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노리는’ 황교안 사람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03:36
  • 호수 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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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깎고…충성은 언제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서 벌어지는 경쟁이다. 표면적으로는 ‘조국 사태’에 집중하는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공천이라는 잿밥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정가서 나온다. 당 대표에게 눈도장 받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황교안 대표의 주변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경쟁을 추적했다. 
 

▲ 검찰 출석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실 보좌진은 최근 들어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자신이 모시는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정책적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해당 보좌진은 최근 <일요시사>에 “의원이 동료 의원들을 너무 안 만나려 한다”고 푸념했다. 

여러 모로
힘드네…

국회 보좌진들은 행사나 집회가 있을 때면 의원에게 “당 대표 옆에 있으시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당 대표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함이다. 한 국회 보좌진은 주량이 약한 자신의 의원에게 “술자리가 있으면 마다하지 말고 가지시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굳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자리를 지키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공천은 정책 능력보다 당내 역학관계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으며 이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눈도장 경쟁’은 한국당서 더욱 눈에 띄는 양상이다. 바로 ‘조국 사태’라는 확실한 무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최근 릴레이 삭발을 진행했다. 시작은 이언주 의원이었지만, 황교안 대표의 삭발이 기폭제였다. 현역 국회의원은 10명, 원외인사까지 합하면 20명 이상이 삭발에 동참했다. 


삭발한 현역 의원 대부분은 대구경북(TK)‧부산경남(PK) 출마가 예상된다. 정가는 이 의원이 부산 영도로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구 동대구역 3번 출구 앞에서 삭발식을 가진 강효상 의원은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이다. 

이외에도 이주영 국회 부의장은 경남 창원 마산합포, 김석기 의원은 경북 경주, 이만희 의원은 경북 영천‧청도, 최교일 의원은 경북 영주‧문경‧예천, 장석춘 의원은 경북 구미을의 당협위원장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 삭발 중인 이언주 무소속 의원

원외 인사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 울산점 앞 광장서 삭발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21대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그 외 홍태용 경남 김해갑, 박영문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정순천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 등이 삭발을 했다. 

비록 TK‧PK에 기반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수도권 복당파 의원들도 황 대표와 뜻을 함께했다. 삭발을 한 박인숙 의원과 단식에 들어간 이학재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당에서 바른미래당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온 의원들이다. 공천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력이다.

삭발은
TK만?

정치권은 TK‧PK 지역서 일어난 삭발 쏠림현상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삭발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앞서 논평을 통해 “삭발과 단식이 ‘총선행 급행열차 표’라는 의심까지 일고 있다”며 “이 의원은 한국당 입당이 오늘내일 하는 정치인이며, 삭발한 박 의원과 단식에 들어간 이 의원은 공교롭게도 한국당에서 탈당해 바른미래당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한국당으로 복당한 철새 정치인들”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지원 의원은 정치인이 하지 말아야 할 3가지 쇼로 단식쇼, 삭발쇼, 사퇴쇼를 꼽았다. 나는 거기에 ‘공천쇼’를 더하고 싶다. 공천쇼란 정치적 주목도를 키워 공천 가능성을 높일 목적으로 벌이는 온갖 작위적인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삭발 릴레이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자. 선거구가 한국당 텃밭이어서 본인 잘잘못을 떠나 전략공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큰 곳인 경우(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박인숙 의원), 한국당 텃밭을 차지했지만 당 지도부가 바뀐 데다 본인 잘못이 누적된 경우(강효상 의원), 정치 지형이 달라지지 않으면 정치적 미아가 될 경우(이언주 의원),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기 때문에 정부여당에 큰 타격을 주지 않으면 자리부터가 위태로운 경우(황교안 대표)”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 역시 정론관서 마이크를 잡고 “‘한국당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삭발을 해야 한다’라는 소문이 세간에 돈다”며 “한국당이 공천 경쟁이라는 의심을 뚫고 민생 경쟁을 할 때 국민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TK‧PK 쏠림현상 나타나, 왜? 
본선보다 공천이 더 힘들어

정치권은 황 대표 삭발 이후 거리집회서 그를 수행하는 인사들의 면면에도 주목하고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이 황 대표의 측근 또는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사라는 것이다.

황 대표는 지난달 28일 동대구역서 열린 ‘문재인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TK 합동집회’에 참석했다. 현장에는 TK 출신 국회의원, 원외당협위원장, 당원 및 지지자들이 운집했다. 
 

▲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서 단식 중이던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추경호, 최교일, 정종섭, 곽상도, 박명재, 김광림, 임이자 의원 등이 황 대표를 보좌했다. 모두 ‘황의 사람들’로 분류된다. 

