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입수> 롯데왕국 파괴 컨설팅 ‘프로젝트L’ 고발장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02:51
  • 호수 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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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이 롯데면세점 탈락시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현 나무코프 회장)이 2015년 롯데그룹 면세점 사업 탈락을 기획한 의혹이 제기된다. 일명 ‘프로젝트L’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민 전 행장이 롯데 경영권 분쟁 당시 맺은 자문계약이다. 
 

롯데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민유성 전 행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월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첨에 고발했다. 롯데그룹 노조는 “민 전 행장이 롯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를 도와주는 대가로 약 287억원의 자문료를 받기로 하고 롯데그룹 비리 정보 유포, 호텔롯데 상장 방해 등을 했다”며 “이는 명백히 형사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롯데 노조
민유성 고발

이어 노조 측은 지난달 30일 고발장 보충서를 통해 ‘민 전 은행장이 관세청 공무원을 상대로 로비를 해 롯데면세점 탈락에 개입했다’며 추가 증거를 제출했다. 

민 전 행장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었던 ‘형제의 난’ 당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대리인이었다. 당시 민 전 행장이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롯데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한 기획·법률·홍보 등을 총괄했다. 이 둘은 롯데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는 자문계약을 2015년 9월 체결했다. 이 자문 계약은 일명 ‘프로젝트L’로 불린다. 

민 전 행장과 신 전 부회장의 자문료 민사소송 과정서 이 프로젝트L의 실체가 드러났으며 두 사람은 돈 문제로 2017년에 갈라섰다.


민 전 행장은 신 전 부회장이 2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10개월분 자문료만 줬다며 남은 14개월치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107억8000만원이었다. 지난 4월 1심 재판부는 신 전 부회장이 민 전 행장에게 75억4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측은 모두 항소했다.

프로젝트L의 주요 내용은 ▲롯데그룹 비리정보 유표 및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기소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무산 ▲호텔롯데 상장 간접 방해 및 지주회사 설립 전 증여지분 매각 등이다. 민 전 행장은 지난 1월25일 신 전 부회장과 민사소송 재판서 당사자로 출석해 프로젝트L에 대해 이같이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씨 형제의 난 깊숙한 내막 보니… 
민, 롯데 망가뜨릴 공작 총괄 기획 

즉 프로젝트L의 목표는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을 위기에 빠뜨려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획득하게 하는 것이었다. 민 전 행장은 이런 자문 용역의 대가로 자문료 150억원과 성공보수 100억원을 받기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프로젝트L은 실행으로 이어졌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2016년 비자금 조성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롯데는 면세점 특허 재취득에 실패했다. 특히 이번에 노조가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 보충서에는 롯데면세점 탈락을 민 전 행장이 기획했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민 전 행장 고발장 보충서에 따르면 2015년 9월15일경 체결된 민 전 행장과 신 전 부회장의 자문계약에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사업자 심사 탈락’이라는 용역이 있다. 실제로 2개월 후인 2015년 11월14일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 결과서 롯데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후속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 신동빈 전 롯데그룹 회장

롯데 노조 관계자는 “민 전 행장 측에서 관세청 공무원과 특허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관련해 악의적인 정보를 제공한 게 특허심사서 감점요인이 됐을 것”이라며 “면세점 사업 특허심사는 공무원의 일이다. 일개 민간인이 정부 사업에 영향을 미쳐 면세점 사업권을 상실케 한 대가로 수백억원의 돈을 수수한 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아직 민 전 행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면허 탈락에 개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87억원
자문료 받기로”

다만 실제로 2017년 7월10일 감사원의 관세청 감사결과 롯데면세점 특허심사가 부적절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이 롯데 측에 잘못된 기준을 적용해 평가 점수를 낮게 줬으며, 이로 인해 롯데가 면세점 특허심사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먼저 관세청은 2015년 1월 ‘시울지역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심사’서 롯데에게 계량항목의 평가점수를 잘못 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결과 관세청이 3개의 계량항목의 평가점수를 잘못 산정해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관세청은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 비율’ 항목서 전체 매장면적 중 중소기업제품을 판매하는 ‘매장면적’의 비율을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하지만 롯데에게만 ‘영업면적’ 비율을 적용해 평가했다. 영업면적이란 매장면적서 고객 이동에 필요한 2m 폭의 통로구역을 제외한 면적이다. 

