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4년 만에 돌아온 양혜규

미래서 마주한 과거의 희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과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세계무대서 활동 중인 양혜규 작가가 오랜만에 국내 개인전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국제갤러리서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이면서 2015년 삼성미술관 리움서 진행한 개인전 이후 4년 만이다.
 

▲ 국제갤러리_양혜규_보물선_1977

양혜규 개인전 ‘서기 2000년이 오면’은 가수 민해경의 노래 ‘서기 2000년’서 따왔다. 미래를 향한 낭만과 희망을 담은 이 노래는 전시장으로 가는 길목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관객은 노래가 가리키는 미래의 시점이 훌쩍 지나버린 위치서 과거의 희망을 마주한다.

상상과 연대

2000년이라는 시간성에는 과거와 미래의 시점이 동시에 녹아있다. 관객들은 ‘지금 여기’서 노래에 담긴 당시의 정서를 더듬으며 시간을 한층 더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다.

양혜규는 흔히 연관성이 없다고 여겨지는 역사적 인물들의 발자취나 사건들을 실험적인 방법으로 읽어왔다. 또 사회적 주체, 문화, 시간이라는 개념에 다원적이고 주관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번 전시는 소리 나거나 움직이는 일련의 조각 연작이 다양한 감각적 요소와 조우하고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상상과 연대의 공간이다.

전시의 홍보 이미지로 공개된 ‘보물선’은 유년의 양혜규가 두 동생과 함께 그린 그림이다. 도깨비, 시조새 등 상상의 산물들이 유쾌하게 어우러진 이 크레파스 수채화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새로운 시공간을 원시·신화적 요소로 재현했다.


노래와 그림, 두 개의 시청각 기표는 저마다의 시간과 장소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과 막연한 향수를 불러오면서도 시공간에 얽혀 있는 복합적인 감각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는 공간 전면을 감싼 벽지 작업, 움직임과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각물, 감각을 일깨우는 촉매적 요소로 구성돼있다.

전시제목은 노래서
유년기 그림도 소개

먼저 유기적이고 입체적인 환경을 구축하는 벽지 작업 ‘배양과 소진’은 독일의 그래픽 디자이너 마누엘 래더와의 협업 작품이다. 지난해 프랑스 몽펠리에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서 개최한 개인전서 처음 공개됐다.

이교도적 전승문화의 흔적과 근현대 이후 융성한 교육, 하이테크 산업 문화가 공존하는 프랑스 남부 옥시타니아 지역이 배경이다.

작품에는 양파와 마늘, 무지개와 번개, 의료수술 로봇, 짚풀, 방울 등 각양각색의 사물이 마구잡이로 병치·배열돼있다. 지역적 경계를 넘어 과거와 현재, 기술과 문화, 자연과 문명이 융합된 이 작품은 이번 전시 공간서도 문화와 민속에 대한 기존 분류법에 반하는 양혜규의 관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관객 참여를 이끌어내고 작품에 운동성을 부여하는 양혜규의 경향은 다차원적 공간에 위치한 ‘솔 르윗 동차’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이 작품은 기존의 블라인드 작업에 동적 요소가 더해져 탄생한 새로운 연작이다.
 

▲ 국제갤러리_양혜규_소리 나는 운동 지도_2019

양혜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바람, 빛, 온기 등을 전하는 감각적 소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거의 같은 시기부터 공간을 양분하면서도 개방과 폐쇄의 양가적 특성을 가진 블라인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솔 르윗 동차 연작은 미니멀리즘의 대표 작가 솔 르윗의 입방체 구조를 물리적, 개념적으로 확장시킨 ‘솔 르윗 뒤집기’ 연작과 조각물을 입듯이 사람이 조각 내부로 들어가 조각 자체를 움직이게 돼있는 ‘의상 동차’ 연작이 혼종된 작업이다.

한 면이 70㎝ 입방체로 구성된 솔 르윗 뒤집기는 르윗의 모듈식 구조를 뒤집어 천장에 매단 블라인드 조각물이다. 반면 솔 르윗 동차는 르윗의 모듈 구조를 위아래로 세우고 기립시켜 형식적 진화를 도모했다. 모체가 되는 두 연작의 개념적 맥락은 유지하되 내부가 아닌 외부서 동차를 조종하게 했다. 2명 이상의 관객이 함께해야 가장 이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동차와 대각선상에 놓인 공간의 양 모서리에는 ‘소리 나는 운동’ 4점이 천장에 매달린다. 방울을 전면에 내세운 ‘소리 나는 조각’ 연작서 유래했다. 매달린 조각의 원형 몸체를 손으로 회전시켜 독특한 시각적 문양과 청각적 울림을 자아내는 소리 나는 운동은 기존에 없던 손잡이, 인조 짚 등의 요소가 추가로 접목된 작업이다.

남북 도보다리 회담 새소리
동시대 인물의 역사적 상황

작품이 활성화돼 움직일 때, 방울은 속이 빈 물체를 흔들거나 두드리며 침묵과 부동의 상태를 소리와 호출로 확장시킨 인류의 보편적 경험을 일깨운다. 또 자연서 문화로의 이행, 공예와 대량 생산으로 치환되는 문화와 산업의 결합을 암시한다.

천장에 매달린 2개의 스피커 묶음서 흘러나오는 새소리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영상서 추출한 것이다. 당시 남북의 지도자가 도보다리 끝에 함께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먼발치서 포착한 영상에는 세계 각지서 모여든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와 발소리 그리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담겨있다.

얼핏 평범한 소리처럼 들리는 이 음향은 비무장지대(DMZ)라는 특이한 장소가 함의하는 인간 사회의 서사와 정치적 복선, 자연이라는 인류세를 벗어난 보편적 공간 사이의 비밀스러운 틈새를 연다.
 

▲ 국제갤러리_양혜규_서기 2000년이 오면

대지의 내음과 음향, 안개와 빛으로 가득한 공간 한편에는 비시각적 작업인 ‘융합과 분산의 연대기-뒤라스와 윤’이 텍스트 묶음으로 비치됐다.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한국의 작곡가 윤이상의 연대기를 주관적 관점으로 교차편집한 것이다. 동시대에 사회적, 정치적 격변기를 살아간 두 인물은 양혜규의 작업서 종종 직접적으로 혹은 우회적으로 참조돼왔다.

연대기는 두 인물의 생몰 전후의 역사적 상황을 시작과 끝으로 한다. 이들의 생애는 식민주의와 냉전시대, 일련의 사회적 변혁과 정치적 갈등 속에서 이어진다. 이 작업은 그에 내포된 드라마와 매혹, 이면의 고통과 소외의 정서가 도드라지는 방식으로 연대기를 재현한다.

소외된 문화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양혜규의 독특한 어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일상적 어휘를 특유의 반복과 상호 교차, 혼성으로 뒤얽는 어법을 통해 인류 역사와 문화, 사회의 다양한 파고와 너비를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혜규는 이번 전시서 과학적 합리성과 자본주의가 소거한 수공과 자연의 가치, 사변적 영역을 비롯해 야만의 역사가 폄훼한 원시문화를 조명한다. 또 인간 세계의 산물인 시스템이 소외하고 고립시킨 정치사회적 인물과 공간을 다시금 폭넓게 바라보기를 권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11월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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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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