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명 랩선생 사기 공방전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9.30 11:00:39
  • 호수 12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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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으라고 하자 “칼 사서 갈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AOA’ 지민의 랩 선생으로 알려진 에이맨(이하 이승민)이 거액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이후 채권자인 A씨에게 살해 협박까지 하며 접근금지 가처분을 받았다. 이후 사기사건에 휘말린 이승민씨는 선고 기일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
 

▲ 그룹 AOA 지민은 랩을 가르쳐준 사람으로 에이맨을 소개했다.

연예인들이 사기 혐의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는 빈번하게 있다. 연예인들의 인지도를 이용하기도, 이용당하기도 한다. 약 두 달 전 방송인 이상민도 ‘13억 사기 혐의’에 휘말린 바 있다. 

차일피일 
변제 미루더니…

이상민을 고소한 B씨 법률대리인 최유진 변호사는 이상민이 B씨로부터 약 45억원 대출을 알선해주겠다는 명목으로 4억원을 편취했으며 그의 회사를 홍보해주겠다는 명목으로 8억7000만원을 추가로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이상민 소속사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상민과 관련한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상민도 “오늘 고소 건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근거 없이 저를 고소한 자를 무고 및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는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다. 허무맹랑한 고소 건으로 저 역시 당황스럽지만,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민이 제작한 QOQ의 멤버이자 AOA의 랩 선생으로 알려진 이승민씨는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판결은 끝났지만 이씨가 선고기일 3번 연속 출석하지 않아 영장이 발부됐으며 현재 지명수배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채권자인 A씨의 반경 100m 이내에 접근해선 안 되고, 채권자의 주거지 및 회사에도 방문해서는 안 된다.

이씨는 여자친구였던 A씨와 2016년 11월19일 결혼식을 해 사실혼 관계였다. 이 점을 이용해 이씨는 2015년 7월8일부터 2017년 8월20일까지 교제 기간 및 사실혼 기간 총 2년동안 약 1억원 이상의 금전을 교부받았다. 이 둘은 2017년 9월20일 사실혼 관계를 해소했다. 

이씨는 A씨에게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한다. 이혼 합의서에 명시한 위자료에는 A씨에게 발생한 손해 금액인 대여금, 대출이자, 혼수 비용 등이다. 또 이씨는 사실혼 관계를 해소함과 동시에 금액을 변제하기로 약속했는데도 차일피일 변제를 미루더니 피해자에게 해약을 알렸고,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돈 없다면서 아우디에 웨이크보드?
선고 불출석 영장발부 ‘지명수배’

2015년 이씨는 A씨에게 드론과 관련된 레저사업과 철분 건강 식품사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설득했다. 금전을 빌려주면 3∼4개월 내로 갚겠다고 약속하며 3300만원을 빌렸다. 

2016년 초부터 2017년 초에는 이씨가 A씨에게 아기 생수 사업체인 퓨리에의 운영 자금(마케팅, 제품디자인, 홈페이지 웹디자인 비용 등)이 필요하다며 2016년 2월19일부터 2017년 2월23일까지 총 1435만원을 편취한 후 갚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이씨는 동생에게 소액으로 계좌에 입금하거나 현금으로 지급되는 형식으로 약 4000만원이 지급된 정황이 발견됐다. A씨 변호사는 이씨가 자신이 가진 돈에다가 A씨에게 빌린 돈 3300만원을 더해 동생에게 입금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 이승민씨는 자신의 SNS에 아우디 차량과 웨이크보드 등의 사진들을 게시했다.

2017년 1월19일경 이씨는 H씨, S씨에 대해 6000만원 상당의 소를 제기했고 A씨에게 “퓨리서 돈을 갚아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해 이씨는 A씨에게 “2월경 합의금으로 3500만원이 필요하다”며 “돈은 중간중간 큰돈이 생길 때 갚고 2017년 2월21일 돈을 갚을 수 있다. 안심하라”고 믿음을 줬다. 그러나 H씨, S씨에게 당한 고소를 취하하고 빨리 돈을 벌어 변제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A씨에게 변제하지 않고 있다. 

또 2017년 4월21일에는 건설회사인 G사 주식회사에 업무에 참여하기 위해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A씨에게 1000만원을 빌려 가기도 했다.