그렇게 된다면 롯데의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비율은 2,789.7m²(매장면적)서 1,568.3m²(영업면적)으로 크게 줄어든다. 그 결과 롯데는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비율이 적게 산출돼 낮은 점수를 받았다. 감사원은 “A사의 총점은 정당 점수보다 많게, 롯데의 점수는 적게 부여됐다. 그 결과 롯데 대신 A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2015년 11월14일 ‘후속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심사’도 부적절하게 이뤄져 롯데가 탈락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관세청 부적정 심사 

관세청은 특허신청 공고서 최근 5년간 실적으로 작성·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내부기준(심사평가표 가이드라인의 단서조항)에 근거해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최근 2년간 실적으로 평가하도록 돼있다는 이유로 2년간의 실적만으로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롯데는 실제 점수보다 120점을 낮게 받았다. 

또 ‘매장 규모의 적정성’ 항목서 신청업체가 3개일 경우 매장면적 순서대로 10점, 4개일 경우 8점씩 차등 부여하기로 돼있다. 신청한 업체 중 앞선 공고에 선정된 경우 이후 심사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당시 면세점 사업에 선정된 B사를 포함해 총 4개의 업체가 특허를 신청했다. 규정대로 B사는 심사서 제외돼야 했으며, 심사대상 업체는 3개로 압축돼 점수는 순위 당 10점씩 차등부여돼야 했다. 하지만 당시 관세청은 4개 업체를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했다. 

그 결과 롯데는 정당점수에 비해 71점이나 적게 받았다. 감사원은 “롯데는 총점 191점이, C사는 총점 48점이 적게 부여됐다. 정당 평가 시 선정돼야 할 롯데를 제치고 C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관세청이 지난 2015년 신규·후속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업체의 사업계획서와 신청 서류 등을 천홍욱 전 관세청장 지시로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신동주-민유성 자문료 민사소송 과정
‘설계’ 실체 공개…면세점 탈락 개입?

2016년 9월 국회 국정감사 중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심사자료 등을 요구하자 관세청은 해당 자료를 신청업체에 반환했으며, 탈락업체의 신청서류 2부를 파기했다. 감사원은 홍 전 청장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상 등 혐의로 고발했다. 

2015년 9월15일 신·민 프로젝트L 자문계약 체결→2015년 11월14일 면세점 특허심사서 롯데 면세 특허사업권 상실→2016년 9월 국정감사 면세점 특허심사자료의 제출을 요구 받은 관세청장이 관련 서류 파기→2017년 7월10일 감사원 감사결과 면세점 심사 부적정하게 이뤄짐→2019년 1월25일 민 전 행장 프로젝트L 실행됐다 법정 증언.  

프로젝트L 자문계약 시점과 롯데 면세점 탈락 시기 그리고 민 전 행장·신 전 부회장의 자문료 소송 과정서 드러난 프로젝트L의 실체, 민 전 행장의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롯데 면세점 탈락은 애초부터 기획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 롯데면세점

또 신 전 부회장은 면세점 특허심사 결과가 발표되기 보름 전인 2015년 10월2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면세점은 신동빈 회장의 사업이기 때문에 실패한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이 롯데가 면세점 사업권을 상실하게 될 것을 예상하고, 경영권 분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노동자만 
 죽어났다”

롯데 노조 관계자는 “민유성은 민사재판에 나와 스스로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무산 등을 성사시킨 것을 자랑스럽게 진술했다”며 “이는 명백히 알선수재의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행위는 롯데 10만 노동자의 고통으로 귀결됐다”며 “민유성은 무슨 행위를 통해 롯데의 노동자를 난도질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하고 그에 상응한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 전 행장은 ‘묵묵부답’이다. 민 전 행장이 회장으로 재직 중인 나무코프 관계자는 “회장님이 해외 출장 중이다. 돌아오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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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