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명 랩선생 사기 공방전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9.30 11:00:39
  • 호수 1238호
  • 댓글 0개

빚 갚으라고 하자 “칼 사서 갈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AOA’ 지민의 랩 선생으로 알려진 에이맨(이하 이승민)이 거액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이후 채권자인 A씨에게 살해 협박까지 하며 접근금지 가처분을 받았다. 이후 사기사건에 휘말린 이승민씨는 선고 기일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
 

▲ 그룹 AOA 지민은 랩을 가르쳐준 사람으로 에이맨을 소개했다.

연예인들이 사기 혐의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는 빈번하게 있다. 연예인들의 인지도를 이용하기도, 이용당하기도 한다. 약 두 달 전 방송인 이상민도 ‘13억 사기 혐의’에 휘말린 바 있다. 

차일피일 
변제 미루더니…

이상민을 고소한 B씨 법률대리인 최유진 변호사는 이상민이 B씨로부터 약 45억원 대출을 알선해주겠다는 명목으로 4억원을 편취했으며 그의 회사를 홍보해주겠다는 명목으로 8억7000만원을 추가로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이상민 소속사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상민과 관련한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상민도 “오늘 고소 건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근거 없이 저를 고소한 자를 무고 및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는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다. 허무맹랑한 고소 건으로 저 역시 당황스럽지만,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민이 제작한 QOQ의 멤버이자 AOA의 랩 선생으로 알려진 이승민씨는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판결은 끝났지만 이씨가 선고기일 3번 연속 출석하지 않아 영장이 발부됐으며 현재 지명수배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채권자인 A씨의 반경 100m 이내에 접근해선 안 되고, 채권자의 주거지 및 회사에도 방문해서는 안 된다.

이씨는 여자친구였던 A씨와 2016년 11월19일 결혼식을 해 사실혼 관계였다. 이 점을 이용해 이씨는 2015년 7월8일부터 2017년 8월20일까지 교제 기간 및 사실혼 기간 총 2년동안 약 1억원 이상의 금전을 교부받았다. 이 둘은 2017년 9월20일 사실혼 관계를 해소했다. 

이씨는 A씨에게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한다. 이혼 합의서에 명시한 위자료에는 A씨에게 발생한 손해 금액인 대여금, 대출이자, 혼수 비용 등이다. 또 이씨는 사실혼 관계를 해소함과 동시에 금액을 변제하기로 약속했는데도 차일피일 변제를 미루더니 피해자에게 해약을 알렸고,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돈 없다면서 아우디에 웨이크보드?
선고 불출석 영장발부 ‘지명수배’

2015년 이씨는 A씨에게 드론과 관련된 레저사업과 철분 건강 식품사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설득했다. 금전을 빌려주면 3∼4개월 내로 갚겠다고 약속하며 3300만원을 빌렸다. 

2016년 초부터 2017년 초에는 이씨가 A씨에게 아기 생수 사업체인 퓨리에의 운영 자금(마케팅, 제품디자인, 홈페이지 웹디자인 비용 등)이 필요하다며 2016년 2월19일부터 2017년 2월23일까지 총 1435만원을 편취한 후 갚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이씨는 동생에게 소액으로 계좌에 입금하거나 현금으로 지급되는 형식으로 약 4000만원이 지급된 정황이 발견됐다. A씨 변호사는 이씨가 자신이 가진 돈에다가 A씨에게 빌린 돈 3300만원을 더해 동생에게 입금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 이승민씨는 자신의 SNS에 아우디 차량과 웨이크보드 등의 사진들을 게시했다.

2017년 1월19일경 이씨는 H씨, S씨에 대해 6000만원 상당의 소를 제기했고 A씨에게 “퓨리서 돈을 갚아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해 이씨는 A씨에게 “2월경 합의금으로 3500만원이 필요하다”며 “돈은 중간중간 큰돈이 생길 때 갚고 2017년 2월21일 돈을 갚을 수 있다. 안심하라”고 믿음을 줬다. 그러나 H씨, S씨에게 당한 고소를 취하하고 빨리 돈을 벌어 변제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A씨에게 변제하지 않고 있다. 

또 2017년 4월21일에는 건설회사인 G사 주식회사에 업무에 참여하기 위해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A씨에게 1000만원을 빌려 가기도 했다.