“큰돈 벌 수…”
빌리고 또 빌려

같은 해 6월14일 G사의 투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에스크로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부탁했던 이씨는 A씨에게 7월5일∼7일 사이 정확히 2억5000만원을 입금해주겠다며 1500만원을 빌려갔다. A씨는 건설 토지개발 부지 담보로 법인 에스크로 수수료를 4∼5% 정도 입금해주겠다는 이씨의 말을 믿었던 것이다.

이씨가 A씨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자, A씨는 이씨의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해 의심을 했다. 이처럼 이씨는 변제 능력도 없으면서도 A씨와 신뢰 관계를 이용해 총 1억735만원을 편취해 손해를 입혔다. 정황상 이씨는 B씨에게 돈을 빌리면서 말한 목적과 다르게 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A씨 변호사 측은 주장하고 있다.

10월30일 이씨는 A씨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협박했다. 또 여러 차례 집으로 찾아가서 문을 부수겠다고 말하거나 전화로 “죽여버린다” “경찰 불러놔” “칼 사서 올라가?” 등의 협박을 했다. 이씨는 평소 폭력적인 성향이 다분했으며, 이에 A씨는 공포심을 많이 느낀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시비가 붙어서 누구를 어떻게 때려줬으며 경찰서에 다녀오기도 했다”며 자신의 힘을 자랑하거나 “자신이 성격 있는 사람이라며 건들면 큰일 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자주 했다.
 

▲ 이승민 판결문

술을 마신 이씨는 2017년 6월27일∼28일 A씨에게 강남 언주역 근처서 건달을 데리고 오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으며 “무슨 일이 생기면 신고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8월1일 오전 7시6분경 A씨에게 “사람을 폭행해 경찰서에 왔으나 윗선에 전화해서 별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이씨에게 폭행당한 사람은 코에 금이 가서 조사하고 있다”며 연락을 해왔다.

“아는 건달
데려온다”


이씨의 말에 공포심을 느낀 A씨는 신변의 안전을 위해 112에 신고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관은 이씨와 통화를 했다. 이씨가 위험해 보이는 것을 감지한 경찰관은 A씨에게 당분간 다른 곳에서 지낼 권을 권유했다. 신고 당일 A씨는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샌 후 다음날 집을 나와 지인의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씨는 2017년 11월1일 이틀 전에 있었던 협박 사건에 대해 경찰로부터 전화 받은 것에 대해 분개해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아주 끝까지 가보자는 거잖아.(중략) 내 말 제대로 안 듣고 무시하고 조심 안 한 니가 첫 번째 잘못이고 그 다음은  나한테 나댄 니 언니 잘못이야. 다 예고했고 이런 결과 올까 봐 미리 당부한 건데 니가 잘못한 거니 감당도 니가 해” 등의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

재판부는 A씨가 이씨에 대해 낸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씨는 A씨에 대해 면담을 강요하거나 평온한 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의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 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생활 및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씨가 이 사항을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100만원씩 A씨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씨는 2019년 4월22일과 같은 해 6월9일 총 2번의 협박을 가해 200만원을 이씨에게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씨는 지난 7월18일, 8월22일, 9월19일 3번 연속 선고기일에 불출석했다. 이씨에 대해 영장 발부와 수배령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7월20일 이씨의 집을 방문해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A씨는 “집에 들어가 보니 공기청정기와 믹서기밖에 없었다. 은행가압류 신청까지 들어갔지만 신용등급이 10등급서 재판 중에 9등급으로 상향조정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의 SNS에 아우디 차량, 웨이크보드, 발렌시아가 모자 등 명품 브랜드를 게시했다. 


에이맨, 사실혼 관계 이용해 금품 편취
“죽인다” 카톡·전화로 가족 살해 협박

이어 “이씨가 명의를 위장해 재산을 빼돌리거나 현금만 쓸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느냐”며 의견을 제시했다.

이씨 법률대리인 조필재 변호사가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이씨는 사기나 협박으로 형사처벌 받은 사실이 없고, 벌금형 이상의 전과도 없다. 이씨는 A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간 동안 A씨로부터 금전을 차용했던 바, 당시 운영하던 사업을 위해 차용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거주지 마련 등 부부 공동생활자금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명시했다.
 

