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 피폭 논란’ 막전막후

손가락이 검게 변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서울반도체 피폭사건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고발생 원인은 안전장치의 인위적 해제. 사측과 피해자 측은 지시 여부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 사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50여명의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 ⓒ서울반도체 노조

지난 8월16일 원자력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서울반도체서 발생한 피폭사고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방사선피폭 의심환자는 6명으로 모두 서울반도체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원안위는 방사선 작업을 즉시 중단시켰다. 6명 중 4명은 이렇다할 증상이 없었다. 그러나 2명은 손가락 국부 피폭이 발생했다. 손가락이 검게 변색됐고, 홍반·통증·열감 등의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원안위는 이들을 대상으로 정밀검사에 돌입했다.

6명 중 2명
이상증상 발생

원안위 현장조사 결과, 피폭사고 발생 원인은 ‘반도체 결함 검사 기계’였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LED 불량 여부를 검사했다. LED는 서울반도체의 주력 제품이다. 검사 방법은 엑스레이 기계에 LED를 넣고 문을 닫은 뒤, 방사선으로 촬영하는 식이었다. 방사선은 문을 닫아야 방출된다.

문이 열린 상태서 방사선이 방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안전장치가 설치돼있었다. 안전장치의 이름은 ‘인터락’이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인터락을 해제하고,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안전장치를 푸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해당 장치에 종이를 끼워 누른 뒤, 테이프로 고정시키기만 하면 됐다. 결국 문이 열려도 방사선은 방출됐다.


피해자 측은 안전장치 해제 이유를 서울반도체의 ‘물량 압박’과 ‘지시’라고 주장했다. 인터락을 해제할 경우 더 많은 물량을 검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방법대로라면 LED 불량 여부 확인은 기계 문을 닫은 채로 진행된다. 이후 불량이 발견되면 문을 열고 직접 손으로 해당 부위에 스티커를 붙인다. 이 때 인터락이 제대로 작동해 방사선은 방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터락이 인위적으로 해제되면서 피해자들의 손은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됐다. 어떨 때는 머리까지 넣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방사선 지속 노출, 손가락 변색     
관련 없는 유지·보수 업체가 왜?

피해자들은 안전장치를 풀었을 때 방사선 노출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의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안전교육 없이 첫 출근부터 작업에 투입됐고, 해당 기계서 방사선이 방출되는지도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23일 원안위 107회 회의록 ‘서울반도체 용역직원 피폭사고 관련 중간보고’에 따르면  작업에 관여한 직원 1명이 더 발견됐다. 이 직원은 같은 달 20일 진료를 받았고, 다행히 이상증상은 없었다. 작업에 투입된 직원들은 지난 7월15일부터 약 2주간 교대로 근무했다.

이상증상을 보인 2명의 피해자는 작업 시간이 길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소속된 협력업체는 시설 유지·보수를 하는 곳이었다. 업체는 애초 방사선 작업을 하는 곳이 아니었다. 원안위는 업체가 해당 작업을 맡게 된 까닭을 서울반도체의 지시라고 봤다.

원안위 회의록에 따르면 협력업체가 설치한 장비서 불량률이 높게 나왔다. 서울반도체 측은 업체에 불량률 검사를 요청했다. 원안위는 불량률 조사에 시간과 인력이 많이 투입돼 서울반도체가 업체에게 불량률 검사를 지시했다고 봤다.

서울반도체는 지난달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방사선 피폭 피해자들의 검사 결과를 들어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반도체는 “원안위 조사 결과에 따라 방사선 노출 의심자 7명의 혈액검사가 모두 정상”이라며 “7명 중 추가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2명의 염색체 이상 검사 결과도 모두 정상”이라고 밝혔다.

장치 해제
지시는?

서울반도체는 방사선 누출 정도 역시 극히 소량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반도체는 “해당 장비 작동 시 임의로 문을 개방해 그 앞에서 방사선 누출 정도를 측정한다 하더라도 그 수치는 극히 소량”이라며 “하루 8시간 365일 문을 열어 놓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연간 등가선량 한도 50mSv(밀리시버트·방사선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표시하는 단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등가선량이란 인체의 조직이나 장기에 흡수되는 방사선의 종류와 에너지가 달라 동일한 값으로 보정한 방사선 에너지양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손·발 등 피부 부위에 대한 연간 등가선량한도는 500mSv다.

원안위는 지난달 19일 문제가 된 장비사용을 경험한 직원들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원안위는 직원을 포함해 퇴사자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초기 106명이 대상이었지만 조사 과정서 유사장비 작업자가 추가됐다. 조사 대상자만 250명이 넘는다.
 

