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9)사연

거문고를 타게 된 이유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불쌍한 것.”

홀로 중얼거리던 아버지가 정색하고 계생을 바라보았다.

“그래, 무슨 시를 읊고 있었다는 말이냐?”

“소녀가 일전에 지었던 시를 가락에 옮겨보았어요.”

“가락에 맞추어서 말이더냐.”


“그러하옵니다, 아버지.”

“그럼 우리 계생의 솜씨를 한번 뽐내보려느냐.”

아버지를 위해

자세를 바로 한 아버지가 진지한 표정으로 계생을 주시했다.

계생이 대답 대신 소중하게 거문고를 쓰다듬고는 자세를 가지런히 했다.

고사리 같은 손이 거문고의 현을 튕기기 시작했다.

가슴을 파고드는 애절한 소리가 공간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터덜터덜 백운사 길 걸어 오르니 스님은 구름 잠을 쓸어내리네’
 

계생이 잠시 사이를 두었다.

애잔한 거문고 소리가 이어지고 계생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절이야 구름 속에 잠겨있건만 마음 또한 흰 구름과 한가지구나’
 

거문고 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거문고에서 손을 뗀 계생이 가만히 아버지의 얼굴을 주시했다.

눈을 감고 있던 아버지가 눈을 뜨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계생아, 한번 더 해줄 수 있겠느냐?”

“아버지께서 원하신다면 한번뿐이겠사옵니까.”

 ‘터덜터덜 백운사 길 걸어 오르니’

매창의 과거…부모의 사랑이야기
현감 서우관과의 인연이 시작되다 

계생 어미와의 만남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관아에서 기생으로 있던 시월은 현리라는 미관말직에 있었던 자신에게 과분했다.

아울러 항상 먼발치에서 그녀의 고혹적인 자태를 흠모하는 수준에서 머물러 있어야했다. 

아니, 애초에 자신의 처지로 인해 그녀를 경원시했었다.

그러던 것이 시월에게 잠시 시를 논하고 거문고 소리를 들려주었던 일이 화근이 되었다.

달빛 아래서 우연히 마주친 시월이 먼저 자신의 심경을 고백해왔다.

자신을 흠모하고 있으며 평생 자신 곁에 머물겠노라고 했다.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자신의 처지로는 두 집 살림은 고사하고 한 집 살림도 빠듯하다고 했다.

그러나 시월은 마음을, 이양종의 사랑을, 시를, 거문고를 먹고 살겠다고 우겨댔다. 

자신은 자기에 대한 사랑과 시와 거문고 소리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했고 결국 그녀의 애절한 마음이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게 만들었다.

결국 서로 간의 애틋한 사랑으로 혼인이라는 버거운 벽을 걸어 올라간다.
 

 ‘스님은 구름 잠을 쓸어내리네’
 

시월의 의도대로 서로간의 사랑과 음악과 시만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거추장스러울 정도였고 그 입으로 사랑을 나누었다.

그 사랑이 끊임없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를 시기하고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결국 그 시샘으로 시월과의 만남이 잘못되어졌다는 사실이 금방 판가름 났다.

사랑하는 시월은 둘 간의 사랑의 흔적을 남긴 체 눈을 감고야 말았다.

사랑하는 여인이 남긴 그 아이, 계생을 안고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절이야 구름 속에 잠겨 있건만’
 

시월에 대한 사랑을 아이에게 오로지하기 시작했다.

어미 없이 홀로 살아갈 아이를 위해 아니, 자신을 남겨두고 먼저 간 그 사랑의 시름을 달래기 위해 자신이 지니고 있는 거문고 연주와 사랑하는 여인이 즐겨 듣기를 갈망했던 시를 계생에게 전수하기 시작했다.

그 어미에 그 딸이었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받아먹는 아이가 일취월장하더니 급기야 열 살이 되지 않아 글에 눈을 뜨고 스스로 시를 짓기까지 했다.

그 총명한 아이를 바라보며 먼저 간 여인을 그리면 가슴이 뭉개져오는 듯했다.

항상 내면의 세계는 첩첩 구름 속에 잠겨 있는 듯했다.

 ‘마음 또한 흰 구름과 한가지구나’

마음의 병이 깊어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속에 한으로 뭉쳐가고 있었다.

그 한을 딸 아이 계생을 통해 풀어나가고자 했으나 그럴수록, 계생의 모습을 바라볼수록 마음의 병이 깊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밤늦은 시간에 계생의 손을 힘없이 잡았다.

그 손에서 시월의 온정이 전달되고 있었고 끝내 그 손을 놓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는데 자꾸 흰 구름이 앞에서 솟아나고 그 사이로 저 멀리서 한 여인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여인 역시 흰 구름에 둘러싸인 채 흰 구름과 한가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허균이 슬쩍 무릎을 쳤다.

“그런 애틋한 사연이 있었구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소녀는 천애고아로 남게 되었지요.”

“그래서?”

매창이 대답 대신 저만치에 있는 거문고에 시선을 주었다. 

손 내민 서우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의탁할 곳 없는 계생에게 현감 서우관이 손을 내밀었다.

관아에 들어와 잔심부름이나 하면서 생계를 해결하라는 의도였다.

계생도 현감이 아버지에 대한 배려로 자신에게 온정을 쏟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그것이 고마워 황송해 하며 관아에 머물렀다. 

유별나게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 주는 현감의 보살핌으로 관아에서의 생활에 젖어 들고 있었다.

그러나 틈만 나면 거문고를 가슴에 안고 붓을 들어 시작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틈이 나는 대로 서우관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계생을 지도해주고는 했다. 

서우관 현감이 초승달이 뜬 어느 날 밤에 자신의 처소로 찾아들었다.

마치 현감의 방문이 어린 나이의 자신을 찾던 아버지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들었고 그의 앞에서 한껏 자신의 갈고 닦은 실력을 드러냈다. 
 

일찍이 동해에 신선이 내렸다기에

지금 보니 구슬 같은 말이나 그 뜻 슬프다.

후령 선인 노닐던 곳 그 어디메뇨

삼청 심정을 시편으로 엮노라

옥단지 속 세월 감이 빈틈이 없고

속세의 청춘은 소년 때일 뿐

후일에 선계의 자부에 돌아가거든

옥황 앞에 맹세하고 임과 살리라.   
 

그날 밤 어린 계생은 물론 아버지처럼 자신을 살펴주던 현감도 한 순간의 격정에 휩싸였고 마치 꿈을 꾸는 듯이 격랑의 밤이 지나갔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현감의 따뜻한 손길이 한양으로까지 이어졌다. 서우관이 임기를 마치고 한양으로 가면서 계생을 동반했다. 

부안에는 마땅한 거처도 거처려니와 가능하면 그곳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여 비록 하룻밤이지만 정을 통했던 서우관의 뒤를 따라 한양으로 터를 옮겨 새로운 삶에 젖고 싶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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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