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명 랩선생 사기 공방전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9.30 11:00:39
  • 호수 12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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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으라고 하자 “칼 사서 갈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AOA’ 지민의 랩 선생으로 알려진 에이맨(이하 이승민)이 거액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이후 채권자인 A씨에게 살해 협박까지 하며 접근금지 가처분을 받았다. 이후 사기사건에 휘말린 이승민씨는 선고 기일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
 

▲ 그룹 AOA 지민은 랩을 가르쳐준 사람으로 에이맨을 소개했다.

연예인들이 사기 혐의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는 빈번하게 있다. 연예인들의 인지도를 이용하기도, 이용당하기도 한다. 약 두 달 전 방송인 이상민도 ‘13억 사기 혐의’에 휘말린 바 있다. 

차일피일 
변제 미루더니…

이상민을 고소한 B씨 법률대리인 최유진 변호사는 이상민이 B씨로부터 약 45억원 대출을 알선해주겠다는 명목으로 4억원을 편취했으며 그의 회사를 홍보해주겠다는 명목으로 8억7000만원을 추가로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이상민 소속사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상민과 관련한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상민도 “오늘 고소 건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근거 없이 저를 고소한 자를 무고 및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는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다. 허무맹랑한 고소 건으로 저 역시 당황스럽지만,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민이 제작한 QOQ의 멤버이자 AOA의 랩 선생으로 알려진 이승민씨는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판결은 끝났지만 이씨가 선고기일 3번 연속 출석하지 않아 영장이 발부됐으며 현재 지명수배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채권자인 A씨의 반경 100m 이내에 접근해선 안 되고, 채권자의 주거지 및 회사에도 방문해서는 안 된다.

이씨는 여자친구였던 A씨와 2016년 11월19일 결혼식을 해 사실혼 관계였다. 이 점을 이용해 이씨는 2015년 7월8일부터 2017년 8월20일까지 교제 기간 및 사실혼 기간 총 2년동안 약 1억원 이상의 금전을 교부받았다. 이 둘은 2017년 9월20일 사실혼 관계를 해소했다. 

이씨는 A씨에게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한다. 이혼 합의서에 명시한 위자료에는 A씨에게 발생한 손해 금액인 대여금, 대출이자, 혼수 비용 등이다. 또 이씨는 사실혼 관계를 해소함과 동시에 금액을 변제하기로 약속했는데도 차일피일 변제를 미루더니 피해자에게 해약을 알렸고,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돈 없다면서 아우디에 웨이크보드?
선고 불출석 영장발부 ‘지명수배’

2015년 이씨는 A씨에게 드론과 관련된 레저사업과 철분 건강 식품사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설득했다. 금전을 빌려주면 3∼4개월 내로 갚겠다고 약속하며 3300만원을 빌렸다. 

2016년 초부터 2017년 초에는 이씨가 A씨에게 아기 생수 사업체인 퓨리에의 운영 자금(마케팅, 제품디자인, 홈페이지 웹디자인 비용 등)이 필요하다며 2016년 2월19일부터 2017년 2월23일까지 총 1435만원을 편취한 후 갚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이씨는 동생에게 소액으로 계좌에 입금하거나 현금으로 지급되는 형식으로 약 4000만원이 지급된 정황이 발견됐다. A씨 변호사는 이씨가 자신이 가진 돈에다가 A씨에게 빌린 돈 3300만원을 더해 동생에게 입금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 이승민씨는 자신의 SNS에 아우디 차량과 웨이크보드 등의 사진들을 게시했다.

2017년 1월19일경 이씨는 H씨, S씨에 대해 6000만원 상당의 소를 제기했고 A씨에게 “퓨리서 돈을 갚아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해 이씨는 A씨에게 “2월경 합의금으로 3500만원이 필요하다”며 “돈은 중간중간 큰돈이 생길 때 갚고 2017년 2월21일 돈을 갚을 수 있다. 안심하라”고 믿음을 줬다. 그러나 H씨, S씨에게 당한 고소를 취하하고 빨리 돈을 벌어 변제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A씨에게 변제하지 않고 있다. 

또 2017년 4월21일에는 건설회사인 G사 주식회사에 업무에 참여하기 위해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A씨에게 1000만원을 빌려 가기도 했다.

