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의 막후 경영 노림수

얼마나 자숙했다고…왕의 귀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직원들에게 상습적 폭언 등 ‘갑질’ 물의를 일으켜 지난해 모든 직위서 사의를 표명한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윤 전 회장은 퇴사 이후에도 여전히 대웅그룹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윤재승 대웅제약 전 회장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노갑용 대웅제약 부사장과 계열사 고위 임원급들로부터 회사 업무를 보고받는 것으로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확인됐다. 보고는 서울 삼성동 사옥을 피해 외부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안 보고
지배력 행사

내부 관계자는 “윗선서 윤재승 회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며 “상당수 직원들은 윤 회장이 사실상 경영복귀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내부 관계자도 “노갑용 대웅제약 부사장이 윤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갑질 파문이 일자 미국으로 출국했다. 모든 직위서 물러나 회사를 떠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이미 국내서 거주하며 대웅제약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져 경영 사퇴와 사과를 두고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대웅제약 전 관계자는 “윤재승 회장이 지난해 외국에 나갔다가 곧 들어와서 작년 12월에 보고를 받았다”며 “윤 회장에게 보고를 한 관련 책임자에게 이 사실을 직접 들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 다만 윤 회장이 국내에 들어온 지는 몇 달 됐다”고 강조했다.

윤 전 회장에게 상습적 폭언을 당해 퇴사한 일부 직원은 그의 복귀에 대해 격앙된 감정을 쏟아냈다.

외부서 정기적으로 회사 업무 보고
사퇴·사과 4개월 만에…진정성 의심

이 관계자는 “욕설부터 시작해서 6층(회장 집무실)서 뛰어내리라고 했다”며 “욕설 때문에 과거에도 한 번 논란이 돼서 녹음장치를 일절 금지시키고 비서만 녹음장치를 가지고 올 수 있게 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관계자는 “보고라기보다는 공유는 받을 수 있다. 윤 회장의 의사 결정은 전혀 없고, 경영 복귀는 없다”며 “각 사업 본부장이 자체 결정하는 부분이 있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단순화했다”고 답변했다.

지주사 대웅이 소유하던 알짜 자회사 시지바이오, 엠서클, 이지메디컴이 윤재승 전 회장의 개인회사로 넘어간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 회사는 디엔컴퍼니와 함께 윤 전 회장이 소유한 알짜 회사로 손꼽힌다.

의약품과 화장품 등을 판매하고 있는 디엔컴퍼니는 윤 전 회장이 34.6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웅그룹 화장품 회사다. 주로 대웅제약이 개발한 원료로 화장품을 만들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알짜 회사 소유
일감 몰아주기?

의료기기 도·소매업체로 2008년 설립된 엠서클의 최대주주 역시 윤 전 회장이다. 엠서클의 65.33%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인 인성TSS가 윤 전 회장이 소유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디엔컴퍼니 역시 엠서클의 26.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스포츠교육 사업을 하는 블루넷도 윤 전 회장이 53% 지분을 갖고 있으며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개발 회사인 아이넷뱅크 또한 윤 전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윤 전 회장은 대웅과의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로 계열사 규모를 키우고 이를 통해 대웅 지분의 확보를 공고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나 여전히 지배구조는 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웅의 최대주주(11.61%)인 윤 전 회장이 내부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 전 회장은 대웅 지분을 보유한 이들 회사 외에도 자신의 개인 회사를 이용해 대웅 내의 역할을 강화하고 나섰다. 

병원구매물류 대행업체인 이지메디컴은 윤 전 회장이 최대주주(23.79%)로 지난해 대웅·대웅제약 등과 거래한 내부거래액은 1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윤 전 회장이 10년 전부터 가족기업 성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결국 오너 3세 승계 작업을 위한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오너 3세인 윤석민씨는 대웅과 오너가(家)의 연결고리로 지목되고 있는 인성TSS와 블루넷의 주요 주주로 등재돼있어 향후 승계구도 개편에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영향력 확대
승계 밑작업

윤 전 회장의 아들인 윤석민씨는 대웅과 다른 계열사 지분을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족기업인 인성TSS와 블루넷을 통해 엠서클, 시지바이오, 이지메디컴의 지배력을 키워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경영승계 작업의 중요한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대목이다.

인성TSS와 블루넷은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 아니다. 지난해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 공시로 외부에 처음 공개됐다. 공시에 따르면 인성티에스에스는 윤 전 회장 60%, 윤석민씨가 40%를 보유한 100% 가족기업이다. 인쇄물 출판업으로 분류돼 있지만 공식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윤 전 회장 일가의 페이퍼 컴퍼니로 추정된다.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진 않지만 인성티에스에스는 자회사로 엠서클(65.33%)을 거느리고 있다. 엠서클은 지난 2009년 대웅서 인성TSS로 손바뀜한 이후 매출 453억원(영업익 22억원), 자본총계 250억원(자산 369억원)의 알짜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분 15.2%를 보유하고 있는 이지메디컴도 역시 2012년 대웅서 지분을 넘겨받아 급성장 중이다.

블루넷도 인성TSS와 함께 유일하게 윤석민씨의 지분이 녹아들어 있는 기업이다.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윤 전 회장이 53.98%, 아내 홍지숙씨가 10.35%, 아들 윤석민씨가 6.56%를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가족기업이다.


알짜회사 넘긴 이유는? 영향력 확대
3세 승계작업 포석…주요 주주 등재 

영업이익 54억원으로 대웅제약 화장품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디엔컴퍼니 지분 14.83%도 보유하고 있다.

인성TSS와 블루넷 모두 등기부등록상 아내 홍지숙씨와 아들 윤석민씨가 각각 감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윤 전 회장의 비서출신이자 회계담당자였던 정윤미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성TSS와 블루넷 산하에 있는 네 곳의 비상장기업이 내부거래를 통해 꾸준히 이익잉여금을 쌓아가는 등 미래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향후 대웅과의 합병을 통해 오너 3세의 지분율을 끌어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 전 회장이 지난 2009년 가족기업인 대웅화학(현 대웅바이오 전신)과 대웅 간의 합병을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대웅을 장악한 것과 같은 시나리오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의 경우 지주사 대웅 외에는 오너 일가의 지분이 들어가 있지 않다”며 “대웅의 지분확보가 곧 대웅제약과 대웅바이이오를 지배하는 구조다. 윤재승 전 회장의 대웅 지분이 11.6%로 많지 않기 때문에 이들 비상장 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적정 지분율을 확보할 경우 대웅 지배력 행사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복귀 시간문제?
회사 “모른다”

업계 일각에서는 윤 전 회장의 복귀를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사실상 대웅제약 경영서만 물러났을 뿐 여전히 그룹의 모든 실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윤 전 회장의 경영 복귀설이 흘러 나오고 있지만 사실무근”이라며 “현재 어떤 계획도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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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