추 의원은 황 대표가 박근혜정부 국무총리일 때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인연이 있다. 황 대표와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인 최 의원은 지난달 경북도당위원장으로 임명되는 등 황교안 체제에 중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정부 출신인 정 의원은 지난달 대구시당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검사 출신이자 박근혜정부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을 역임했던 곽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부부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등 대여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박 의원을 당 국가정상화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의원은 황교안 체제의 핵심 위원회인 ‘문정권 경제실정백서 특별위원회’ ‘2020경제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최근 황 대표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신제품 발표를 벤치마킹해 발표한 ‘민부론’이 바로 2020경제대전환위원회의 결과물이다. 임 의원은 오는 21대 총선에서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3트랙 전략에도
리더십 부재론


이들은 현장서 황 대표와 한목소리를 냈다. 추 의원은 “조국만 끌어내리면 되나? 옆에 있는 사람도 끌어내려야 한다”며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이 두 사람은 (자리서)내려와야 한다. 파면시켜야 한다.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하는 사람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도 “염치없는 사람을 파렴치범이라 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범죄자, 아니면 범법자라 한다”며 “완장 찬 파렴치범들이 이 정부를 끌어가고 있다. 이 정부의 완장부대를 막아내야 한다”고 소리쳤다.

김 의원 역시 “자기(조국)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양쪽을 다한다는데 낮에는 자유주의를 하고 밤에는 사회주의를 하는 것 같다”며 “조국은 대한민국에서 장관 할 게 아니라 북한에 가서 편안하게 장관 할 수 있도록 보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구 방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때마침 황 대표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를 구성했다. ‘총선 물갈이’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조강특위 역시 황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인원은 총 7명으로 원내에선 박맹우 사무총장과 추 의원을 비롯, 이진복‧홍철호‧이은권‧최연혜 의원 등으로 구성됐으며 원외엔 원영섭 조직부총장이 합류했다.

조강특위는 당무감사를 실시한다. 전국 253개 지역구(사고당협 포함)가 대상이다. 이를 통해 각 당협위원장들의 활동 내역을 평가한다. 당협의 조직력과 지역밀착도 등이 평가항목이다. 실적이 나쁜 당협위원장은 퇴출 대상이 될 수 있다. 


당 대표 주변 얼쩡…
이미 친황계가 장악

최고위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황 대표는 “이번 조강특위 구성은 사고당협부터 점검 후 차츰 그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며 “(당협평가와 관련한) 기준 등은 별도로 위원들이 상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 대표의 삭발 투쟁이 3주째에 접어들었다. 원외라는 한계를 안고 시작한 황 대표는 조국 사태 들어 최전선에 나섰다. 집회를 통한 장외투쟁, 민부론을 통한 정책투쟁, 국감을 통한 장내투쟁이라는 ‘3트랙’ 전략을 사용 중이다. 
 

▲ 물만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

그러나 황 대표는 ‘리더십 부재론’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 장관의 도덕성과 일가의 재산 형성 의혹에도 좀처럼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한국당 지지율은 20% 후반서 30%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국 사태로 여당 지지층이 중도로 모이고 있지만, 한국당이 이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내에서는 “중도층을 끌어안을 비전이 없기 때문”이라는 푸념마저 들려온다.

전략의 부재도 지적 대상이다. 황 대표가 장외투쟁을 시작하자 당장 당내서 ‘구시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선 반복되는 강성 발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당 보좌진들은 온오프라인서 “효과도 미미한 장외집회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기어코 당원들을 길거리로 부른다” “자발적으로 모이지 않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어찌됐든
운명공동체

주요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벌어지는 권력 쏠림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진박 감별사’ 논란, ‘친문 쏠림’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3트랙 전략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황 대표는 과연 21대 총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올해 말까지 리더십 부재론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황의 사람들’의 운명과도 직결되는 과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교안의 결기? 객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제대로 독을 품은 듯하다.

황 대표는 지난달 27일 김명연 수석대변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관련 메시지를 반박하는 입장문을 대독 발표했다. 

입장문을 통해 황 대표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조진래 전 경남부지사, 변창훈 전 검사 등 유명을 달리한 인사들을 실명 거론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검찰의 인권침해를 걱정했다면, 고 이재수‧조진래‧변창훈 등의 안타까운 자살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마디라도 했어야 할 것”이라며 “조국 가족에게만 인권이 있고, 고 이재수‧조진래‧변창훈에게는 없다는 말이냐”라고 일갈했다.

입장문을 대독한 김 대변인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적폐 수사로 숱한 인명이 희생될 때는 말 한 마디 없던 문 대통령이 측근인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에만 따로 검찰을 겨냥한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황 대표는 당시 전쟁기념관서 외부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는데 이날 대독 발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고받은 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입장문을 작성해 대독 발표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1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출석했을 때는 “검찰은 나의 목을 치고 거기서 멈추라”라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에게는 “여러분들은 당 대표의 뜻에 따랐을 뿐”이라며 “수사기관에 출두하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황 대표는 이날 조사에 출석해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나온 황 대표는 취재진과의 자리서 “이 사건은 불법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당서 출석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황 대표는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서 한국당 의원들의 회의 방해에 가담하거나 주도한 혐의(국회법 위반)로 고발당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한국당 의원 20명에게 10월 1~4일 사이에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과 달리 한국당은 앞서 경찰의 소환 통보에는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바른미래당의 불법 사보임(상임위특위 의원 교체)계를 승인하면서 충돌 원인을 제공한 만큼, 문 의장 소환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 의장은 지난달 24일 “사보임계 승인은 국회법에 따라 정당하게 이뤄졌다”는 취지로 검찰에 서면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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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