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 피폭 논란’ 막전막후

손가락이 검게 변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서울반도체 피폭사건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고발생 원인은 안전장치의 인위적 해제. 사측과 피해자 측은 지시 여부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 사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50여명의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 ⓒ서울반도체 노조

지난 8월16일 원자력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서울반도체서 발생한 피폭사고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방사선피폭 의심환자는 6명으로 모두 서울반도체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원안위는 방사선 작업을 즉시 중단시켰다. 6명 중 4명은 이렇다할 증상이 없었다. 그러나 2명은 손가락 국부 피폭이 발생했다. 손가락이 검게 변색됐고, 홍반·통증·열감 등의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원안위는 이들을 대상으로 정밀검사에 돌입했다.

6명 중 2명
이상증상 발생

원안위 현장조사 결과, 피폭사고 발생 원인은 ‘반도체 결함 검사 기계’였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LED 불량 여부를 검사했다. LED는 서울반도체의 주력 제품이다. 검사 방법은 엑스레이 기계에 LED를 넣고 문을 닫은 뒤, 방사선으로 촬영하는 식이었다. 방사선은 문을 닫아야 방출된다.

문이 열린 상태서 방사선이 방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안전장치가 설치돼있었다. 안전장치의 이름은 ‘인터락’이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인터락을 해제하고,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안전장치를 푸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해당 장치에 종이를 끼워 누른 뒤, 테이프로 고정시키기만 하면 됐다. 결국 문이 열려도 방사선은 방출됐다.


피해자 측은 안전장치 해제 이유를 서울반도체의 ‘물량 압박’과 ‘지시’라고 주장했다. 인터락을 해제할 경우 더 많은 물량을 검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방법대로라면 LED 불량 여부 확인은 기계 문을 닫은 채로 진행된다. 이후 불량이 발견되면 문을 열고 직접 손으로 해당 부위에 스티커를 붙인다. 이 때 인터락이 제대로 작동해 방사선은 방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터락이 인위적으로 해제되면서 피해자들의 손은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됐다. 어떨 때는 머리까지 넣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방사선 지속 노출, 손가락 변색     
관련 없는 유지·보수 업체가 왜?

피해자들은 안전장치를 풀었을 때 방사선 노출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의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안전교육 없이 첫 출근부터 작업에 투입됐고, 해당 기계서 방사선이 방출되는지도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23일 원안위 107회 회의록 ‘서울반도체 용역직원 피폭사고 관련 중간보고’에 따르면  작업에 관여한 직원 1명이 더 발견됐다. 이 직원은 같은 달 20일 진료를 받았고, 다행히 이상증상은 없었다. 작업에 투입된 직원들은 지난 7월15일부터 약 2주간 교대로 근무했다.

이상증상을 보인 2명의 피해자는 작업 시간이 길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소속된 협력업체는 시설 유지·보수를 하는 곳이었다. 업체는 애초 방사선 작업을 하는 곳이 아니었다. 원안위는 업체가 해당 작업을 맡게 된 까닭을 서울반도체의 지시라고 봤다.

원안위 회의록에 따르면 협력업체가 설치한 장비서 불량률이 높게 나왔다. 서울반도체 측은 업체에 불량률 검사를 요청했다. 원안위는 불량률 조사에 시간과 인력이 많이 투입돼 서울반도체가 업체에게 불량률 검사를 지시했다고 봤다.

서울반도체는 지난달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방사선 피폭 피해자들의 검사 결과를 들어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반도체는 “원안위 조사 결과에 따라 방사선 노출 의심자 7명의 혈액검사가 모두 정상”이라며 “7명 중 추가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2명의 염색체 이상 검사 결과도 모두 정상”이라고 밝혔다.

장치 해제
지시는?

서울반도체는 방사선 누출 정도 역시 극히 소량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반도체는 “해당 장비 작동 시 임의로 문을 개방해 그 앞에서 방사선 누출 정도를 측정한다 하더라도 그 수치는 극히 소량”이라며 “하루 8시간 365일 문을 열어 놓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연간 등가선량 한도 50mSv(밀리시버트·방사선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표시하는 단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등가선량이란 인체의 조직이나 장기에 흡수되는 방사선의 종류와 에너지가 달라 동일한 값으로 보정한 방사선 에너지양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손·발 등 피부 부위에 대한 연간 등가선량한도는 500mSv다.

원안위는 지난달 19일 문제가 된 장비사용을 경험한 직원들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원안위는 직원을 포함해 퇴사자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초기 106명이 대상이었지만 조사 과정서 유사장비 작업자가 추가됐다. 조사 대상자만 250명이 넘는다.
 

