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노리는’ 황교안 사람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03:36
  • 호수 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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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깎고…충성은 언제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서 벌어지는 경쟁이다. 표면적으로는 ‘조국 사태’에 집중하는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공천이라는 잿밥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정가서 나온다. 당 대표에게 눈도장 받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황교안 대표의 주변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경쟁을 추적했다. 
 

▲ 검찰 출석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실 보좌진은 최근 들어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자신이 모시는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정책적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해당 보좌진은 최근 <일요시사>에 “의원이 동료 의원들을 너무 안 만나려 한다”고 푸념했다. 

여러 모로
힘드네…

국회 보좌진들은 행사나 집회가 있을 때면 의원에게 “당 대표 옆에 있으시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당 대표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함이다. 한 국회 보좌진은 주량이 약한 자신의 의원에게 “술자리가 있으면 마다하지 말고 가지시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굳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자리를 지키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공천은 정책 능력보다 당내 역학관계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으며 이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눈도장 경쟁’은 한국당서 더욱 눈에 띄는 양상이다. 바로 ‘조국 사태’라는 확실한 무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최근 릴레이 삭발을 진행했다. 시작은 이언주 의원이었지만, 황교안 대표의 삭발이 기폭제였다. 현역 국회의원은 10명, 원외인사까지 합하면 20명 이상이 삭발에 동참했다. 


삭발한 현역 의원 대부분은 대구경북(TK)‧부산경남(PK) 출마가 예상된다. 정가는 이 의원이 부산 영도로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구 동대구역 3번 출구 앞에서 삭발식을 가진 강효상 의원은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이다. 

이외에도 이주영 국회 부의장은 경남 창원 마산합포, 김석기 의원은 경북 경주, 이만희 의원은 경북 영천‧청도, 최교일 의원은 경북 영주‧문경‧예천, 장석춘 의원은 경북 구미을의 당협위원장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 삭발 중인 이언주 무소속 의원

원외 인사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 울산점 앞 광장서 삭발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21대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그 외 홍태용 경남 김해갑, 박영문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정순천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 등이 삭발을 했다. 

비록 TK‧PK에 기반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수도권 복당파 의원들도 황 대표와 뜻을 함께했다. 삭발을 한 박인숙 의원과 단식에 들어간 이학재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당에서 바른미래당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온 의원들이다. 공천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력이다.

삭발은
TK만?

정치권은 TK‧PK 지역서 일어난 삭발 쏠림현상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삭발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앞서 논평을 통해 “삭발과 단식이 ‘총선행 급행열차 표’라는 의심까지 일고 있다”며 “이 의원은 한국당 입당이 오늘내일 하는 정치인이며, 삭발한 박 의원과 단식에 들어간 이 의원은 공교롭게도 한국당에서 탈당해 바른미래당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한국당으로 복당한 철새 정치인들”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지원 의원은 정치인이 하지 말아야 할 3가지 쇼로 단식쇼, 삭발쇼, 사퇴쇼를 꼽았다. 나는 거기에 ‘공천쇼’를 더하고 싶다. 공천쇼란 정치적 주목도를 키워 공천 가능성을 높일 목적으로 벌이는 온갖 작위적인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삭발 릴레이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자. 선거구가 한국당 텃밭이어서 본인 잘잘못을 떠나 전략공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큰 곳인 경우(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박인숙 의원), 한국당 텃밭을 차지했지만 당 지도부가 바뀐 데다 본인 잘못이 누적된 경우(강효상 의원), 정치 지형이 달라지지 않으면 정치적 미아가 될 경우(이언주 의원),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기 때문에 정부여당에 큰 타격을 주지 않으면 자리부터가 위태로운 경우(황교안 대표)”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 역시 정론관서 마이크를 잡고 “‘한국당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삭발을 해야 한다’라는 소문이 세간에 돈다”며 “한국당이 공천 경쟁이라는 의심을 뚫고 민생 경쟁을 할 때 국민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TK‧PK 쏠림현상 나타나, 왜? 
본선보다 공천이 더 힘들어

정치권은 황 대표 삭발 이후 거리집회서 그를 수행하는 인사들의 면면에도 주목하고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이 황 대표의 측근 또는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사라는 것이다.

황 대표는 지난달 28일 동대구역서 열린 ‘문재인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TK 합동집회’에 참석했다. 현장에는 TK 출신 국회의원, 원외당협위원장, 당원 및 지지자들이 운집했다. 
 

▲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서 단식 중이던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추경호, 최교일, 정종섭, 곽상도, 박명재, 김광림, 임이자 의원 등이 황 대표를 보좌했다. 모두 ‘황의 사람들’로 분류된다. 