“큰돈 벌 수…”
빌리고 또 빌려

같은 해 6월14일 G사의 투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에스크로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부탁했던 이씨는 A씨에게 7월5일∼7일 사이 정확히 2억5000만원을 입금해주겠다며 1500만원을 빌려갔다. A씨는 건설 토지개발 부지 담보로 법인 에스크로 수수료를 4∼5% 정도 입금해주겠다는 이씨의 말을 믿었던 것이다.

이씨가 A씨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자, A씨는 이씨의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해 의심을 했다. 이처럼 이씨는 변제 능력도 없으면서도 A씨와 신뢰 관계를 이용해 총 1억735만원을 편취해 손해를 입혔다. 정황상 이씨는 B씨에게 돈을 빌리면서 말한 목적과 다르게 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A씨 변호사 측은 주장하고 있다.

10월30일 이씨는 A씨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협박했다. 또 여러 차례 집으로 찾아가서 문을 부수겠다고 말하거나 전화로 “죽여버린다” “경찰 불러놔” “칼 사서 올라가?” 등의 협박을 했다. 이씨는 평소 폭력적인 성향이 다분했으며, 이에 A씨는 공포심을 많이 느낀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시비가 붙어서 누구를 어떻게 때려줬으며 경찰서에 다녀오기도 했다”며 자신의 힘을 자랑하거나 “자신이 성격 있는 사람이라며 건들면 큰일 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자주 했다.
 

▲ 이승민 판결문

술을 마신 이씨는 2017년 6월27일∼28일 A씨에게 강남 언주역 근처서 건달을 데리고 오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으며 “무슨 일이 생기면 신고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8월1일 오전 7시6분경 A씨에게 “사람을 폭행해 경찰서에 왔으나 윗선에 전화해서 별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이씨에게 폭행당한 사람은 코에 금이 가서 조사하고 있다”며 연락을 해왔다.

“아는 건달
데려온다”


이씨의 말에 공포심을 느낀 A씨는 신변의 안전을 위해 112에 신고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관은 이씨와 통화를 했다. 이씨가 위험해 보이는 것을 감지한 경찰관은 A씨에게 당분간 다른 곳에서 지낼 권을 권유했다. 신고 당일 A씨는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샌 후 다음날 집을 나와 지인의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씨는 2017년 11월1일 이틀 전에 있었던 협박 사건에 대해 경찰로부터 전화 받은 것에 대해 분개해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아주 끝까지 가보자는 거잖아.(중략) 내 말 제대로 안 듣고 무시하고 조심 안 한 니가 첫 번째 잘못이고 그 다음은  나한테 나댄 니 언니 잘못이야. 다 예고했고 이런 결과 올까 봐 미리 당부한 건데 니가 잘못한 거니 감당도 니가 해” 등의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

재판부는 A씨가 이씨에 대해 낸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씨는 A씨에 대해 면담을 강요하거나 평온한 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의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 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생활 및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씨가 이 사항을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100만원씩 A씨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씨는 2019년 4월22일과 같은 해 6월9일 총 2번의 협박을 가해 200만원을 이씨에게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씨는 지난 7월18일, 8월22일, 9월19일 3번 연속 선고기일에 불출석했다. 이씨에 대해 영장 발부와 수배령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7월20일 이씨의 집을 방문해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A씨는 “집에 들어가 보니 공기청정기와 믹서기밖에 없었다. 은행가압류 신청까지 들어갔지만 신용등급이 10등급서 재판 중에 9등급으로 상향조정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의 SNS에 아우디 차량, 웨이크보드, 발렌시아가 모자 등 명품 브랜드를 게시했다. 


에이맨, 사실혼 관계 이용해 금품 편취
“죽인다” 카톡·전화로 가족 살해 협박

이어 “이씨가 명의를 위장해 재산을 빼돌리거나 현금만 쓸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느냐”며 의견을 제시했다.

이씨 법률대리인 조필재 변호사가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이씨는 사기나 협박으로 형사처벌 받은 사실이 없고, 벌금형 이상의 전과도 없다. 이씨는 A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간 동안 A씨로부터 금전을 차용했던 바, 당시 운영하던 사업을 위해 차용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거주지 마련 등 부부 공동생활자금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명시했다.
 

