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시동 걸리는’ 4·15 총선

불안한 정치권 “새 얼굴을 찾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됐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명으로 위기를 맞은 더불어민주당에선 ‘물갈이론’과 ‘일하는 국회’를 앞세워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자유한국당은 ‘조국 퇴진’과 ‘민부론’을 앞세워 여당에 대항 중이다. <일요시사>가 내년 총선을 대비하는 거대 양당의 모습과 총선 변수를 조명했다.
 

“여기 계신 분들도 다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분들 아닌가 싶다” “국회 신뢰도가 2.4%로 거의 꼴지에 가깝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9일 중진의원들이 모인 자리서 한 말이다. 당의 실세인 중진들을 직접 겨냥한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당내 ‘공천 물갈이’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새 인재 수혈
참신한 정책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진의원들이 많아 이들에 대한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당내 기류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는 민주당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장관 모두 출마 의사가 강한 인물로 연말엔 당으로 복귀해 내년 총선 출마를 대비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측을 깬 셈이다. 김 장관과 유 부총리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다. 두 장관이 중책을 맡아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당내 핵심 인물의 불출마가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판단이 불출마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당사자인 유 부총리와 김 장관은 이 같은 총선 불출마 보도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다. 유 부총리는 당정청 협의회 직후 이날 보도에 대해 “제 의사에 대한 확인 과정이 없이 보도된 것”이라며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 측에서도 “불출마 선언을 한 적 없다”고 잘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장관의 불출마 여부에 “맞는 것 같다. 유 장관의 불출마 여부는 가변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기자들에게 “유은혜·김현미 총선 불출마 관련 기사는 사실무근”이라는 문자를 돌려 입장을 번복했다. 여권서 거취 조율이 되지 않은 유 부총리와 김 장관을 내세워 물갈이론에 군불을 땐 것으로 해석된다.

물갈이 폭이 커야 승리
매스 든 이해찬-황교안

실제 17대 총선 이래로 선거에 승리한 당은 초선 비율이 높아, 물갈이론은 매번 총선 정국 때마다 나오는 카드다. 하지만 총선 7개월이 남은 시점에서는 시기상조다. 보통 물갈이 카드는 총선 구도서 불리한 쪽이 앞세우는 게 일반적인데, 조 장관 임명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민주당이 이를 급하게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여권서 불출마가 확정된 인물은 15명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을 포함,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백원우 부원장 등 여권 핵심 인사의 불출마가 공식화됐다.

현역 의원 중에는 이해찬 대표(7선), 문희상 국회의장(6선), 원혜영 의원(5선)이 불출마 대상으로 꼽힌다.

아울러 김성수·이수혁·제윤경·최운열 비례대표 의원과 초선인 서형수 의원(경남 양산을)이 자진 용퇴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 2020경제대전환회의 갖고 있는 자유한국당 지도부

당 핵심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물갈이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공천이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시작되는 ‘현역 의원 최종평가’서 추려질 하위 평가자 20%를 합하면 본선 전 당내 경선서 최대 40명이 교체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권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중진 물갈이론이 계속될 경우 공천 전까지 당내 눈치 싸움으로 인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먼저 물갈이론을 선점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역시 의원 물갈이 압박을 느끼게 됐다. 최근 보수 언론마저도 민주당의 총선 물갈이를 경계, 한국당에 인물 쇄신을 종용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여당이 물갈이론을 내세운 상황서 한국당이 물갈이를 주저하면 총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 영남·중진 중심으로 물갈이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치 싸움
진통 시작