“큰돈 벌 수…”
빌리고 또 빌려

같은 해 6월14일 G사의 투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에스크로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부탁했던 이씨는 A씨에게 7월5일∼7일 사이 정확히 2억5000만원을 입금해주겠다며 1500만원을 빌려갔다. A씨는 건설 토지개발 부지 담보로 법인 에스크로 수수료를 4∼5% 정도 입금해주겠다는 이씨의 말을 믿었던 것이다.

이씨가 A씨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자, A씨는 이씨의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해 의심을 했다. 이처럼 이씨는 변제 능력도 없으면서도 A씨와 신뢰 관계를 이용해 총 1억735만원을 편취해 손해를 입혔다. 정황상 이씨는 B씨에게 돈을 빌리면서 말한 목적과 다르게 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A씨 변호사 측은 주장하고 있다.

10월30일 이씨는 A씨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협박했다. 또 여러 차례 집으로 찾아가서 문을 부수겠다고 말하거나 전화로 “죽여버린다” “경찰 불러놔” “칼 사서 올라가?” 등의 협박을 했다. 이씨는 평소 폭력적인 성향이 다분했으며, 이에 A씨는 공포심을 많이 느낀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시비가 붙어서 누구를 어떻게 때려줬으며 경찰서에 다녀오기도 했다”며 자신의 힘을 자랑하거나 “자신이 성격 있는 사람이라며 건들면 큰일 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자주 했다.
 

▲ 이승민 판결문

술을 마신 이씨는 2017년 6월27일∼28일 A씨에게 강남 언주역 근처서 건달을 데리고 오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으며 “무슨 일이 생기면 신고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8월1일 오전 7시6분경 A씨에게 “사람을 폭행해 경찰서에 왔으나 윗선에 전화해서 별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이씨에게 폭행당한 사람은 코에 금이 가서 조사하고 있다”며 연락을 해왔다.

“아는 건달
데려온다”


이씨의 말에 공포심을 느낀 A씨는 신변의 안전을 위해 112에 신고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관은 이씨와 통화를 했다. 이씨가 위험해 보이는 것을 감지한 경찰관은 A씨에게 당분간 다른 곳에서 지낼 권을 권유했다. 신고 당일 A씨는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샌 후 다음날 집을 나와 지인의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씨는 2017년 11월1일 이틀 전에 있었던 협박 사건에 대해 경찰로부터 전화 받은 것에 대해 분개해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아주 끝까지 가보자는 거잖아.(중략) 내 말 제대로 안 듣고 무시하고 조심 안 한 니가 첫 번째 잘못이고 그 다음은  나한테 나댄 니 언니 잘못이야. 다 예고했고 이런 결과 올까 봐 미리 당부한 건데 니가 잘못한 거니 감당도 니가 해” 등의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

재판부는 A씨가 이씨에 대해 낸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씨는 A씨에 대해 면담을 강요하거나 평온한 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의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 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생활 및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씨가 이 사항을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100만원씩 A씨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씨는 2019년 4월22일과 같은 해 6월9일 총 2번의 협박을 가해 200만원을 이씨에게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씨는 지난 7월18일, 8월22일, 9월19일 3번 연속 선고기일에 불출석했다. 이씨에 대해 영장 발부와 수배령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7월20일 이씨의 집을 방문해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A씨는 “집에 들어가 보니 공기청정기와 믹서기밖에 없었다. 은행가압류 신청까지 들어갔지만 신용등급이 10등급서 재판 중에 9등급으로 상향조정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의 SNS에 아우디 차량, 웨이크보드, 발렌시아가 모자 등 명품 브랜드를 게시했다. 


에이맨, 사실혼 관계 이용해 금품 편취
“죽인다” 카톡·전화로 가족 살해 협박

이어 “이씨가 명의를 위장해 재산을 빼돌리거나 현금만 쓸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느냐”며 의견을 제시했다.

이씨 법률대리인 조필재 변호사가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이씨는 사기나 협박으로 형사처벌 받은 사실이 없고, 벌금형 이상의 전과도 없다. 이씨는 A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간 동안 A씨로부터 금전을 차용했던 바, 당시 운영하던 사업을 위해 차용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거주지 마련 등 부부 공동생활자금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명시했다.
 