추 의원은 황 대표가 박근혜정부 국무총리일 때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인연이 있다. 황 대표와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인 최 의원은 지난달 경북도당위원장으로 임명되는 등 황교안 체제에 중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정부 출신인 정 의원은 지난달 대구시당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검사 출신이자 박근혜정부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을 역임했던 곽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부부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등 대여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박 의원을 당 국가정상화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의원은 황교안 체제의 핵심 위원회인 ‘문정권 경제실정백서 특별위원회’ ‘2020경제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최근 황 대표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신제품 발표를 벤치마킹해 발표한 ‘민부론’이 바로 2020경제대전환위원회의 결과물이다. 임 의원은 오는 21대 총선에서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3트랙 전략에도
리더십 부재론


이들은 현장서 황 대표와 한목소리를 냈다. 추 의원은 “조국만 끌어내리면 되나? 옆에 있는 사람도 끌어내려야 한다”며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이 두 사람은 (자리서)내려와야 한다. 파면시켜야 한다.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하는 사람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도 “염치없는 사람을 파렴치범이라 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범죄자, 아니면 범법자라 한다”며 “완장 찬 파렴치범들이 이 정부를 끌어가고 있다. 이 정부의 완장부대를 막아내야 한다”고 소리쳤다.

김 의원 역시 “자기(조국)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양쪽을 다한다는데 낮에는 자유주의를 하고 밤에는 사회주의를 하는 것 같다”며 “조국은 대한민국에서 장관 할 게 아니라 북한에 가서 편안하게 장관 할 수 있도록 보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구 방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때마침 황 대표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를 구성했다. ‘총선 물갈이’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조강특위 역시 황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인원은 총 7명으로 원내에선 박맹우 사무총장과 추 의원을 비롯, 이진복‧홍철호‧이은권‧최연혜 의원 등으로 구성됐으며 원외엔 원영섭 조직부총장이 합류했다.

조강특위는 당무감사를 실시한다. 전국 253개 지역구(사고당협 포함)가 대상이다. 이를 통해 각 당협위원장들의 활동 내역을 평가한다. 당협의 조직력과 지역밀착도 등이 평가항목이다. 실적이 나쁜 당협위원장은 퇴출 대상이 될 수 있다. 


당 대표 주변 얼쩡…
이미 친황계가 장악

최고위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황 대표는 “이번 조강특위 구성은 사고당협부터 점검 후 차츰 그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며 “(당협평가와 관련한) 기준 등은 별도로 위원들이 상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 대표의 삭발 투쟁이 3주째에 접어들었다. 원외라는 한계를 안고 시작한 황 대표는 조국 사태 들어 최전선에 나섰다. 집회를 통한 장외투쟁, 민부론을 통한 정책투쟁, 국감을 통한 장내투쟁이라는 ‘3트랙’ 전략을 사용 중이다. 
 

▲ 물만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

그러나 황 대표는 ‘리더십 부재론’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 장관의 도덕성과 일가의 재산 형성 의혹에도 좀처럼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한국당 지지율은 20% 후반서 30%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국 사태로 여당 지지층이 중도로 모이고 있지만, 한국당이 이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내에서는 “중도층을 끌어안을 비전이 없기 때문”이라는 푸념마저 들려온다.

전략의 부재도 지적 대상이다. 황 대표가 장외투쟁을 시작하자 당장 당내서 ‘구시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선 반복되는 강성 발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당 보좌진들은 온오프라인서 “효과도 미미한 장외집회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기어코 당원들을 길거리로 부른다” “자발적으로 모이지 않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어찌됐든
운명공동체

주요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벌어지는 권력 쏠림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진박 감별사’ 논란, ‘친문 쏠림’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3트랙 전략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황 대표는 과연 21대 총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올해 말까지 리더십 부재론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황의 사람들’의 운명과도 직결되는 과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교안의 결기? 객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제대로 독을 품은 듯하다.

황 대표는 지난달 27일 김명연 수석대변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관련 메시지를 반박하는 입장문을 대독 발표했다. 

입장문을 통해 황 대표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조진래 전 경남부지사, 변창훈 전 검사 등 유명을 달리한 인사들을 실명 거론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검찰의 인권침해를 걱정했다면, 고 이재수‧조진래‧변창훈 등의 안타까운 자살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마디라도 했어야 할 것”이라며 “조국 가족에게만 인권이 있고, 고 이재수‧조진래‧변창훈에게는 없다는 말이냐”라고 일갈했다.

입장문을 대독한 김 대변인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적폐 수사로 숱한 인명이 희생될 때는 말 한 마디 없던 문 대통령이 측근인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에만 따로 검찰을 겨냥한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황 대표는 당시 전쟁기념관서 외부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는데 이날 대독 발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고받은 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입장문을 작성해 대독 발표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1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출석했을 때는 “검찰은 나의 목을 치고 거기서 멈추라”라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에게는 “여러분들은 당 대표의 뜻에 따랐을 뿐”이라며 “수사기관에 출두하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황 대표는 이날 조사에 출석해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나온 황 대표는 취재진과의 자리서 “이 사건은 불법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당서 출석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황 대표는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서 한국당 의원들의 회의 방해에 가담하거나 주도한 혐의(국회법 위반)로 고발당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한국당 의원 20명에게 10월 1~4일 사이에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과 달리 한국당은 앞서 경찰의 소환 통보에는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바른미래당의 불법 사보임(상임위특위 의원 교체)계를 승인하면서 충돌 원인을 제공한 만큼, 문 의장 소환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 의장은 지난달 24일 “사보임계 승인은 국회법에 따라 정당하게 이뤄졌다”는 취지로 검찰에 서면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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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