▲ 피폭 피해자 ⓒ반올림

원안위는 “피폭자 7명 중 이상증상이 발현된 2명에 대한 혈액 및 염색체 검사 결과 정상으로 확인됐다”면서도 “통증, 변색 등의 증상으로 보아 선량한도(인체에 해가 없다고 생각되는 방사선의 양적 한계)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는 지난달 24일 국민청원에 청원글을 게재했다.

부친의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17일 동안 서울반도체 외주업체 장기 현장실습생으로 취업, 방사선 취급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서울반도체와 용역업체는 최소한의 방사선 안전교육조차 하지 않았다.

“분통 터진다”
부친의 호소


이들은 반도체 결합검사용 엑스레이 발생장치의 인터락을 풀고, 방사선이 방출되는 기기 내부에 손을 넣어 작업하도록 지시했다. 피해자는 17일간 방사선에 피폭된 채 업무를 진행했다. 방사선에 대한 안전교육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장비나 피폭선량계(방사선 피폭량 위험수치 알림 기기)도 지급받지 못했다.

피해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손가락 통증이 심해지고, 피부 홍반이 나타나 담당직원에게 이상증상을 호소했다. 그러나 직원은 “수년간 일한 직원들도 아무 이상 없다. 과민반응하지 말라”며 오히려 나무라면서 욕을 했다.

외래 병원과 응급실을 거친 피해자는 결국 8월5일 원자력의학병원으로 이송, 방사선 피폭 정밀검진을 받았다.

피해자 부친은 “업체는 산재처리만으로 사건을 축소시키려 하고, 제대로 된 치료와 방사선 피폭 후유증에 대한 보상도 해주지 않고 있다”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평생 신체적 고통과 정신장애를 갖고 살아가야 할 제 아들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고 호소했다.

이어 “안전장치를 풀어 방사선 발생장치에 손을 집어넣게 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작업을 시킨 서울반도체와 협력업체의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시 있었다” vs “결코 없었다”
원안위 조사대상 확대…결과 주목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사측은 허용수치 범위 내에서 발생한 사고이고, 혈액검사와 염색체 검사서 이상이 없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검사가 정상이라 하더라도 외상으로 발생한 부분을 사측이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작업에 대한 지시를 협력업체 차장이 했지만, 서울반도체의 물량 압박 등의 지시가 있었다”며 “이름만 하도급업체지 원청의 지시를 100% 받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운영체계를 보면 결국 서울반도체서 지시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 서울반도체

그러면서 “해당 기계를 이용해 작업을 한 건 협력업체 직원만이 아니다”라며 “서울반도체 정직원들도 협력업체 직원들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장비 관리의 책임은 서울반도체에 있다”고 밝혔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피해자의 외상에 대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피폭은 인정한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원안위 조사를 받는 중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피폭 인정
책임질 것”

이 관계자는 “안전교육을 했고, 직원들이 임의로 안전장치를 해제한 것을 목격해 몇 차례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작업 지시 여부에 대해 “절대 사실이 아니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관리 소홀과 안전에 대한 책임은 서울반도체에게 있다”며 “조사를 받고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반도체, 산재 인정 직원에 취소 소송

고 이가영씨는 서울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했던 직원이었다. 1992년생인 이씨는 2015년 서울반도체 파견업체 소속 비정규직서 서울반도체 정규직이 됐다. 이씨는 ‘우수사원상’을 받을 만큼 성실하게 일했다.

2017년 9월 이씨는 악성림프종(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2018년 10월 근로복지공단은 이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이씨가 근무했던 장소에 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또 근무 환경 등이 악성림프종 발병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서울반도체는 이씨의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반도체 인사팀장은 이씨의 집으로 찾아가 산재 인정 취소 소송을 준비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지난 4월8일 끝내 생을 마감했다. 이씨의 발인은 같은 달 10일이었다.

그러나 이씨의 유가족은 서울반도체서 산재 인정 취소 소송을 취하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었다.

서울반도체 측은 그제야 소송 취하를 결정했다. 이씨의 발인은 하루 뒤인 11일에 이뤄졌다.

서울반도체는 최근 피폭 사건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씨의 사례를 언급했다.

서울반도체는 “당사가 받은 질병판정서에 2016년 10월부터 치료를 받은 것으로 돼있어 (이씨가) 입사한 2015년 2월부터 2년이 채 안 되는 근무 기간으로, 임직원들이 사실 확인을 희망해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들에게 행정소송 결과에 상관없이 ‘병원 치료는 당사가 부담하겠다’며 찾아뵙고 말씀도 드렸다”고 해명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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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