경쟁력을 지닌 인재 수혈을 위해 당의 강세지역 현역의원들이 물러나는 것이 불가피하단 것이다. 하지만 TK(대구·경북)와 PKU(부산·경남·울산)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현재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물갈이 작업의 1순위는 강세지역인 TK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당 이완영 전 의원의 지역구인 고령성주칠곡과 최경환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경산에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의원 모두 친박(친 박근혜)계 인물로 이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최 전 의원은 뇌물죄로 의원직을 잃었다. 친박계가 아닌 인물로 전략공천해 당을 쇄신하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한국당 내에선 황교안 대표가 공천 물갈이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황 대표는 당무감사위원 전원을 비공개 교체했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위원 상당수는 황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가 총선 공천서 인적쇄신을 하겠다는 칼을 빼든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무감사위원회는 당 대표 직속기구로, 당협위원회에 대한 당무 감사 권한을 갖고 있다. 위원장 교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구이기에 내년 총선 공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의 전원 교체에는 서울 등 수도권 원외 당협에 당선 경력을 갖지 못하고 방치된 인물들이 많다는 당 내 목소리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가 당무위원 교체를 통해 원외위원장을 시작으로 현역의원까지 점차적으로 공천 물갈이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황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무감사에 만전을 기하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준비하는 좋은 모멘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물갈이론 외에도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추가 의혹이 계속 나오자, 내년 총선 주요 의제인 ‘국회개혁’을 정기국회 입법과제로 내세웠다. 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는 지난 19일 연석회의를 열어 ‘일하는 국회법’을 구체화했다.


국회 개혁
정책 대결

민주당 박주민 특위장은 이날 중진의원들에게 지금까지 특위 회의 과정서 논의됐던 ▲국회의원 불출석에 대한 페널티 징계 신설 ▲국민참여 제도 신설 ▲상시국회화와 상임위원회 의사일정 결정 및 안건 처리 시스템화 ▲국민소환제 도입 ▲윤리특위 상설화와 강화를 비롯한 국회의원 윤리의무 강화 등에 대해 보고했다.

한국당은 이에 질세라, 지난 22일 ‘민부론’을 제시하며 총선 정책 대결에 돌입했다. 조 장관 임명으로 한국당의 지지층이 결집하자 황 대표가 장외투쟁과 삭발식에 더해 기세를 몰아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부론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을 폐기하고,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해 국민이 부자가 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국당은 민부론의 3대 목표로 ▲가구당 연간소득 1억원 달성 ▲203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 ▲중산층 비율 70% 달성을 내걸었다.

당내에서는 민부론이 한국당의 내년 총선 경제부문 공약으로, 장기적으론 황 대표 대선공약의 기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민부론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뚜렷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해 현실성에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과거 보수정부서 실패한 정책인 친기업-반노조의 정책을 내세워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하는 국회 vs 민부론
패스트트랙·선거제 변수


한국당은 민부론을 내놓으며 정책 분야에선 ‘총선 모드’에 돌입했지만 갈길이 멀다. 먼저 최대 난제인 보수통합을 통한 외연확장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조국연대를 시작으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한국당의 보수통합이 탄력을 받는 듯 했지만 최근 계속되는 바미당의 내분으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당과 바미당 비당권파의 보수통합 여부가 내년 총선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 역시 총선 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해 피고발된 국회의원 109명 중 59명이 한국당 소속이다. 출석 요구에 협조해온 다른 당과 달리 한국당은 전 의원이 수환불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수사 대상인 한국당 의원들의 공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물갈이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친박계 의원들에겐 검찰 수가가 공천 배제의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선거법 개정안도 내년 총선의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동형 비례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선거룰이 바뀌고 거대양당의 의석 수는 줄어들게 된다. 이를 두고 한국당 내에서 느슨한 선거연대 후 총선 뒤에 합치는 방식으로 가자, 한국당 2중대 정당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을 실행할 시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혹시나?
역시나?

역대 선거사를 보면, 여야 모두 4번 연속 선거서 승리한 역사가 없다. 2010년도 지방선거 민주당 승, 2016년 총선 민주당 승, 2017년도 문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8년도를 작년 지방선거 역시 민주당이 승리했다. 만약 21대 총선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4번 연속 민주당의 승리로 진보집권 20년이 열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총선,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승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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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