▲ 피폭 피해자 ⓒ반올림

원안위는 “피폭자 7명 중 이상증상이 발현된 2명에 대한 혈액 및 염색체 검사 결과 정상으로 확인됐다”면서도 “통증, 변색 등의 증상으로 보아 선량한도(인체에 해가 없다고 생각되는 방사선의 양적 한계)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는 지난달 24일 국민청원에 청원글을 게재했다.

부친의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17일 동안 서울반도체 외주업체 장기 현장실습생으로 취업, 방사선 취급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서울반도체와 용역업체는 최소한의 방사선 안전교육조차 하지 않았다.

“분통 터진다”
부친의 호소


이들은 반도체 결합검사용 엑스레이 발생장치의 인터락을 풀고, 방사선이 방출되는 기기 내부에 손을 넣어 작업하도록 지시했다. 피해자는 17일간 방사선에 피폭된 채 업무를 진행했다. 방사선에 대한 안전교육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장비나 피폭선량계(방사선 피폭량 위험수치 알림 기기)도 지급받지 못했다.

피해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손가락 통증이 심해지고, 피부 홍반이 나타나 담당직원에게 이상증상을 호소했다. 그러나 직원은 “수년간 일한 직원들도 아무 이상 없다. 과민반응하지 말라”며 오히려 나무라면서 욕을 했다.

외래 병원과 응급실을 거친 피해자는 결국 8월5일 원자력의학병원으로 이송, 방사선 피폭 정밀검진을 받았다.

피해자 부친은 “업체는 산재처리만으로 사건을 축소시키려 하고, 제대로 된 치료와 방사선 피폭 후유증에 대한 보상도 해주지 않고 있다”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평생 신체적 고통과 정신장애를 갖고 살아가야 할 제 아들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고 호소했다.

이어 “안전장치를 풀어 방사선 발생장치에 손을 집어넣게 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작업을 시킨 서울반도체와 협력업체의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시 있었다” vs “결코 없었다”
원안위 조사대상 확대…결과 주목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사측은 허용수치 범위 내에서 발생한 사고이고, 혈액검사와 염색체 검사서 이상이 없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검사가 정상이라 하더라도 외상으로 발생한 부분을 사측이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작업에 대한 지시를 협력업체 차장이 했지만, 서울반도체의 물량 압박 등의 지시가 있었다”며 “이름만 하도급업체지 원청의 지시를 100% 받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운영체계를 보면 결국 서울반도체서 지시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 서울반도체

그러면서 “해당 기계를 이용해 작업을 한 건 협력업체 직원만이 아니다”라며 “서울반도체 정직원들도 협력업체 직원들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장비 관리의 책임은 서울반도체에 있다”고 밝혔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피해자의 외상에 대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피폭은 인정한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원안위 조사를 받는 중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피폭 인정
책임질 것”

이 관계자는 “안전교육을 했고, 직원들이 임의로 안전장치를 해제한 것을 목격해 몇 차례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작업 지시 여부에 대해 “절대 사실이 아니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관리 소홀과 안전에 대한 책임은 서울반도체에게 있다”며 “조사를 받고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반도체, 산재 인정 직원에 취소 소송

고 이가영씨는 서울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했던 직원이었다. 1992년생인 이씨는 2015년 서울반도체 파견업체 소속 비정규직서 서울반도체 정규직이 됐다. 이씨는 ‘우수사원상’을 받을 만큼 성실하게 일했다.

2017년 9월 이씨는 악성림프종(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2018년 10월 근로복지공단은 이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이씨가 근무했던 장소에 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또 근무 환경 등이 악성림프종 발병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서울반도체는 이씨의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반도체 인사팀장은 이씨의 집으로 찾아가 산재 인정 취소 소송을 준비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지난 4월8일 끝내 생을 마감했다. 이씨의 발인은 같은 달 10일이었다.

그러나 이씨의 유가족은 서울반도체서 산재 인정 취소 소송을 취하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었다.

서울반도체 측은 그제야 소송 취하를 결정했다. 이씨의 발인은 하루 뒤인 11일에 이뤄졌다.

서울반도체는 최근 피폭 사건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씨의 사례를 언급했다.

서울반도체는 “당사가 받은 질병판정서에 2016년 10월부터 치료를 받은 것으로 돼있어 (이씨가) 입사한 2015년 2월부터 2년이 채 안 되는 근무 기간으로, 임직원들이 사실 확인을 희망해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들에게 행정소송 결과에 상관없이 ‘병원 치료는 당사가 부담하겠다’며 찾아뵙고 말씀도 드렸다”고 해명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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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