스포츠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골프도 한때는 귀족 스포츠로 불렸다. 지금은 많이 대중화되지 않았나. 승마도 말 산업이 발전하면서 대중과 가까워졌다. 요트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요트협회서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올림픽서 메달권 진입 목표로
내년 4월부터 일본에 베이스캠프

-2019/2020 클리퍼 세계일주 요트대회에 우리나라 이매진유어코리아호가 출전했다.

클리퍼 대회는 11개월간 세계의 바다를 횡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매진유어코리아(Imagine your Korea)호가 지난달 1일 영국서 출발했다. 요트협회가 후원하고 있다. 한 가지 목표는 우리나라 여수나 부산을 기항지로 하는 클리퍼 대회를 유치하는 것이다. 해양 관광, 레저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서 홍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 중에 꼭 이뤄내고 싶은 게 있다면.

초등학교 때부터 의무교육으로 생존수영을 배울 수 있게 하고, 중학교에서는 체험학습, 대학교에는 요트학과를 만드는 방식으로 요트 스포츠 보급에 힘쓰고 싶다. 또 마리나(선박을 위한 항구) 산업의 확장과 엘리트체육·생활체육의 통합을 통해 요트를 국민의 스포츠로 만들려 한다. 마이카 시대서 마이요트 시대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유 회장은 2009년부터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을 맡아 사이버 보안전문가를 키워낸 한국 해커의 아버지. 그가 훈련시킨 교육생과 멘토들이 2015년과 2018년 세계대회를 두 번이나 제패했다.

대표 스포츠로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역임 당시엔 선수들이 금메달 15, 은메달 15, 동메달 9개 등 39개의 메달을 쓸어오기도 했다. ‘포기는 곧 실패로 여기며 부단히 쏟아 부은 노력은 유 회장을 스포츠계 마이다스의 손으로 만들었다유 회장은 요트 종목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서로 소통하자. 잘못된 것을 혁신시키자. 그리고 화합하자. 3가지를 키워드로 요트협회를 꾸려갈 생각이다. 요트가 우리나라의 대표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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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