이어 ‘물론 이씨가 A씨로부터 금전을 차용할 당시에는 당장 변제할 능력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자가 배우자였던 관계로 차용증이나 영수증을 작성하지 않았고 변제기일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관계로 제때 변제를 하지 못한 점이 있다. 이씨가 A씨로부터 금전을 차용할 당시부터 피해자에게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운영하던 사업이 제대로 진행됐더라면 충분히 변제할 계획이었다’고 제출했다.

또 ‘이 점에 대해 이씨는 A씨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으며 이씨의 사업 운영으로 인한 수익금이 발생하면 비로소 대여금을 변제 받게 된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씨가 확정적인 고의로 범행을 범하였기보다는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예상했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A씨에게 제때 변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현재 이씨가 새로 시작한 사업으로 인한 수익금이 2019년 7월경부터 발생한다고 하므로 피해자와의 합의 및 피해변제를 위한 시간을 부여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장 발부해 
체포할 수도

조 변호사는 “사기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은 몇 달 전에 끝났다. 판결 선고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서(이씨가)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고가 안 됐다. 합의가 된다면 좋겠지만 안 된다면 실형 선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피해 금액이 크기 때문에 영장을 발부해 체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선고기일에 참석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모두 탄원서를 제출했다. 처음에는 안 나갔고 두 번째에는 출장 가 있는 동안 통보를 못받았다. 집으로 우편이 왔지만 확인을 못하는 바람에 출석하지 못했고 세 번째인 9월19일에는 개인적인 사유가 있었다. A씨는 법원 문서를 SNS에 공개하거나 부모님에게 협박을 하는 등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이 자료를 모두 판사님에게 탄원서로 제출했으며 선고기일은 10월31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에이맨’ 이승민 누구? 

룰라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였던 이상민은 5인조 댄스그룹 QOQ를 제작했다. QOQ의 멤버였던 이승민은 에이맨(Amen)이란 이름으로 랩을 담당했다.

‘떠나가라’라는 노래가 히트했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그룹은 해체됐다. 

2008년 솔로로 나와 ‘왜 그랬어’라는 타이틀곡으로 활동을 했다. 이때 바이브의 윤민수가 노래라인을 만들고 나미의 아들 정철이 참여를 했다.

이후에는 이승기, 왁스, FT아일랜드 등 인기 가수들의 랩 메이킹과 작사를 도왔다. 

2009년에는 프로듀서 킵루츠와 아이콘(Icon)을 결성하고 2009년 첫 앨범 ‘아이콘텍트’와 타이틀 곡 ‘뷰티풀 레이디’로 활동했다.

당시 은지원을 비롯해 길미, 마이티마우스의 상추, 슈프림팀의 사이먼디, 가리온, 등 걸출한 래퍼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2015년 MBC <라디오스타>서 AOA 지민은 또 자신의 랩 스승으로 에이맨을 언급하며 눈길을 끌었다. <구>


<기사 속 기사> ‘4억’ 박상민 법정 공방

4억원의 민사소송을 당한 가수 박상민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지난달 21일 춘천지방법원서 박상민과 지인 C씨간의 4억원대 민사 소송 공판이 진행됐다.

C씨는 10년 전 자신의 땅을 담보로 박상민에게 2억5000만원을 대출해줬으나 변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4억2740만원의 청구 소송을 냈다.

또 박상민이 자신의 딸을 연예인으로 키워주겠다고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상민 변호인인 유병옥 법무법인 삼송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박상민이 대출받은 2억5000만원에 대해 지난 2013년 2억원을, 2018년 5000만원을 모두 변제했다”고 주장했다. 

또 “C씨가 1년 안에 갚지 못하면 하루에 20만원씩 1년에 7300만원의 위약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각서가 있다고 했지만, 박상민은 각서를 작성해준 적이 없다. C씨가 갖고 있는 서류에 찍힌 박상민의 인감 도장은 분실한 것”이라며 “도장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2012년 8월27일에 분실신고를 했다. 일부 서류는 인감 분실 이후에 도장이 찍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A씨가 제시한 각서 속 이자 금액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금액이 아닌가, 거기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C씨의 딸을 연예인으로 키워주겠다는 주장에 대해 “C씨는 박상민이 딸을 가수로 성장시켜주겠다고 이야기했다는데, 박상민의 입장은 ‘신경 써줘라’고 해서 그러겠다고만 했지 그 외의 것은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키워주겠다는 말 자체가 약정서에 있는 내용과 배치된다. 만약에 그랬다면 정식으로 계약하고 수련의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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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