이어 ‘물론 이씨가 A씨로부터 금전을 차용할 당시에는 당장 변제할 능력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자가 배우자였던 관계로 차용증이나 영수증을 작성하지 않았고 변제기일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관계로 제때 변제를 하지 못한 점이 있다. 이씨가 A씨로부터 금전을 차용할 당시부터 피해자에게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운영하던 사업이 제대로 진행됐더라면 충분히 변제할 계획이었다’고 제출했다.

또 ‘이 점에 대해 이씨는 A씨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으며 이씨의 사업 운영으로 인한 수익금이 발생하면 비로소 대여금을 변제 받게 된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씨가 확정적인 고의로 범행을 범하였기보다는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예상했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A씨에게 제때 변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현재 이씨가 새로 시작한 사업으로 인한 수익금이 2019년 7월경부터 발생한다고 하므로 피해자와의 합의 및 피해변제를 위한 시간을 부여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장 발부해 
체포할 수도

조 변호사는 “사기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은 몇 달 전에 끝났다. 판결 선고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서(이씨가)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고가 안 됐다. 합의가 된다면 좋겠지만 안 된다면 실형 선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피해 금액이 크기 때문에 영장을 발부해 체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선고기일에 참석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모두 탄원서를 제출했다. 처음에는 안 나갔고 두 번째에는 출장 가 있는 동안 통보를 못받았다. 집으로 우편이 왔지만 확인을 못하는 바람에 출석하지 못했고 세 번째인 9월19일에는 개인적인 사유가 있었다. A씨는 법원 문서를 SNS에 공개하거나 부모님에게 협박을 하는 등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이 자료를 모두 판사님에게 탄원서로 제출했으며 선고기일은 10월31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에이맨’ 이승민 누구? 

룰라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였던 이상민은 5인조 댄스그룹 QOQ를 제작했다. QOQ의 멤버였던 이승민은 에이맨(Amen)이란 이름으로 랩을 담당했다.

‘떠나가라’라는 노래가 히트했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그룹은 해체됐다. 

2008년 솔로로 나와 ‘왜 그랬어’라는 타이틀곡으로 활동을 했다. 이때 바이브의 윤민수가 노래라인을 만들고 나미의 아들 정철이 참여를 했다.

이후에는 이승기, 왁스, FT아일랜드 등 인기 가수들의 랩 메이킹과 작사를 도왔다. 

2009년에는 프로듀서 킵루츠와 아이콘(Icon)을 결성하고 2009년 첫 앨범 ‘아이콘텍트’와 타이틀 곡 ‘뷰티풀 레이디’로 활동했다.

당시 은지원을 비롯해 길미, 마이티마우스의 상추, 슈프림팀의 사이먼디, 가리온, 등 걸출한 래퍼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2015년 MBC <라디오스타>서 AOA 지민은 또 자신의 랩 스승으로 에이맨을 언급하며 눈길을 끌었다. <구>


<기사 속 기사> ‘4억’ 박상민 법정 공방

4억원의 민사소송을 당한 가수 박상민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지난달 21일 춘천지방법원서 박상민과 지인 C씨간의 4억원대 민사 소송 공판이 진행됐다.

C씨는 10년 전 자신의 땅을 담보로 박상민에게 2억5000만원을 대출해줬으나 변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4억2740만원의 청구 소송을 냈다.

또 박상민이 자신의 딸을 연예인으로 키워주겠다고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상민 변호인인 유병옥 법무법인 삼송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박상민이 대출받은 2억5000만원에 대해 지난 2013년 2억원을, 2018년 5000만원을 모두 변제했다”고 주장했다. 

또 “C씨가 1년 안에 갚지 못하면 하루에 20만원씩 1년에 7300만원의 위약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각서가 있다고 했지만, 박상민은 각서를 작성해준 적이 없다. C씨가 갖고 있는 서류에 찍힌 박상민의 인감 도장은 분실한 것”이라며 “도장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2012년 8월27일에 분실신고를 했다. 일부 서류는 인감 분실 이후에 도장이 찍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A씨가 제시한 각서 속 이자 금액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금액이 아닌가, 거기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C씨의 딸을 연예인으로 키워주겠다는 주장에 대해 “C씨는 박상민이 딸을 가수로 성장시켜주겠다고 이야기했다는데, 박상민의 입장은 ‘신경 써줘라’고 해서 그러겠다고만 했지 그 외의 것은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키워주겠다는 말 자체가 약정서에 있는 내용과 배치된다. 만약에 그랬다면 정식으로 계약하고 수련의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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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