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9)사연

거문고를 타게 된 이유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불쌍한 것.”

홀로 중얼거리던 아버지가 정색하고 계생을 바라보았다.

“그래, 무슨 시를 읊고 있었다는 말이냐?”

“소녀가 일전에 지었던 시를 가락에 옮겨보았어요.”

“가락에 맞추어서 말이더냐.”


“그러하옵니다, 아버지.”

“그럼 우리 계생의 솜씨를 한번 뽐내보려느냐.”

아버지를 위해

자세를 바로 한 아버지가 진지한 표정으로 계생을 주시했다.

계생이 대답 대신 소중하게 거문고를 쓰다듬고는 자세를 가지런히 했다.

고사리 같은 손이 거문고의 현을 튕기기 시작했다.

가슴을 파고드는 애절한 소리가 공간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터덜터덜 백운사 길 걸어 오르니 스님은 구름 잠을 쓸어내리네’
 

계생이 잠시 사이를 두었다.

애잔한 거문고 소리가 이어지고 계생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절이야 구름 속에 잠겨있건만 마음 또한 흰 구름과 한가지구나’
 

거문고 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거문고에서 손을 뗀 계생이 가만히 아버지의 얼굴을 주시했다.

눈을 감고 있던 아버지가 눈을 뜨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계생아, 한번 더 해줄 수 있겠느냐?”

“아버지께서 원하신다면 한번뿐이겠사옵니까.”

 ‘터덜터덜 백운사 길 걸어 오르니’

매창의 과거…부모의 사랑이야기
현감 서우관과의 인연이 시작되다 

계생 어미와의 만남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관아에서 기생으로 있던 시월은 현리라는 미관말직에 있었던 자신에게 과분했다.

아울러 항상 먼발치에서 그녀의 고혹적인 자태를 흠모하는 수준에서 머물러 있어야했다. 

아니, 애초에 자신의 처지로 인해 그녀를 경원시했었다.

그러던 것이 시월에게 잠시 시를 논하고 거문고 소리를 들려주었던 일이 화근이 되었다.

달빛 아래서 우연히 마주친 시월이 먼저 자신의 심경을 고백해왔다.

자신을 흠모하고 있으며 평생 자신 곁에 머물겠노라고 했다.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자신의 처지로는 두 집 살림은 고사하고 한 집 살림도 빠듯하다고 했다.

그러나 시월은 마음을, 이양종의 사랑을, 시를, 거문고를 먹고 살겠다고 우겨댔다. 

자신은 자기에 대한 사랑과 시와 거문고 소리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했고 결국 그녀의 애절한 마음이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게 만들었다.

결국 서로 간의 애틋한 사랑으로 혼인이라는 버거운 벽을 걸어 올라간다.
 

 ‘스님은 구름 잠을 쓸어내리네’
 

시월의 의도대로 서로간의 사랑과 음악과 시만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거추장스러울 정도였고 그 입으로 사랑을 나누었다.

그 사랑이 끊임없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를 시기하고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결국 그 시샘으로 시월과의 만남이 잘못되어졌다는 사실이 금방 판가름 났다.

사랑하는 시월은 둘 간의 사랑의 흔적을 남긴 체 눈을 감고야 말았다.

사랑하는 여인이 남긴 그 아이, 계생을 안고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절이야 구름 속에 잠겨 있건만’
 

시월에 대한 사랑을 아이에게 오로지하기 시작했다.

어미 없이 홀로 살아갈 아이를 위해 아니, 자신을 남겨두고 먼저 간 그 사랑의 시름을 달래기 위해 자신이 지니고 있는 거문고 연주와 사랑하는 여인이 즐겨 듣기를 갈망했던 시를 계생에게 전수하기 시작했다.

그 어미에 그 딸이었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받아먹는 아이가 일취월장하더니 급기야 열 살이 되지 않아 글에 눈을 뜨고 스스로 시를 짓기까지 했다.

그 총명한 아이를 바라보며 먼저 간 여인을 그리면 가슴이 뭉개져오는 듯했다.

항상 내면의 세계는 첩첩 구름 속에 잠겨 있는 듯했다.

 ‘마음 또한 흰 구름과 한가지구나’

마음의 병이 깊어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속에 한으로 뭉쳐가고 있었다.

그 한을 딸 아이 계생을 통해 풀어나가고자 했으나 그럴수록, 계생의 모습을 바라볼수록 마음의 병이 깊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밤늦은 시간에 계생의 손을 힘없이 잡았다.

그 손에서 시월의 온정이 전달되고 있었고 끝내 그 손을 놓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는데 자꾸 흰 구름이 앞에서 솟아나고 그 사이로 저 멀리서 한 여인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여인 역시 흰 구름에 둘러싸인 채 흰 구름과 한가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허균이 슬쩍 무릎을 쳤다.

“그런 애틋한 사연이 있었구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소녀는 천애고아로 남게 되었지요.”

“그래서?”

매창이 대답 대신 저만치에 있는 거문고에 시선을 주었다. 

손 내민 서우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의탁할 곳 없는 계생에게 현감 서우관이 손을 내밀었다.

관아에 들어와 잔심부름이나 하면서 생계를 해결하라는 의도였다.

계생도 현감이 아버지에 대한 배려로 자신에게 온정을 쏟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그것이 고마워 황송해 하며 관아에 머물렀다. 

유별나게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 주는 현감의 보살핌으로 관아에서의 생활에 젖어 들고 있었다.

그러나 틈만 나면 거문고를 가슴에 안고 붓을 들어 시작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틈이 나는 대로 서우관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계생을 지도해주고는 했다. 

서우관 현감이 초승달이 뜬 어느 날 밤에 자신의 처소로 찾아들었다.

마치 현감의 방문이 어린 나이의 자신을 찾던 아버지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들었고 그의 앞에서 한껏 자신의 갈고 닦은 실력을 드러냈다. 
 

일찍이 동해에 신선이 내렸다기에

지금 보니 구슬 같은 말이나 그 뜻 슬프다.

후령 선인 노닐던 곳 그 어디메뇨

삼청 심정을 시편으로 엮노라

옥단지 속 세월 감이 빈틈이 없고

속세의 청춘은 소년 때일 뿐

후일에 선계의 자부에 돌아가거든

옥황 앞에 맹세하고 임과 살리라.   
 

그날 밤 어린 계생은 물론 아버지처럼 자신을 살펴주던 현감도 한 순간의 격정에 휩싸였고 마치 꿈을 꾸는 듯이 격랑의 밤이 지나갔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현감의 따뜻한 손길이 한양으로까지 이어졌다. 서우관이 임기를 마치고 한양으로 가면서 계생을 동반했다. 

부안에는 마땅한 거처도 거처려니와 가능하면 그곳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여 비록 하룻밤이지만 정을 통했던 서우관의 뒤를 따라 한양으로 터를 옮겨 새로운 삶에 젖고 싶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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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