이어 ‘물론 이씨가 A씨로부터 금전을 차용할 당시에는 당장 변제할 능력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자가 배우자였던 관계로 차용증이나 영수증을 작성하지 않았고 변제기일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관계로 제때 변제를 하지 못한 점이 있다. 이씨가 A씨로부터 금전을 차용할 당시부터 피해자에게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운영하던 사업이 제대로 진행됐더라면 충분히 변제할 계획이었다’고 제출했다.

또 ‘이 점에 대해 이씨는 A씨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으며 이씨의 사업 운영으로 인한 수익금이 발생하면 비로소 대여금을 변제 받게 된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씨가 확정적인 고의로 범행을 범하였기보다는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예상했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A씨에게 제때 변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현재 이씨가 새로 시작한 사업으로 인한 수익금이 2019년 7월경부터 발생한다고 하므로 피해자와의 합의 및 피해변제를 위한 시간을 부여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장 발부해 
체포할 수도

조 변호사는 “사기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은 몇 달 전에 끝났다. 판결 선고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서(이씨가)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고가 안 됐다. 합의가 된다면 좋겠지만 안 된다면 실형 선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피해 금액이 크기 때문에 영장을 발부해 체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선고기일에 참석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모두 탄원서를 제출했다. 처음에는 안 나갔고 두 번째에는 출장 가 있는 동안 통보를 못받았다. 집으로 우편이 왔지만 확인을 못하는 바람에 출석하지 못했고 세 번째인 9월19일에는 개인적인 사유가 있었다. A씨는 법원 문서를 SNS에 공개하거나 부모님에게 협박을 하는 등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이 자료를 모두 판사님에게 탄원서로 제출했으며 선고기일은 10월31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에이맨’ 이승민 누구? 

룰라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였던 이상민은 5인조 댄스그룹 QOQ를 제작했다. QOQ의 멤버였던 이승민은 에이맨(Amen)이란 이름으로 랩을 담당했다.

‘떠나가라’라는 노래가 히트했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그룹은 해체됐다. 

2008년 솔로로 나와 ‘왜 그랬어’라는 타이틀곡으로 활동을 했다. 이때 바이브의 윤민수가 노래라인을 만들고 나미의 아들 정철이 참여를 했다.

이후에는 이승기, 왁스, FT아일랜드 등 인기 가수들의 랩 메이킹과 작사를 도왔다. 

2009년에는 프로듀서 킵루츠와 아이콘(Icon)을 결성하고 2009년 첫 앨범 ‘아이콘텍트’와 타이틀 곡 ‘뷰티풀 레이디’로 활동했다.

당시 은지원을 비롯해 길미, 마이티마우스의 상추, 슈프림팀의 사이먼디, 가리온, 등 걸출한 래퍼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2015년 MBC <라디오스타>서 AOA 지민은 또 자신의 랩 스승으로 에이맨을 언급하며 눈길을 끌었다. <구>


<기사 속 기사> ‘4억’ 박상민 법정 공방

4억원의 민사소송을 당한 가수 박상민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지난달 21일 춘천지방법원서 박상민과 지인 C씨간의 4억원대 민사 소송 공판이 진행됐다.

C씨는 10년 전 자신의 땅을 담보로 박상민에게 2억5000만원을 대출해줬으나 변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4억2740만원의 청구 소송을 냈다.

또 박상민이 자신의 딸을 연예인으로 키워주겠다고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상민 변호인인 유병옥 법무법인 삼송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박상민이 대출받은 2억5000만원에 대해 지난 2013년 2억원을, 2018년 5000만원을 모두 변제했다”고 주장했다. 

또 “C씨가 1년 안에 갚지 못하면 하루에 20만원씩 1년에 7300만원의 위약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각서가 있다고 했지만, 박상민은 각서를 작성해준 적이 없다. C씨가 갖고 있는 서류에 찍힌 박상민의 인감 도장은 분실한 것”이라며 “도장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2012년 8월27일에 분실신고를 했다. 일부 서류는 인감 분실 이후에 도장이 찍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A씨가 제시한 각서 속 이자 금액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금액이 아닌가, 거기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C씨의 딸을 연예인으로 키워주겠다는 주장에 대해 “C씨는 박상민이 딸을 가수로 성장시켜주겠다고 이야기했다는데, 박상민의 입장은 ‘신경 써줘라’고 해서 그러겠다고만 했지 그 외의 것은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키워주겠다는 말 자체가 약정서에 있는 내용과 배치된다. 만약에 그랬다면 정식으로 계약하고 수련의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